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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밤 지나자 절망의 낮… 청주시 강내면 침수피해 현장

<현장르포> 한순간에 물바다 '그저 지켜볼 수 밖에'

  • 웹출고시간2023.07.18 20:33:48
  • 최종수정2023.07.18 20:33:48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탑연리 일원 주민들이 18일 다시 시작된 빗속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가게로 물이 들어차는걸 눈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어요. 같이 쓸려 내려갈까봐…"

18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미호 삼거리.

폭우로 인해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침수된 이곳은 진흙탕물투성이었다. 일대 건물과 상가들은 하나같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 주민들은 '악몽의 밤'에 몸을 떨었다.

지난 15일 새벽 폭우로 인해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물이 일시에 들이차더니 금세 허리춤까지 차올라 수영장처럼 일대가 물에 잠겨버렸다.

주민들은 달랑 입은 옷차림으로 간신히 몸만 피했다.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밤을 지샌 상인들과 주민들은 어느정도 물이 빠지자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다.

물에 젖지 않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건져내기 위해 분주하게 손을 놀렸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했다. 일부 주민들은 아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포자기 상태였다.

이곳에서 만난 유흥주점 업주 A(68)씨는 흙탕물을 뒤집어쓴 음료수와 양주 등을 가게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지난 15일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A(69)씨가 가게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 임성민기자
A씨의 가게는 폭우가 내린 지난 15일 하루아침에 통째로 빗물에 잠겼다.

A씨는 이날 새벽 폭우로 인해 미호강이 범람하며 마을에 물이 들어차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A씨는 한걸음에 가게로 달려갔지만 가게 안은 이미 빗물이 폭포수처럼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물의 유입을 막으려고 모래주머니를 쌓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가게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가게가 지하라서 다른 가게들보다 물의 유입이 더 많다보니 지하 내부는 전부 물에 잠겨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물의 유속이 너무 빨라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내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뒤엉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물에 잠긴 냉장고와 쇼파는 흙탕물을 뒤집어쓴채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천장은 무너져내려 폭삭 주저앉았고, 벽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물에 불어있었다.

A씨는 "처음 가게 내부로 들어갔을땐 냉장고와 쇼파는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노래방 기계는 물에 잠겨있었다"며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고 한탄했다.

A씨 가게 인근 건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섭(62)씨의 가게 뒤편에 물에 젖은 침수 피해 물품들이 놓여져있다.

ⓒ 임성민기자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섭(62)씨의 가게도 침수 피해를 입어 쑥대밭이 됐다.

김씨는 또 다시 오는 비에 화들짝 놀라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물건들을 다른 곳으로 서둘러 가게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김씨는 "침수 당시에는 가게 안에 물이 들어차 진열된 물건들이 물에 둥둥떠다니고 있었다"며 "문을 열면 바깥 물이 내부로 들어올까봐 문도 열 수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 뒤편에는 물에 젖은 잡화류들이 마댓자루 안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어림잡아도 50자루가 넘었다. 가게 한켠에선 흙탕물을 뒤집어쓴 상품들을 씻어내는 작업도 분주했다.

김씨는 "침수 피해로 인해 재산피해액이 어림잡아도 2억 원 이상은 될 것"이라며 "가게에 진열된 90%이상의 물건들이 못쓰게 돼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 김용수기자
이곳 자영업자 대부분은 이번 침수는 청주를 가로지르는 무심천 수위가 높아져 배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미호강 일부 유역이 범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내면 관계자는 "이번 침수 피해는 폭우로 인해 미호 강이 범람한 탓도 있지만, 석화리에 있는 배수 펌프장의 펌프 고장으로 사태가 더 커진 것 같다"며 "지자체는 이로 인한 주민들의 금전적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고 복구 작업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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