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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순

즐거운교회 담임

산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나 아마도 건강을 위해서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을 듯하다. 과거에는 별로 찾는 이가 없던 심산계곡에도 요즈음에는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다. 보통 봄이나 가을에 등산을 즐기지만 필자의 경우 역시 등산은 겨울이 가장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눈꽃'은 물론이거니와 '상고대'와 '고드름'까지 볼 수 있는 산행이라면 더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겨울왕국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점은 산이 높고 낮음을 떠나 산행 자체가 우리네 인생살이와 닮은꼴이라는 점이다. 우선, 산을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인 것이 그렇다.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도 있고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도 있다. 능선을 오르노라면 조망은 좋지만 가파른 들머리가 숨을 가쁘게 만든다. 게다가 겨울엔 온 몸으로 칼바람을 맞아야 한다.

계곡을 따라 오르노라면 때로는 '너덜'길을 만나 균형을 잡기도 어렵고 조망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게다가 막바지 정상을 오르는 길은 너무 가파르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마지막에 만나는 정상의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노라면 계곡을 오르는 동안의 땀과 고통을 잊게 해준다. 능선길이든 계곡길이든 각각 장단점이 있다.

인생길도 마찬가지다. 선택하는 직업군도 다양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성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하거나 좌절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산행과 닮았다. 여러 명의 산우들과 함께 하더라도 등정의 성공여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나 할까?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인생길도 마찬가지. 설령 부모든 가족이든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법. 자신이 선택한 길은 오롯이 자신이 그 결과를 감내해야 한다.

어렵게 정상에 올랐다 해도 다시 내려와야 한다. 정상을 정복했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수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일수록 정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목숨을 내어놓지 않는 한, 다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정복(征服)이 아니라 등정(登頂)이라고 해야 맞다. 게다가 내려오는 길은 더 위험하다. 대부분의 사고는 하산 길에 일어난다.

인기하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연예인들도 있고 노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인기하락이나 경착륙(硬着陸)에 대한 공포가 유명인과 노년을 위협한다. 경제에서도 비행에서도 연착륙(軟着陸)이 불가능할 경우 심각한 불황이나 패닉상태에 빠진다. 어떻게 오를 것인가? 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내려올까? 가 문제의 핵심이다.

안전한 하산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야 하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도 산행과 인생의 유사점이다. 정상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듯이 인생도 정점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 안전한 하산을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듯 삶에서도 자기관리는 물론 주변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정점에 올랐던 이들이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에만 이용하다 위기에 처했을 때 등을 돌리고 외면당하는 것은 그들의 배신이라기보다는 관리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 더 크다. 자신의 목적달성에만 이용하고 버린 결과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정점에 섰을 때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닌 만큼 도와준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 성경의 가르침도 자만심을 경계하고 있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고전10:12)"

산행에서 배우는 겸손함과 자기관리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적어도 사람도 잃고 삶도 잃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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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