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신설유통법인 ㈜건동의 재정여건이 부실하다. 지난 4월 LS네트웍스로부터 흥업백화점을 130억원에 인수한 건동은 계약금 10%를 지불한 뒤 지난달 말일까지 잔금을 치르기로 했으나 결국 차액을 지불하지 못하는 등 부실한 재정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성안길 상인 2명과 대구지역 상인 2명 등 총 4명이 지분 25%씩을 투자해 설립한 ㈜건동은 잔금의 대부분을 은행 대출로 메우려 했지만, 은행에서 요청한 향후 운영계획에 따른 담보 성격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대출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금이 넉넉지 않은 점에서도 발목을 잡혔다.
당시 제1금융권 여러 곳을 노크했음에도 대출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잔금을 완납한다 해도 부실한 재정 상태를 놓고 볼 때 20여억원을 추가로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당초 건동 측은 내년 2월 말~3월 초께 건물을 새로 고친 뒤 대기업에게 입대한다는 운영 계획을 밝혔으나 지난달 말 잔금을 내지 못하면서 언론 등 외부와의 연락을 사실상 끊은 상태. 그 사이 건동의 대표자도 성안길 상인 구모씨에서 대구에 연고를 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대표 조모씨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이 전해지자 비난의 화살은 LS네트웍스로 향했다. 3년6개월 전 법정관리 상태이던 흥업백화점을 고용승계와 영업활동 보장을 조건으로 인수한 LS네트웍스가 경영 실적과 재무 상태도 확인되지 않은 신설 법인에 지역의 마지막 향토백화점을 무책임하게 매각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우리도 성안길 상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가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면서도 "모든 것은 잔급 납입 여부를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 임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