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나타나는 보은의 기부 천사

2023.02.27 16:14:35

박연수

백두대간연구소 이사장

매서운 한파가 지나가고 봄기운이 찾아든다. 버들강아지는 하얀 꽃잎을 피우고 봄을 맞이한다. 동토의 땅은 새 생명을 돋우기 위해 겨울을 걷어낸다. 매서운 바람마저도 조금씩 온기를 품는다. 최강한파도 계절의 변화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어쩌면 계절의 변화보다도 그 속에서 온기를 불어 넣어주던 따스한 손길 때문인지도 모른다.

겨울의 찬바람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오는 곳이 있었다. 보은 뱃들공원 옆 보청천변에 설치된 눈썰매·얼음썰매장이다. 혹한의 최강추위도 아이들의 웃음을 꺾지 못했다. 인근 청주 세종 대전 등에서도 원정을 왔다.

이곳의 매력 중 하나는 아이들의 추위를 달래주기 위해 마련된 먹거리 장터다. 이 먹거리 장터는 보은군학부모연합회(회장 이정선)가 운영했다. 메뉴는 어묵, 떡볶이, 뽀로로, 솜사탕, 핫바, 대추차, 라면 등이다.

먹거리 장터의 어묵과 떡볶이는 최고 인기상품이다. 시원하고 부드러운 어묵 국물을 만들기 위해 무, 멸치, 다시마, 파 등을 넣고 잔잔한 불로 계속 우려낸다. 매콤달콤한 떡볶이는 고추장과 배추를 넣고 육수를 만든 다음 쫄깃한 떡을 넣고 끓인다. 여느 손님은 "부산 국제시장보다 맛있다"며 "어묵의 장인이 떳다"고 추켜세운다. 한 부모는 "도심지 눈썰매장보다 백배 났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안심된다"며 기부금을 선뜻 내놓는다.

이곳의 먹거리 장터는 학부모연합회가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통한 바자회 장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을 모아 개설한 장터다. 수익금 모두 지역 아이들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활용한다. 총 수익금은 700만 원이다. 그 중 500만 원은 '보은군 장학회'에 나머지 200만 원은 '차상위계층 장학금'으로 군 복지과에 기증했다. 보은군장학회는 보은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누구나 대학입학과 동시에 100만 원 축하 장학금을 준다. 이런 보편적 장학금이 학부모들을 움직였다. "향토장학금이 생겼잖아요. 우리도 도움이 되고 싶어 장터를 열었어요"라 말한다. 장터를 열기 위해 이정선회장은 위생교육까지 받았다.

보은군학부모회는 임의단체로 22개 학교의 대표 100여 명이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장터에는 40여 명의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운영했다. 이정선 회장은 "학부모들이 개인 직장과 타 단체 활동으로 바쁜데 이곳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줘서 고맙고 기쁘다"며 "이곳은 장터라기보다 기부금 모금을 위한 자선바자회 場 이다"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을 위한 보은군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의 겨울나기는 이곳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장터는 2023년 12월 31일 개장을 해 2월 5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여름방학 물놀이장이 개설되면 또 할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노는 공간에 우리가 빠질 수는 없죠"라며 학부모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때가 되면 나타나는 보은의 기부 천사! 올 여름 보은 뱃들공원 물놀이장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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