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장날은 1일과 6일이다. 장날은 복잡하다. 예전 보은은 화령, 용화, 청산, 안내 등의 생활권이었다. 장날이면 생필품을 구매하러 나와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 걸친 촌부, 생선·야채가게에서 흥정하는 아주머니, 만병통치를 외치는 약장사, 야바위꾼 등 부쩍부쩍! 잔칫날과 다름없었다. 시장마다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많은 사람들이 밤이 되면 썰물처럼 빠지고 5일 후면 다시 모인다.
세월이 흘렀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주위를 살피던 아이는 환갑이 되어 추억을 더듬으며 시장을 걷는다. 복잡함은 같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상인들이 터를 잡은 동다리 사거리에서 중앙사거리 인도는 노점상이 차지했다. 구제 옷, 꽃과 식물, 과일·야채 등 농산물, 생활용품, 과자, 생선, 모종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자리한다. 도로는 무질서하게 정차한 차량과 사람들이 섞여있다. 사람에 의해 등 떠밀려 걷던 시장은 사라지고, 산만하고 어수선하다.
시장으로 들어선다. 전통시장은 입구 야채와 생선가게만 사람이 있고 안쪽은 한산하다. 그곳에 자리를 잡은 상인은 "사람도 없고 어려워. 나이 들어 할 수 없어 하는 거지 뭐"라며 푸념 섞인 말을 내 뱉는다. 주차장으로 변한 옛 중앙패션시장을 지나 결초보은시장에 들어선다.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다. 가게 앞에서 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상인은 "여긴 장날이래도 개미새끼 한 마리 없어. 장날엔 이런 공간에 노점상이 들어와 장사하게 해야지. 위험하게 도로에서 장사하게 하지 말고, 여유 공간을 활용해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지"라며 '군청이 방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1965년 11만3천285명으로 최 정점에 도달 한 보은군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 기준 3만1천455명이다. 인구의 감소는 시장활성화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보은발전협의회(회장 한현수)를 중심으로 한 민간사회단체는 시장활성화 방안으로 관광시장을 제안한다. 관광객이 유입 될 수 있게 '공간 변화'와 '상인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은발전협의회원들은 활성화 된 시장을 방문해 견학·학습하고, 차 없는 거리, 전통시장 주차장 공간 활용, 품목의 다각화, 문화 공연, 장날 거리 축제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
보은 경제 유통의 중심에서 끝없이 쇠락하는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 무질서한 도로를 정비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조성해야 한다. 노점상들이 편하게 장사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볼거리·먹거리가 풍성한 시장으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 관광객이 찾아온다.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보은군은 주민 및 시장 상인들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활성화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과감하게 결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보은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