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와 몽둥이

2016.07.20 14:53:17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미호천에는 평사마을(平沙里)이 있다. 평사리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이사리(梨峙里), 통산리(通山里)와 병합해 문백면 평산리에 병합되었다. 평사리는 중국 샤오샹팔경(瀟湘八景)의 하나인 평사낙안(平沙落雁)에 비유하여 붙인 이름이다. 평사리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 약 일곱 개의 마을이 나타난다. 공통점은 마을을 감싸는 천(川)과 모래사장이 마을 농토와 어우러진 풍광을 자랑한다. 진천 문백면 평사마을 또한 마을을 휘감아 도는 미호천과 10km나 이어지는 금빛 모래사장, 그 위로 솟구쳐 오른 청벽이 일품이다. 모래 위 안개가 피어오를 때 기러기가 떼를 지어 앉은 모습을 보고 '평사낙안'을 노래했으니 장관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이곳에 선촌서당(仙村書堂)이 터를 잡았다. 선촌서당은 선비가 있는 마을의 서당이란 의미로 청학동(淸鶴洞) 훈장으로 알려진 김봉곤(金鳳坤)씨가 터를 잡아 예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김 훈장은 메스미디어를 통해 많이 알려진 인물로 회초리 전도사이기도 하다. 김훈장이 말하는 회초리(回初理)는 돌아올 회(回) 처음 초(初) 다스릴 리(理)로 '인간 본연의 순수하고 맑고 천진난만한 본성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를 지닌다. 회초리에는 무형과 유형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무형의 의미는 깨우침과 지혜의 말씀을 통해 참 나를 찾아주는 것이다. 유형의 회초리는 말로 안 되는 제자와 자식의 잘못 된 습관과 버릇을 고치기 위해 회초리를 내려치는 것이다. 이 또한 회초리를 가져오는 동안 스스로 깨우치고 반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옛 훈장들이 회초리를 교탁위에 두지 않고 선반이나 장롱 속에 넣어 두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금의 사회현실은 회초리를 폭력이나 놀이, 체험의 수단으로 변질됐다. 사랑의 매로 바뀐 회초리는 말을 듣지 않는 어린 학생들은 매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당위성을 안겨 주었다. 폭력은 유치원 초·중·고를 가리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게 나타난다. 말 못하고 의사 표시가 불분명한 어린이를 학대하는가 하면 초등학생을 왕따 시키는 교사도 보도 된다. 중·고생들이 '사랑의 매'라 불리는 몽둥이에 노출된 지는 오래다. 대학생마저 군기와 규율을 잡는다고 몽둥이를 들고 군대서는 구타 사망까지 사회적 폭력은 하루가 멀다 않고 지면을 장식한다. 작년에 준비물을 전달해 주러 간 모 고등학교에서는 몽둥이를 든 교사에게 약 12명의 학생들이(실장 부실장급으로 보임) 사회에서도 쓰지 않는 욕설을 들으며 공포감을 느끼며 서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관리자도 지나가는 교사들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무·유형의 회초리를 든 어른은 많아야 된다. 하지만 유형의 회초리가 희화화 되면서 사랑이란 이름에 덧씌워 훈계의 몽둥이로 탈바꿈한다. 평사리에서 약 1km를 내려서면 충북학생종합수련원이 나타난다. 수련원은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위해 1986년 설립되었다. 몽둥이와 획일적 교육은 창의적 청소년으로 성장시킬 수 없다.

미호천 또한 마찬가지다. 더울 때 헤엄을 치고, 농작물에 생명수를 공급해주고, 먹거리인 물고기까지 제공해준 하천은 산업 발전과 더불어 죽은 하천으로 변해 버렸다. 누구나 깨끗한 미호천을 갈구하지만 생활쓰레기를 버리고 축산 폐수를 방류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무형의 회초리를 들지 못한다. 덧 부쳐 하천에 대한 폭력은 누구나 동참하는 집단폭력으로 변했다. 쓰레기 뒤처리장이 된 하천은 사람이 내리치는 몽둥이에 시커멓게 멍들었다. 평사십리 최고의 절경 평사마을 선촌서당 앞을 흐르는 미호천이 회초리를 몽둥이로 둔갑시켜 흐르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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