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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서울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가 알만한 대기업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다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치열한 직장생활을 내려놓고 산 좋고 물 좋은 제주도로 귀촌하여 아기자기한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살아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만 했던 이들의 결정이, 점차 '그럴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되고, 더 나아가 '부럽다...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 밥 먹듯 하게 되는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승진하게 되면, '아! 행복하다!'라고 외쳤겠지만, 요즘 세대에서는 여름 휴가는 해외여행을 가야지, 주말에는 캠핑을 가야지, 퇴근 후에는 영화라도 보러 가야지만 '아! 나는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고 느낀단다.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들을 향해 혀를 끌끌 차겠지만, 요즘 세대 근로자들은 일 이외의 나머지 나의 '생활'도 내 삶의 일부이고, 또 이 나머지 삶도 소홀하지 않아야 비로소 나의 전체 '삶'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직장 풍경을 살펴보면, 낮에는 일하는 중간 중간 주식 창을 들여다 보거나, SNS 친구와 대화 하거나, 인터넷 쇼핑 들춰보며 설렁설렁 여유있게 일하다가 미처 근무시간에 일을 마치지 못하면 당연히 야근이 시작되고, 이제는 정말 퇴근해야 하니 야근 시간만큼은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곤 한다.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불이 훤히 켜져 있는 사무실을 보고 계신 사장님은 '아! 우리 직원들이 이렇게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구나'라고 흐뭇해 하신다.

34개 OECD 회원국들 중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천193시간으로 평균 1천729시간을 훨씬 앞질러 1위를 기록하였으나,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살펴보면 34개국 중 28위로 하위그룹에 속해 있다. 가장 짧은 시간 일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노동 생산성은 34개 회원국 중 7위에 속해 있다. 즉,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동안 '출근'상태 이지만, 이 긴 시간이 모두 기업의 생산성에 반영되지는 않는, 즉, 비효율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이러한 비효율적인 관행을 줄이고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해 '근무혁신 10대 제안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실천 방안이 바로 '정시 퇴근하기'이다. 정시 퇴근은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며, 정시퇴근을 하는 직원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불성실하다고 여기는 '퇴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첫째, 불필요한 일 줄이기 과제 선정 및 계획을 추진 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들 중에,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일들 중에 정말 필요한 일과 불필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불필요한 일들은 과감히 정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 높으신 분들의 반복되는 훈화말씀과 그분들의 화려한 무용담은 뺀 정말 업무와 관련된 회의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똑똑한 회의가 진행 될 수 있도록 회의 전 미리 자료를 공유하고, 주말이나 공휴일 다음날 아침 회의를 잡아 쉬는 날 회의를 준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정시 퇴근제, 퇴근 독려 방송, 시간 외근무 사전 승인제도 등을 활용하여 근무시간 내에 모든 업무를 마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퇴근 후 다음날 출근 전까지 최소 10시간 정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즉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언뜻 보면 그저 근로자들만을 배려하는 듯 해 보이는 이러한 실천 방안들이 그저 근로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결국 짧은 시간 일해도 집중하여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통해 다시 기업과 조직의 생산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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