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인 김복수, 기획과 작업을 말하다

작가 시민연계하는 교육체험 프로그램개발 중요, 작가들 담론의 장

2008.11.02 17:13:03

“사회 전반에 걸쳐 시민들의 문화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태입니다.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것이 이젠 어느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속에서 지역의 예술기관이나 단체, 창작자 개인이 시민을 위해, 시민과 더불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의식에 뒤쳐지게 되고 지역 문화가 낙후되는 것이지요. 현재 청주에서 미술창작스튜디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작가와 시민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작가들은 이곳에서 끝없는 담론을 펼치고 좋은 기획전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시민.학생 누구나 미술을 체험하고 느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늘 북적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이곳에 오면 작가들도 신나고 시민들도 신이 나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 전략도 필요합니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학예연구사 김복수씨(34)가 시민의 입장에서 무엇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하는 기획자 입장에서 창작스튜디오가 가야할 방향을 요약하는 이야기다. ‘김복수’는 학예연구사 이전에 작업하는 미술창작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생각은 늘 다양하다. 기획자, 작가, 시민....... 이쪽, 저쪽을 넘나들며 다양한 각도에서, 누구에게 한 치의 치우침 없이 균형 있는 사고를 펼쳐야하는 것이 그의 임무이기도하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학예연구사 김복수. 기획자로서 창작자로서 시민의 입장에서 스튜디오가 늘 깨어있는 공간, 북적이며 신명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 역할을 위해 스스로 프로다운 철저한 기획자, 준비된 작가이기를 꿈꾼다.

우선 기획자로서 그의 생각들을 들어보면 이렇다. 지난해 3월 개관한 이래 채 2년이 안되었지만 청주에서 미술창작스튜디오의 존재감이 그렇게 뿌리 깊게 내리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예산의 열악함, 청주 실정에 맞는 교육체험형 프로그램개발 부족, 시민과 작가 연계 프로그램 부족, 홍보부족, 전시기획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어차피 문화예술이라는 것이 한두 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의 관심도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운영으로 청주에 젊은 미술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는 스튜디오에 머물렀던 젊은 작가들이 청주를 떠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청주를 근거지로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급하다. 스튜디오가 그 역할을 해야 하며 작가 또한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준비된 작가’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 자료를 철저하게 만들며 자기 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나, 작품에 임하는 태도 역시 철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기간에 무엇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서로 프로다운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얘기들은 작가이기도한 김복수 자신에게 주문하는 일이기도 하다.

청주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2001년)을 졸업한 이래 지금까지 7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이제 작품경력 10년이 돼 가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튼실한 기반을 형성하는 탐구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전을 자주, 열심히 하는 것은 실패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되돌아보고 불필요한 것은 걸러내는 여과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자신의 작품세계를 자주 관객들에게 보이는 일은 중요하다. 중간 중간 여백 또한 필요하다. 앞으로만 치닫다보면, 작품을 왜 했는지 모를 때가 있다. 적당한 지점에서 브레이크를 걸어 자기 자신을 꼼꼼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게 창작자의 세계인 것 같다.

창작자로서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일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예술은 아름답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일까가 어느새 화두로 들어 앉아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보편적인 생각을 버려보았다.

김복수 作

눈으로 보이는 시각의 논리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림에 담을까를 집중적으로 생각했다. 남들이 쓰지 않는 것, 하찮은 것,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것들을 다르게, 아름답게 읽어보는 것이 미술이고 자신의 작업이기를 바랐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재현이 아니고 새롭게 읽히고 느끼는 재해석의 문제다.

활짝 핀 완성된 꽃이 아니고 시들어가고 있는 꽃, 이제 막 피어나려는 꽃에 대한 관심 같은 것이다. 무엇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 조각, 어디서 삐어져 나온 실오라기, 식물의 뿌리 한 부분, 타다 남은 재, 먼지, 티끌, 그림자, 완성되지 않은 글자, 낙서, 시든 꽃잎, 말라비틀어진 줄기, 썩어가는 동물과 그것의 뼈 ....... 이런 완성 되지 않은 모든 것이 작품의 모티브고 관심이고 표현하고 싶은 실체이다.

그는 이런 것을 가리켜 무엇의, 사물이 갖고 있는 형상이나 형태보다 사물이 놓여 있던 자리, 흔적의, 전체의 ‘일부분’ ‘문지방’ ‘경계지점’이라고 말한다. 보기에는 유머러스하고 가볍고 하찮은 것이지만 그 이면에 진지함이나 신중함, 무거움을 내포하고 있음의 발견이다. 하찮은 부스러기가 언젠가는 그 조직의 일부였음을, 일반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끄집어내, 드러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관람자들이 그 작품을 보고 당황해 하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복수 作

이런 작업의 시발점은 유년의 기억에서 출발되었다. 농촌의 추수가 끝난 밭이랑에 여름내 사용한 비닐과 그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 버려진 것들. 잘려나간 무며, 찌꺼기가 되어 버려진 채소 잎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썩히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밭이랑에는, 그 위에는 다시 무엇이 만들어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 공간이동의 과정, 원점으로 돌아가고 생겨나고 하는 그 과정의 중간지점을 보는 것이다.

사물의 가장 그것다운 것, 가장 꽃다운 것, 가장 완성도가 높은 정점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본 것을, 완성체가 만들어지거나 저물어가는 그 단상을 예술작품이라는 형식으로 탐색해보는 것이 그의 작업인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하기에는 견고한 캠퍼스 보다는 사람의 피부를 닮은 유동적인 종이가 잘 맞는다. 그러나 재료의 변화 역시 자신의 몫이다. 그동안 해온 작업의 세계에 대해 좀더 골똘하게 고민해 깊이 있게,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다. 부분을 보여주기 보다는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시각작업이라는 이미지에 한정시켜 스스로를 구속시켰던 점도 있다.

이제는 어떤 형식, 재료 등 모든 표현수단에서 자유롭고 싶다.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간에 허덕이며 쫒기고 싶지 않다. 지난 1년 정도 작업을 못한 것은 작업의 쉼을 갖고,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

김복수 作

그간의 작업은 작업 속에 너무 많은 의미들을 부여하려 애썼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의식을 향해, 혹은 작품 속에 담기 위해 강요했던 것이다. 그 접근 방법에 있어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갖고 싶다. 억지로 힘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그것이 표현이 되어 작품이 되었을 때 그 의미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작품에 서 베어 나오기를 바란다.

오는 12월에 젊은 작가 4인의 기획전 ‘언캠페인 un-campaign'이 무심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그가 기획한 이 전시는 그의 작업에 대한 변화와 생각이 맞물리는 일이다. 미술로서 사회에 뭔가를 주장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주장하지 하지 말자’는 의도다. 작가 개인이 작품을 통해 담을 수 있는 미세한 부분만을 보여주자는 것이며 서로 다른 개념을 갖고 작업하는, 순수한 작가정신으로 작업하는 네 작가(임성수, 나광호, 배윤환, 김복수)의 서로 다른 작업세계를 그냥 펼쳐 보여주는 것뿐이란다.

이런 생각의 변화는 조금씩 쌓이는, 작업에 대한 열정의 대가 인듯하다. 욕심을 비우는 일이며 결국 작품의 기저를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가 한 단계 성숙해가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다.


김정애/ 문화담당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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