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할머니를 추모하며

2020.03.15 15:42:43

문인규

플러그미디어웍스 대표

얼마 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90세 이시지만 걸음은 조금 불편하셨어도 건강하셨고, 이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실 분은 아니셨다. 새벽에 주무시다가 일어서시던 중 갑자기 주저앉으셔서 고관절이 골절되시면서 갑자기 입원하시게 되었다. 한 병원의 응급실로 먼저 가서 할머니를 기다렸다.

병원은 한창 코로나바이러스19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모든 입구를 통제하고 한 출구만을 이용하고 그 출구마저도 들어올 때 마다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열을 체크하고 최소한의 방문으로 통제를 했다. 물론 당연히 전염을 막기 위해 잘 대응을 하고 있었고, 모든 의료진들 또한 마스크를 쓰고 대응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19를 대응하기 위한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옮기신 할머니께서는 입원 후 에도 잘 드셨고 수술을 기다리시면서 나쁘지 않은 컨디션을 유지하셨다. 검사 후 수술날짜가 잡혔고, 고관절 외에도 허리에도 시술을 진행하셔야 했다. 면회 및 보호자는 1명씩만 가능하여 어머니께서 곁에 계셨고 고관절 수술이 잘되셨다는 소식도 접하고, 몇 시간 후 할머니와 통화도 했다. 빨리 나아서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기로 하고, 바쁜데 전화 자주 하지 말라는 내용과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위험하니 아이들 절대 오지 못하게 하라는 걱정 뿐이셨다. 수술이 잘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과를 보내던 중 바로 허리시술을 하셨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기분이 이상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힘들어 보이셨다. 바로 할머니와 통화도 한 후 일과를 보던 중 얼마 후 어머니한테서의 전화가 왔을 때는 이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할머니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발을 옮겼고, 할머니는 중환자실 침대에 주무시듯 누워계셨다. 삼촌들이 타지에 계신 탓에 직접 모든 수습을 밟았다. 90세 연세이신 할머니의 수술을 연이어 했어야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슬픈 마음이 너무도 앞서기에 자세히 알아볼 틈도 없었다. 3일장을 치르는 내내 할머니 곁을 지켰고, 아직도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할머니, 어머니세대 그 분들은 희생하는 삶이 당연하다고 대부분 이야기들을 하지만, 나의 인생을 빗대어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까운 삶이다. 딸이라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하고, 얼굴도 몰랐던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셨다. 반평생 이상을 가업인 바느질을 하셨고, 삼촌의 자식이 태어나면서 잘 모르는 서울에서 노후를 육아와 함께 보내셔야 했다. 걱정을 하는 삼촌 덕에 할머니께서는 집안에만 있어야 하셨고, 본인 집이 아닌 자식에 집에서의 눈치 보는 삶을 아는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다. 외손임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 할머니와의 추억 필자가 고향인 청주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지금이야 볼품없지만, 할머니께서 평생 바느질을 하시고 지어주신 오래된 건물에서의 시작으로 지금의 사업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시고 수술 후 며칠이 되지 않아 장례 후 화장, 돌아가신 직 후 병원에서의 할머니 체온이 가시지 않았을 때부터 화장터까지가 불과 일주일이라는 것이 너무나 허망할 수 없다.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헐뜯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싸우고 빡빡한 전쟁터 같은 삶속에서 지금의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라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짧은 글에 할머니에 대한 감사함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할머니! 할머니의 사랑 충분하게 넘치도록 받았고, 이제는 좋은 곳에서 기쁨만 누리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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