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들 충북과 소통(疏通)하다

17회 한국 작가 대회를 마치며…

2008.10.13 20:11:43

문학의 위기는 없다. ...... 위기가 있다면 작가정신의 위기가 있을 뿐이다. 있다면, 생계의 핍박과 혹독한 상업주의의 족쇄아래 위축된 우리 자신의 초상이 있을 뿐이다. 생동하는 기백을 상실한 채, 우리는 영혼 없는 문학기계가 되어 있는 것은 혹 아닌가. 있다면 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열정 없는 시를 쓰고 사상 없는 소설을 쓰며, 난삽과 현학의 평론을 쓰는 우리들의 위기가 있을 뿐이다. ...... 이제 우리는 고통스러운 자기 추궁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그를 통해 우리는 문학 본연의 떳떳함과, 사물과 생명에 대한 믿음을 되찾고, 우주적 질서와의 깊고 섬세한 조화를 회복해야 한다. ...... 눈부신 문학의 위엄과 권능, 벅찬 보람과 사명을 회복하기 위한 장정의 새 기점임을 선언한다. 따라서 이 순간이야말로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개어있는 중심, 창조적 중심이라는 것을, 이 땅의 모든 문학인들의 떨리는 열망을 담아 선언한다. - 한국작가대회 대회 선언문 중에서 -

행사를 주관한 충북작가회의 회원들이 참석자들에게 반절을 하기 전 만세를 부르고 있다.

한국문학의 별들이 충북에 모였다. 이곳에서 한국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한국문학인들이 지향해야 할 정신을 선언했다. 그리고 서로 소통하려 노력했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보듬어 안고 따뜻한 정을 나누었다.

충북작가회의 회원들이 준비한 연꽃잎 차에 감탄하고 맛있는 찹쌀떡에 정겨워하고, 손수 만든 도토리 묵밥에 고마워하며, 충북 예인들이 마련한 흥겨운 장단과 소리 무대에 박수를 보냈다. 오래간만에 충북의 문화가 자랑스러운 기분이 드는 날이다. 이들은 조용하기만 한 충북에 많은 문인들이 태어났고, 그 문인들은 문학의 역사를 정립하는데 기여하는 많은 문학작품을 남겼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으리라. 그래서 가을의 계절에, 작가들의 잔치가 축제처럼 흥겨웠으리라.

“충북은 신채호, 홍명희, 정지용, 조명희, 조벽암, 오장환, 권태응, 신동문 등 변혁의 시기에 자기 생애를 다 던져 문학을 했던 많은 소설가와 시인들이 태어나 활동한 자랑스러운 문학의 고장입니다. 식민지와 분단과 전쟁을 거치는 역사의 격변기에 한 시대를 대표하고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을 쓴 훌륭한 선배문인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한국작가대회를 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충북 괴산군 제월대 홍명희 문학비 앞에서 열린 17회 한국작가대회와 13회 홍명희 문학제에 전국의 작가들이 참석, 1박2일 일정으로 흥겨운 축제의 한마당을 가졌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청주 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 17회 한국작가대회에서 최일남 작가회의 이사장은 개막식 대회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올해는 “흥겨운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한국작가대회는 올해 충북작가회의(지회장 김승환) 주관으로 13회 홍명희 문학제와 병행해 청주와 괴산 일원에서 다양하고 흥겨운 문화예술 축제마당으로 치러졌다.

11일 개막식에서는 벽초 홍명희와 그의 장편대하소설 ‘임꺽정’(사계절)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강영주교수(상명대)와 김봉렬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의 학술강연이 있었다.

강영주 교수는 “통일시대 겨레의 고전 ‘임꺽정’”이라는 강연에서 “황석영의 ‘장길산’이나 북한 홍석중(홍명희 손자)의 역사소설 ‘황진이’가 모두 ‘임꺽정’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제하며 “이외에 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도 영향을 받았으며 일제식민시대와 분단시대 남북의 역사소설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널리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강교수는 “홍명희는 동시대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학자로서도 높이 평가 되었을 정도로 조선사와 조선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며 “식민지시대의 어떤 작가도 홍명희처럼 조선조 말에 명문양반가에서 태어나 종들까지 합해 식구가 수십 명인 대가족 속에서 조선시대의 언어와 풍속을 몸소 체험하며 자란 인물을 없었다. 전적으로 학습에 의존하여 역사소설을 써야하는 오늘날의 작가들에게 ‘임꺽정’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모범이요, 역사소설의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고 단정했다.

또한 김봉열 교수는 “소설 ‘임꺽정’속의 건축”제하 강연에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면을 실제 실측도면을 제시하면서 설명했다. 김교수는 “‘임꺽정’의 해방구는 청석골이며, 여타의 건축묘사가 기존 건축물의 ‘재현적 인용’이라 한다면 청석골은 홍명희가 스스로 창작, 설계한 건축적 이상향이라 할 수 있다”며 “아쉽게도 청석골 전체의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여러 부분에 산재하는 묘사를 모아 본다면 첩첩산중의 깊은 골짜기에 은밀하게 자리 잡았고, 가운데에는 두목들이 모여 의논하는 도회청이 있으며 그 주위로 30~40여 채의 초막들을 짓고 도적들이 기거했다. 개개의 살림집도 삼칸 정도로 작고 소박한 건축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아쉬운 것은 “묘사된 도시와 건축의 형상이 소설의 무대인 16세기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쓴 20세기 초의 모습을 대입한 것”이라며 “특히 민중소설을 지향하면서 민중의 살림집인 민가들을 충실이 그려내지 못했고 전국을 무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지역곳곳의 민가를 소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홍명희가 이상적으로 추구한 건축은 “청석골의 건축설계가 곧 그의 건축에 나타난 기본적인 정신으로 소박하고 투명한 건축”이라며 “장엄한 미학적 감동이나 호화로운 예술적 성과보다는 비바람을 가리고 크고 작음의 격차가 없으며 비밀스러운 음모나 작당이 없이, 구성원 모두에게 공개된 곳, 홍명희가 꿈꾸던 민중의 건축”이라고 결론지었다.

매년 문인 및 일반인들에게 글을 받아 돌에 새겨 문학비 앞에 놓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통일노둣돌 놓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어 한국작가대회 기념작품집 출간 기념회를 진행했으며 소설가 현기영씨와 한창훈씨가 ‘임꺽정’ 중 자신들이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을 낭독해 주었다.

축하공연을 위해 소리꾼 서화석과 조애란, 고수 김철준 등이 무대에 올라 지극히 평범한 중년 부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판소리 ‘부부가’를 불러 흥을 돋웠다.

청주에서의 행사를 마친 한국작가대회는 괴산 보람원으로 이동, 이곳에서 염무웅씨(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 평론가)가 “작가의 역할과 작가회의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특별 강연했으며 작가회의 회원 정도상, 이용임, 오수연씨 등이 “작가회의 진로모색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활발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보람원에 마련된 무대에서 밤늦도록 대동놀이와 장기자랑 등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이튿날 작가대회 참석자들은 괴산 동부리 홍명희 생가를 방문하고 제월리 홍명희 문학비 앞 광장에서 통일 노둣돌 놓기 행사를 관람했다. 이어지는 기념공연과 대동 길놀이에서 모두 하나가 되는 흥겨운 잔치마당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회를 주관한 김승환 지회장은 “문학의 정신으로 소통하고 문학의 감성으로 조화하며 문학의 사상으로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한국 작가들이 모여 이상과 현실의 오작교를 놓을 것”이라며 “치열한 가슴과 뜨거운 열정으로 한국작가대회의 주인이 되어 충북에 와주신 작가들에게 감사 한다”고 말했다.

올해 충북에서 개최된 한국작가대회는 내년에는 인천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정애/ 문화담당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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