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에게 길을 열어주자

2015.01.06 13:38:11

박연수

충북도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새해 벽두부터 '통일'이 화두다.

우리정부가 먼저 을미년 연초, 통일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우리 당국은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되길 기대한다"는 제의했고, 북한 김정은은 "최고위급 회담 못할 이유가 없다"며 맞장구쳤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그간 70년간 이질적으로 살아온 환경과 통일에 대한 진정성보다 정치적 수사로만 이용했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한민족의 정체성을 간직한 한반도는 하나로 이어져, 현재까지 그대로다.

한반도에는 백두대간이라는 큰 산줄기가 있는데,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94km를 힘차게 내려 뻗는다. 백두대간은 동해와 서해를 가르며 한반도 모든 강의 발원지다. 강과 강 사이에는 1개의 정간과 13개의 정맥이 있으며 백두대간 줄기로 이어진다. 우리 뒷산에서 계속 올라가면 물을 건너지 않고 백두산에 닿을 수 있다. 따라서 백두대간은 민족정기의 발원지이며 한반도 핵심의 생태 축이다. 또한 삶의 터전이며 역사 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에는 을미년의 상징인 '산양'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 고대벽화에 자주 등장하는 산양은 12간지 중 8번째 동물로 그 모습이 변하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산간 오지의 절벽에서 생활을 하며 바위 타기의 명수로도 불린다. 60년대 이후 산양의 마구잡이 포획으로 멸종위기에 1급에 천연기념물 217호로 보호받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10년 전에 겨울 강원도에서 만날 수 있었다. DMZ안의 환경 조사를 갔다가 철책선 안쪽에 있는 산양을 봤다. 백두대간 산줄기가 이어지는 철책 너머에 진갈색 코트를 입은 산양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너무 기뻤다. 작은 소리에 기척을 느꼈는지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초롱초롱하지만 왠지 슬퍼 보이는 눈과 기품이 있어 보이는 얼굴 그리고 딱 벌어진 어깨를 가지고 있었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털은 윤기가 흐르고 북실했으며 히말라야야크처럼 아래를 향해 가지런히 내려져 있었다. 우리를 바라보던 산양은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철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숲으로 들어갔다. 생태의 중심축 백두대간을 활보하던 산양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철책을 넘지 못하고 그 안에 다시 갇히었다. 바위 절벽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산양도 이념의 장벽이 만들어 놓은 철책에서는 방법이 없는 듯 했다.

산양을 복원하기위해 국립공원 산양복원센터는 월악산에서는 산양을 증식해 방사하고 있다. 복원 된 산양은 오대산 설악산 축을 따라 북으로 이동하다 또다시 철책에 막혀 남으로 내려 올 것이다. 을미년. 산양이 상서로운 동물이라 이야기만 하지 말고 남·북을 맘껏 이동 할 이동통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백두대간 줄기를 중심으로 산양 및 야생 동·식물이 이동 할 만큼 철책을 걷어내자. 그 길을 따라 산양이 이동하고 백두산의 호랑이가 이동하고 늑대가 이동할 것이다. 초식동물이 우점한 생태계는 복원되고 균형이 잡힐 것이다.

백두대간 철책이 걷히고 동식물이 왕래를 시작하면 사람들에게고 막혔던 장막이 서서히 걷힐 것이다. 장막을 걷어내고 민간교류가 활발해지면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통일의 물꼬가 틀 것이다. 이제 정치적 수법이 아닌 진실성을 가지고 산양을 앞세워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 보자. 그것이 을미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통일 염원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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