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사직산단 문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사직산단을 '기회발전 특구'로 지정받아 산단 조성을 강행하는 보은군과 입주 예정인 화학공장의 폭발사고 및 독성가스 유출을 우려해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사직·고승리 산단 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투위)를 결성하고 연초부터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조상 대대로 살던 땅에서 주민을 내모는 행위는 비민주적 행위이자 폭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을의 농토가 대부분 산업단지로 편입되면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오는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가냐며 주민들을 생계위협으로 몰아넣는 장본인이 보은군이라고 강력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보은군은 마을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민의 생업과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2025년 착공에 맞춰 추진을 계속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계속 추진되면서 '반투위'는 보은읍내와 군청,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 또는 마을에서 반대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보은군은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진행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여름에는 보은군의 각종 사회단체에서 '사직산단이 필요하다'는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 '반투위'를 보은군 발전을 저해하는 세력으로 몰아부쳤다. 민민갈등이 극에 달한 와중에도 보은군은 뒷짐지고 소통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특히 '군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살기좋은 보은을 만들겠다'는 민선 8기의 보은군수는 반대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보다는 사회단체의 현수막 뒤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는 '기회발전특구'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2013년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는 유해화학물질이 인체에 얼마나 위험하고 안전하게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유해화학물질 누출 및 폭발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여 반도체 유해화학물질 공장이 들어오면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친다. 특히 사직산단에 입주 예정인 TEMC㈜에서 사용하는 '디보린'은 사람이 접촉할 경우 폐렴과 폐부종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가스인 동시에, 공기와 접촉하면 폭발성이 매우 높은 물질이라며 주민들은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4월 보은산단에 입주해 있는 TEMC㈜에서 원인미상의 폭발이 발생하였고, 입주 예정인 한국카본㈜ 역시 2002년 12월 15일 폭발사고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 11월 음성 금왕의 산업단지에서는 성분을 알 수 없는 유해가스가 유출되어 인접한 논의 벼와 나뭇가지가 말라 죽고 송아지 40~50마리가 폐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사고는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반대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민주적 절차를 위반하고 밀실에서 진행한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은 지난 11월 발표한 '기회발전특구'는 입주기업의 법인세를 100% 면제해 주는 특혜로 법인세 결손을 가속화해 국가재정을 악화시키고 그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주민과 행정의 갈등은 깊어만 가고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12월 14일 국민들과의 소통 부재로 국정을 이끌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탄핵을 맞이했다. 지방자치시대 투표로 뽑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군수 등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사무를 집행하는 기관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림자처럼 숨지 말고 당당하게 군민 앞에 나타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