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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한국교통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3월의 생동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봄날이 기대되는데 아직 봄은 저만큼 멀리 있는 듯 가끔씩 추운 날씨가 몸을 움츠리게 하고 마음까지 오그라들게 한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지고 햇빛도 따사로운 것이 제법 포근한 봄날이다. 역시 세월은 흘러간다.

언제 졸업식을 했는지 그새 신입생이 들어오고 새로운 시작을 한 캠퍼스의 분위기는 한결 생동감이 넘친다. 추운 날씨에도 젊음의 열기와 신선함으로 온통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참으로 많은 복을 받은 사람이다. 이런 행복감을 해마다 누리며 느끼며 살고 있으니.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지역 공동체에서도,

3월의 학교는 참으로 추웠던 기억이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는 겨울옷을 입고 나간다. 오후에는 따뜻해져서 다소 도움이 되지만 강의실은 또 어떤가· 추운 데도 연료비 때문에 난방은 안 되고 강의실의 양지쪽에 않아서 떠들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도 꽤 춥다고 느껴지던 때이다. 달력에는 봄이 왔건만 우리의 생활 속은 아직도 겨울이었다. 모두들 동감하는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다. 젊음과 패기만으로는 늘 부족했던 허기를 채우려고 부단히도 뛰어다니고 독서하고 사색하고 분노하고 소리쳤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졸업 후 어디를 갔는지 궁금한 얼굴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미 은퇴한 놈, 은퇴 후 새로운 사업을 한 녀석, 졸업 후 시작해서 아직도 개인 사업을 하며 늘 푸근하게 남을 도우며 사는 친구, 직장에서 높은 데 있으면서 이제는 내려갈 때라고 말하는 친구, 아직도 지가 청춘인 것처럼 만나면 열변을 토하며 기개를 자랑하는 친구, 멀리 에콰도르까지 가서 하던 일을 계속하며 새로운 인생을 즐기는 친구, 아직도 그때처럼 똥 폼 잡고 다니는 놈. 이미 천국에 간 친구도 있다.

모두 제 잘난 멋에 나름의 인생을 살아왔다. 아버지, 어머니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준비하던 때가 바로 직전이었는데 어느새 우리의 무대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부보님의 무대는 이미 사라지고 자녀의 무대가 등장하는 때가 되었다. 인생무상을 고교시절 국어교과서에 볼 땐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다가올 줄이야!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부모입장에서, 선생입장에서 보는 것과 당사자 본인입장에서 보는 것이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럼 가장 어려운 것은? 쉬운 것은 알겠는데 어려운 것은 모르겠다. 쉬운 것은 남에게 충고하는 것. 나는 입장을 이해하고 말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를 알고 이해한단 말인가? 피상적으로 밖에. 그저 자기생각과 함께 자기의 가치관을 전수하려는 것이리라. 그래도 경청하고 따라주니 고맙다. 덜컥 걱정되는 애들이 가끔 있다. 내가 충고한대로 따르는 학생들. 참으로 부담된다.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그들을 위해 더 자주 만나고 격려하곤 한다.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다른 분들이 내게 한 것처럼. 나는 많은 분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오늘까지 왔다고 고백한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나의 정체감이 확립되고 자존감이 회복되고 꿈도 생기고 목표도 생기고, 열심도. 운도 따랐다. 내가 만난 모든 분들은 나보다는 좋은 분들이다. 내가 나의 소중함을 알았을 때, 나는 나의 모든 것이 변했음을 알았다. 남들만 보던 것이 나를 보았다. 지금의 동료들, 과거의 친구들, 학교의 학생들, 이웃들…. 모두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한걸음씩 다가오는 무서운 공포감이 있는가? 너무 상심말자. 지나온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이까이 것 못 견딜까? 마음을 담대하게 하고 강하게 하고 눈 딱 감고 견딥시다. 왜냐면 당신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분입니다. 명예? 체면? 자존심? 남들의 평가? 너무 두려워 맙시다. 그것들은 그림자이고 껍데기임을 잘 알지 않습니까? 내게 가족이 있는 한 가족만이 내가 의식하고 존재해야 할 이유입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우리의 소중한 가족을 지키겠습니까? 특별히, 그(그녀)에게 당신은 정말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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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