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예총 예술 50년 '충북의 혼' 조병진의 연출의 변

"연근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중요"

2008.11.10 19:56:42


충북 예총 예술 50년이 한편의 연극으로 정리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충청의 혼, 세상의 꽃이 되어라!'(오영미 등 공동 극작, 이하 '충청의 혼')가 지난 10월 24일 청주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3일 충주문화회관, 7일 영동난계국악당을 순회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충북도내 각 장르 예술인과 관련단체 25개 분야에서 100여명이 참여한 총체극 '충청의 혼'을 총연출한 조병진교수(64.청주대 예술대 학장)를 만나 보았다.

충북 예총 예술 50년이 한편의 연극으로 정리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충청의 혼, 세상의 꽃이 되어라!'(오영미 등 공동 극작, 이하 '충청의 혼')가 지난 10월 24일 청주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3일 충주문화회관, 7일 영동난계국악당을 순회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충북도내 각 장르 예술인과 관련단체 25개 분야에서 100여명이 참여한 총체극 '충청의 혼'을 총연출한 조병진교수(64.청주대 예술대 학장)를 만나 보았다.

"연극인 뿐 아니라 무용, 미술, 국악, 음악 등 충북도내에 형성된 모든 예술장르가 참여하는 총체극을 통해 충북 예술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일이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우선 예산이 부족했고 그로인해 참가자들에게 충분한 예우를 해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 연습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모든 출연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타협하며 호흡을 맞춰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어쨌든 이제 막을 내려 아쉬운 점이 많지만 충북의 모든 예술인들이 한 무대에서 예술의 역사 50년을 정리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부족했던 부분은 보완해 다음 기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지기를 기대한다."

충북 예술 50년을 정리한 '충청의 혼, 세상의 꽃이 되어라!'의 총연출을 맡은 조병진 교수(청주대 예술대 학장)를 만났다. '충청의 혼'은 충북도내 예술장르를 총망라하고 25개 분야의 개인 및 단체가 참여한 총체극으로 충북예술의 특징과 현재의 모습, 미래비전을 제시한 연극이다.

조교수는 '충청의 혼'을 연출하면서 세 단계로 나눠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것은 충북예술의 특성이나 기질, 탄생에서 현재까지의 역사적 과정, 미래에의 비전 제시 등이다. 이중 충북예술의 특성과 기질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유는 훗날 충북예술을 상징하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충북의 향토문화 예술인에게 자문을 받았고, 역사적인 과정 역시 전문가에게 희곡작업을 의뢰를 하는 등 다른 일반 연극과 달리 사실성에 근거해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서 조교수가 고심한 것은 이 50년의 역사를 한 무대에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그려 내는가 였다. 이를 위해 연출기법으로는 총체극의 여러 유형 중 이미지극 형태를 택했다. 여기에 '층층화(layring) 형식'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형식은 등장인물들의 각 요소를 독자적인 요소로 인정하면서 이야기 진행 구성을 병열구조로 실행하는 방식이었다.

그가 연극연출을 하며 늘 고심하는 무대의 이미지화 작업은 그가 오랫동안 지향해온 그만의 형식이기도 하다. 무용과 조명, 영상, 음악 등 타 장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감각적이고 이미지를 추구하는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이 그가 무대를 통해 만들어 내고 싶은 성향인 것이다. 그래서 대본을 받으면 그는 우선 연출가의 몫이 무엇인가를 가장먼저 고민한다. 희곡을 통해 연출가의 성향이나 연출가 고유의 색채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보는 것이다. 예술은 새로운 것에의 도전이며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지 않으면 작품일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같은 희곡이라도 누가 연출 했느냐에 따라 작품이 전혀 다르게 보여 져야 그것이 진정한 연극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희랍극이나 세익스피어 극을 새롭게 재해석 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해 청주 무대에서 올렸던 소포클레스의 희곡 '안티고네'와 같은 경우다. 희랍극의 구조상 특징 중 하나가 코러스다. 이 코러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화두였다. 극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정하기위한 시.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자유로운 비약의 모티브를 창조하기 위한 무대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택했던 것은 미니멀리즘과 비재현적 연기에 중점을 두었다. 무대구성은 무용과 영상 등 다매체를 황용하는 공간형태를 취한 것이다.

그가 연출을 하며 자신의 몫 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연기자의 기본기와 연극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다. 연극은 집단예술이므로 예술적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연극을 통해 직접적인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다. 사회나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예술이라는 장르가 설자리가 생기게 된다. 연기자들의 기본기라는 것이 여기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연극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연극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연극을 할만하면 떠나고, 연극인들의 텃밭이 견고해지지 않고 있다. 지방의 경우 특히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청주에서 작품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다. 자질이 좋은 연기자는 많은데, 사회에서 이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질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는 다는 것이 얼마나 요원한 일인가를 안다. 예술장르 중 특히 연극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극의 연기나 무대의 미적 감각이나, 어떤 측면에서든지 감동을 주지 않으면 의미 없는 작품이 된다. 그러기 위해 그가 특히 관심을 쏟는 것이 연기자들의 기본기이고 무대공간의 차별화다. 이것을 늘 염두에 두면서도 만족한 작품을 무대에 못 올리는 것이 한스럽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6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문화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각했던 나라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기업이나 정부가 문화예술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마구 예산을 쏟아 부었고 몇 십 년이 흐른 지금은 뉴욕의 미국문화가 세계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정책을 60년대식 산업생산쪽에 집중됐던 생각, 즉 투자대비 효과 측면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21세기형 문화 선진국의 정책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해 그들이 어떻게 문화예술에 집중투자 하는지 알아야 한다. 자치단체의 역할 역시 만찬가지다. 대중의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그것을 우선 파악해야 할 것이며 그 대중이 진정으로 갈증을 느끼는 문화예술장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고 하는 정신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원칙을 정하지 않은 채, 자치단체의 활용성만을 내세우는 정책은 진정한 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서양연극의 도입이후 2세대, 혹은 3세대 정도에 속하는 연령에 있다. 그럼에도 그는 늘 실험적인 작업에 골몰하고 있으며 시대가 흐르면 그 시대적인 변화가 작품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대인들의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가 30년 전 연극을 공부할 때나 지금이나 늘 염두에 두는 항목이다. 중앙대 예술대학 연극영화과(구 서라벌 예대)를 졸업하고 극단 '광장'에서 연극의 싹을 키웠다. 79년 대한민국연극제에 '그날 그날에.....'(이반 작)를 연출해 작품상을 수상하고 이후 30여 편의 작품을 연출을 했으며 8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곳에서 10년간 연극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90년대 초 청주대학교에 재직하면서 94년에는 일본 동경 브레히트극장에서 '샛바람(동풍)'(이반 작)을 무대에 올려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가 희곡작가 이반의 작품을 특히 선호했던 것은 작가와 연출가의 '철저한 독립성' 때문이다. 이반의 작품이 선이 굵었으며 사소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연출가의 몫으로 남겨놓기 때문이다. 연극 연출을 위해 대사나 스토리를 조정해도 이해할 수 있는 작가였다. 한번, 아주 긴 대사를 뭉턱 잘라놓고 그를 대하기가 난감한 적도 있었지만 그 미안하고 난감함 조차 감당해야 하는 것이 연출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무대를 위해서는 어떤 질책이나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그의 고집이다. 완성된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 후 작가가 그 수정본을 이해해줄 때, 부분을 보는 것이 아닌 전체를 봐야하는 연출가의 역할을 새삼 확고히 하는 것이다.

이제, 청주에 가면 예술가들이 먹고살만하다 하는 말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것이 삶의 질을, 청주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은 가난한 것이라는 편견이나 절망과 좌절이 일상화 된다면 예술가들이 설자리가 없어지고 예술 현장은 텅 비게 된다. 가난하고 순수한 청년들, 열심히 하고 싶어 하는 열정적인 청년예술가들에게 우리사회가 아낌없는 애정과 후원을 보내야 한다. 무분별한 경제정책으로 자연이나 사회 환경이 너무나 심각하게 망가져가고 있다. 이것을 회복시켜 살기 좋은 곳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힘은 오직 예술뿐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사회에 재투자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정부는 기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모두가 균형을 갖고 한곳으로,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집중할 때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연극연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것,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가는 것'인 만큼 자치단체나 사회의 역할도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주기를 열망하는 것이다.

김정애/ 문화담당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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