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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9.17 13:42:00
  • 최종수정2017.09.17 13:42:00

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퇴근 후 근로자들에게 각종 통신수단을 사용하여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이 근로자의 '쉴'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 한 결과, 직장인 85%가 퇴근 후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퇴근 후 쉬어야 하는 근로자들이 이러한 업무지시 때문에 '쉴'권리를 박탈 당하고 있는 것이다. 메신저로 주어지는 업무들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은 직장과 가정의 구분이 모호해 지고, 하루 종일 메신저에 신경 써야 하는, 퇴근을 했음에도 진정한 의미의 퇴근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업무처리에 있어 메신저의 활용은 효율성을 높여주는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원거리 사람들과 직접 대면 할 필요 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하고, 급히 공유해야 하는 문서들을 출력해서 나눠 줄 필요 없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공유할 수 있으니,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매우 좋은 도구이다. 그러나 이렇게 편리한 도구가 퇴근을 하면 근로자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족쇄'가 되어 버린다.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는 사이 메신저 알림음이 울리면 득달같이 핸드폰을 집어 들고 메신저를 확인해야 한다. 별거 아닌 대화라면 다행이지만, 급하게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던지, 거래처에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 던지 하는 지시가 떨어지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켜야 한다. 업무에 관련된 내용 뿐 만이 아니다. 요즘 메신저들의 경우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표시되는 기능이 있는데, 회사 상사의 메신저를 늦게 확인하기라도 하면 당장 다음날 출근해서 왜 메시지를 빨리 확인하지 않느냐는 잔소리도 들어야 한다. 메신저음이 울리고 다행히 빠르게 메신저를 확인하고, 더욱 다행히 메신저 내용이 업무지시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 상사의 수다가 시작되면 매우 성의 있는 응대도 해 드려야 한다. 퇴근하고 몸은 분명 집에 와 있는데, 또 다시 집이라는 공간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가족이 옆에 있긴 한데, 나는 회사 상사와 동료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도대체 근로자들은 언제쯤 '쉴'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부작용들을 줄이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 금지 등이 포함된 '칼퇴근 법' 제정도 공약 했으나, 얼마 전 발표 된 '100대 국정과제'에는 반영을 유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많은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기업과 업종과 직무 특성별로 업무 지시의 기준과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괄적인 법적 규제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쉴'권리, 퇴근 후에는 업무와 분리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는 끊임 없이 고민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올 해 노동법 개정을 실시하면서 근로자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지털기기 사용에 대해 매년 근로자들과 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즉 퇴근 후에는 회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법을 마련하였다. 독일의 경우도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조치와 관련 된 내용인 '안티스트레스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용노동부에서는 근로자의 일 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해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자제하자는 내용을 포함 한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발표하고 관련 캠패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자의 '쉴'권리는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이다.

법과 제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을 중요시 했던 과거 세대와 현재 나의 삶이 중요한 젊은 세대, 근로자와 경영자가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 할 것이다. '쉬지 않고 달려야' 성공했던 과거에서 '잘 쉬어가며 달려야' 성공할 수 있는 세상으로 변화했음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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