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공예마을 손종목 이사장

진천 문백 동성리 13만2천m² 33인 공예인들 꿈이 익는다

2008.07.13 23:54:50


손종목의 트레이드 마트가 된 백자 금박 머그잔.

반바지 차림에 헐렁한 티셔츠, 짧은 스포츠 머리, 편안한 신발. 연일 30도를 웃도는 지독한 더위 속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오직 땀을 더 흘리는 일 뿐이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그러기에 천상 흙을 만지는 그릇장이인 모양이다.

이 양반 참 독특하다. 10년 넘게 속이 빈 접시나 머그 컵만 만들었다. 왜 속이 빈 접시를 만드는가 했더니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러느라 진을 다 뺐단다. 완성된 도자기라는 속성을 들여다보면 만드는 사람의 손맛과 거기에 쏟은 땀과 흙의 성질, 불의 온도와 유약이 어우러져 있기 마련이다. 접시가 속이 비었다면 당연히 공기도 들어 있을 테고, 공기가 들어간 접시가 가마 속에 들어가 실패하지 않고 제대로 구워 진다는 것은 천운에나 기대할 일이다. 이러한 실험적인 작업을 자신만의 그릇제작방법으로 삼아 거기에 에너지를 쏟아 부었고 그로 인해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그가 만든 순백의 머그 컵만큼이나 순박한데다, 젊은 시절 남다른 열정이 있었거나 치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돼 버린 순백의 머그 컵. 사람 손으로 만든 그릇을 좀 사용한다는 사람치고 한번쯤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중독 시킨 백자 머그 컵. 위에서 올려다보면 한 개의 꽃잎을 그려 놓은 것 같고 옆에서 보면 오래된 고목의 밑둥치 같은 백자 머그 컵은 사실 선배의 디자인이란다.

한동안 로열티를 열심히 지불했더니 이제 그만해도 된다기에 로열티 없는 머그 컵을 만들고 있다.

비록 선배의 디자인이고 석고 성형을 활용하지만 남들이 일일이 알아채지 못할 만큼의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그다. 손잡이에 금박을 넣거나 구멍을 내 투각한 머그 컵을 만들거나, 나무 밑둥치를 닮은 몸 판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흔들면 소리가 나는 머그 컵이 되기도 한다. 가마에서는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이었단다.

오랜 기다림 끝에 곧 비상을 준비하는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 진천공예마을 이사장 손종목. 투박하고 소탈하지만 자신이 만든 그릇을 닮아 섬세하고 철저한 그의 이중성이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한 듯 하다.

속이 빈 접시나 선배의 디자인에서 벗어난 그의 찻잔들은 또 어떤가. 가장자리를 접어 바닥에서 모아진 속이 빈 접시들은 그 제작방법이 불가사의 하다. 진이 다 빠져나갔다는 말을 이해 할만하다. 가벼워 사용하기 편리하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워 그의 속빈 접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젠 좀더 실용적이고 편리하고 단순한 공정을 거치는 그릇을 만들고 싶단다. 꽃잎과 고목 밑둥치를 닮은 잔을 극복해보고 싶어 몇 가지 자신이 디자인한 머그잔 제작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전작의 명성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가 넘어야할 벽이다.

방금 물레를 돌리다 나왔는지, 어디 일터에서 벽돌을 나르다 나왔는지 쉬 구분이 가지 않는 그다. 서울 도회지 출신에 서울대 모교 강사라는 직함을 단, 세련됨이나 품위는 없다. 그럼에도 그가 만든 그릇 모음들, 한 척의 배라는 ‘일엽편주-초화백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도무지 그의 투박한 손에서 만들어진 것 같지가 않다.

가는 세필로 들꽃을 그리고 그 들꽃에 보일 듯 말 듯한 꽃이 피었다. 하얀 한지에 그린 그림보다 더 정갈하고 단아하다. 도회적이고 세련돼 있다. 들에 한가롭게 핀 들꽃처럼 소박하면서도 너무나 깨끗해 오히려 고혹적이고 사치스럽다. 그릇의 선은 한없이 부드러운 한복의 밑동 물결을 닮았고 잔의 손잡이는 학의 목이나 움츠린 작은 새를 만들어 붙여놓은 듯 하다. 어디서 이런 섬세한 작업의 모티브를 얻어내는지. 결국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의 속내가 아닐는지.

투박하며 부드럽고, 둔감하며 예민하고, 촌스러우며 섬세하고, 소탈하며 철저한, 이런 뜻하지 않은 이중성은 그를 오랫동안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모양이다. 오는 11월(예정)이면 오픈하게 될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 진천공예마을(진천공예사업협동조합) 입주 공예인 33인을 대표해 이들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라고 이사장의 직함을 얹어준 손종목(48.여울공방)이 그다.

10여 년 전, 공예라는 특성상 혼자만의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보다 공동체를 형성해 작업할 경우 얻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생각해 보았다. 많은 공예인들이 뜻을 같이 했다. 선배 김세진(목공예) 김장의(도예) 박종덕(목가구) 등이 주축이 되어 일을 벌였다. 자치단체 진천군과 협의를 시작했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군 실무자들과 일본 고마츠, 경주 보문단지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예마을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에 있는 4만평의 군 유지를 공예마을로 조성키로 확정하고 진천군은 정부와 충북도의 예산을 지원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10년을 기다린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고 지난 2004년 토목공사를 위한 첫 삽을 뜬 것이다. 이곳에는 도예에 손종목, 김장의 김종태 등과 목공예에 김세진, 전통가구에 박종덕, 미술공예에 손부남. 천연염색에 연방희, 정재만, 금속공예에 정차연, 옹기에 서병화, 금속조형에 이돈희, 한지공예에 이정순, 전통 연에 박덕주 등 다양한 장르에서 33인의 공예인들이 모여 공방과 작품전시실, 살림집 등을 갖추고 생활하게 된다.

군은 공예인들의 개인적인 공간 외에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전시관과 도자기 박물관, 천문대, 생태공원, 체육공원 등을 갖춘 전국 유일의 종합 공예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공예분야의 다양한 장르를 어우르고 있는 전국 유일의 종합 공예마을인 ‘진천 공예마을’ 조감도. 오는 11월(예정) 완공을 목표로 조성중이다.

“오늘의 공예마을이 있기까지 여러 가지 상황들 때문에 위기와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지나간 일이고 굳이 되돌릴 필요가 없는 부분들이지요. 10년을 기다려 이제 자리를 틀기 시작했으므로 앞으로 10년은 더 있어야 제대로 자리가 잡힐 것 같습니다.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공예인들이 입주해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이미 공간조성을 완료해 어엿하게 전시장을 갖춘 공방이 있는가하면 아직 시작을 하지 못한 공간도 있다. 군에서 지원해 건축하게 될 종합전시관이 200평 규모로 올 11월 완공되면 그곳에 전시장과 체험학습장, 아트숍 등을 갖추고 외부 관람객들을 수용할 예정이다.

이 종합전시관에서는 일반인들과 학생들이 다양한 장르의 공예를 체험하고 늘 새롭게 기획전시 될 공예품을 관람하고 공예인들과 교류하고 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장이 된다. 개인 공방의 경우도 누구나 방문해 체험하고 작품을 관람하며 공예인들과 소통하고 공예를 이해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일본의 한 공예마을을 가보니 외부에서 만들어와 판매만 전담하고 있었습니다. 진천공예마을의 경우 공방과 전시장을 함께 갖추고 있어 관람객들이 직접 만드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공예를 보는 안목이 높아질 테고 공예인들은 작품의 질을 높여야하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지요. 결국 우리 스스로 노력해서 좀더 우수한 공예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이제 곧 충북에도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주말이면 가볼 곳이 하나 생기게 된 것이다. 문화를 향유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그곳에서 눈요기도 하고 즐거움을 얻어간다면, 정서가 메마르고 고갈된 일상에 윤활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지금 여기저기 집을 짓느라 분주하다. 오는 가을쯤이면 진입로도 이 차선으로 잘 닦여질 테고 곳곳에 ‘진천공예마을’로 향하는 이정표가 세워질 것이다. 목하, 진천의 공예가 전국으로, 세계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미래를 보고 문화산업에 뛰어든 진천군의 앞선 정책을 기대하면서 진천공예마을이, 문화에 투자했을 때 천문학적인 경제가치가 되는 부메랑 효과를 실현시키는 모범사례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이제 다시, 그가 왜 그릇의 속을 비우는 작업을 했는지 알 듯하다. 자신의 마음을 비워내는 작업은 아니었을까. 자신을 수양하듯 작업으로 자신을 갈고 닦은 도예가 손종목이며 뜻을 함께 하는 장이들이 있다는 것이 공예마을의 든든한 원군이 될 것이다.


/김정애 (소설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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