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 기분 좋은 소식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를 자주 본다. 성범죄, 강력, 절도, 자연재해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건, 사고로 뉴스가 가득하다. 한정된 매체에 가려진 시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의 시즌마다 체감할 수 있게 다양한 뉴스나 장식, 분위기, 흘러나오는 BGM들로 가득했던 거리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삶이 바빠서인지 봄이 왔지만 봄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바쁜 삶에 감사하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창밖도 바라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에 평생 갇혀서 지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지난 주말 출장차 중국 상해를 다녀왔다. 중국이 처음인 나로서는 생소한 광경이 너무 많았다. 신호와 횡단보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이 당연한 광경이 옆에서 지켜보기에 아슬아슬하다. 현지 일행이 차가 오는 길을 건너가려는 것을 막아 세웠더니 그러면 더 사고가 나니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이 걸어가게 만들어놓은 인도에는 수많은 자전거와 전동오토바이들이 주차되어있고, 가로수와 전봇대들은 인도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람들은 당연하게 차도로 나와 걷고 있는 광경이 한편으론 우스꽝스럽기도 하여 혼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루는 와이탄(外灘)의 야경을 보러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서 지하철을 타고 신천지(上海新天地)에 내렸다. 때마침 인근 공원에서 유명한 패션위크가 진행되고 있어서인지 늘씬하고 길 죽 길 죽한 모델과 같은 외모의 외국인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고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뒤편 골목에는 유럽을 연상케 하는 고풍스러운 건물들로 가득했다.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세련되고 심플하면서도 허전하지 않은 수준 높으 디자인과 사인들은 필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의외의 모습이었다.
인민 광장을 지나서 가는 길은 가뜩이나 좁은 인도를 중국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메웠다. 가는 길에 누구 하나 앞에서 넘어진다면 도미노처럼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위험천만하다. 또, 나를 당황케 했던 광경은 그 인파로 가득한 중간중간에 담배를 버젓이 태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필자도 흡연을 애연가이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은 조금 아니지 않나 싶다. 현지인 지인 분은 당황하는 나를 배려하여 길모퉁이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함께 하면서 어색해하기도 했다. 가는 길이 낯설고 신기해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지체하고 있으니 "아직 포인트에 오지 않았으니 이곳에서 지체하면 힘들어"라고 재촉하며 걸음을 달랬다. 드디어 황포강(黃浦江)에 도착한 순간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멋진 야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쪽은 미래의 도시, 또 한쪽은 고풍스러운 과거의 조화는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가 않다. 야경을 보며 걷다 보니 숙소로 갈 때쯤 다리의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상해 이곳저곳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동 부족인 필자의 체력을 잊은 체 꽤 오랜 시간을 걸었다.
짧고, 갑작스러운 일정이었지만 미팅의 결과도 만족스럽고, 여러 문화적 차이는 있었지만, 배울 점도 많았다. 출장차 갔던 중국이었지만, 일상에 치여 다양하게 주변을 살피거나 매일 쫓기는 일과에 좁아진 시야를 넓힌 것 같아 꽤 만족스러운 출장이었다. 일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가끔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여행도 이제는 자주 다니고 싶다. 어쩌면 익숙해진, 익숙한 것에 창의적임이 묻히고, 한 켠에 공허함을 매울 수 있는 시간도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내 마음에도 봄이 오고 있는 것일까·' 라는 낯부끄러운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