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춤꾼 신대원, 그의 꿈은?

지역에서도 무용 스타 가능성 열고 싶어

2008.12.14 20:21:24


말속에 존재하지 않고 몸의 움직임으로 존재하는 사람. 사람으로 부드럽고 무용인으로 강한 사람. 필요와 불필요 사이에 자신이 있음을 알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양보와 배려의 미덕을 알며 침묵의 필요성을 아는 사람. 세상을 낚는 재미를 아는 사람.

연출가 한승수가 말하는 젊은 춤꾼 신대원(36. 레티나 댄스 시어터 대표)이다.

무용으로 말하자면, 척박하기 이를데 없는 불모지 같은 땅, 청주다. 아니, 불모지라기에는 '싹을 틔우기에 너무나 메마르게 변해버린 땅'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한때, 청주에도 문화예술이 르네상스 시절을 만끽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메마른 땅 청주에서 무용으로 살아 남기위해 몸부림치는 젊은 춤꾼, 신대원이 있다. 그의 꿈을 들어본다.

현대무용단 레티나를 창단해 지역에서도 춤으로 인한 스타가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젊은 안무가 신대원. 춤을 통해 존재감을 느끼고 싶고, 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싶고, 춤을 통해 세상과 이야기 하고 싶다. 오직 그것만이 그의 꿈이고 목표다.

그가 서울에서 났고 서울에서 무용을 시작했음에도 청주에 둥지를 튼 것은 청주대학교라는 출신학교와의 인연이고 그 인연으로 아내를 만났고 그 인연으로 지역에서도 무용을 해서 밥도 먹고, 꿈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하고 싶어서 였다.

텔레비전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소방차'의 노래와 춤을 보면서 자란 세대다. 그래서 춤이란 것은 자신의 몸에 감정을 실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움직임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형식에 있어서는 고도의 훈련과 고도의 창의성으로 무장한 완벽한 춤을 갈구했다.

대학시절에는 오히려 다양한 장르의 춤을 접할 수 있었고 무대에 설수 있는 기회 역시 스스로 만들지 않아도 주어졌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치곤 했다.

현대무용을 전공한 춤꾼들을 중심으로 '레티나 댄스 시어터'라는 무용단을 창단했다. 레티나라는 것은 '망막'이라는 뜻이다.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것, 보이는 것으로 말하고 보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춤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영국으로 건너가 Laban center 대학에서 수학하며 실기장학금을 받기도 했으며 Transitions Dance Company단원으로 활동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2004년에는 레티나 댄스 시어터가 런던 신인안무가전에 작품 'Half-Shadow'를, 홍콩 남성안무가전에 작품 'Edge Love'를 무대에 올리게 되었는데, 여기서 그는 안무를 맡고 직접 출연했다.

2006년에는 대구 차세대 안무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에 선정되는 등 레티나 무용단 정기공연을 비롯, 지역축제와 다양한 무용페스티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대학 4학년 때 첫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무대에 올랐을 때, 그 벅찬 마음 때문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때의 그 마음으로 평생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춤꾼들의 아름다운 몸동작을 보고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함께 느끼고 호흡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관객들이 보기에 난해하고 이해가 안 되는 춤은 보는 즐거움이 반감되겠지요. 추는 사람도 즐겁고 관객들도 즐거운, 그런 춤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달 29일 청주 예술의 전당 소극장 무대에 올린 신대원 안무, 한승수 연출의 창작춤 '허수아비'.

레티나라는 이름으로 그가 만든 첫 작품은 안데르센 동화인 '미운오리새끼'를 각색한 작품 'Unbalance(out-side)'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 소위 왕따들이 갖고 있는, 그들만의 소중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다.

다음 정기작품으로 최근 무대에 올린 것은 '허수아비'(연출 한승수)다. '허수아비'는 잊혀져가는 농촌의 한 풍경을 재현한 것이다. 논과 밭을 오가며 쉽게 볼 수 있었던 그 허수아비에 대해 사람들은 그 허수아비의 정체성을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 것이다. 사람들의 목적을 위해 수단이 되었을 허수아비를 통해 그 안에도 그들만의 본질적인 자아가 있을 것이라 상상해 본 것이다. 허수아비의 꿈을 생각하며 자아가 상실되고 꿈이 사라진 것은 오히려 사람들이라는 전제하에 춤의 동작이 만들어졌다.

이렇듯 그가 춤을 통해 추구하고 싶은 것은 작품이 의도하는 주제의식을 관객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분명한 감동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안무와 테크닉적이고 화려하고 세련되고 정확한 동작을 구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감동과 재미와 테크닉이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셈이다.

이런 작품과 무대가 지역에서 가능할 것인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화두다. 우선 가장 열악한 것은 춤꾼들의 부재다. 춤을 중단하고 생업에 전념하느라 무대에 함께 설 춤꾼이 없다. 그나마 일을 하며 춤을 추는 몇몇이라도 모여 정기공연이라도 준비하려면 밤 늦게 만나 새벽까지 연습해야 한다. 연습할 공간을 마련하고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데 필요한 경비를 만드는 것도 늘 벽에 부딪친다.

아무 것도 필요 없는 거리에 나가 혼자라도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다. 무용수들 개개인의 기량은 뛰어나다. 그럼에도 그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없어 그것을 사장시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찬 의욕을 갖고 무용단을 만들었지만 문득문득 그 의욕에 회의가 들 때가 있다. 늘 현실적인 요소들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마음에 맞는 춤꾼들이 모여 어렵더라도 함께 하자는 동료의식으로 뭉쳐지기를 바란다. 이렇게 말하고 후배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 그래서 또 갈등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극복하고 춤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청주에 텃밭을 만들고자 했을 때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모두 넓고 화려하고 안정된 무대만을 선호할 때 소외되고 작은 지역에서의 활동이 오히려 빛이 날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다. 지역에서도 스타 무용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꿈이 아직은 유효하다. 포기하기에는 춤에 대한 열정이나 의욕이 충천해 있기 때문이다.

바라는 게 있다면 관객들의 애정과 지역자치단체나 기업인들의 춤에 대한 관심이다. 한편의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춤꾼들만의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겁다. 밥도 먹어야 하고 연습실 임대료도 내야하고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춤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춤꾼들이 그런 특권을 누릴 수는 없겠지만, 관객들에게 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춤꾼들이라면, 그것이 인정된다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관심을 가져줘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종종 낚싯대를 매고 물가로 향한다. 수면위로 떠오르는 물고기의 물질을 보면서 자신이 세상을 향해 어떤 물질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대답은 늘 한결 같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듯, 무대 위에서 자신이 추고 싶은 멋진 춤을 추는 것이다. 춤을 통해 존재감을 느끼고 싶고, 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싶고, 춤을 통해 세상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오직 그것만이 그의 꿈이고 목표다.

김정애/ 문화담당전문기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2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