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개관 1년 반… 성과와 과제

작가와 시민 ‘미술 향기 소통 없었다’

2008.07.20 19:26:19


청주시의 미술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시각예술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개관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가 오는 8월이면 개관 1년 6개월을 맞는다.
개관 전부터 지역의 미술인은 물론 시민들의 상당한 관심과 기대를 모았으나 타 지역에 비해 현재의 청주 미술은 점점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튜디오의 개관으로 청주의 미술이 새롭게 부상하리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그 역할이 미진해 좀처럼 활기를 띨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일까.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

오는 9월 청주시 직제개편으로 시립정보도서관 산하에서 문화관광과 소속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청주시 미술창작스튜디오.

10여 년 전 청주의 미술이라면 잘나가는 대도시가 부럽지 않았다.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현대미술에서부터 전통적인 형식을 중시하는 구상회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활동 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던 곳이었다.

그런 청주가 세월이 흐르면서 급박하게 변해가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뒤쳐지고 있다.

실력 있는 젊은 미술가들은 설 자리가 없어 서울 무대나 기타 다른 지역의 무대를 기웃거린다. 그러다 그곳으로 날아가 버려 50, 60대의 중년 작가 층과 20, 30대 젊은 작가 층 사이에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 문제의 핵심을 분석하는데 가장 적절한 예가 바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다.

작가들을 입주시켜 작업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창작스튜디오는 문화 선진국에 비교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에서라면 전국에서 분명 앞선 정책의 시도였다.

문제는 ‘앞선 정책’의 상징인 ‘앞선 공간’을 만들어 놓고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 당초 목표인 ‘미술 인프라 구축’이나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시각예술을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공간만 만들어 놓고 스튜디오 본질을 위해 효율적으로 운영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전시공간, 좋은 작업실,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곳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민들은 모르고 있다. 고작 입주작가들의 정해진 조건의 전시, 정해진 시간의 오픈스튜디오, 간단한 세미나가 전부다.

이곳에서 실험적이며 창의적인 작품의 좋은 전시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이것을 관람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를 기대했다. 미술인과 평론가가, 타 지역 미술인과 청주의 미술인이, 시민과 미술인들이 만나 소통하고 토론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했다. 외국의 작가들이 청주를 찾아 함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해 청주의 문화를 알리고, 더불어 청주의 작가들이 외국의 전시에 참여하는 활발한 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대했다. 스튜디오에 머물렀던 작가는 청주가 근거지가 되어 청주를 통해 성장하고 청주의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보여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작가와 시민, 기업을 연계해 작품판매를 유도하고 더불어 작가들의 작업활동이 활발해지고 시민들의 문화수준이 향상되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활동을 되 집어 보면 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여름방학을 맞아서도 어떤 기획전도 열리지 않는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의 빈 전시 공간. 이곳에서 좋은 전시가 이뤄져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물론 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의 작품이 공신력 있는 공모전이나 타 지역 전시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청주에 남아 청주를 근거지로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미술활동 하기 좋은 타 지역으로 분출된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열심히 키워 남 좋은 일시키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바꿔보자는 제안을 한다. 문화의 척도가 미래를 좌우 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자치단체 장들에게 없다는 것은 누누이 지적돼온 이야기다. 그럼에도 다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변하지 않으면 회복불능 상태로 전락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우선 문화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 마인드가 필요하다.

스튜디오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자치단체에서는 예산만 지원할 뿐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전문가 중심의 독립된 공간으로 가야한다. 스튜디오 운영의 본질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관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 또한 한시적인 계약직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상주학예사가 절실하다.

좋은 전시에는 적당한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하며 좋은 기획전이나 프로그램을 계획하는데 있어 언로가 막혀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 스튜디오의 경우 운영에 필요한 모든 통로가 닫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운영위원회와 자치단체, 학예사, 입주작가, 시민, 후원 능력 있는 기업과의 소통부재, 독창적인 기획전 전무, 프로그램 부실, 타 지역이나 외국작가와의 교류 부재 등을 낳고 있다.

특히 청주시내 소재 대학수와 미술단체 수에 맞춰 지정하는 형식의 운영위원 선정 역시 문제다. 스튜디오가 제 기능을 하려면 제대로 된 자문 역할을 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운영위원회의 운영조례에 의하면 ‘입주작가 선정과 퇴실에 관한 사항, 스튜디오 제반운영에 대한 자문을 한다’고 돼 있다. 현재 운영위원회는 입주작가 심사와 프로그램이나 전시의 찬반을 결정하는 것 외에 별다른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조례개정을 통해서라도 운영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전폭적으로 수정해야한다.

운영위원회라는 것은 자치단체와 부대끼면서 새로운 기획을 창출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데 중심역할을 해야 하며 기존 입주작가들은 물론이고 스튜디오를 거쳐 간 작가들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고 그들의 활동을 자료화 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 운영의 본질을 행사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작가후원을 위해 기업과 연계하는 방안이나 시민들과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독창적인 기획전이나 교류전 등으로 학예사들의 할일이 넘쳐 스튜디오가 매일매일 용광로처럼 들 끓토록 해야 한다. 운영위원회는 스튜디오와 자치단체 중간에서 스튜디오의 목적이나 본질에 향응하는 모든 정책을 자문하고 지원하고 비판하는 통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것이, 현재 청주 미술 창작스튜디오가 학생들의 여름방학을 맞아서도 전시실이 텅텅 비어있고 방학 프로그램계획이 전무한 이유다. 심지어 입주작가와 일본작가들 간의 교류전(청주& 나가사키 현대미술 교류전, 8월 5일부터) 조차 스튜디오 전시장을 놀리면서 청주시 소재 사설미술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시 기획이 어느 날 만들어졌거나, 몇 년 전부터 계획했다는 형식과 관행이 중요하지 않다.

오는 9월 청주시 직제개편으로 시립정보도서관 산하에서 문화관광과 소속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청주시 미술창작스튜디오.

시민들은 늘 문화, 시각미술에 목마르다. 언제, 어떤 전시든 작가와 시민이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꺼리’가 던져지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전시공간에, 특히 여름방학에 학생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최상의 입지조건을 갖춘 공간에, 그 어떤 기획전도 마련되지 못하고 비어있다는 것은 스튜디오 건립목적을 위반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한때 청주에서 번성하던 시각예술의 르네상스를 되살릴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현재의 운영방법으로는 청주 미술발전을 이루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문화낙후지역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보인다.

스튜디오가 시립정보도서관 산하에서 운영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으나 오는 9월 청주시의 조직개편에서 문화관광과 소속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문화관광과장이 관장체제로 갈 경우 스튜디오 운영에 있어 현재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기대를 해보겠다.

당초 스튜디오 운영의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져 작가와 시민이 늘 소통하고 교류하며, 스튜디오와 청주라는 공간이 미술의 향기로 넘쳐 나기를, 다시 기다리겠다.


/김정애 (프래랜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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