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흥업백화점을 설립한 장본인으로서 너무나 허탈한 마음에서다. 백화점이 법정관리 상태에 있을 때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받은 10억7천만원의 환급금을 쏟아부었다. 흥업백화점은 신용카드법상 20억원 이상 자본금을 가져야만 카드발급이 가능해 이 돈이 증자되지 않았다면 문을 닫을 처지였다. 증자를 결정한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이에 대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서운한 생각도 들었다."
-증자금에 대한 회수를 원하는 것인가.
"LS네트웍스가 인수한 마당에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여의치 않는다면 그동안의 공로를 LS네트웍스측에서 인정해 주길 바란다. 집도 없어 오송 아들 집에 사는 신세가 된 처지로 사는 처지가 비참하게 느껴진다. 모쪼록 LS네트웍스에서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선처해 주길 바란다."
-JC에서 함께 응원을 온 것 같은데 설명해 달라.
"5대 충북지구 회장을 역임했던 인연에서다. JC충북지구 회원들과 경제·문화·법조·체육·시의회 등 다양한 분야의 기관장들이 '박태순 창업주 살리기' 서명 운동에 동참해 줬다. JC회원들은 LS네트웍스의 결정을 지켜본다고 한다."
-지난 7일 흥업백화점의 정리계획 변경안이 승인되면서 LS네트웍스 인수가 확정됐다. 창업주로서 소감은.
"백화점이 큰 기업에 인수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단지 LS네트웍스가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랄뿐이다. 흥업백화점을 세운 입장에서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역의 금융계·유통업계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간략히 지나온 날들을 설명해 달라.
"허허벌판과 같던 그 시절, 1966년 도내 최초로 금융기관인 흥업금융을 설립했다. 자본금 50만원, 사채 5부이자로 세운 금융기관이다. 그러다 1970년에 자본금 200만원으로 흥업무진을 세웠다. 현재 국민은행 등 유수 은행들이 이 무진사로부터 성장한 것이다. 이후 1991년 자본금 10억원으로 흥업백화점을 설립했지만 1995년 부도를 맞았고 이듬해 회사정리절차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흥업백화점 설립 배경이 독특하다고 들었는데.
"당시 청주시장이던 김덕영 전 도지사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청주백화점을 진로에서 인수해 진로백화점이 돼서다. 지역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는 것을 김 전지사가 안타깝게 여겼다. 어느날 김 전지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향토백화점을 세우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그 때 사실 상가시설을 건립할 계획이었는데, 김 전지사의 간곡한 부탁을 외면하기 힘들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지막 남은 향토백화점을 살리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오직 흥업백화점을 살리기 위해 피같은 돈을 투입한 심정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지역 발전을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부은 노력에 대해 조금이나마 평가해 주었으면 고맙겠다."
/ 이정규기자 siq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