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마무리를, 혹은 내년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계절 12월이다. 이 시기에는 여러 가지 업무와 관계된 마무리와 준비 뿐 만 아니라, 이 시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 간 미뤄왔던 회식과 송년회로 또 한 번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말단 직원의 입장에서 회식을 상상 해 보면, 넓은 방 가운데 가장 높으신 분이 자리를 잡으시면, 그 앞과 옆으로 직급별로 자리를 찾아 앉게 된다. 보통 삼겹살이나 돼지갈비가 회식 메뉴로 결정되지만, 높으신 분께서 큰 선심을 쓰는 날이면 쇠고기가 메뉴에 오르기도 한다. 자리에 착석하기 무섭게 테이블의 맨 끝에 앉은 막내들은 선배님 자리 앞에 가지런히 수저와 젓가락을 곱게 놓아드리고, 또 다른 막내는 재빠르게 물 잔에 물을 채워 선배님들께 놓아 드린다. 소주와 맥주가 섞인 일명 폭탄주를 연신 몇 잔 들이키는 순서가 이어지고, 말단 사원들은 안주 한 젓가락 입에 넣을 새 없이 선배님들의 부르심에, 이런 저런 심부름에 엉덩이가 바닥에 닿을 새가 없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높은 상사에게 술도 한잔 올리면서 얼굴 도장도 찍어가면서 이래저래 분주했던 술자리가 마무리 되고 나면,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고 시간도 자정이 넘어가기 일쑤이다. 회사에서 높은 분이 생각하는 회식은 어떨까?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당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차를 마시면서 혹은 밥을 먹으면서 이것저것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이 시큰둥할 때가 많다. 밀려드는 일을 처리하느라 다들 고생하고 있으니 밥이라도 한 끼 따뜻하게 먹여 집에 보내고 싶은 마음에 맛있는 저녁을 먹자고 하면 다들 퇴근 후에 약속이 있다며 한명 두 명 슬금슬금 없어진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끼리 사적인 대화도 공유하면서 친밀하게 일하면 일의 시너지도 오를 텐데 너무 사무적인 관계가 안타까워 이렇게 저렇게 소통하는 방법을 생각 해 보지만 퇴근길에 자그마한 고깃집에 둘러앉아 소주 한잔 하는 것이 그들이 선배들로부터 배운 소통의 방법이다. 그나마 상사를 따르는 몇 몇의 직원들과 소주한잔 하고 나면 가뜩이나 가벼운 지갑이 더욱 가벼워 질 테지만, 그래도 후배들이 열심히 일 하는 모습을 보면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회식이라는 하나의 과정을 두고 상사와 직원들은 동상이몽에 빠져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회사라는 공간에서 회식을 하는 이유는 '소통'과 '재충전'이다. 사무실이라는 제한적인 상황과 공간에서 얘기 할 수 없었던 속내를 어느 정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이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동안의 스트레스도 날려 버리고 다시 열심히 시작 해 보자는 결의를 갖게 하는 재충전의 시간인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제안한 근무혁신 10대 제안 중 건전한 회식 문화를 위해 '회식의 119 원칙'이 있다. '회식은 1(일)생활 균형을 위해 1차에서 9시 전에 끝내기'이다. 사실 직원들 간의 소통과 재충전을 위해서 회식을 갖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 한 것이지, 전투 모드로 새벽까지 직원들과 술에 취해 함께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근로자들의 일 이외의 나머지 '삶'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위한 회식의 시간도 중요 한 만큼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직원들의 재충전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회식 시간에는 높은 직급의 상사일수록 요즘 직원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포부가 있는지 들어주려는 자세로, 또 업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은 어떻게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 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소통'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에메랄드 빛 해변에 아기자기한 예쁜 까페들이 즐비한 한 제주도 바닷가에서 자그마한 해물라면집을 하는 젊은 사장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우리나라 대기업 IT분야에 종사하던 이 젊은 사장은 매일 밥 먹듯 이어지는 야근과 격무로 지칠대로 지친 심신에 나름의 휴식을 주기 위해 입사한지 3년만에야 처음 '연차'라는 이름으로 도망치듯 휴가를 내고 제주로 향했고, 그 이후 회사원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끝에 제주도에 터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3년간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지만, 문득 양치하다 거울을 쳐다보니, 시뻘겋게 충혈 된 눈, 부스스한 머리,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불룩하게 나온 배, 거뭇거뭇해진 까칠한 피부의 중년 남성이 서 있더란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일과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거나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조직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내규가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개인의 성장 욕구 때문에 스스로 본인을 혹독하게 다루는 경우도 있다. 조직의 문화가 너무 경쟁적일수도 있고, 기업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업무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기 힘든 여러 가지 이유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에 인간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즉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휴식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연차를 활용해 3박 4일의 휴가를 계획한 제주도 해물라면집 사장님은 휴가를 떠나기 위해 휴가를 신청했는데, 과장님은 왜 휴가를 3박 4일이나 신청하냐며 꼬치꼬치 물으시더니, '이렇게 다들 바쁜데 혼자 휴가를 떠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일장 연설을 하셨고 어찌어찌 과장님 윗분인 본부장님께 휴가 결제가 올라가니 본부장님은 이 젊은 사장을 두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나무라시더니, 설상가상으로 직원들이 바람을 쐬길 원하니 토요일에 다 같이 등산을 하자시며 직원들 전원 등반 참석을 명령하셨단다. 사실 이런 사례들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매우 빈번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꼭 개인의 휴식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 때문에 연차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 연차를 신청하는지 상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갑자기 멀쩡한 딸아이가 아프기도 하고, 시골에서 잘 지내고 계신 부모님이 편찮아지시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근로자들은 연차를 신청하느니 그냥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속 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전체 근로자가 하나의 집단이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집단주의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리더는 근로자들이 한 눈 팔지 않도록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러한 문화에 힘입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으며, 이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폄하할 수 없다. 그러나 산업과 시대가 변화하면서 기계가 아닌 '사람'에 의해 부가가치가 결정되는 창의성의 시대에서는 각 조직에 속한 '개인'이 창의성의 원동력이며, 부가가치를 이끌어내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근로자들에게 휴식은 당연한 권리이며, 동시에 기업에는 더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인식을 확산해야 할 것이다.
회장님이 등장하는 TV드라마를 보면, 넓은 회의장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회장님이 회의장에 들어오시면 모두가 일어서고, 회장님이 자리에 앉으실 때 까지 모두 기다린다. 회장님 가까이에 앉을수록 회사 내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며, 회장님 가까이 앉은 사람들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된다. 사실 이런 장면은 드라마가 아닌, 대부분의 조직에서 매일같이 연출되는 장면이다.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직급에 따라 자리가 정해지고, 높은 분 자리에서 멀리 앉은 직원들일수록 윗분들 말씀하신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폭풍 필기에 열을 올린다. 높은 분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해 보라고 말씀하시기라도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혹시 말을 꺼냈다가 혼이 나는 건 아닌지 수 만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돌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회의가 끝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퇴근을 1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간, 하루의 업무를 정리하고 내일 할 일을 준비하는 시간에 갑자기 팀장님이 회의를 소집하신다. 퇴근시간은 가까워져 가는데, 무슨 일 때문에 회의가 소집되는지도 모른 채 일단 회의가 시작되면, 시선은 자꾸 여섯시를 향해가는 시계로만 향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 빨리 회의가 끝나야 퇴근을 할 수 있는데, 자꾸 윗분들은 본인들 무용담을 늘어놓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가 아닌, 그냥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만 지적하신다. 회의의 목적을 미리 알려주고 회의가 소집되었더라면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고, 아이디어도 생각해 보고 회의에 참석하게 되니, 회의 진행도 빨라질 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소집된 회의에서는 회의가 시작된 그 시점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생각해 내려니 답답하기만 하다. 한 리서치 회사에서 근로자들이 회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근로자 10명중 7명이 불필요한 회의가 많다고 여기고 있으며, 회의 문화에 불만족하면서도 41.5%의 근로자가 하루 평균 1회 이상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새 조직구성원들이 회의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용노동부에서 일 생활 균형을 위한 근무혁신 10대 제안에서는 '똑똑한 회의'의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회의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 알람이나 모래시계를 활용하여 시간을 정하고 회의를 진행하며, 주말이나 공휴일 다음날, 퇴근시간 1시간 전에는 회의를 자제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회의 방식을 관리하는 방법으로는, 일상적인 회의는 대화창을 활용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회의 자료는 미리 공유하며, 회의 결과도 마찬가지로 신속히 공유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스탠딩 회의(서서하는 회의)를 도입함으로써 회의 집중도를 높이고 시간을 단축 시키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창의성이 필요한 기업에서는 회의실 이름을 창의적으로 붙이기도 한다. 구글의 경우 소회의실, 중회의실로 붙였던 회의실의 이름을 '조지워싱턴다리', '워싱턴 하이츠'등의 지역이름을 붙여서 사용함으로써, 딱딱한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려고 노력한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의 경우에는 똑똑한 회의를 위해 '스마트 미팅 캠페인'을 실행하는데, 그 내용으로는 첫째, 회의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둘째, 충분한 준비를 마친뒤 진행하되, 셋째, 회의 시간은 가급적 30분을 넘기지 않고, 넷째,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며, 마지막으로 회의실에 스마트 타이머를 비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 캠페인을 실시한 이후 10개월 만에 회의가 약 8%가량 줄었으며, 회의 만족도는 58.1%에서 64.8%로 향상되었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회의에 참석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는 매우 중요한 업무 처리 방식인 만큼 조직의 리더는 어떻게 하면 '똑똑한 회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정시에 출근과 퇴근을 하는 기업문화로의 변화를 위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시차출퇴근제도를 도입한 기업에 대한 지원금 지급이다. 시차출퇴근 제도는 유연근무제도 중 하나로 주 5일 근무를 하면서 1일 8시간 주 40시간의 근무시간은 지키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인데, 이 제도를 통해 부서나 직무의 특성에 따라 출퇴근 시간대를 다양하게 정하여 근로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일정 금액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어린 자녀를 양육 중이라면 이른 아침 여유 있게 아이들 밥 먹이고 어린이집까지 등원 시킬 수 있는 시간을 확보 할 수 있기도 하고, 콩나물 시루 같은 교통지옥 때문에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는 제도이다.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차출퇴근제 도입으로 근퇴 관리에 더욱 손이 갈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한 시간동안 회사에 머물되, 회사에 머무는 한정 된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일 하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직원들을 오랜 시간 회사에 잡아두는 것 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여러 사례들과 연구 결과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쟁점은 바로 근로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더 이상 '시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는 상사가 출근하기 한참 전부터 출근하여 가능한 한 오랜 시간동안 회사에 머무르는 직원들이 일을 잘 한다고 여기는 문화였다. 그 오랜 시간동안 출근상태로 '무엇'을 '어떻게'하느냐는 회사에서 '얼마나'머무느냐 보다 중요한 개념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외 유수의 기업들이 기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근로자들이 회사에 '몇 시간'이나 근무하느냐는 해당 기업의 성과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즉 '얼마나' 근무하느냐 보다 '어떻게'근무하느냐가 성과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업무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는 10시~12시이며, 업무에 집중하기 가장 힘든 시간대는 오후 1시~3시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 10시간 정도 출근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잡담, 흡연, 티타임, 웹서핑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업무만 집중하여 수행하는 시간은 5~6시간 정도라고 대답한 인원이 가장 많았는데, 회사에 오래 머무르고 있다고 한들 그 시간 전체를 업무에 할애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들을 적용하여 일부 기업에서는 '집중 근무시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말한 비교적 업무의 집중도가 높은 시간을 집중 근무시간으로 설정하고 이 시간에는 가급적 회의, 메신저, 티타임, 잡담 등은 자제하고 오롯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해 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 근로자들이 이 '골든 타임'에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와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 공간배치, 소음, 음악, 심지어 근무 공간의 향기까지 고려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이 직장에서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지 않았음에도 정확하게 근무 시간만을 칼처럼 지키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정해진 근무 시간동안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수행 해 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즉 근로자들의 목표는 단지 근무시간만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아닌, '주어진 근무시간 안에 나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퇴근 후 근로자들에게 각종 통신수단을 사용하여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이 근로자의 '쉴'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 한 결과, 직장인 85%가 퇴근 후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퇴근 후 쉬어야 하는 근로자들이 이러한 업무지시 때문에 '쉴'권리를 박탈 당하고 있는 것이다. 메신저로 주어지는 업무들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은 직장과 가정의 구분이 모호해 지고, 하루 종일 메신저에 신경 써야 하는, 퇴근을 했음에도 진정한 의미의 퇴근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업무처리에 있어 메신저의 활용은 효율성을 높여주는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원거리 사람들과 직접 대면 할 필요 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하고, 급히 공유해야 하는 문서들을 출력해서 나눠 줄 필요 없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공유할 수 있으니,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매우 좋은 도구이다. 그러나 이렇게 편리한 도구가 퇴근을 하면 근로자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족쇄'가 되어 버린다.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는 사이 메신저 알림음이 울리면 득달같이 핸드폰을 집어 들고 메신저를 확인해야 한다. 별거 아닌 대화라면 다행이지만, 급하게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던지, 거래처에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 던지 하는 지시가 떨어지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켜야 한다. 업무에 관련된 내용 뿐 만이 아니다. 요즘 메신저들의 경우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표시되는 기능이 있는데, 회사 상사의 메신저를 늦게 확인하기라도 하면 당장 다음날 출근해서 왜 메시지를 빨리 확인하지 않느냐는 잔소리도 들어야 한다. 메신저음이 울리고 다행히 빠르게 메신저를 확인하고, 더욱 다행히 메신저 내용이 업무지시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 상사의 수다가 시작되면 매우 성의 있는 응대도 해 드려야 한다. 퇴근하고 몸은 분명 집에 와 있는데, 또 다시 집이라는 공간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가족이 옆에 있긴 한데, 나는 회사 상사와 동료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도대체 근로자들은 언제쯤 '쉴'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부작용들을 줄이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 금지 등이 포함된 '칼퇴근 법' 제정도 공약 했으나, 얼마 전 발표 된 '100대 국정과제'에는 반영을 유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많은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기업과 업종과 직무 특성별로 업무 지시의 기준과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괄적인 법적 규제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쉴'권리, 퇴근 후에는 업무와 분리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는 끊임 없이 고민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올 해 노동법 개정을 실시하면서 근로자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지털기기 사용에 대해 매년 근로자들과 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즉 퇴근 후에는 회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법을 마련하였다. 독일의 경우도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조치와 관련 된 내용인 '안티스트레스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용노동부에서는 근로자의 일 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해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자제하자는 내용을 포함 한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발표하고 관련 캠패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자의 '쉴'권리는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이다. 법과 제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을 중요시 했던 과거 세대와 현재 나의 삶이 중요한 젊은 세대, 근로자와 경영자가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 할 것이다. '쉬지 않고 달려야' 성공했던 과거에서 '잘 쉬어가며 달려야' 성공할 수 있는 세상으로 변화했음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가 알만한 대기업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다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치열한 직장생활을 내려놓고 산 좋고 물 좋은 제주도로 귀촌하여 아기자기한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살아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만 했던 이들의 결정이, 점차 '그럴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되고, 더 나아가 '부럽다...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 밥 먹듯 하게 되는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승진하게 되면, '아! 행복하다!'라고 외쳤겠지만, 요즘 세대에서는 여름 휴가는 해외여행을 가야지, 주말에는 캠핑을 가야지, 퇴근 후에는 영화라도 보러 가야지만 '아! 나는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고 느낀단다.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들을 향해 혀를 끌끌 차겠지만, 요즘 세대 근로자들은 일 이외의 나머지 나의 '생활'도 내 삶의 일부이고, 또 이 나머지 삶도 소홀하지 않아야 비로소 나의 전체 '삶'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직장 풍경을 살펴보면, 낮에는 일하는 중간 중간 주식 창을 들여다 보거나, SNS 친구와 대화 하거나, 인터넷 쇼핑 들춰보며 설렁설렁 여유있게 일하다가 미처 근무시간에 일을 마치지 못하면 당연히 야근이 시작되고, 이제는 정말 퇴근해야 하니 야근 시간만큼은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곤 한다.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불이 훤히 켜져 있는 사무실을 보고 계신 사장님은 '아! 우리 직원들이 이렇게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구나'라고 흐뭇해 하신다. 34개 OECD 회원국들 중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천193시간으로 평균 1천729시간을 훨씬 앞질러 1위를 기록하였으나,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살펴보면 34개국 중 28위로 하위그룹에 속해 있다. 가장 짧은 시간 일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노동 생산성은 34개 회원국 중 7위에 속해 있다. 즉,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동안 '출근'상태 이지만, 이 긴 시간이 모두 기업의 생산성에 반영되지는 않는, 즉, 비효율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이러한 비효율적인 관행을 줄이고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해 '근무혁신 10대 제안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실천 방안이 바로 '정시 퇴근하기'이다. 정시 퇴근은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며, 정시퇴근을 하는 직원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불성실하다고 여기는 '퇴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첫째, 불필요한 일 줄이기 과제 선정 및 계획을 추진 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들 중에,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일들 중에 정말 필요한 일과 불필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불필요한 일들은 과감히 정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 높으신 분들의 반복되는 훈화말씀과 그분들의 화려한 무용담은 뺀 정말 업무와 관련된 회의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똑똑한 회의가 진행 될 수 있도록 회의 전 미리 자료를 공유하고, 주말이나 공휴일 다음날 아침 회의를 잡아 쉬는 날 회의를 준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정시 퇴근제, 퇴근 독려 방송, 시간 외근무 사전 승인제도 등을 활용하여 근무시간 내에 모든 업무를 마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퇴근 후 다음날 출근 전까지 최소 10시간 정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즉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언뜻 보면 그저 근로자들만을 배려하는 듯 해 보이는 이러한 실천 방안들이 그저 근로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결국 짧은 시간 일해도 집중하여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통해 다시 기업과 조직의 생산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직장인들 뿐 만 아니라 여러 계층들로부터 크게 화제가 된 드라마 '미생'을 보면, 상사로부터 쉴 세 없이 꾸중과 잔소리를 듣고 있는 힘 없는 어린양(·)인 비정규직 신입 직원이 자주 등장한다. 숨 막히는 직장생활에 찌들어가는 신입직원 자신을,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미생'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이들은 오직 정규직이 되는, 즉 '완생'이 되는 날을 꿈꾸며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버텨나간다.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상 과장 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된 이유는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내용이었기 때문 일 것이다. 우리는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를 나눌 때 흔히 대기업인지 아닌지, 알려진 기업인지, 연봉을 많이 주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그러나 막상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일이 힘든 회사라도 존경할 만한 상사를 만나면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만,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못된 상사를 만나면 출근하기가 두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직장인의 이직 사유 80%가 회사 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하니, 심각한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도대체 상사들은 아랫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 왜 상사들은 별것도 아닌 일에 버럭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일까· 왜 상사들은 밤 새워 완성한 아랫사람의 성과를 가로채는 걸까·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 이런 상사들 때문에 오늘도 많은 직장인들은 소주 한잔으로 위로 받으려 술집으로 퇴근한다. 하지만 그 이해할 수 없는 상사들도 신입사원이었던 시절을 거쳐 여러 가지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몸은 조금 편해질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뿐인가 그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일과 동시에 더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힘든 신입시절을 거쳐 약간의 여유와 권한을 얻긴 했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과 압박은 신입사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무겁다. 아직 올라갈 길이 멀기만 한데,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정생활도 소홀해 지고, 연이은 회식과 접대로 건강검진 결과에는 여기저기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코멘트가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많은 상사들은 예전 군대식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 세련된 언어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불편함을 느낀다.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쌓여가도 이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부하 직원들끼리 의견이 충돌하면 두 직원 모두 다치지 않게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조용히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 것, 직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퇴근 후 단합대회를 가지는 것이 상사들의 상사로부터 배운 직장 문화인 것이다. 그러다 누군가는 더 이상 말릴 수 없이 폭발해버리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홀연히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들의 상사들은 그들이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교육은 받았지만 직장 안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모른 채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상사들이 아랫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그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 시대가 원하는 방식에 맞추어 치열하게 살아낸 아픈 흔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사들의 꼰대질을 안타까워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밑에서 근무하는 많은 직원들이 상사를 미워하고 있는 사이에 은연중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부모의 행동을 따라하듯이 직장인들도 그들의 상사를 보고 모방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토록 싫어했던 상사의 행동을 어느 순간 내가 따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싫어하는 상사의 행동을 메모해 두자. 그리고 항상 나는 그런 행동을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처음 들으면 언 뜻 이해하기 힘든 대회가 열렸다. 이른바 '멍 때리기 대회'라 불리는 이 대회는 2014년부터 시작 된 나름 역사를 가진 대회이다. 이 대회의 우승 조건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대회가 시작되면 말을 할 수 없으며, 참가자들에게 심박 측정기를 나눠주고 심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람이 우승을 할 수 있다. 이 대회의 목적은 간단하다. '한국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 로, 그저 그냥 아무 생각 없 이 '멍~'하게 있으면 된다. 마라톤 대회는 42.195km를 완주해야 하고, 미술대회에 나가면 예쁜 그림을 그려내야 하고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면 미친 듯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내야만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대회라니... 처음에 접하면 언뜻 그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수업시간 중에 쏟아지는 햇빛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떨어지는 낙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지나가는 청초한 여학생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선생님께 화끈한 뒷통수를 맞아본 경험들이 있으리라. 그동안 우리는 수업시간에 빽빽하게 적어내려 간 칠판에 필기내용을 한글자도 놓침 없이 받아 적어 내야 하고, 아침에 출근하면 퇴근할 때 까지는 자리를 뜨지 않고 업무를 해 내는 것이 정상이라고 여기고 살고 있는데... 그동안은 어떤 일을 훌륭히 해 내려면 그 일과 관련해서 온 신경을 집중하고 몰입해야만 한다고 생각 해 왔고, 많은 과학자들도 과업의 성공적인 결과를 '몰입'에서 찾아 왔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해야 하며, 잠시라도 그와 관련되지 않은 상황이나 생각을 끌여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즉, 오롯이 몰입해야 성공적으로 일을 완수 할 수 있다고 생각 해 왔다. 현대사회는 많은 매체와, 환경과, 관계와 자본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여러 요인들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이 능력이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을 어떻게 묶어내느냐, 어떻게 연결하느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동안 우리 생각하지 못한 것들과의 조화를 생각하고, 협업을 생각해야 하는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되는데,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의하면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몰입'의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일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특히 그냥 멍때리는 과정에서 더욱 쉽게 떠오른다고 한다. 사실 너무 한 가지 일에 몰입하다 보면 그와 관련된 정보들만 수집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책하고, 사색하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하고...의 일종의 멍을 때리는 행동을 하다보면, 그동안 내 머릿속에 입력 되어 있던 다른 정보들과 기억들이 스멀스멀 떠오르게 되기 때문에 몰입의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정보들을 활용 할 기회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가 '유레카'를 외친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문뜩 예고 없이 떠오르는 일이 많다. 고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멍때리는, 뇌를 쉬게 해주는 일이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격한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뉘이는 것처럼, 거창하게 멍때리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시원한 음료 한잔을 들고 시원한 길을 걸으면서 일이 아닌 초록색 풀잎을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고, 아니면 그냥 걷는, 잠시 내가 고민하는 일과 거리를 두고 나만 알 수 있는 내 머릿속의 '딴 생각'을 맘껏 해 보는 건 어떨까.
요즘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면서 연봉만큼이나 중요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이름도 생소한 '워라밸'이다. '그 회사는 연봉은 많은데 워라밸이 힘들어', '이 회사는 연봉은 적은데 워라밸은 괜찮은 편인 듯'. 직장을 구하는 젊은이들의 대화이다. 도대체 워라밸은 무엇이란 말인가. 워라밸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Life Balance:일-가정 균형)의 줄임말로, 인생은 한번 뿐이라며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를 일컫는 일명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와 함께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말로 많이 쓰이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정의 이슈를 끌어들이는 사람, 퇴근하고 집에 올 때 일할 것들을 싸 오는 사람들을 능력이 없는 사람을 치부하곤 했는데, 이는 산업 사회가 구축 해 놓은 일과 나머지 삶 사이의 단단한 경계로부터 시작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사회의 변화 속도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면서, 일과 일 이외의 삶이라는 두 영역 사이에 역할 갈등 현상이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 문제는 더욱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렇듯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과 생활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많은 문제들 때문에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가 많아지고, 또한 이러한 문제가 개인의 마음가짐이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일을 하는 기업과 국가적 분위기가 함께 엮여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이는 현대사회에서, 많은 기업들은 그들이 확보한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조직에 붙잡아 놓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은다. 가장 기초적이고 손쉬운 금전적인 보상은 그 방법이 쉬운 만큼 어느 기업에서나 제시 할 수 있는 그다지 매력 없는 당근인데, 특히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금전적 보상은 인재들이 직장을 선택하는데 있어 고려하는 많은 조건들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전의 고정된 업무 시간과 업무 처리 방법이 비교적 자유로워 졌으며, 이러한 환경 때문에 근로자들은 본인의 일과 삶의 활동의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정보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개인의 삶에서 얻어진 많은 정보들이 일에 적용 될 수 있다는 많은 문헌 연구들을 통해 우리는 이 두 영역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함을 짐작 할 수 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상황에서 상사로부터 꾸짖음을 당하고 나면 퇴근 하고 집에 가서도 기분이 나빠 가족들에게 짜증을 냈던 경험이 있을 것이며, 심한 부부싸움을 하고 출근하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여 일에 집중 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엑셀을 다루는 기술을 활용하여 가정에서 작성하는 가계부를 만든 경험이 있을 것이며, 퇴근 후 집에서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이용해 업무에 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는, 일과 일 이외의 삶은 결코 단절 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만 챙길 것이 아니라, 일 이외의 삶에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무실에 즐거운 음악이 흐르고, 회사에 꾸며진 고급 카페테리아에는 원하는 때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간식들이 구비 되어 있으며, 호텔 뷔페에 버금가는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근로자들의 직장생활의 만족도가 결국 그들의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례들을 학습한 기업들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워라밸'을 중요시 하는 젊은 인재들의 가치관을 살펴보고 그들이 일 이외의 삶에까지 만족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 역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기업이 고려해야 할 몫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채용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지금, 여러 매체를 통해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채용 과정에서의 후일담들을 심심치 않게 살펴볼 수 있다. 인사 담당자들에 의하면 어떤 분야이든 1등만을 요구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해당 기술이나 역량은 조금 떨어진다해도, 얼마나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주위 사람들과 팀을 이루었을 때 양보하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지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와 요구와 관련하여,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서도 직업인이 가져야할 '기초직업능력' 10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직장인들에게는 '의사소통능력'이 필요하다. 의사소통능력이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거나 문서를 통해 의견을 교환할 때 상호간의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전달 받을 수 있는 능력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근로자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요구 되는 역량이다. 두 번째 직장생활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칙연산과 도표 또는 자료를 정리, 요약하여 의미를 파악하거나 도표 등을 이용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객관적인 판단근거를 효과적으로 제시 할 수 있는 '수리능력'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장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어느 정도의 수리적 분석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직장생활에서 업무수행 중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창조적,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통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적절히 해결하는 능력인 '문제해결능력'도 요구된다. 최근 기업과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더욱 복합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의 문제해결능력의 기업의 생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역량이다. 네 번째 지금은 더 이상 처음 입사한 직장이 평생직장이 아닌 시대이며, 과거 기업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했던 문화는 이제, 기업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성장하는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 적성, 특성 등의 이해를 기초로 자기 발전 목표를 스스로 수립하고 자기 관리를 통해 성취해 나가는 능력인 '자기개발능력'도 필요하다. 다섯 번째, 기업에서 활용하는 자원의 범위와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직장생활에서 시간, 예산, 물적자원, 인적자원 등의 자원 가운데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여 실제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에 따라 확보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관리할 수 있는 '자원관리능력'도 요구된다. 여섯 번째, 직장생활에서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조직 내부 및 외부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인관계능력'도 필요하다. 일곱 번째, 매일 수만가지의 정보가 생성되고 소멸될 정도로 변화가 빠른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정보 중 필요한 정보를 숙립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여덟 번째, 직장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술들을 이해하고, 효율적인 기술을 선택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 '기술능력'또 빠질 수 없는 역량이다. 아홉 번째,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영과 업무를 이해하고,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써 경쟁 조직들에서 우리 조직의 위치, 우리 조직 내에서 나의 역할 등을 이해하는 '조직이해능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윤리적 규범을 따라야 한다. 점점 여러 사람과, 조직과, 기업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야만 하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간의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직업윤리'는 직장인이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연일 새 정부에 일하게 될 각 부처 수장을 뽑는 청문회로 온 언론이 달아올라있다. 새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는 후보로 오른 여러 후보자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평가도 해 보았건만, 이제는 국민들조차 새로운 시작을 하는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쪽 눈을 질끈 감고 넘어가야 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새이다. 연일 이어지는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다양한 흠결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중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후보자 자녀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왠지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 생각 해 보게 된다. 새 정부의 장관으로 임명 된 고위 공직자 중 한 경우를 살펴보면, 장녀의 위장전입 전력과 미국 국적 보유 탓에 새 정부의 인사 원칙에 위배된다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고,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해당 장관이 후보자 시절, 그의 자녀가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는 의지를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고위 공직자들을 검증하기 위한 5대 원칙을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인재는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힌 바 있어, 해당 후보자 장녀의 위장전입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지만, 사실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으로, 불법적인 행위는 아니다. 고위 공직자 자녀의 외국 국적 문제는 이전 정부에서도 내내 지적 되었던 문젯거리였다. 2014년 임명 된 재외 공관장은 결국 자녀의 이중국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임명되었으며, 이를 이행해야 하는 기간까지(1년 6개월 이내) 명시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자녀의 이중국적 혹은 외국 국적을 문제 삼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외교부 자료를 살펴보면, 외교관의 자녀 90%가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남성의 경우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성인이 된 자녀가 국적을 선택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지만, 대다수 이들을 바라보는 평범한 국민들은, 부모의 지위나 권력의 혜택이 그들의 자식에게까지 쉽게 전달된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대학생들의 필수 스펙 중 하나가 외국 어학연수 또는 봉사활동이다. 학기 중 짧게는 몇 주 부터 길게는 1년 정도 영어권 나라에 어학연수나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누군가는 연수 기간에 몇 배에 달하는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또 자녀의 연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하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도 신기할 일이 아니다. 자녀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더 많이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지만, 이를 뒷받침 해 주기 힘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한없는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 고위 공직자 자녀의 이중국적이나 외국 국적에 대한 지적은, 자녀들을 위한 외국 연수나 봉사활동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은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부모를 따라 외국 생활을 하게 된 자녀들 또한 그들이 선택한 삶이 아니었기에, 이들에 대한 비판 역시 정당화 될 수 없다. 부모의 직업이나 상황 때문에 외국 생활을 하게 된 자녀에게 그들이 가질 국적에 대해 상의는 할 수 있지만, 어찌 되었든 성인이 된 이상 국적을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엄마가 혹은 아빠가 장관을 해야 하니 국적을 바꿔야겠다고 강요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이러한 강요가 또 다른 의미의 연좌제는 아닐까 정말 능력 있는 적임자라면 자녀의 이중 국적이나 외국 국적에 대해서는 한 눈을 질끈 감고 조용히 넘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문제는 차차 사회적인 이해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 보다 뜨거운 교육열을 자랑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부모와 자식 간 역할과 도리 문제는 참 어찌할 수 없는 어려운 숙제이다.
새 정부의 '일자리'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듯 매일 보는 뉴스에는 정부와 대통령의 '일자리'와 관련된 행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화재가 되고 있는 것은 '일자리 추경' 11조 편성이다. 정부는 이 예산을 활용해 향 후 5년 간 소방, 경찰, 교육공무원, 사회복지사 등을 중심으로 17만4천여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 같은 변화의 일환으로, 올해 공무원 채용 규모는 6만여 명에 달해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이전에 누려보지 못한 활황을 누리고 있는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즐거운 비명이 들리지만, 이러한 소식 때문에 공무원 시험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경쟁률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지방의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들 역시 안 그래도 지방 중소기업으로의 인재 영입이 힘든 지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로 인해 인력난이 더욱 심화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왜 이렇게 젊은이들은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낮은 연봉을 받고 일해야 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무원 시험에 열광하는 것일까. 얼마 전 화제가 된 서울대 졸업생의 9급 공무원시험 응시 인터뷰에서 그는, 고용불안감이 없는 직장이라는 이유를 가장 먼저 꼽았다. 뒤 이어 왜 기업에 취업하려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생각보다 열약한 근무 환경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지방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 지방 중소기업을 꺼려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면, 낮은 연봉과 더불어 나오는 대답이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직장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 직업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 직업의 사전적 의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의미하며 직장은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이다. 다시 말해 직업은 소프트웨어를, 직장은 이러한 소프트웨어가 구동되는 하드웨어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처럼 매우 훌륭한 기계만 있다고 해서 휴대폰이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그 핸드폰에 깔린 여러 가지 어플리케이션들이 목적대로 잘 활용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휴대폰의 기능을 다 하는 것이다. 일자리에 대한 개념도 마찬가지이다. 일자리를 구하는데 있어 먼저 나의 능력과 적성과 일치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러한 나의 능력과 적성이 잘 발현될 수 있는 직장을 구해야 하거늘, 우리는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으리으리하고 깔끔한 '직장'만을 쫓아가는 모양새이다. 깔끔한 사무실, 정시 출근과 퇴근, 고용불안감 없는 고용구조를 가진 '직장'인 공공기관에서 정작 공무원들이 수행하는 행정과 민원, 사무업무가 과연 나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것인지 생각할 기회는 있었을까. 사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생각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들이 가진 능력과 적성을 발현 할 좋은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닌 '어디'에 취직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법한 대기업에 입사하면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대기업에 입사한 사실이 중요할 뿐. 지방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우리 아이가 대기업에 다니는 다른 집 아이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다 해도, 대기업에 아이가 합격한 엄마들만 거하게 밥을 사는 세상이다. 청년들의 취업이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지금의 상황을 잠시나마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여러 가지 노력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우려하듯 지금의 방법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청년들에게 좋은 정책만은 아닐 것이다. 노량진에 모인 많은 젊은이들의 원래 장래희망이 공무원은 아니었음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단 시급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 한 후에는, 결국 젊은이들이 처음 꿈꾸었던 장래희망을 실현 할 수 있도록, 실패해도 금방 재기 할 수 있도록, 설사 처음 생각했던 길이 아니라서 다른 길을 선택 하더라도, 이러한 활동들이 비난 받을 일이 아닌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로써 인정 해 주고, 그들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안전망을 만들어 주는 것이 청년들을 위한 궁극적인 지원 정책이 아닐까.
숨이 멎어 버릴듯한 긴장감을 안고 들어간 면접장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 그지없는 답변들로 채워졌던, 다시 생각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끄러운 면접을 거쳐 드디어 고르고 고른 내 사진이 들어간 사원증을 받은 날이 불현 듯 떠오른다. 드디어 첫 출근하는 대망의 아침, 며칠 전부터 골라놓은 옷을 구겨지지 않게 조심조심 챙겨 입고, 머리모양은 괜찮은지, 피부상태는 괜찮은지, 내 몸에서 좋은 냄새는 나는지... 해도 뜨기 전부터 준비를 마치고는 9까지 출근 하면 된다는 회사 관계자분의 말에, 신입사원의 부지런함을 보여드리려 8시가 되기도 전에 출근했더니, 깜깜한 사무실은 아직 문이 굳게 잠겨있어, 사무실 문이 열릴 때까지 회사 주변을 서성이던 첫 출근 하던 날 아침. 분명 이 날만은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 내가 온 세상을 바꾸리라는 원대한 꿈도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는 그런 아침이었다. 한 시간 정도 간단한 업무 관련 교육을 받고, 드디어 나의 선배님이 주신 첫 임무는 열장 정도 되는 보고서 내용을 찬찬히 읽고 잘 숙지하면서 다섯 부 복사 해 드리는 일이었다. 이정도 쯤은 일도 아니라는 듯 자신만만하게 보고서를 받아들고 드디어 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평화로운 분위기는 잠시, '복사시작'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복사기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의 이목이 복사기로 집중되고, 나의 선배는 놀란 눈으로 다가와서 문제를 살피시더니, 아뿔사! 클립으로 묶여진 보고서를 클립을 제거하지 않은 채로 복사기에 밀어 넣어 버렸던 것이다. 한 장씩 읽어 들어가야 하는 복사기의 롤러가 클립을 만나 굉음을 내는 동안 나는 정말 쥐구멍이라고 있으면 숨어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럽고 창피했다. 첫 출근하던 날 아침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나의 자신감은 저녁 퇴근시간 무렵,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라는 느낌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후로도 나의 선배는 심심치 않게 사고(·)를 치는 나를 갓난 아이 다루듯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고 가르쳐 주시느라 나보다도 더 많이 분주하시고 바쁜 나날을 보내셨다. 요즘,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많음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힘들게 취업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이슈화 되어 있는 듯하다. 젊은 친구들을 채용하는 기업체 사장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끈기가 없고 이기적이라 그렇다고들 하신다. 취업하자마자 퇴사한 친구들에게 왜 퇴사했냐고 물어보면, 선배들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싫어서 그만둔다고들 한다. 하나의 현상을 두고 채용하는 쪽과 채용당하는 쪽의 입장이 이리도 다르니, 이를 어찌 해결 할 수 있을까...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은 머리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일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을 채용한 사장님들은 이들의 가슴에 무엇이 있는지 헤아리고, 이들이 가슴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이해와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도,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회사가 성장해야 한발 더 그 꿈에 다가갈 수 있음을 유념하고, 나는 조직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나를 가르치고 챙겨주셨던 그 선배는 앞으로 이 회사에서 많이 배우고 자리 잡아서 10년이 지나면, 그땐 막내인 내가 승진도 하고 능력도 쌓아서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씀을 자주 해 주시면서, 본인이 알고 있는 노하우들을 아름아름 전수(?)해주셨다. 아주 운 좋게 훌륭한 선배님을 만난 것이 나의 행운일 수도 있지만, 좋은 선배를 또는 좋은 후배를 만나는 것이 그저 행운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조직을 움직이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선배가, 또는 좋은 후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기저기 장미넝쿨에 불긋불긋 탐스러운 장미가 흔한, 강력한 미세먼지 때문에 망설여지긴 하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 밖으로 나와 숲길을 걸으면 상큼한 공기가 박하 향을 맡는 것처럼 싱그러운,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왠지 주말이 되면 어디든 떠나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드는, 그래서 자꾸 인터넷 검색창에 가볼만한 곳을 찾게 되는 지금, 대학교 4학년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TV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아침 6시 반, 비교적 한산한 버스를 타고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한 창밖을 바라보며 토익학원으로 향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 들어서기 전, 매일 이어지는 명당자리 쟁탈전을 치루고 얻은 황금같은 자리에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아직 맑지 않은 정신을 다독여서 겨우겨우 2시간의 수업을 버티고(·)나면 근처 편의점에 들러 누군가는 컵라면, 누군가는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한다. 종종걸음으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잠시 쉬는 시간에는 오늘까지 제출해야 하는 레포트를 해결해야 한다. 일과 후에 빽빽하게 잡혀있는 여러 가지 일정들 때문에 학교 밖으로 나가면 레포트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여유로운 학교 수업 일정을 마치면, 다시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으로 향한다. 학교수업에 필요한 책들은 학교 사물함에 넣어놓고 왔지만, 그래도 가방은 두꺼운 교재와 틈틈이 사용해야 하는 노트북 때문에 천근만근이다. 강사가 하는 이야기들을 한 가지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쉴 세 없이 빽빽하게 필기하고 이해하다 보면 어느새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업이 마무리 된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집에 갈 순 없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스터디 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분야에 취업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여 결성 한 이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친구들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를 만들어 가야지만 나도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수업이 끝난 학원 휴게실에 노트북을 펴고 앉아 한참을 스터디 모임에 필요한 자료 준비에 공을 들이다 보면 모임에 가야 할 시간이 금 새 다가온다. 여러 가지 각자 준비 해 온 좋은 정보들을 공유하다보면 마지막엔 항상 바늘구멍보다 통과하기 힘든 취업의 문에, 원망과 한탄을 쏟아내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하지만, 이러한 신세 한탄도 여유롭게 쏟아낼 겨를이 없다. 집에 들어가기 전 커피숍 구석에 홀로 앉아 노트북을 펴고 온라인 채용 싸이트들을 둘러보고, 몇 군데 적당 해 보이는 곳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보니 밤 12시가 다 되어간다. 이런 생활은 취준생들에겐 일상적인 일이라는 학생의 인터뷰가 왠지 마음에 남는다. TV 화면은 독일의 청년이 본인의 진로를 정하기 위해 2년 간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명 다른 것은 독일 청년은 여행과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는 중이었고, 우리나라의 취준생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독일의 청년은 본인이 앞으로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고, 우리나라의 취준생은 기업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일자리 문제가 대통령의 1번 과제가 되어버린 어찌 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취업'만을 생각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잠시 탐스러운 장미 넝쿨 앞에서 사진도 찍고, 싱그러운 숲길에서 기지개도 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훌쩍 바다도 보고 산도 둘러보면서 잠시 '취업'이라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숙제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유치원 다닐 때 나의 장래희망은, 초등학교 다닐 때 나의 장래희망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보았으면 한다. 과연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지금 행복한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 좋은 계절 놓치지 말고 짬을 내어 '휴식' 해 봅시다. 잠시 휴식하는 것도 취업을 준비하는 일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인터넷 검색창에 '청년'을 검색하면 '일자리', '취업'등과 관련된 정보들이 잔뜩 쏟아진다. 청년에 대한 이야기는 곧 청년 일자리에 대한 걱정으로 귀결되고, 청년들을 향한 걱정 어린 시선과 관심은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정책과 사업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관심과 걱정은 매우 감사 할 일이지만, 이러한 관심과 걱정에서 비롯된 청년들을 위한 그 많은 정책들이 유독 걱정의 당사자인 청년들에게 깊숙이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기업은 글로벌 저성장의 늪에 빠져 점점 그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고,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정부로서는 청년 취업의 대안으로 청년 창업을 제안하였다. 더 이상 기업에게 청년들의 일자리를 부탁할 수만은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청년 창업이라는 대안은 꽤나 솔깃해 보이지만 정부가 그동안 내 놓은 청년 창업을 위한 정책과 쏟아 부은 돈을 생각하면 정부의 청년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간 정부의 창업 정책은 시장 선택에 의해 창업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닌,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에게 정책 자금 공급의 역할 정도만 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어렵게 창업한 벤처기업에 청년 인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 한 것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 대한 실제적인 지원이 아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길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까지 창업을 위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현상은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고, 정작 가장 기초적으로 필요한 창업을 위한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고 있는 모양새 이다.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을 가지라고 독려하면서 정작 창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보듬고 구제하는 문제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정부나 기업의 청년 창업 지원 대책은 적어도,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동등한 사회인으로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투자는 곧 미래 가치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시작해야 하거늘, 그저 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이라도 해 보라는, 그러면 필요한 자금을 좀 융통해 주겠다는 '배려'의 관점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까지 정부 시책과 최근 유행을 따라 많은 창업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그저 '도전하라!'라는 정도의 두루뭉술한 얘기들이 주를 이루며, 설령 창업을 하고 비교적 좋은 성과를 대고 있는 청년이라 할지라도, 결국 이러한 '경력'을 활용 해 다시 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는 지금의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기업의, 정부의 일자리 개수를 늘리고 이러한 일자리에 청년들을 집어 넣으려는 정책은 우리 모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이러한 현상의 대안으로 청년들을 취업시장에 끌어들이면서 그저 돈으로 해결하려는 어른들의 '배려'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청년 창업자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것 말고 우리는 건전한 창업 실패자들이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인식개선이 필요 해 보인다. 다른 청년들과 다른 길을 걷는 청년 창업자들에게 성공에 대한 압박을 줄여주고 냉정하게 실패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또한 옆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청년 창업 실패자들을 잠재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인력으로 볼 수 있는 인식의 변화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건전하게 실패한 청년 창업가들이 겪는 신용, 세금 체납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제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개선이 필요 한 것이다. 청년들에게 '도전하라!'라고 말하기 전에 그들이 실패해도 다시 시도 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과, 청년은 배려의 대상이 아닌 무한한 가치를 가지 미래 자본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절실한 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