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떼새 쫓던 뱀 하늘만 처다 본다'

2016.06.08 14:27:46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걷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다. 걸을 수 있는 행복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 특권은 산업화 이후 여유시간의 빈곤과 차량의 증가, 시멘트 등의 포장길이 생기며 조금씩 사라졌다. 사라진 걷는 길이 지금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회색 도시의 갇힌 공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들로 산으로 걷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최고의 경관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걷는 길은 수많은 인파로 또 다른 짜증이다. 밀려오는 차량과 사람사이에 꽉 막힌 길은 도시 이상으로 복잡하다. 여유로운 길이 필요하다. 미호천 가산리 중산리 구간이 그러하다. 포장되지 않은 자연 흙길이다. 그 길을 걸으면 자연과 더불어 느끼며 자아를 성찰할 수 있다. 정제된 도시의 편리함을 떨쳐내고 두발로 걸으며 자연 속에 자신을 풍덩 빠트릴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살아있음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뻥 뚫린 천 한가운데 미인의 눈썹을 한 모래섬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그 위에 꼬마물떼새가 끼룩거리며 움직인다. 꼬마물떼새는 포란기나 새끼를 보호하고 있을 때 천적이 나타나면 다리를 쩔뚝거리며 반대방향으로 침입자를 유인한다. 침입자는 움직임이 둔해 보이는 먹잇감을 쫓는다. 어느 정도 새끼들과 거리가 벌어지고 천적이 다가오면 꼬마물떼새는 포르르 날아가 버린다. 닭 쫒던 개 지붕만 바라보듯 '물떼새 쫓던 뱀 하늘만 처다 본다'

둑길 가운데에 노란 민들레가 길게 수를 놓았다. 노란 민들레는 외래종이고 흰 민들레는 토종이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옅은 노란색의 토종 민들레도 있다. 노란 민들레는 번식이 강해 들녘을 수놓는다. 민들레는 꽃이 지고 새로이 부활한다. 씨앗을 공보다도 더 둥글게 포말을 만든다. 바람이 불면 훨훨 날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다. 민들레는 유방암, 인후염, 급성감염, 기관지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봄이 되면 민들레를 뜯어 나물로 묻혀 먹는다. 농촌의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각광을 받는다. 다만 방사선 물질과 중금속을 흡수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어 길가의 민들레는 가급적 삼가고 재배나 자연 상태가 좋은 야생의 민들레만 먹어야 한다.

모래섬위에 버드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물위에 살짝 떠있는 모래섬은 'forest island'라 불리며 새들의 쉼터이자 물과 육지를 오가는 포유·양서류들의 보금자리다. 나무뿌리로 인해 만들어진 공간과 플랑크톤은 물고기의 산란장소이고 먹이이다. 물길을 가르며 물살의 흐름도 조절한다. 경관 또한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장소가 되기도 한다. 자연 환경에서 경관 환경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길게 늘어선 모래 백사장 위로 걸음 옮긴다. 발자국이 선명히 남는다. 새들의 발자국과 비교를 해본다. 모래 위로 물이 흐른다. 귀를 대보니 모래가 구르는 소리가 '사그르르' 들린다. 저 아래 오리가 날개 짓을 하며 비상을 한다. 하늘과 땅 그리고 물 모두가 어우러지는 시간이다.

이곳으로 오시라. 복잡하고 어수선한 도시를 떠난 가산리 중산리 구간에서 잠깐의 여유를 가져보자. 들판을 채워 나가는 농작물, 짝을 찾아 끼르륵 소리를 내는 꼬마물떼새, 버드나무 사이를 유영하는 잉어떼, 모두들 우리의 친구다. 걷는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이유는 여유를 가지고 자연을 친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미호천 탐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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