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빌 국제센터 연락인 이균형씨

모두가 하나되는 차별없는 세상을 꿈꾼다

2008.09.22 19:41:36

이 지구상에,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만 합니다. 선한 의지와 진지한 열망을 지닌 모든 인간이 세계의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 지고의 진리라는 유일한 권위에만 복종하여 살 수 있는 그런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만 합니다.

그곳은 평화와 일치와 조화의 장소로서, 인간의 모든 전투적 본능이 오직 자신의 고통과 불행의 원인을 정복하고, 자신의 나약함과 무지를 이기며, 자신의 한계와 무능을 극복하기 위해서만 쓰이는 곳이며, 진보에 대한 관심과 영혼의 요구가 욕망의 만족과 쾌락의 추구와 물질의 향유보다 우선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영혼과의 교감을 잃지 않은 채 온전히 성장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은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과 지위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가꾸어 새로운 재능을 일구어내기 위한 기회로서 주어질 것입니다.


-오로빌 설립자 마더의 ‘꿈’ 중에서 -

오로빌의 주민으로 그곳에서 6년을 살았고, 현재 잠시 한국에 와 있지만 앞으로 다시 그곳으로 갈 계획이라는 이균형씨(50. 오로빌 국제센터 한국 연락인).

이 지구상에 과연 이런 곳이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호기심이었다. 이러한 호기심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그 실체를 알려주는 책이 최근 출판됐다.

전 세계로 배포되는 월간소식지 ‘오로빌 투데이’ 기사 중 오로빌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골라 분야별로 정리해 편집한 책 ‘웰컴투 오로빌’(시골생활) 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된 것이다.

실제 오로빌의 주민으로 그곳에서 6년을 살았고, 현재 잠시 한국에 와 있지만 앞으로 다시 그곳으로 갈 계획이라는 이균형씨(50. 오로빌 국제센터 한국 연락인, 정신세계사 편집주간)를 만났다.

오로빌(Auroville)이란 불어로 새벽(auro)의 마을(ville), 혹은 오로빈도의 마을이라는 중복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인도 민족주의 지도자 스리오로빈도(1872~1950)의 사상을 이어받은 마더(미라 알파사, 1878~1973)가 스리오로빈도의 사상을 실현할 수 있는 ‘인류의 일체성 실현’을 위한 공동체 건설을 추진한 것이 오로빌이다.

인도 남부 폰티체리 근교에 위치한 이 오로빌은 1968년 2월 기공식이 거행된 후 유네스코와 인도 정부, 각종 국제민간기구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직경 5Km 넓이에 1백년 후 인구 5만 명이 자연생태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재도 건설 중인 미완의 마을인 셈이다. 40주년을 맞은 오로빌은 현재 40개국의 나라에서 2천여 명의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한국인들도 2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오로빌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든지 스스로 의지에 의해, 자신의 마음속 의식에 따라 행동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공동체다. 자기 자신이나 공동체 자체가 느리긴 해도 서서히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곳이다. 각자의 개체성을 존중하면서 궁극적으로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일체성을 실현하는 것이며, 그것이 가능한 곳이 오로빌이다.”

그가 인도 오로빌을 처음 접한 것은 20년 전 인도여행을 하면서다. 그 당시 한번 둘러보는 정도로 오로빌을 방문했었고 그곳의 삶에 커다란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 직장생활 중에 요가명상을 접하게 되어 정신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존재와 우주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찾아 왔고 그것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유기농법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유기농법을 공부하는 공동체에서 1년간 유기농법을 배운 게 인연이 되어 공동체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귀농생활을 하며 해외 정신세계의 책들을 번역(‘인도 명상기행’, ‘이집트의 신비’, ‘지중해의 성자 디스칼로스’, ‘깨달음 이후 빨랫감’ 등)하고 내면의식을 탐구하는 삶을 지향하게 된 것이다. 결국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로 인도 오로빌 공동체로 이주하게 되었다.

오로빌에 대한 기대나 호기심이 없는 상태에서 아내의 권유로 이주한 후 오히려 그는 오로빌의 지향점이나 삶의 방식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자기 스스로를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창조해나갈 수 있다는 것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오로빌 마을의 목적처럼 인류가 인종, 국가, 종교, 문화, 정치 등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장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어 조화 속에서 새로운 창조의 기쁨을 누리며 모든 분야에서 한 발 앞선 실험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장이었다.

전 세계로 배포되는 월간소식지 ‘오로빌 투데이’ 기사 중 오로빌 공동체를 이해하고 잘 알 수 있는 내용을 골라 분야별로 정리해 편집해 번역한 책 ‘웰컴투 오로빌’(시골생활).

많은 관광객들이 오로빌을 방문한다. 그들의 생각에 오로빌 사람들은 늘 행복하고 늘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어서 갈등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그 갈등조차 오로빌이 추구하는 이상을 위해 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해결하자고 만든 것이 오로빌이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직위나 직권 대신에 일을 조직화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육신이 요구하는 것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제공된다. 개인의 지적, 도덕적, 영적 능력은 삶의 쾌락과 권력을 더 많이 누림으로써가 아니라 전체 조직 속에서 더 많은 의무와 책임을 맡음으로써 발휘된다.

그림, 조각, 음악, 문학 등 모든 형태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누구나 골고루 누릴 수 있으며 예술이 가져다주는 이런 즐거움을 누릴 기회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자신의 수용력에 의해서만 한정된다. 물질적인 부나 사회적 지위로 인한 가치보다 각 개인의 장점이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은 생계를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능력과 가능성을 일구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하며, 그것이 동시에 공동체 전체에 대한 봉사로서, 각자 생활의 양식과 일터를 얻게 하는 것이다. 이곳은 오로지 경쟁과 싸움의 논리에만 근거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향상과 협력을 위한 선의의 경쟁관계, 진정한 형제애로 대신 되는 곳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곧 오로빌 설립자 마더의 꿈이기도 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꿈은 실현되어 가는 도정 위에 있다. 오로빌은 이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것을, 현재의 혼돈에서 벗어나 더욱 진실하고 더욱 조화로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한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세상 앞에 드러내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 것이다.

“스리 오로빈도는 전쟁과 무한경쟁과 환경재해와 빈곤 등 인간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은 제도적, 기술적 대응이 아니라 인류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여 일체성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이상 실현을 위한 장으로서 오로빌이 건설된 것이다. 그러나 이 오로빌이라고 해서 바깥세상과 다르지 않다. 단지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는가 하는 화두를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지게 해준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질문 속에서 배우고 자극을 받게 되면, 그 속에서 이상 실현을 위한 어떤 확고한 신념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힘이 오로빌에는 있는 것이다.”

오로빌에는 많은 국가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만큼 문화가 혼재해 있다. 세계 각 민족혼의 정수를 가져와 한 자리에서 꽃피우게 하기 위한 장소가 오로빌이다. 이곳에는 국경없는 국가, 민족주의 없는 민족들의 문화가 정신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서로를 영혼깊이 이해하기를 원한다.

오로빌에는 각 나라의 사람들이 문화관을 만들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들 역시 이곳에 한국문화관을 지을 꿈에 부풀어 있다. 한국의 홍익인간 이념과 오로빌의 정신이 상통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진정한 오로빌은 지리적인 어떤 장소가 아니어도 각 개인과 나라들이 그 안에 또 하나의 오로빌을 가질 때 그 의미를 다한다고 보는 것이다.

오로빌 헌장에서처럼 오로빌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오로빌은 전체 인류의 것이다. 오로빌은 끝없는 교육과 지속적인 진보, 그리고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음의 장이 될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웰컴투 오로빌’이라는 책은 오로빌에 대한 호기심을 백퍼센트 충족시켜줄 수는 없지만 오로빌이 어떤 곳이라는 그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충분하다. 이 안에는 ‘오로빌, 첫 삽을 뜨다’를 시작으로 ‘왜 오로빌에 가는가’ ‘건축의 실험장’ ‘숲 속의 작은 도시’ ‘디젤은 가라’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아요’ ‘최소한의 규칙’ ‘끝없는 배움’ 등의 항목으로 오로빌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애 (문화담당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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