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물길이 바위 사이를 에둘러 흐른다. 물소리가 산객들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짙푸른 숲과 굽이치는 계곡이 절경이다. 숲 가운데로 난 길은 평탄하고 온화하다. 계곡과 가까운 구간이 많아 풍경이 좋다. 어디서든 멈춰서 물빛을 감상할 수 있다. 투명 물빛 하얀 폭포 보며 쉬어갈 수 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누워 쉴 수 있다. 숲의 향기를 맡으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폐부 깊숙이 청량함이 스며드는 듯하다. [충북일보] 산청의 특징은 산 높고 물 맑은 청량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를 만난다. 물길과 숲길 도로를 건너는 재미가 있다. 계곡은 시원하고 숲은 푸르러 납량하다. 기암괴석 휘돌아가는 옥류는 웅장하다. 물길의 흐름이 꽤나 빠르고 남성적이다. 피서여행지라면 단연 대원사 계곡이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산청을 찾는다. 대원사 계곡물 소리에 발걸음이 가볍다. 유량이 많아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천왕봉의 힘찬 기운이 제대로 전해진다.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가 조화롭다. 질주하는 급류가 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햇빛에 비친 계곡물이 영롱하게 빛난다. 해발 1200m 무재치기폭포가 내려온다. 조개골과 합류해 대원사 계곡을 만든다. 거기에 대원사 계곡길이 길게 이어진다. 2018년 완공된 산길엔 볼거리가 많다. 길 끝쯤에 천 년 고찰의 대원사가 있다. 가야 마지막 왕 구형왕의 발자취도 있다. 길이 물길을 따라 숲과 도로를 넘나든다. 맹세이골 자연관찰로도 야생 그대로다. 대원사 계곡길이라고 새긴 문을 지난다. 자연과 시간이 작업하는 공간으로 간다. 새로운 세계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크고 힘찬 물소리가 탐방객들을 반긴다. 소막골 야영장 가는 작은 다리가 보인다. 맹세이골에도 슬쩍 들어갔다가 나온다. 숲 가운데로 난 길은 평탄하고 온화하다. 계곡과 가까운 구간이 많아 풍경이 좋다. 대충 보고 빠져나와 계곡길을 따라간다. 오른 쪽으로 계곡 따라 나무 데크가 있다. 어디서든 멈춰서 물빛을 감상할 수 있다. 투명 물빛 하얀 폭포 보며 쉬어갈 수 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누워 쉴 수 있다. 숲의 향기를 맡으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쉼터엔 그네, 시소 등의 시설이 보인다. 조금 가면 예쁜 화장실이 손님을 맞는다. 자연의 시간 속으로 한 발 걸어 들어간다. 온전하게 계곡의 품 안에 깊이 빠져든다. 밝은 색채감이 고요한 숲에 멋을 더한다. 빛이 색을 만들어내 신비감을 조성한다. 옛 사람의 길에서 지금 나의 길을 만난다. 사색을 하게 하는 혼자 걷기 좋은 길이다. 가슴을 열고 피톤치드 향을 들이마신다. 오랜 역사 생각하며 자박자박 걸어간다. 대원사 계곡 숲이 짙은 녹음으로 덮인다. 녹음 짙어진 아름다운 여름을 보여준다. 자연이 내뿜는 푸르름을 느끼기에 좋다. 남녀노소, 산행 초보자까지 부담이 없다. 험한 등산로가 아니라 데크 산책길이다. 편도 3.5㎞ 길이 안성맞춤 데크 길이다. 차가운 물통 하나 들고 가볍게 걷기 좋다. 한여름 더위 식혀주기 적당한 곳이 많다. 산청은 산 높고 물이 맑은 산고수장이다. 대원사 계곡이 시원한 물길을 연출한다. 염제치하 무더위 피하기 적당한 장소다. 사시사철 지리산 골짜기 물이 풍요롭다.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가 조화롭다. 계곡물은 계곡 따라 숲길을 가로지른다. 바위 통과한 물길의 흐름이 꽤나 빠르다. 대원사 계곡길 주차장은 넓고 편리하다. 하얀 물길이 바위 사이를 에둘러 흐른다. 낙차 음이 호랑이 포효 소리 같기도 하다. 물소리가 산객들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장단에 맞춘 걸음이 덩달아 가벼워진다. 짙푸른 숲과 굽이치는 계곡이 절경이다. 트레킹 코스는 편도로 약 2시간 정도다. 쉬엄쉬엄 갈 거면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전체적으로 탐방로가 잘 정비돼 예쁘다. 이따금씩 전망대와 쉼터에서 쉬면 좋다. 조망은 찌든 일상을 위한 힐링 포인트다. 가슴 열고 피톤치드를 한껏 들이마신다. 한적한 공간서 삼림욕과 명상을 즐긴다. 삼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위로 뻗는다. 빽빽이 들어찬 숲길에서 숨을 크게 쉰다. 폐부 깊숙이 청량함이 스며드는 듯하다. 일주문 지나서부터 마음이 평온해진다. 계곡 바닥에 깔린 바위마저 붉게 물든다. 흐르는 물은 파랗다 못해 초록에 가깝다. 길은 나무데크와 야자매트로 깔끔하다. 푸른 물 담은 소와 담이 연달아 나타난다. 붉은 빛 도는 바위 아래 초록물이 휘돈다. 100년 된 용이 살았다는 전설도 고인다. 용이든 사람이든 깨끗한 물을 좋아한다. 얼마나 걸었는지 물소리가 점점 커진다. 계곡물이 바위 사이를 질주하듯 달린다. 급류가 되어 하얀 폭포로 쏟아져 내린다. 물줄기가 포말 일으키며 가슴을 적신다. 왠지 마음 한 켠이 후련해지는 기분이다. 계곡 바닥은 온통 옥돌로 이뤄진 듯하다. 햇빛에 비친 물이 윤슬로 영롱히 빛난다. 어느새 계곡길 중간 대원사에 도착한다. 걸음을 멈추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계곡 위로 방장산교가 새롭게 놓여 있다.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떠오른다. 신라군에게 쫓겨 대원사 계곡까지 왔다. 말과 소에게 먹이를 주며 쉬었던 곳이다. 또 다른 역사의 흔적이 새롭게 눈에 띈다. 일제강점기 송진채취 흔적이 뚜렷하다. 대원사 계곡에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대원사계곡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역사와 관련된 설명들이 곁들여져 있다. 생태 환경과 관련된 해설판도 눈에 띈다. 힐링과 더불어 생태와 역사도 알게 된다. 다시 한참 동안 계곡길을 따라 올라간다. 계곡 건너편 옛 유평초등학교가 보인다. 일명 가랑잎초등학교로 불리는 학교다. 부산의 어느 언론사 기자가 이름 지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94년 폐교됐다. 지금은 학생야영수련원 등으로 쓰인다. 가랑잎학교가 있는 곳이 유평마을이다. 유평과 새재 등 6개의 마을을 아우른다. 1960년대 가슴 아픈 이야기를 간직한다. 산간마을과 화전민들의 고달픈 역사다. 유평마을엔 음식점과 민박집이 꽤 있다. 농사, 고로쇠와 약초 채취를 하기도 한다. 험한 계곡길이 비경길로 바뀐 지 5년이다. 대원사 계곡을 따라서 맑은 물이 흐른다. 최고의 탁족과 탁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발을 오래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차갑다. 탁족을 만끽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공간이다. 탐방객 모두가 신선이 되는 멋진 하루다. 돌아가는 길 계곡물에 하얀 포말이 인다. 계곡물에 들어가 두 발을 천천히 담근다. 유년시절의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랑잎초등학교가 옛 추억을 불러낸다. 하얀 포말이 어느새 무더위를 앗아간다.
낙가산을 거쳐 것대산까지 내쳐 걷는다. 들머리 따라 느끼는 강도가 아주 다르다. 낙가산정에 다르면 가볍게 걸을 수 있다. 통신탑을 지나면 그늘진 숲이 쾌적하다. 나무들이 단정하게 도열하며 정렬한다. 나무 사이 여백이 평화로움을 선물한다. 자연이 보여주는 평화에 소란함이 없다. 걸음마다 떨어지는 햇살에 만족스럽다. 소나무와 대화하고, 새소리에 멈춰 선다. 늦은 여름 시원한 그늘이 참 매력적이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4,낙가산(洛迦山 475m) 오늘도 터벅터벅 느리게 산길을 걷는다. 걷다 앉으니 산 마루금이 유장히 흐른다. 산기슭을 굽어보며 산그리메를 부른다. 산객의 발위에 낙엽 하나가 살짝 구른다. 손에 집어 들고 옛날 화려함을 추억한다. 행복했던 시간들을 겸손하게 떠올린다. 한없이 챙겨온 사랑과 우정을 기억한다.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따라 간다. 낙가산을 지나면 잣나무 숲이 쾌적하다. 송백 숲이 단정하게 정열하며 도열한다. 인공조림이 제법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순수한 시골 선비처럼 푸른 얼굴을 한다. 나무 사이 여백이 평화로움을 선물한다. 자연이 보여주는 평화에 소란함이 없다. 고요하다고 하면 너무 평범해질 것 같다. 걸음마다 떨어지는 햇살에 만족스럽다. 처서가 코앞인데 더위가 식을 줄 모른다. 천천히 걷는데도 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이즈음 걷는 것 자체가 힘들고 고단하다. 시원한 숲길에서 느긋하게 평지를 걷는다. 것대산까지 넓고 평평한 산길이 이어진다. 키 큰 나무 이파리들이 햇빛을 막아준다. 한 낮인데도 지열이 별로 없어 걷기 좋다. 곳곳에 조망처가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처서가 코앞인데 더위가 식을 줄 모른다. 천천히 걷는데도 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이즈음 걷는 것 자체가 힘들고 고단하다. 시원한 숲길에서 느긋하게 평지를 걷는다. 것대산까지 넓고 평평한 산길이 이어진다. 키 큰 나무 이파리들이 햇빛을 막아준다. 한 낮인데도 지열이 별로 없어 걷기 좋다. 곳곳에 조망처가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낙가산엔 산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주산행은 용암 성당 뒤편서 시작한다. 낙가산 것대산 거쳐 상당산성으로 간다. 동쪽으로 가 선도산을 살펴 볼 수도 있다. 보살사 쪽서 오르내리는 순환형도 있다. 활엽수길 분위기가 좋아 걷기에 제격이다. 보살사 갈림길에 오면 정상 바로 앞이다. 순환형은 보살사와 낙가 마을을 거친다. 낙가산 정상은 전망이 좋은 곳 중 하나다. 먼저 청주 남부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마저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긴 산행을 하려면 것대산으로 가면 된다. 것대산서 동남방향으로 줄기가 완만하다. 상봉을 거쳐 상당산성으로 갈 수도 있다. 양궁장이나 보살사 방면으로 가도 된다. 413봉 줄기를 따라 가는 길은 비탈지다. 낙가산엔 산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주산행은 용암 성당 뒤편서 시작한다. 낙가산 것대산 거쳐 상당산성으로 간다. 동쪽으로 가 선도산을 살펴 볼 수도 있다. 보살사 쪽서 오르내리는 순환형도 있다. 활엽수길 분위기가 좋아 걷기에 제격이다. 보살사 갈림길에 오면 정상 바로 앞이다. 순환형은 보살사와 낙가 마을을 거친다. 낙가산 정상은 전망이 좋은 곳 중 하나다. 먼저 청주 남부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마저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긴 산행을 하려면 것대산으로 가면 된다. 것대산서 동남방향으로 줄기가 완만하다. 상봉을 거쳐 상당산성으로 갈 수도 있다. 양궁장이나 보살사 방면으로 가도 된다. 413봉 줄기를 따라 가는 길은 비탈지다. 세 번째 계단이 나타나면 거의 정상이다. 들숨을 가다듬고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날숨을 힘차게 내뱉으니 정상이 보인다. 천년고찰 보살사를 들려보는 것도 좋다. 숲이 우거지고 조용해 사색하기도 좋다. 많은 문화재가 있어 역사기행으로 좋다. 맑은 물 한 모금으로 산행 마감하기 좋다. 천년의 풍경소리를 들어보는 건 더 좋다. 낙가산서 보는 해질녘 풍경은 압권이다. 산객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노을이다. 편한 사색을 즐기기에 딱 좋은 시공이다. 파편처럼 흩어진 역사를 슬쩍 꺼내본다. 남은 흔적들을 근거로 이야기를 만든다. 잠시 숨어 있는 역사의 숨결을 느껴본다. 시간 흐르며 점차 과거 속으로 빠져든다. 나 홀로 낙가산 관련 스토리텔링을 한다. 낙가석조는 낙가산 저녁노을을 뜻한다. 조선시대 서원8경 하나로 석양빛이 좋다. 인도 남부 보타낙가산서 이름을 따왔다. 순리로 보면 관음도량 보살사가 먼저다. 보살사서 낙가산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용암동서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다. 정상부근선 여름의 남서풍이 시원하다. 가볍게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벤치도 있다. 낙가산은 상당산성서 남쪽으로 뻗는다. 용정동과 용암동에 걸쳐 능선길이 길다. 금천 영운 용정 용암동 주민의 휴식처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산에 오르기에 좋다. 양궁장에서 정상까지 1시간 남짓이다. 사계절 내내 부담 없이 산행을 할 수 있다. 새벽 산행부터 야간산행까지 할 만하다. 휴일에 혼자서 나서도 별로 부담이 없다. 낙가산과 것대산을 이어 걸으면 최고다. 하산은 낙가산이든 것대산이든 다 좋다. 어느 곳에서든 어렵지 않게 택할 수 있다. 것대산 활공장 전망은 낙가산 버금이다. 홀로 호젓하게 사색하며 즐기기 딱 좋다. 것대산에서 다시 낙가산으로 돌아온다. 낙가산 정상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간다. 보살사 쪽으로 가는 갈림길이 드러난다. 보살사 방향으로 길을 잡아 쭉 내려간다. 태양이 청주 하늘에 여명의 빛으로 온다. 보살사 법당까지는 2.4km 정도 남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민 불빛에 매료된다. 저녁노을이 멋져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서녘의 해질 빛이 화려해질 때 내려온다. 붉게 물든 석양에 금빛 기운이 묻어난다. 스님들의 염불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 것대산(484m) 상당산성 가다보면 산성터널을 지난다. 낭성과 상당산성으로 갈리는 삼거리다. 곧 것대산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만난다. 것대산 아래에는 것대 마을이 자리한다. 자꾸 것대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진다. 학자 간에도 정설이 없어 명확하지 않다. 의미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남아 있다. 것대 고개는 예부터 상봉재로도 불린다. 낙가산 거쳐 것대산까지 이어서 걷는다. 산이라고 해도 두 번 오르막길이 전부다. 물론 들머리 따라 느끼는 강도가 다르다. 낙가능선에 다르면 가볍게 걸을 수 있다. 어린이회관 옆 산으로 오르는 길도 있다. 풍주사에서 오르는 옛길을 따라도 좋다. 산성터널 로드파크에서 오르면 더 쉽다. 양궁장에서 낙가산을 지나 걸어도 된다. 것대산은 우암산에서 한 치 건너 뻗는다. 상당산성서 출렁다리를 건너와도 된다. 그곳엔 언제나 소나무가 말없이 서 있다. 그냥 꿋꿋하게 서 청주를 바라볼 뿐이다. 홀로 산행을 즐겨도 결코 외롭지 않다. 소나무와 대화하고, 새소리에 멈춰 선다. 늦은 여름 시원한 그늘은 참 매력적이다. 아름드리 적송은 청주의 기개를 말한다. 것대산을 오를 때마다 느낌은 다 다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다 달라진다. 피고 지는 모습에서 삶을 반추하게 된다. 생태의 변화에서 무상을 맛보기도 한다.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붉은 빛 소나무가 힘을 솟구치게 돕는다. 무심한 세월 꿈쩍도 않고 자태를 지킨다. 평생을 소나무처럼 살 수 있길 소망한다. 낙가능선 따라 것대산 활공장에 닿는다. 나뭇가지 흔들림 하나도 없이 잔잔하다. 정적의 공간에 산객의 숨소리만 들린다. 산 아래로 터지는 조망이 큰 위안을 준다. 하늘 위 뭉게구름은 여인 속살처럼 희다. 한참을 서서 청주 도심 전경을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획 스쳐 지나간다. 봉수대로 내려가 고운 마음을 봉헌한다. 8·15 광복절에 봉수대 풍경을 만난다. 것대산은 봉화 올리던 군사적 요충지다. 삼백 예순 닷새 위기 지켜낸 희망봉이다. 것대산 돌탑 4개가 눈길을 확 잡아끈다. 일제 강점기에 묻힌 역사가 오버랩 된다. 나라 위기 알리는 봉수기능을 생각한다. 밤엔 횃불 낮엔 연기로 위급을 알린다. 푸르른 산풍경이 봉수대로 더 살아난다. 것대산 봉수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온다. 전국적인 커다란 봉수망 가운데 하나다. 서울의 남산까지 이르는 중간 경유지다. 봉수는 남해의 금산봉수에서 출발한다. 남쪽으로는 문의에 소이산 봉수가 있다. 여기서 신호를 받아 북쪽으로 이어진다. 그런 다음 진천 소을산 봉수에 연결된다. 진천을 거쳐 한양에 급한 변고를 알린다. 활공장 아래 봉수대 탑 공간이 한적하다. 복원해 놓은 그 옛날 모습이 자연스럽다. 가파른 언덕길에 한낮 햇살이 감겨든다. 짙게 드리운 정적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고요한 평화로움에 쓸쓸함이 밀려온다. 희뿌연 청주 풍경이 봉수대로 살아난다. 상봉재서 다리쉼 하며 잠시 목을 축인다. 그 옛날 장꾼들의 애환이 서린 공간이다. 봉수대 가는 중에 다양한 숲을 경험한다. 잣나무 숲 지나자 참나무들이 빽빽하다. 마가목과 벗나무 군락도 늦여름을 즐긴다. 것대산 활공장에서 시내를 내려다본다. 시야가 신탄진과 조치원까지 다다른다. 상봉재서 직선으로 가면 상당산성이다. 출렁다리 잣나무숲 지나면 남암문이다. 한남금북정맥이 직접 관통하는 곳이다. 봉수대서 쭉 내려가면 상봉재가 나온다. 옛 사람들이 청주 장터를 오가던 길이다. 상봉재 옆에는 이름 없는 무덤들이 많다. 그 옛날 청주읍성 사람들의 무덤일 게다. 군데군데 무덤 위로 나무가 크게 자란다. 사후 세계가 너무나 무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봉분을 키운 무덤들도 눈에 띈다. 사후 세계가 풍요로운 이승사람들이다. 상봉재 옹달샘서 바라보는 전망도 좋다. 시원한 물 한 모금에 조망은 두 컷이다. 옹달샘은 한강의 물이 금강으로 흐른다. 상봉 쪽에선 명암약수터로 갈 수 있다. 상봉은 상당산성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정골 용정저수지로 가는 길도 있다. 상봉재 도둑골 길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산길 운치가 좋다. 상봉재 샘터에서 맛난 약수를 한 잔 마신다. 더운 여름날 시원함을 느끼기에 너무나 좋다. 시원한 물맛이 아주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중생을 위한 구도자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온 세상이 기지개를 켜는 이른 아침이다. 계절은 고왔던 꽃잎 대신 진한 초록이다. 숲길을 오르다 보면 구녀산성을 만난다. 햇살이 내린 초정 들녘이 푸르스름하다. 확연히 눈에 띄는 아름다운 산은 아니다. 산책에 가까운 걷기가 가능한 숲길이다. 훅 덮쳐오는 풀 냄새와 나무 향기가 좋다. 편한 행복감이 뇌와 근육을 타고 번진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3,구녀산(九女山, 484m) 상당산성 밖으로 나오자 야생의 산이다. 대신 걸음이 아주 편안해 지는 숲길이다. 호흡이 편안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다. 낮이 고요하니 그늘진 숲이 더 적막하다. 점점 더 넓어진 그늘이 온 산에 스며든다. 서늘한 나무 아래까지 살포시 스며든다. 상당산성 옛길을 따라 고즈넉이 예쁘다. 붓으로 그린 그림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이티봉 가는 길에 이정표가 여러 개 있다. 빽빽한 숲에선 물박달나무가 이정표다. 안둥뱅이의 번개 맞은 느티나무도 있다. 산신령마냥 지키고 서서 고개를 지킨다. 거대한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뒷면은 번개를 맞아 속이 타서 비어 있다. 그럼에도 남은 줄기로 초록 잎을 틔운다. 자연의 이정표를 따라 이티재에 닿는다. 햇살이 내린 초정 들녘이 푸르스름하다. 온 세상이 기지개를 켜는 이른 아침이다. 초정행궁에선 특산물 판매를 시작한다. 부지런한 사람들의 활발발이 묻어난다. 이티재에서 구녀산을 높이 올려다본다. 그 옛날 웅장하던 산성은 오간 데가 없다. 돌탑 몇 개만이 마을 뒷산 길목을 지킨다. 계절은 고왔던 꽃잎 대신 진한 초록이다. 구녀산은 옛날부터 음기가 강한 산이다. 무속인들이 찾는 굿판장소로 유명하다. 구녀산 가는 산길의 시작은 정해져 있다. 이티재에서 구녀산으로 가는 길이 쉽다. 이티재는 옛길로 미원과 초정을 잇는다. 한남금북정맥에서 아주 중요한 고개다. 시원한 샘물로 갈증을 달래는 휴식처다. 숲길을 오르다 보면 구녀산성을 만난다. 이티재라는 말의 유래가 너무 재미있다. 고개를 넘을 때 이틀에 걸쳐 넘는 재다. 이틀재가 다시 이티재로 변음된 거란다. 유래를 뒤고 하고 구년산길로 올라선다. 길은 잘 정비돼 편안하고 푹신하고 넓다. 길의 오름과 내림도 그리 심하지 않다. 30여분 만에 구녀산 정상에 다다른다. 다소 으스스한 전설이 귓가로 전해진다. 능선 위에 길게 누운 소가 눈에 들어온다. 순한 소의 등허리처럼 완만하게 보인다. 이티재 아래서 위로 바라보면 쉽게 안다. 구녀산의 높이는 무려 484m에 이른다. 청주에는 500m가 넘는 산이 거의 없다. 청주 진산으로 불리는 우암산은 343m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아주 높은 산이다. 절대로 만만하게 볼 낮은 동산이 아니다. 이티재가 예전과 달리 한가한 모습이다. 하지만 주차장 뒤로 풀 빌라가 즐비하다. 산행은 건물 우측으로 돌아가 시작한다. 구녀산이 보이는데 너무 가까이 보인다. 산길은 여전히 넓고 보기 좋게 열려 있다. 산길로 접어드니 운동시설들이 놓여있다. 구녀성 가는 길 이정표도 곳곳에 서 있다. 삼국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추를 거친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햇살과 구름은 여전히 여름이다. 더위를 실어와 산객들에게 살짝 나눈다. 구녀산 녹음 속 순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길은 언덕까지 순하고 순하게 이어진다. 시원한 숲속의 기운이 정신을 맑게 한다. 진녹색의 잎 넓은 나무 그늘이 시원하다. 길과 산, 숲이 평범한 삶을 아름답게 한다. 초입부터 산정까지 산길이 참 유순하다. 중간 중간 좀 가파른 오르막 구간이 있다. 힘들지는 않아 다리쉼할 정도는 아니다.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걷기에 적당하다. 바위가 거의 없는 육산으로 숲이 예쁘다. 나무가 울창해 산길 분위기가 편안하다. 찾는 이도 많지 않아 깨끗하고 조용하다. 덩굴 무성한 숲 사이로 걷는 재미가 크다. 구녀성 가는 길에 짙은 녹음이 피어난다. 장마 뒤의 높은 습도에도 청량한 숲이다. 아직 덜 붐비고 덜 유명해 아주 더 좋다. 한적한 비 접촉 걷기 길로 최고 공간이다. 산책하듯 가볍게 발을 내딛으며 걷는다. 적요한 숲에서 뒷짐 지고 홀로 걷는다. 최고의 자연에서 누리는 자연의 호사다. 여여한 스님의 포행을 흉내 내어 본다. 능선 따라 마루금이 유장한 녹색을 띤다. 푸르른 솔숲이 그늘로 뒤덮여 아늑하다. 나무마다 온통 짙어져 스스로 눈에 띈다. 시든 것 없이 모두 싱싱해 한동안 즐겁다. 이른 아침 홀로 걷기 딱 좋은 숲속길이다. 수많은 역사적 시간을 품고 길게 흐른다. 구녀성 가는 길이 삶의 목적성을 가르친다. 한순간 일상의 모든 짐을 내려놓게 한다. 구녀산 숲속 경관이 가끔씩 신령스럽다. 지나는 여름 색이 수묵담채화처럼 곱다. 눈부신 하늘에 파란 꿈이 저절로 빛난다. 언제 봐도 시원한 녹색의 산수풍경이다. 활력 넘치는 숲속의 생명이 느껴져 좋다. 푸르디푸른 청춘을 닮은 새들이 예쁘다. 몰려온 허기를 물리치고 다시 일어선다. 털고 일어나 스틱을 챙겨 길을 이어간다. 가까운 구녀성이 멀리 구름 속에 숨는다.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산중턱 신선한 공기에 코끝이 상쾌하다. 다시 땅에 배낭을 내려놓고 몸을 식힌다. 땀범벅 불덩이가 그늘에 식어 시원하다. 오래 머물지 않고 구녀산 정상으로 간다. 눈부신 진녹색 그림자가 물결로 퍼진다. 색 농도가 하도 짙어 옷을 물들이려한다. 고갯마루 우측으로 산성 흔적이 보인다. 조금 더 가니 조그만 돌탑도 하나 있다. 구녀산성은 거의 허물어져 찾기 어렵다. 손질해 깎아 만든 반듯한 바위가 아니다. 자연석을 그대로 포개어 올린 산성이다. 꼼꼼하게 안 보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성의 흔적을 따라 가본 능선은 흐릿하다. 붉은 육질을 한 소나무가 자리를 잡는다. 여전히 햇빛 막아주는 울창한 숲길이다. 성내의 고개 마루 운동기구들이 반긴다. 구녀산성 유래를 적어놓은 간판이 있다. 아들 하나와 아홉 딸에 대한 슬픈 얘기다. 우측 길을 따라 가면 묘지들이 여러 기다. 파헤쳐진 묘지와 이장한 묘지터도 있다. 전설과 관련된 묘지인지는 알 길이 없다. 돌탑 정상을 지나면 시야가 뻥 트인다. 돌탑에서 한남금북정맥 길이 이어진다. 소나무들이 숲길을 이뤄 제법 근사하다. 숲길에 시원해진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고갯마루에 쓰러진 이정표가 어지럽다. 분저치와 좌구산으로 이동로를 알린다. 숲은 금방이라도 산짐승이 나올 듯 깊다. 파헤쳐지고 아직 마르지 않아 촉촉하다. 정상서 1시간 지나자 분저치에 닿는다. 구녀산 특징은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낙엽 길을 사부작사부작 걷기 좋다.·등산로는 순한 소등허리처럼 완만하다. 그렇게 순한 오솔길에 낙엽이 쌓여있다. 해마다 쌓이고 쌓여 길이 폭신폭신하다.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초여름 길마다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린다. 사방에서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유혹한다. 여름날 길에서 만난 산딸기는 영양제다. 지금은 숲속의 시간이 지나 보기 어렵다. 구녀산 숲엔 산딸기 밭이 넉넉하게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들도 즐비하다. 백 년도 넘어 보이는 고목들은 우람하다. 생김새가 신기하고 신비하기까지 하다. 이내 산객을 떨게 하는 전설이 들려온다. 아름다운 산에 깃든 골육상쟁 이야기다. 골육상쟁의 전설보다 무서운 게 또 있다.·산길 도처에 멧돼지의 흔적이 선명하다. 금방 머물다간 온기가 느껴질 때도 있다. 꿀꿀거리는 소리가 멀리 들리기도 한다.·멧돼지의 공격 공포가 상존하는 산이다. 멧돼지 발자국이 여기저기 흔하게 있다. 낙엽위의 까만 똥은 아마도 영역표시다. 헛기침과 종소리로 존재를 알리며 간다. 구녀산은 한남금북정맥의 주능선이다. 초정약수지역이 산 아래에 가까이 있다. 하지만 구녀성과 산길 연결이 좋지 않다. 정상 표지석은 돌무더기에 가려져 있다. 안전한 산행 축원으로 쌓은 서낭당 같다. 노송군락이 멋진데 잡목들이 방해한다. 가시덩굴과 잡목도 많아 걷기 불편하다. 깎고 옮겨 전체를 정비해야 할 것 같다. 확연히 눈에 띄는 아름다운 산은 아니다. 산책에 가까운 걷기가 가능한 숲길이다. 훅 덮쳐오는 풀 냄새와 나무 향기가 좋다. 편한 행복감이 뇌와 근육을 타고 번진다. 슬픈 스토리는 예쁘게 포장한 선물 같다. 1남9녀의 슬픈 성 쌓기 경쟁이 스쳐간다. 피눈물 나는 어머니의 사랑이 배어있다.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나를 감동시킨다. 여름 한날 아홉 딸이 죽은 산은 차분하다. 솔숲은 슬픔보다는 위로의 기운이 짙다. 잘생긴 소나무가 지난 아픔을 잊게 한다. 마침 시원한 바람이 무더위를 식혀 준다. 상큼한 솔향기가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산 속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듯이 반갑다. 편한 흙길과 완만한 오르막이 편안하다. 살랑 바람이 불어와 다시 얼굴을 만진다. 정자에서 숨을 돌리며 주변을 살펴본다. 삶을 반추하며 오늘 해를 가슴에 품는다.
청주에서 상당산성은 적당한 여행지다. 청주시민의 휴식처로 제 역할을 다한다. 자연으로 드나드는 천국의 문인 셈이다. 전형적인 포곡식 석축 산성이라 더 좋다. 여름날에도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한 바퀴 걸을 만하다. 산행을 마치면 마을에서 식사도 편하다. 저수지 옆의 나무그늘에서 쉬기도 좋다. 부부이든, 연인이든, 친구이든 찾기 좋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2,상당산(491m) 청주지역에 연일 폭염이 내려쬐고 있다. 살인적인 무더위가 절대 과장이 아니다. 8월 초 나무 그늘 속에서도 땀이 흐른다. 등줄기 타고 내린 땀이 허벅지를 적신다. 산에 가려고 사람을 모아도 반응이 없다. 기온이 35도를 넘는 한낮에 누가 가겠나. 그럼에도 한 여름날 미친 짓을 감행한다. 일찍부터 달아오른 공기가 점점 뜨거워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 준비를 한다. 그 사이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열치열 숲의 힘으로 치열하게 걷는다. 나무계단을 따라 백화산 숲으로 들어선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섞여 자라 울창하다. 피톤치드가 적당히 긴장감을 풀어준다. 지친 산객에게 안성맞춤의 쉼 공간이다. 생명력 넘치는 청주 상당산성 아래 숲이다. 분주하게 햇살 스며드는 아침 시간이다. 자연이 내는 여름 산의 초록 음악을 듣는다. 시원한 바람이 나무들과 즐거이 춤춘다. 푸른빛을 띤 이파리가 햇볕에 빛나 예쁘다. 숲에 비친 햇살 하나로 충분히 아름답다. 행복을 실어와 산객에게 기꺼이 나눈다. 녹음 속 순한 길이 삶을 이어가게 한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여름산행이 즐겁다. 백화산서 상당산성까지 느리게 걷는다. 산길이 능선을 타고 완만하게 연결된다. 여름날 산속 숲길 따라 공기가 시원하다. 능선에 올라서자 시원한 바람이 몰려온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며 한결 시원하다. 산길을 걷는 산객들의 얼굴이 여유롭다. 해발 300m 능선서 느끼는 만족감이다. 눈부신 초록 그림자가 물결로 흘러간다. 더위 꺾는 입추의 흐름에 가속이 붙는다. 숲 색감이 하도 푸르러 옷을 적시려한다. 서늘해진 나무 밑동까지 살포시 스민다. 숲이 고요하니 그늘진 숲이 더 적막하다. 점점 넓어진 초록그늘이 온 산에 퍼진다. 백화산의 옛길을 따라 고즈넉이 예쁘다. 붓으로 그린 그림에 비할 바 아닌 산수다. 내수권 조망이 넓고 시원하면서도 좋다. 백화산에 들면 자랑거리가 여럿 보인다. 계절별 다양한 종 다양성이 으뜸이었다. 갖가지 식물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곱다. 어디를 가보든 다채로운 향기가 풍긴다. 북방과 남방식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교적 여러 종 식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물론 환경 흐름 따라 변화 양상도 보인다. 식물 천이과정을 똑똑히 관찰 할 수 있다. 풀 냄새와 나무 향기가 훅하고 파고든다. 순식간에 익숙한 행복감이 흘러내린다. 느릿느릿 오르막을 기분 좋게 올라선다. 산행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까운 걷기다. 파란 하늘과 곧은 성벽이 산객을 맞는다. 하얀 개망초 떼가 묘한 설렘을 유발한다. 정말 새로운 풍경으로 예쁘게 다가온다. 숲 지대를 지나 비밀의 문으로 들어선다. 상당산성까지 산행은 비교적 순조롭다. 숲 구경하며 걷는 사이 산성이 코앞이다. 능선 막판의 가파른 바위 구간이 좀 되다. 멀리 성곽 하나가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단단하게 쌓은 성벽이 또렷이 나타난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며 성곽에 닿는다. 성곽에 올라온 사람들의 웅성거림이다. 어렵지 않게 미호문(서문) 성곽에 오른다. 발아래로 지나온 백화산길이 이어진다. 산성이 넓고 풍성해서 숲과 잘 어울린다. 산성 위에서 청주의 너른 풍경을 즐긴다. 촘촘한 성벽이 성 본연의 임무를 잊는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람을 즐겁게 한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린다. 상당산의 초록세력이 성 넘어 밖으로 간다. 녹음 하나로 청주의 장악력을 보여 준다. 이제부턴 지금까지와 달리 탄탄대로다. 두발로 구불구불 여름산성 길을 삼킨다. 성벽 위 길은 푹신하고 경치는 시원하다. 성벽 위 경치가 시원하고 길은 푹신하다. 점점 더 살아 있는 과거에 깊이 빠져 든다. 수많은 역사 이야기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딘가에 남아 흔적으로 과거를 웅변한다. 누군가의 추억이 내게 기억으로 남는다. 하늘의 시간 속으로 한 발 걸어 들어간다. 성곽 길과 숲길이 나란히 산성을 잇는다. 성곽은 산세 따라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깔끔하게 복원된 원형의 선이 부드럽다. 본래와 어우러지며 멋진 풍경을 펼친다. 온전하게 자연의 품 안에 깊이 빠져든다. 밝은 색채감이 고요한 숲에 멋을 더한다. 빛이 색을 만들어내 신비감을 조성한다. 백화산에서 나온 산길이 서문을 지난다. 상당산성 서문은 미호문으로도 불린다.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번듯한 성문이다. 지형이 활의 시위를 묶는 곳처럼 생겼다. 호랑이가 활을 당기는 형상의 성문이다. 상당산 정상이나 산성마을로 갈 수 있다. 성곽길을 따라 남암문 쪽으로 가도 된다. 고민 없이 상당산 정상 쪽으로 향해 간다. 황토색 콘크리트 포장길이 군데군데다. 성곽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다. 산길과 성곽을 위한 양수겸장 보강 조치다.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옛 사람의 길에서 지금 나의 길을 만난다. 사색을 하게 하는 혼자 걷기 좋은 길이다. 가슴을 열고 피톤치드 향을 들이마신다. 상당산성 숲길이 짙은 녹음으로 덮인다. 무심코 지날법한 상당산 정상에 오른다. 나무에 둘러싸여 표지석과 삼각점만 있다. 조망도 아예 없고 아는 이들로 별로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간 놓치기 십상이다. 산정서 내려오면 북동쪽 암문을 만난다. 암문 나와 한남금북정맥길과 조우한다. 정맥길 따라가면 이티봉과 구녀산이다. 정맥에서도 가장 높은 좌구산도 만난다. 상당산성은 상당산 산줄기를 따라간다. 한남금북정맥의 줄기가 방어선을 친다. 청주지역 삶의 터전을 지켜낸 공간이다. 미호평야 미호천을 지킨 위대한 보루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연결된다. 사시사철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상당산성은 이제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청주 역사문화의 교육 장소이자 쉼터다. 8월 이즈음 제 맛을 내는 길은 어디일까. 성곽 따라 걷는 상당산성길이 그만이다. 능선 따라 유연히 오르내리며 휘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톡 치면 쨍하고 금이 갈 것 같은 풍경이다. 모름지기 걷는 길에도 다 다른 맛이 있다. 거친 돌길과 부드러운 흙길은 참 다르다. 가파른 길과 넉넉한 평지의 길이 다르다. 청주 사람들은 이곳에서 건강을 챙긴다. 스트레스 푸는 휴식처 겸 체력충전소다. 무엇보다 시원한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오송 오창 쪽으로 너른 평원을 볼 수 있다. 시야 가리는 높은 산이 없어 일망무제다. 도심과 들판 풍광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국동리와 내수방향의 조망도 아주 좋다. 일몰 뒤 펼쳐지는 도심 야경은 장관이다. 보름달이라도 뜨는 날이면 환상적이다. 서문과 남문 사이서 보는 월경이 멋지다. 남암문 쪽 공간에선 쉬면서 즐기기 좋다. 넓고 평탄하면서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고도가 높고 성 양쪽으로 시야가 터진다. 상당산성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장소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시간 흐름을 느낀다. 해가 지면 도시에 불꽃이 피고 밤이 온다. 상당산성은 청주근교의 대표 산행지다. 높지는 않아도 산줄기가 복잡하고 길다. 이티재에서 상당산성 구간도 그 일부다. 초정 이티봉을 거쳐 산성까지 이어진다. 부드러운 숲길이 이어져 아주 포근하다. 경사가 완만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조망이 시원치 않아 볼거리는 별로 없다. 노래 몇 마디 흥얼거리며 걷기에 알맞다. 상당산성 자연휴양림서 시작해도 좋다. 찾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아 꽤 호젓하다. 성곽까지 오르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경사도 완만해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성곽에 다다르면 우회전해 가는 게 좋다. 서문을 거쳐 남문까지 조망이 훌륭하다. 암문 위 공터에 서면 청주 시내가 훤하다. 우암산과 망산을 거쳐 오르기도 즐겁다. 상리에서 방죽을 지나 오르는 길도 있다. 우암어린회관은 이미 일반적인 코스다. 다만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가 늘 문제다. 무수한 산길이 동네 동네로 거미줄 같다. 어느 동네에서 오르든 시간은 비슷하다. 상당산성 한 바퀴를 다 돌면 4.4km다. 둘러보는 데 평균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성일주 백미는 남문과 서문 성곽이다. 역사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여기서 바라보는 청주 풍경이 압권이다. 백화산 아래 오송 오창 들판이 굽이친다. 미호평야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동문 지나 동장대서도 전경이 시원하다. 군사를 지휘·조련하는 위엄이 드러난다. 서장대와 마주보며 옛 역사를 기억한다. 보수와 복원 공사 중인 동장대를 지난다. 남문 넘어 산성길이 기품 있고 아름답다. 성곽을 내려가니 안내문과 돌비가 있다. 무서운 모습의 성문 그림이 참 예스럽다. 문에는 포효로 일갈하는 장수가 서 있다. 젊은 연인의 깔깔거림과 대비를 이룬다. 누각으로 다시 올라 산성마을로 향한다. 평소 찾던 식당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짙은 그늘 아래 계단길이 쭉 이어진다. 쏟아진 비가 초록을 한층 더 짙게 한다. 나무들이 쭉쭉 뻗어 나란히 도열한다. 한층 생기 얻은 듯 짙푸름을 자랑한다. 들풀 무리가 어둑한 숲 바닥을 덮는다. 키 큰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하늘 뒤덮은 구름이 결국 비로 바뀐다. 우암산 숲에서 서늘한 바람을 맞는다. 어디서든 다채로운 향기가 풍겨온다. 참나무 등 활엽수들이 위세를 떨친다. 식물의 천이가 숲의 모습까지 바꾼다. 우암산은 음수림으로 바뀌는 중이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1, 우암산(牛岩山 353m) 비 갠 여름날 우암산 너머 동녘이 붉어진다. 동살 떨어져 한 아름 불덩이로 솟아오른다. 비 맞은 집 앞 능소화가 더 한 층 더 붉어진다. 밝은 햇살 아래서 모습이 평소보다 더 곱다. 이슬방울 맺힌 꽃잎이 진홍색으로 빛난다. 집 나서기 전 마당 앞을 온통 붉게 물들인다. 쉽사리 눈을 떼기 어려운 풍경을 선물한다. 하루를 여는 아침 시간에 넘치는 선물이다. 비가 멈춘 아침나절 우암산길로 들어선다. 여름비에 힘을 얻은 들풀들이 생기를 낸다. 저마다 다투어 우르르 꽃대를 곧추세운다. 세력 확장한 버섯들이 산길까지 지배한다. 한쪽엔 여름 꽃들이 점차 절정으로 향한다. 성격이 급한 순서대로 앞장을 서 나아간다. 가쁜 숨을 자주 몰아쉬며 능청하게 걷는다. 새 한 마리가 살짝 나뭇가지에 내려앉는다. 장마철 날씨가 길고 우중충하게 이어진다. 비와 안개가 교차하면서 산속을 지배한다. 하루는 쏟아졌다 하루는 쨍하길 거듭한다.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는 변덕스런 날씨다. 비가 와도 안개 껴도 후회할 수 없어 나선다. 날씨 고민하며 망설이면 놓치기 십상이다. 비가 그치니 우암산이 구름더미 속에 든다. 쏟아진 비가 숲의 초록을 한층 더 짙게 한다. 살아 숨 쉬는 숲속 생명이 주는 감동이 크다. 저 멀리 선도산 너머 운해가 하얗게 흐른다. 산그리메가 느리게 굽이쳐 흘러 장관이다. 여름날 비 내리는 청주의 모습이 산뜻하다. 비가 내리는 풍경을 음미하듯 곱씹어본다. 나무와 바위가 물을 품어 도시를 살려낸다. 적신 거라곤 바짓가랑이와 등산화뿐이다. 긴긴 장마에도 입추가 도둑처럼 다가온다. 안개 자욱한 길에 작은 풀들이 떼 지어 선다. 이른 아침 홀로 피어난 예쁜 꽃들도 보인다. 하나같이 비에 씻긴 청아한 모습으로 곱다. 숲 요정처럼 앙증맞은 산딸기도 눈에 띈다. 꽃들이 발목을 잡아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순간 영혼이 맑아지며 심장이 쿵쾅거린다. 몇몇 여름 꽃은 아직도 화무를 길게 즐긴다. 어떤 나무엔 수액이 단물처럼 고여 흐른다. 청주 도심에서 우암산 가는 길은 아주 많다. 수동 삼일공원 들머리 길이 제법 가파르다. 정상까지 오르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산정에서 상당산성 가는 길은 내리막이다. 양지바른 길 옆 묏등이 유난하게 눈에 띈다. 산정에서 내려와 보현사로 길을 이어간다. 산정에 오르기 전 갈래 길이 눈에 들어온다. 도심 뒤편 우암산 능선이 여전히 우람하다. 재킷 벗어 배낭에 넣으니 바람이 시원하다. 먼 자태와 달리 우암산이 예전과 같지 않다. 산에 들면 변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정상에 다다르는 길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소나무 대신 활엽수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금강송이든 리기다든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단언할 수는 없다. 시간이 갈수록 쇠잔해진 모습이 애처롭다. 더 큰 문제는 생각보다 빠른 숲속의 변화다. 기후변화 같은 환경 요인의 변화 때문이다. 생태계 교란과 외래종의 유입도 한 몫 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생태적 천이를 겪고 있다. 멀리 보이는 것과 가까이 있는 것이 다르다. 길엔 안전하게 다닐 시설만 있으면 된다. 쉼터와 화장실 정도만 있어도 된다. 시간과 공간 사이서 다투는 건 길손의 몫이다. 청주사람들은 우암산서 하루를 시작한다. 산길 오르내리며 새벽공기를 마시곤 한다. 우암산 순환도로를 에둘러 뛰거나 걷는다. 달리고 걸으면서 청주의 하루를 열어간다. 청주의 한 해도 매년 우암산에서 시작한다. 청주의 중심에 서서 동서남북을 관장한다. 청주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도 높이도 사람도 많다. 우암산은 자연 환경 청주답사 1번지 코스다. 청주의 자연을 살펴보며 걷는 걷기길이다. 호랑이가 들판으로 내려오는 형상을 한다. 위에서 보면 소가 누운 모습이라고 한다. 청주시민들의 입장에선 뭣이든 상관없다. 흉물스럽게 변한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도시화 과정에서 중턱엔 순환도로가 났다. 능선은 체육시설로 파헤쳐져 보기 흉하다. 우암산은 한반도 등줄기 백두대간 손이다. 속리산서 뻗어 나온 한남금북정맥 가지다. 상당산 서쪽 줄기에 걸려있는 소산줄기다. 거슬러 오르면 백두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해발 높이 353m 독립된 산 모습을 한다. 정상을 중심으로 남과 북 3좌의 연봉이다. 동쪽으로 당산(唐山)에 까지 이르고 있다. 무심천과 함께 청주를 상징하는 산천이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청주의 중심 터다. 시민의 삶과 문화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외곽에서 시내를 바라보면 젤로 눈에 띈다. 침엽수와 활엽수로 혼합산림을 형성한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많은 시민들이 등산로로 애호하는 장소다. 산 이름도 많고 오르고 내리는 산길도 많다. 둘레길을 조성하는데도 의견이 다양하다. 우암산은 여전히 청주의 대표적 명산이다. 하지만 옛 우암산성 흔적까지도 사라졌다. 대신 산 높이만한 방송탑이 풍경을 해친다. 산기슭 위까지 주택과 사찰이 들어서 있다. 청주의 진산은 그저 그 옛날 명성일 뿐이다. 지금은 67만 도시의 뒷동산으로 전락했다. 지금도 여전히 파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 나은 보존과 활용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대부분의 산들도 두 세 개 이상 이름이 있다. 시대에 따라 이유에 따라 다르게 지어진다. 보는 방향이나 지역전설 등에 따라 정한다. 우암산은 유별나게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오랜 역사와 함께 하면서 얻은 이름들이다. 시대를 달리하면서 각종 이름이 지어졌다. 당이산 장암산 대모산 무암산 우산 등이다. 목암산 목은산 와우산 등의 이름들도 있다. 우암산은 일제강점기 무렵부터 이름이다.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이 유독 많은 이유다. 하지만 우암산은 항상 변함없는 모습이다. 언제나 청주시민들을 보듬어주는 산이다. 그저 몇몇 사람이 산을 흔들고 있을 뿐이다. 일제 때 일부러 명칭을 바꾼 기록도 없다.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게 좋다. 청주의 향기를 느끼며 힐링하는 공간이다. 우암산 높이에 대한 자료도 각양각색이다. 332m 338m 353m 등으로 혼란스럽다. 이름은 그렇다 해도 높이는 하나여야 한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함께 해 통일하면 된다. 우암산에는 토성자리와 사찰터 등이 많다. 설화 전설로 꾸민 스토리텔링이 풍부하다. 한낮 산행과 답사를 겸한 좋은 걷기길이다. 소나무 숲과 참나무 숲길을 이어걷기 좋다. 우암산은 다른 도심 산에 비해 숲길이 좋다. 주변에 청주향교와 국립청주박물관이 있다. 어린이회관과 명암유원지, 3·1공원도 있다. 청주시민의 휴식처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암산 기슭 수암골은 유명해진지 오래다. 수동에서 보는 해질녘 청주풍경은 빛난다. 붉은 낙조 덕에 온 동네가 벌겋게 물든다. 골목길도 붉게 물들어 한낮보다 아름답다. 장맛비가 예고된 날 다시 우암산을 걷는다. 해질녘에 물 먹은 숲이 생생하게 깨어난다. 비온 끝이라 그런지 녹색 숲이 더 선명하다. 우암산과 수암골을 병풍삼아 한 잔 기울인다. 진초록의 산그리메 타고 조각구름 흐른다. 산줄기 따라 띠구름이 넘실넘실 춤을 춘다. 어느새 주위에 스멀스멀 어둠이 밀려든다. 우암산, 여전히 청주를 상징하는 진산이다. 저녁나절 내내 사람들이 거기서 북적인다. 여름날 비갠 뒤 보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우회도로 전망대서 본 전경은 고혹적이다. 어스름 빛이 만들어내는 도심은 신비롭다. 저물녘 황금빛 풍경은 치명적인 유혹이다. 붉게 물들어 넘어가는 해가 되레 난만하다. 해가 진 뒤엔 창문 너머로 야경이 펼쳐진다. 도심의 불빛으로 아름다움이 더 또렷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주가 푸르게 일렁인다. 반짝이는 네온사인들은 낭만적 판타지다. 달동네 수동이 그 사이에 스토리를 만든다. 야간 산행은 주로 저녁 해거름에 시작한다. 전망 좋은 곳에서 만난 일몰은 최고 가치다. 적막과 고요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게 한다. 하늘의 별빛과 도심 야경이 오롯이 내 거다. 그 신기 절묘한 어울림에 넋을 잃기 일쑤다. 한여름 밤 우암산 숲길에 서 보는 것도 좋다. 신선놀음으로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모른다. 등산로와 둘레길이 촘촘하게 연결돼 쉽다. 발길 닿는 대로 어렵지 않게 나갈 수 있다. 동서남북 어디든 연결돼 길을 잃지 않는다. 갈림길 많아 멋대로 목적지를 정하면 된다. 우암산서 보는 청주의 야경은 새 명물이다. 이내부턴 하늘에서 별이 황홀하게 반짝인다. 청주의 도심은 화려한 불빛으로 뒤덮인다. 황홀한 별빛과 화려한 불빛이 감흥을 준다. 우정과 사랑을 나누기에 꽤 좋은 공간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어느 날이든 좋다. 밤풍경은 그 때 그 때 감정색감이 좀 다르다. 어느 날이라도 특별하게 밤을 보낼 수 있다. 폭염의 열대야도 피하고, 운치도 있어 좋다. 서로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닿는 거리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탄성이 절로 난다. 해발 3천m 송쿨이 설산에 둘러싸인다. 가끔씩 호수에 건너편 설산이 투영된다. 초지에서는 소와 말, 양들이 풀을 뜯는다. 호수근처는 야생화 만발 천혜의 꽃밭이다. 노란색 야생화를 비바람이 훑고 지난다. 시야가 순식간에 노랑 빛으로 가득 찬다. 호수에 물드는 일몰은 또 다른 감동이다. 한밤중엔 불가승수 은하수가 반짝인다. 밤하늘의 황홀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아침이면 설산의 새하얀 이마가 빛난다. [충북일보] 헤밍웨이가 극찬한 중앙아시아로 간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어 키르기스스탄 여러 곳을 탐방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맛본다. 허나 처음 간 지역에선 누구나 긴장한다. 여행을 많이 해본 베테랑도 다르지 않다. 처음 여행지에선 그저 초보자일 뿐이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떨림이 좋다. 내 여행의 시작과 끝은 비교적 단순하다. 시작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공항이다. 마무리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다. ◇자연과 하나 되는 송쿨 호수 하늘 아래 첫 동네 송쿨 호수로 달려간다. 그러나 찾아가는 길이 험난하고 고되다. 결코 아무나 찾아가기 쉬운 곳은 아니다. 물론 어렵게 도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호수 주변에선 말들이 모여 풀을 뜯는다. 호수평원엔 노란색 야생화가 만발한다. 파란 호수와 하얀 설산이 빅 매치를 한다. 해발 3000m서 유목체험도 재미있다. 아침 먹고 해발 3016m 송쿨로 향한다. 이시쿨 호수 수평선에서 태양이 솟는다. 송쿨 호수 가는 내내 이식쿨과 함께 한다. 호수색이 동해의 쪽빛 바다를 연출한다. 풍부한 일조량에 따라 호수색이 변한다. 이시쿨 호수 끼고 두 시간쯤 달린 듯하다. 도로 포장 공사로 먼지가 시야를 가린다. 이시쿨이 점점 더 시야에서 멀어져간다. 주변에 물 있으면 농토, 없으면 사막이다. 이식쿨주에서 나린스카야주로 바뀐다. 사막 황무지를 지나 산속으로 파고든다. 코치코르(Kochkor)라는 마을을 지난다. 송쿨 호수로 가는 중간에 만난 마을이다. 여기서 들른 식당의 음식 맛이 일품이다. 국내 여느 식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사막을 건너 마주한 오아시스 공간이다. 반주로 보드카를 만신 뒤 시장을 들른다. 수박 체리 사과 등 만찬거리를 준비한다. 다시 한참을 달려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천산의 속살을 천천히 카메라에 담는다. 자연풍경의 경이로움을 새삼 깨닫는다. 최소한 송쿨 진입로까지는 길이 괜찮다. 그러나 산정으로 갈수록 스릴러물이다. 6월 중순인데도 녹지 않은 빙하가 많다. 송쿨은 아름다운 키르기스스탄 호수다. 그러나 여행자가 그리 많은 곳은 아니다. 누구든 찾아가는 길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슈케크든 카라콜이든 그리 쉽지 않다. 코치코르까지 와도 버스 이용이 힘들다. 대중교통이 없어 대부분 히치하이크다. 바로 호수로 가는 차량을 얻어 타야 한다. 모험적 여정이긴 해도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송쿨에 가려면 고산준령이 많다. 험준한 산을 따라 고갯길을 넘어야 한다. 경사도 높은 도로는 오금을 마비시킨다. 천만다행 위태로운 산길을 잘 넘어 간다. 6월에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위험하다. 때때로 여행이 공포체험이 되기도 한다. 위험하고 고달파도 보상은 언제나 좋다. 곳곳에서 아름다운 뷰를 만끽할 수 있다. 정상석 아래 저 멀리 송쿨 호수가 보인다. 구비 구비 구절양장 거쳐 마지막 고개다. 일행을 태운 차가 해발 3440m를 넘는다. 무려 7시간 40분 송쿨 호수에 도착한다. 가장 먼저 여러 채의 유르트가 보인다. 유목민들이 쓰는 이동식 전통가옥이다. 나무구조물 위에 하얀 천을 덮어 만든다. 들어가 보니 몽고 겔과 다른 듯 비슷하다. 올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 여행자에게 이색 문화체험을 제공한다. 유르트 현지 식 만찬은 감동을 자아낸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은 거의 특권이다. 여행 동지들과 음주와 수다는 잊을 없다. 호수 주변 걷기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은 호수가 빛난다. 많고 많은 산정 호수 중 단연코 으뜸이다. 하얀 설산 품은 호수 유혹은 치명적이다. 첫 인상이 아늑하고 무척이나 아름답다. 순식간 자석처럼 끌려 풍덩 몸을 적신다. 머리를 감고 호수에 내 마음을 비춰본다. 만년설 녹은 물 기운 받아 황홀감을 느낀다. 호수 밖 노란 야생화가 혼을 쏙 빼놓는다.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가축도 볼 수 있다. 하늘 아래 첫 호수라는 이름에 정이 간다. 송쿨호수 숙박은 이번 여행의 기적이다. 밤이 되면 호수에 뜬 달이 시상을 부른다. 차가워진 호수 물에 잠시 알몸을 담근다. 세속 물에 더러워진 내 자신을 비워본다. 찌든 영혼이 순수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송쿨에서 알몸 목욕은 덤이 아닌 백미다. 툰드라 지형서 마주하는 최고 선물이다. 유난히 반짝이는 밤하늘 별들은 기쁨이다. 여행 고수는 대개 여행 시기를 중시한다. 여행지 매력을 100% 즐기기 위해서다. 반드시 송쿨 호수에 가야 할 이유는 많다.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1년 중 여름 3개월에만 들어갈 수 있다. 6월부터 8월까지만 제대로 볼 수 있다. 여행의 질적 측면에서 보면 천지 차이다.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따질 일이 아니다. 키르기스스탄 송쿨 호수도 다르지 않다. 호수가 얼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송쿨은 천산산맥 만년설이 녹아 만든다. 평탄초지가 여유로운 풍경을 선물한다. 삐쭉삐쭉 자란 풀을 바람이 훑고 지난다. 고원의 바람이 키 작은 풀을 흔들어댄다. 밤하늘의 별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다. 물론 고산증도 염려하며 여행해야 한다. 길들여진 말을 타고 호수 주변을 거닌다. 푸른 하늘과 눈부신 호수를 천천히 본다. 초록 무성한 목초지와 꽃밭을 둘러본다. 초원을 달리던 유목민의 느낌을 갖는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호수 빛깔이 맑다. 투명하기 그지없어 마치 수정과도 같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기분이다. 세속에 지쳐 엉클어진 마음이 바로 선다. 초원의 길은 거대한 꽃밭을 가로지른다. 녹색이 모든 화려한 색을 지우고 지킨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색으로만 채운다. 초록의 벌판에서 양과 말이 풀을 뜯는다. 수줍은 들꽃 무리가 여름 풍경을 만든다. 커다란 꽃송이들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애매한 계절경계가 확연하게 구분된다. 넓게 퍼진 초원을 바라보며 상상을 한다. 여름은 유목민들에게 풍요의 계절이다. 초원에 유르트를 치고 유목 생활을 한다. 양과 말, 소들이 살찌는 영양의 계절이다. 길고 혹독해질 겨울을 대비하는 시기다. 설산의 눈부신 이마가 눈부시게 빛난다. 유르트 난로에 소똥을 넣고 불을 지핀다. 주인 없는 많은 별들의 속삭임이 정겹다. 곧 쏟아질 것 같은 별을 헤며 잠을 청한다. 맑은 공기에 잘 마른 소똥엔 냄새가 없다. 긴긴 밤 동안 유르트를 따뜻하게 데운다. 어디에서나 눈 돌리면 설산이 도열한다. 수평의 공간에 수직의 배치가 뛰어나다. 광활하고 완만한 수평의 선도 이어진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말 타기 체험을 한다. 말안장에 올라타 초원 따라 한 바퀴 돈다.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를 더 만들어 간다. 황량한 땅의 계곡에는 만년설이 흐른다. 녹은 물이 굽이굽이 흘러 초지를 이룬다. 양 염소 야크 목동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절로 감탄한다. 말안장 위에 앉아 무거운 마음을 비운다. 호수와 하늘의 경계선은 과연 어디일까. 야생화 풍경에 눈을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심장 뛰면서 셔터 누르는 손길이 바쁘다. 도심을 벗어나니 들판 색감이 생소하다. 구름과 호수 끝 사이로 선 하나가 지난다. 너무나 아름다운 호수 빛을 품에 안는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 호숫가를 돌아본다. 시원한 바람이 스치는 느낌이 너무 좋다. 먼 비슈케크로 장거리 이동을 준비한다. 자연과 인간이 하는 되는 송쿨을 그린다. 송쿨 호수의 아름다움을 적어내려 간다. 안녕~ 송쿨.
스카즈카가 소설 속 어린왕자를 부른다. 사막의 계곡 사이로 난 흙길로 들어간다. 갑자기 눈앞에 기막힌 풍광이 나타난다. 여기저기 튀어나온 이색풍광이 놀랍다. 눈은 커지고 말문이 막히며 감동 상태다. 심장이 벌렁거리며 온몸이·곧 정지된다. 이시쿨 호수의 첫 느낌은 아름다움이다. 젤 먼저 멀고 먼 수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호수 면이 아침햇살을 받아서 반짝인다. 잔잔한 파도를 만들며 아름답게 빛난다. 호수 저 멀리 천산이 하얀 눈을 이고 간다. 천산과 어우러진 호수 풍경이 기막히다. [충북일보] 헤밍웨이가 극찬한 중앙아시아로 간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어 키르기스스탄 여러 곳을 탐방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맛본다. 허나 처음 간 지역에선 누구나 긴장한다. 여행을 많이 해본 베테랑도 다르지 않다. 처음 여행지에선 그저 초보자일 뿐이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떨림이 좋다. 내 여행의 시작과 끝은 비교적 단순하다. 시작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공항이다. 마무리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다. ◇7마리 황소바위, 제티오구스 이틀간 트레킹을 마치고 산장을 나선다. 내려갈 때는 두 다리 대신 사륜구동이다. 산악용으로 개조한 러시아제 차량이다. 길은 돌덩이와 진흙 구덩이 오프로드다. 발아래로는 천 길 같은 낭떠러지가 있다. 험한 산 비탈길을 정말 내려갈 수 있을까. 걱정은 그저 탑승자만의 우려일 뿐이다. 늙은 러시아제가 롤러코스터 타듯 간다. 카라콜 시내 호텔에서 짐을 찾아 떠난다. 알틴알라샨서 제티오구스로 곧장 간다. 스카즈카 협곡에서 90㎞ 떨어져 있다. 두 조각난 심장 모양의 큰 바위가 보인다. 생긴 모양새대로 이름도 브로큰 하트다. 곧이어 기묘한 바위 덩어리가 나타난다. 일곱 마리 황소가 모여 서 있는 모양이다. 제티오구스라 불리는 붉은 바위산이다. 건너편 언덕에서 바라보니 더 실감난다. 마을 너머 붉은 바위 봉우리가 우람하다. 더 가까이 올라가서 보니 정말 대단하다. 사진 감상 때와 실물 느낌이 사뭇 다르다. 붉은 사암이 마을 쪽을 병풍처럼 감싼다. 언덕에서 발밑으로 내려 보니 오묘하다. 마을 전역이 사방팔방 붉은 바위들이다. 도대체 누가 요 모양을 만들어놓았을까. 제티오구스는 일곱 마리 황소를 뜻한다. 제티가 일곱, 오구스가 황소를 의미한다. 주위 산들도 온통 붉은 주름을 하고 있다. 시루떡을 비스듬히 뉘어놓은 형상이다. 거대한 검붉은 모래바위가 흐르듯 선다. 밑으론 가느다란 계곡이 느리게 지난다. 저 멀리 흰 눈 이고 선 뾰족한 산이 보인다. 제티오구스 마을이 푸른 나무에 덮인다. 이시쿨 호숫가 마을 보콘바에보로 간다. 언덕에서 내려와 다시 호숫가로 향한다. 이시쿨 호수가 끝없이 이어달리기를 한다. 말만 호수 일뿐이지 망망대해나 똑같다. 최대 지름 180km로 수평선이 바다 같다. 천산산맥서 흘러드는 물줄기가 80개다. 차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협곡으로 간다. 멀리 구름 위로 설산이 가깝게 다가온다. ◇동화협곡, 스카즈카 점심을 먹고 스카즈카 협곡으로 옮긴다. 뜬금없는 도로이정표를 따라 들어간다. 붉은 사암 형상에 연방 탄성이 올라온다. 천체망원경 속 화성과 토성의 표면 같다. 검붉은 풍경이 외계의 행성처럼 낯설다. 산줄기 사이로 마른 강줄기가 뻗어간다. 하늘 떠도는 뭉게구름마저 야성적이다. 햇살 받은 산맥은 장엄하면서도 멋지다. 모양이 재미있어 동화 협곡으로 불린다. 긴 세월 풍파로 조각된 붉은 사암지대다. 미국의 브라이스 캐년을 많이도 닮았다. 물론 크기나 규모 면에선 비교가 어렵다. 근데 탐방로 시작부터 위험이 도사린다. 협곡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고 미끄럽다. 곳곳이 곧 부서질 것처럼 모래가 흐른다. 안전하게 서서 사진 찍기엔 부담스럽다. 매표소는 허름하고 안내판도 별로 없다. 탐방로 곳곳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 손대지 않은 원래의 자연 모습 그대로다. 미끄러운 사암지대 높은 곳은 위험하다. 그래도 인위적 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흔한 안전용 줄조차도 스카즈카엔 없다. 시설이라면 계곡 입구 화장실이 전부다. 너무나 아름답고 이색적인 여행지다. 미지의 계곡 사이로 난 산길에 들어선다. 갑자기 눈앞에 기막힌 풍광이 나타난다. 기대감이 오십에서 백 이상으로 오른다. 눈은 커지고 말문이 막히며 감동 상태다. 심장이 벌렁거리며 온몸이·곧 정지된다.·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색풍경에 놀란다. 높은 봉우리서 바라본 풍광이 기막히다. 스카즈카가 소설 속 어린왕자를 부른다. 화살표 방향으로 비포장 길을 따라간다. 좁은 협곡 안에서 별 세계가 펼쳐진다. 태초 원시 지구·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협곡은 전체적으로 적색이 주를 이룬다. 자세히 보면 알록달록 색들이 박혀 있다. 흙 속에 든 광물질이 내는 색이라고 한다. 붉은색은·철 성분 산화로 드러난 색이다. 신이 만든 조각 전시장이란 말이 맞는다. 짧게 트레킹 마치고 협곡을 빠져 나온다. 차가 아직도 이시쿨 주변을 길게 달린다. 호수 옆으로 산 쪽의 사막화가 심각하다. 짓다 만 주변 미완성 건물은 볼썽사납다. 달리고 달려 보콘자에보르에 도착한다. 보기 드믄 유르트 게스트 하우스다. 유르트 안에서 경험하지 못한 향이 난다. 숙소 화장실과 샤워장은 기대 이상이다. 북쪽으론 이시쿨 호수가 가까이 있다. 남쪽으로는 천산산맥이 펼쳐져 아름답다. 해질 때와 해뜰 때가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 곳 유르트 숙소서 투숙키로 결정한다. 여주인은 친절하고 기품을 갖추고 있다. 아직 어린 12살 10살 자매가 엄마를 돕는다. 서너 살 쯤 돼 보이는 막내딸이 더 귀엽다. 이런 풍경이 오래도록 유지됐으면 한다. 쪽빛 바다호수, 이시쿨이시쿨과 직접 대면은 정말 감동적이다. 멀리 만년설산 천산이 하얗게 다가온다. 바로 앞엔 바다 같은 쪽빛의 호수가 있다. 천산 위에선 태양이 화산처럼 타오른다. 호수에 다른 하나의 태양이 이글거린다. 붉은 얼굴 두 개가 신비롭게 잘 어울린다. 하늘에 하나 호수에 하나가 붉게 빛난다. 영화 속의 먼 외계행성에 서 있는 듯하다. 이시쿨 여행은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한다. 유르트 숙박은 천산의 기를 받는 기회다. 차를 마시며 보는 별보기는 낭만적이다. 호수 따라 드라이브도 환상적 경험이다. 한쪽에선 에메랄드빛 호수가 반짝인다. 다른 한쪽에선 만년설의 천산이 빛난다. 해질 무렵 호수에 물든 석양은 장관이다. 평생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만들어준다. 이시쿨은 보석보다 귀한 자연선물이다.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이 일대를 찾는다. 산 위서 보는 이식쿨은 아주 고즈넉하다. 석양이 구름 뒤로 숨는 모습이 신비롭다. 석양으로 천산 하늘이 황홀하게 물든다. 이식쿨서 본 천산 저녁 조망은 일품이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 보며 여행을 즐긴다. 한 밤의 키르기스스탄 민요가 구성지다. 아름다운 휴식, 이시쿨의 밤이 깊어간다. 밤공기를 맞으면 유목민의 맛을 더한다. 새하얀 유르트가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우리가 묵은 곳은 현지 체험형 유르트다. 이국에서 먹은 라면 맛이 아주 특별하다. 동연 아우가 제공한 라면 맛이 오래간다. 고마움이 늘 마음 한 구석에 남을 것 같다. 보콘자에보르 유르트서 하루가 지난다. 바람소리에 잠을 깨 문밖을 내다본다. 새벽에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생경하다. 듣고 있노라면 빗소리가 연상될 정도다. 바람 소리 때문에 꽤나 춥다고 느껴진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호수 쪽으로 뻗어 있는 작은 길을 걷는다. 물빛은 맑고 짙푸른 쪽색으로 투명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침 해를 맞는다.· 천산의 만년설이 녹아 이시쿨에 닿는다. 수백 물줄기 모아져 바다호수를 만든다. 눈이 볼 수 있는 한 시야를 멀리 펼쳐본다. 호수 동쪽 저편에서 붉은 태양이 솟는다. 잉걸불 같은 태양이 일망무제로 빛난다. 수평선 위로 떠오른 불덩이가 아찔하다. 설국의 아름다움을 장엄하게 드러낸다. 여태껏 봐왔던 다른 일출보다 뛰어나다. 이시쿨 아침의 첫 느낌은 아름다움이다. 젤 먼저 호수의 수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호수 면이 아침햇살을 받아서 반짝인다. 잔잔한 파도를 만들며 아름답게 빛난다. 아침 윤슬을 보면서 모래사장에 앉는다. 한동안 이식쿨 호수와 눈 덮인 산을 본다. 보고 있노라니 떠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경이로운 자연과 한 시간이 벌써 그립다.
계곡 초입부터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다. 거칠고 사납고 거센 힘이 즉시 느껴진다. 가문비나무가 계곡을 빼곡하게 채운다. 걷는 내내 초록세상을 만들어 선물한다. 만년설산과 암봉들이 마을을 에워싼다. 이국적 풍경이 그림엽서처럼 펼쳐진다. 밤 동안 질척이던 하늘이 파랗게 열린다. 아라쿨패스까지 왕복 20km를 걷는다. 3000m 고지쯤 오르니 야생화 천국이다. 초원 위로 노란 꽃밭이 드넓게 펼쳐진다. 하얀 만년설에 에워싸여 더욱 아름답다. 계곡에선 빙하수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설산에서 누리는 최고의 호사를 누린다. [충북일보] 헤밍웨이가 극찬한 중앙아시아로 간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어 키르기스스탄 여러 곳을 탐방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맛본다. 허나 처음 간 지역에선 누구나 긴장한다. 여행을 많이 해본 베테랑도 다르지 않다. 처음 여행지에선 그저 초보자일 뿐이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떨림이 좋다. 내 여행의 시작과 끝은 비교적 단순하다. 시작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공항이다. 마무리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다. ◇알틴아라샨에서 아라쿨패스까지 알틴아라샨에 가기 전 카라콜에 머문다. 6~8월이면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든다. 카라콜서 맛있는 샤슬릭 저녁을 먹는다. 호텔 샤워기 고장으로 큰 불편을 겪는다. 객실 냉장고도 먹통이고 전화기도 없다. 이래저래 불편해진 키르기스스탄이다. 그래도 다음 날 여행을 기대하며 웃는다. 트레킹 내내 믿을 수 없던 말을 실감한다. 도심 벗어나자 기다렸다는 듯 초원이다. 시야가 순식간에 초록빛으로 가득 찬다. 부드럽고 완만한 초원의 선이 이어진다. 맑게 푸른 하늘가에 뭉게구름이 걸린다. 초록색 캔버스 위에 흰 점이 툭툭 찍힌다. 초원 위로 서 있는 유목민 텐트 유르트다. 설산이 초원 너머 호위를 하듯 늘어선다. 해발 1600m 국립공원 앞에 도착한다. 알틴아라샨은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다. 아니 알프스와 안데스를 모여 논 것 같다. 말 소 양 떼가 알프스와 거의 흡사하다. 집들이 없는 게 다르다면 다른 풍경이다. 고원엔 눈이 녹고 야생화가 앞 다퉈 핀다. 길옆 산중턱 어디를 가도 들꽃 정원이다. 계곡이 끝날 때까지 침엽수림이다. 왜 알프스고 스위스인지 즉각 실감한다. 트레킹 출발지점 해발고도가 아주 높다. 초입부터 계곡수가 천둥치듯 울어댄다. 굽이치는 물이 포효하듯 거칠고 사납다. 올곧은 침엽수가 협곡을 빼곡히 채운다. 사방이 초록 가득하니 걷기엔 그만이다. 잠시 가쁜 숨 몰아쉬며 둔덕을 올라선다. 저 멀리 협곡 사이로 팔라트카가 보인다. 팔라트카는 러시아어로 텐트를 뜻한다. 알틴아라샨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한다. 5000m 산정이 하얀 눈을 이고 반긴다. 6시간을 가는 내내 물소리가 요란하다. 길 따라 수많은 야생화들이 수줍게 핀다. 먹구름이 갑자기 몰려와 비가 쏟아진다. 비옷을 꺼내서 입고 가던 길을 마저 간다. 산정의 아라쿨에서 내린 물이 엄청나다. 그 덕에 계곡 주변 풀과 나무가 건강하다. 고되게 된 비알 오르니 풍경이 기막히다. 해발고도 2600m 아라샨 산장마을이다. 푸른 초원마을과 하얀 유르트가 멋지다. 그 위에 말과 양이 유유히 풀을 뜯는다. 진초록 위에 선명한 색깔의 꽃을 피운다. 산 따라 도열한 가문비나무가 웅장하다. 저 멀리 하얀 설산을 더 아름답게 한다. 가끔 러시아제 차량이 풍경을 방해한다. 매캐함은 한동안 산객들을 꽤 괴롭힌다. 아름다운 풍경에 방해꾼으로 등장한다. 풀 뜯는 말들의 행복한 슬픔을 함께 본다. 먼 거리에서 본 풍경은 한가롭고 예쁘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본 모습은 애처롭다. 한쪽 다리가 묶여 불편하게 풀을 뜯는다. 일행들과 알틴아라샨 산장에 도착한다. 산장에서 팔라트카를 꽤 오래 조망한다. 밤이면 은하수가 하늘 별바다를 만든다. 만년설산의 파노라마가 아주 아름답다. 그동안 힘든 고난의 움직임을 보상한다. 경이롭고 신비한 자연의 멋진 선물이다. 우리가 찾은 날 밤엔 별이 사라지고 없다. 고산의 구름이 아주 빠른 속도로 흐른다. 맑은 하늘이 어느새 검은 색으로 바뀐다. 검은 구름에서 한바탕 찬비가 쏟아진다.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면 많은 걸 느낀다. 사계절 푸른빛의 침엽수림이 울창하다. 별바다 대신 적막한 암흑바다를 보낸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그리움으로 남는다. 언제나 마음 한 쪽에 남아 울컥할 것 같다. 잃어버린 원형이 유지되는 땅이 그립다. 바람 순해진 시간 꿈 없는 잠에 빠져든다. 알틴아라샨 산장에서 첫날밤이 지난다. 산행 거리가 20km 정도여서 걱정이다. 고소도 불안하고 오르막길도 걱정이다. 배낭무게와 체력안배에 가장 신경 쓴다. 해발고도 3800m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런 다음 2600m까지 내려와야 한다. 고산이 처음인 사람은 지옥경험 날이다. 3000m대에 산정호수 아라쿨이 있다. 고소를 견디며 구불구불 산길을 오른다. 알틴아라샨은 천산산맥 서쪽 편에 있다. 고도가 높은 초원의 6월 밤은 서늘하다. 산허리 위로 구름 띠가 마치 산수화 같다. 구름 속에 병풍처럼 펼쳐져 몽환적이다. 시원하고 푸른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다. 호수 가기 전 보는 아래 협곡도 장관이다. 호수 주위를 고산설산이 길게 둘러싼다. 아라쿨 호수까지 최대한 쉬엄쉬엄 간다. 산길 가는 중 짧지만 빙하구간도 건넌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침엽수가 가득하다.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나무가 도열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장관을 연출한다. 좀 더 가면 노랑 보라 들꽃들이 지천이다. 그 풍경을 본 것만으로 피로가 사라진다. 예상 못한 많은 비가 자주 날씨를 바꾼다. 일행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한 가득이다. 숨차고 가팔라진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들숨과 날숨을 깊숙이 들이쉬고 내쉰다. 오르다가 쉬고 뒤돌아보기를 반복한다. 호수로 가는 길은 한 폭의 독특한 유화다. 가는 길에 빙하도 보이고 계류도 흐른다. 빙하수 흐르는 계곡이 너무나 아름답다. 야생의 땅에 서니 설산이 눈에 들어온다. 현실감이 별로 없는 산이 햇살에 빛난다. 메랄드빛 장엄한 호수미를 기대한다. 천산산맥이 만들어낸 거대한 계곡미다. 그러나 하늘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계곡 넘어서 소나기가 기다릴 것만 같다. 한 치 어긋나지 않고 장대비가 쏟아진다. 차갑게 계속되는 많은 비가 길을 막는다. 합체된 두 산 데칼코마니를 못 보게 한다. 고산의 숨 가쁨이 찬비와 함께 엄습한다. 간식 먹고 나니 비가 더 내리기 시작한다. 작은 돌이 뒹구는 오르막길에 다다른다. 모두 말없이 세찬 비바람을 견디며 간다. 아라쿨 호수 가는 길은 꽤 힘든 여정이다. 호수 옆으로 올라가는 비탈길이 보인다. 경사도가 심하고 돌길이 아주 미끄럽다. 왼쪽 계곡에 숨어 있던 빙하도 드러난다. 빙하물이 흐르는 계곡이 차가워 보인다. 계곡에 올라서 보면 바로 아래가 호수다. 하지만 아라쿨 직전에서 돌아내려간다. 최대한 천천히 한발 한발 옮겨 내려간다. 쉬운 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이 거부하니 도통 어쩔 도리가 없다. 하산은 비로 인해 오르기보다 더 힘들다. 진창으로 변한 길 곳곳이 곧 위험지대다. 밟을 때마다 눈처럼 스르르 미끄러진다. 걷는 내내 어디서든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초지 위를 길 삼아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심호흡하면서 집중하고 집중해 걷는다. 미끄러운 진흙 길을 조심스럽게 걷는다. 길의 중간 중간에 아주 작은 빙하가 있다. 한반도 지형의 작은 얼음덩이가 반갑다. 내려오는 이들을 바라보는 쾌감도 즐긴다. 곧 폭신한 풀밭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 계곡 내려가는 길에 비바람이 몰아친다. 길가 돌에 빗물이 흐르니 더욱 미끄럽다. 계곡을 건너는 도하 중 사고는 위험하다. 조심스럽게 두 발을 응시하고 내딛는다. 돌길이 끝나도 좀체 햇살이 들지 않는다. 산장에 가까워지니 침엽수가 가득하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기상이 넘친다. 나무를 바라보니 금방 피로가 사라진다. 마침내 우중의 초록평원을 다시 만난다. 조금 전까지 고생은 이미 기억 저편이다. 숨 가쁘게 걸었던 길은 사라진 지 오래다. 소똥과 말똥을 밟아도 마음이 여유롭다. 오리지널 유목민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천연온천 원탕 체험은 잊지 못할 날이다. 두고두고 기억할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사륜구동의 오프로드 체험을 기대한다.
청정도량 운문사 솔바람길을 따라 간다. 터널을 이룬 솔밭 사이를 느리게 걷는다. 소나무 숲을 걷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솔숲에선 맥문동이 꽃 피울 준비를 한다. 울창한 솔숲길에 피톤치드가 가득하다. 노송들이 시원스레 뻗어 오른 솔숲이다. 수백 년 나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길옆 운문천에 물소리가 한가득 흐른다. 운문사 솔숲은 앉아 쉬는 곳이 휴식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살짝 땀 흘리면 사리암 주차장에 닿는다. [충북일보] 하지 지나니 날씨가 부쩍 여름 티를 낸다. 30도 오르내리는 기온이 온몸을 감싼다. 이럴 때는 그냥 무조건 도시를 떠나야 한다. 깊은 산속 계곡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경북 청도는 산과 들, 물이 맑고 아름답다. 큰 길이 사방으로 통해 정말로 시원하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운문사로 간다. 때맞춰·솔 향 머금은 바람이 천천히 분다. 시원한 상쾌함이 기분 좋게 뺨을 스친다. 청도의 사계는 색의 향연, 보색의 잔치다. 봄엔 벚꽃과 복사꽃이 예쁘게 어울린다. 여름은 짙어진 녹색의 푸르름에 빛난다. 초록의 대지에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진다. 가을엔 붉어진 감나무와 파란 하늘이다. 그래도 운문사는 겨울이 가장 아름답다. 어쨌거나 푸르름 가득한 여름날도 좋다. 안개 낀 날 아침 솔밭에 들면 더 없이 좋다. 운문사 솔바람길은 운문사가 배경이다. 찾을 때마다 운문사 탐방이 필수적이다. 운문사는 평평하고 너른 대지 위에 있다. 수십 채의 기와집이 즐비하게 들어선다. 고찰 구조에서 삼국시대 평지가람이다. 남쪽 운문산이, 북동쪽 호거산이 지킨다. 서쪽의 억산과 장군봉 등이 절을 감싼다. 특이한 앉음새로 건물 전체가 돌아앉는다. 청정도량 운문사 솔바람길을 따라 간다. 여러 여름 꽃이 길가에 도열해 반겨준다. 자연의 순리 따라 자신을 한껏 드러낸다. 솔숲에선 맥문동이 꽃 피울 준비를 한다. 소나무 울창한 피톤치드 숲길이 반긴다. 노송들이 시원스레 뻗어 오른 솔숲이다. 수백 년 나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터널을 이룬 솔밭 사이를 느리게 걷는다. 소나무 숲을 걷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길옆 운문천에 물소리가 한가득 흐른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물소리 풀벌레 소리가 천천히 합쳐진다. 운문사 숲길은 사람 길과 찻길이 다르다. 다니는 길이 따로 따로 더불어 살아간다. 상생 공존의 좋은 점을 보여주는 길이다. 솔숲 여기저기 앉아 쉬는 곳이 휴식처다. 운문사 주차장에서 솔숲을 따라 나간다. 청정한 솔바람에 낮은 소리가 실려 온다. 염불 소리가 차분히 가라앉아 반겨준다. 굵은 소나무의 줄기가 하늘로 치솟는다. 그 중 한 가지가 하늘로 뻗지 않고 눕는다. 몇 번 굽고 틀어지며 사람 마음을 훔친다. 무거울 것도 없는 가지를 아래로 뻗는다. 하늘을 우러르지 않고 땅으로 내려간다. 더운 여름날의 운문사 솔밭은 장관이다. 소나무 줄기에 습기 머금어 환상적이다. 발그레 피어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러나 노송들에게는 아픈 슬픔이 있다. 일제강점기의 수탈 흔적들은 끔찍하다. 아무리 세월 지나도 안타깝고 답답하다. 밑동마다 도끼에 찍힌 듯한 상처가 있다. 일제가 송진 공출을 위해 만든 자국이다. 그럼에도 당당한 자태 늠름히 드러낸다.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사철 푸르게 산다. 되레 하트모양으로 가꿔 사랑을 전한다. 당당한 모습이 자못 경건하게 다가온다. 법열에 빠진 스님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한참 들어가면 사리암 주차장이 나온다. 살짝 땀 흘리면 사리암 관음전에 닿는다. 된 비알 산길을 30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콘크리트 포장길이라 고졸미가 별로다.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면 사리암이다. 길을 따라 놓인 계단이 1008개에 달한다. 신도들이 줄지어 오르는 이유는 하나다. 한 가지 소원 들어준다는 속설 때문이다. 새로 조성한 휴게실에서 다리쉼을 한다. 더위에 지친 마음 위로하기 좋은 공간이다. 화장실 앞서 내려다본 풍경이 기막히다. 힘들게 올라간 노고를 충분히 보상한다. 몸은 힘들지만 머리는 서서히 맑아진다. 오르내리는 길에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평일에도 신도들이 많이 찾아 기도한다. 이른 새벽부터 해 질 무렵까지 모여든다. 나는 산신각에 들러 안전산행을 청한다. 사리암을 내려와 다시 운문사로 향한다. 운문사 입구까지 가는 길이 사랑스럽다. 운문, 말 그대로 활짝 연 구름 대문이다. 구름으로 들어가는 산문을 거쳐 나간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는 솔숲이다. 부녀와 모녀, 연인과 친구가 걷는 길이다. 느릿느릿 걸어야 그윽한 솔 향을 느낀다. 청아한 새들의 지저귐 소리도 듣게 된다. 그 덕에 길을 걷는 이들 표정이 맑아진다. 그 때쯤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운문사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멈칫한다. 거대한 처진 소나무가 눈길을 붙잡는다. 만세루에선 세월과 기품이 확 느껴진다. 만세루 너머 오래된 대웅전은 아담하다. 신축한 대웅보전의 절반도 안돼 보인다. 보물 제385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는다. 대웅전 뒤쪽 가꿔놓은 정원도 정갈하다. 정원 한쪽에는 거대한 비석이 자리한다. 2층으로 된 운문사 범종루 앞에 닿는다. 비구니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이 보인다. 운문사 경내 처진 소나무가 수행자 같다. 가부좌를 튼 듯 꼿꼿하게 앉아 기다린다. 운문사 만세루 마루에 앉아 경내를 본다. 처진 소나무를 보며 잠시 다리쉼을 한다. 물 한 모금 마신 뒤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절 안쪽 강학의 공간으로는 출입금지다. 절집 입구에는 일주문도 천왕문도 없다. 만세루 마루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다. 들어올 때 보았던 돌담길 담장 따라 간다. 운문사 솔바람길에 깊은 초록 맛이 든다. 기회 오면 운문사 새벽예불에 가고 싶다. 범종과 법고, 운판, 목어 소리를 듣고 싶다. 비구니 스님들과 예불합창 올리고 싶다. 목탁소리 들으며 조용히 울음 울고 싶다. 운문사 숲은 역사를 품은 천년의 숲이다. 여름날 고즈넉해서 기억에 남는 길이다.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다닌다. 오솔길로 들어서는 순간 풍광에 반한다. 소나무가 수묵채색으로 그려낸 듯하다. 절반 이상은 눈부신 자연과의 협업이다. 아름드리 노송이 드리운 그늘도 최고다. 자연과 조화된 풍경 자체로도 특별하다. 청정 기운 가슴에 담아 청주로 돌아온다. 솔바람길 솔숲의 현장은 정겹고 뜻 깊다. 운문사 처진 소나무는 겸양의 교훈이다. 스스로 몸을 낮춰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긍정의 자세로 자리이타를 행하려 한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웃는다.
카자흐스탄엔 엄청난 계곡이 즐비하다. 차른계곡은 약 200만 년 전에 형성됐다. 강의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졌다. 계곡이 깎아지른 듯 수려하게 도열한다. 자연 그대로 기둥과 바위가 인상적이다. 가파른 계곡과 메마른 평지가 반복된다.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린다. 사냥하는 독수리모양 바위가 눈에 띈다. 곳곳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을 선다. 건드리면 곧장 떨어질 듯한 바위도 있다. 엎드려 있는 낙타 모양 바위는 특이하다. 거센 물살과 풍화작용이 남긴 산물이다. 에코탐험지로서 유럽 계곡 부럽지 않다. [충북일보] 헤밍웨이가 극찬한 중앙아시아로 간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어 키르기스스탄 여러 곳을 탐방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맛본다. 허나 처음 간 지역에선 누구나 긴장한다. 여행을 많이 해본 베테랑도 다르지 않다. 처음 여행지에선 그저 초보자일 뿐이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떨림이 좋다. 내 여행의 시작과 끝은 비교적 단순하다. 시작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공항이다. 마무리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다. ◇에코탐험지, 차른계곡 내 여행길에서 카자흐스탄은 초행이다. 착륙 전 비행기 안에서 본 풍경이 멋지다. 하얀 뭉게구름 위 붉은 노을이 장관이다. 고도를 낮추자 검은 구름지대로 바뀐다. 우르쾅쾅 덜컹덜컹 비행기가 착륙한다. 심한 매연과 요란한 경적소리가 반긴다. 허나 도심은 정갈하고 호텔도 깨끗하다. 호텔 조식도 여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도시가 잘 정돈되고 한적한 동유럽 같다. 넓은 거리와 커다란 가로수가 아름답다. 건물들을 따라 인도가 길게 이어진다. 인도 옆 수로를 따라 맑은 물이 흐른다. 유월 알마티의 도시 풍경들이 차분하다. 여행자들에게 아늑한 첫날을 선물한다. 도시가 예상과 달리 잘 정돈돼 깔끔하다. 공항 풍경만 빼고는 모든 게 만족스럽다. 다음날 가이드가 알마티역서 환전한다. 버스 안에서 보는 침볼락산 조망이 좋다. 천산산맥이 차른계곡까지 이어 달린다. 끝없는 초지 너머로 지평선이 이어진다. 차른 가는 길에 바이시 마을을 방문한다. 샤슬릭과 난(빵)을 구입해 배낭에 넣는다. 초지를 따라 이동하는 양떼와 조우한다. 말을 탄 목동이 양떼를 향해 뭐라 떠든다. 차른계곡 가는 길은 가도 가도 사막이다. 지루해질 쯤 광활한 들판에 뭔가 보인다. 소 양 등 가축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말을 탄 목동의 양떼 모는 풍경이 정겹다. 차를 세우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를 넘겨서야 차른계곡에 도착한다. 알마티서 쉼 없이 3시간 달려온 셈이다. 어느새 계절이 한여름을 향해 질주한다. 매표소에서 매표하고 안내판도 살핀다. 일행들과 계곡 속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계단을 타고 계곡 깊숙이 한참 내려선다. 거대한 그랜드 캐년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위 주름 하나에 억겁의 세월이 스민다. 비바람이 만든 천태만상에 눈이 호강한다. 조용한 세계에 멋진 길이 길게 펼쳐진다. 다양한 기암괴석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도착한 계곡은 그랜드 캐년 축소판이다. 그 옛날 엄청났던 물길이 만든 비경이다. 연이은 기암괴석들 한가운데를 걷는다. 특이한 지층의 구조가 너무 마음에 든다. 거센 물살과 풍화작용이 남긴 산물이다. 기묘한 풍경이 걷는 내내 몰두하게 한다. 황토색 퇴적암의 지리적 특성을 살핀다. 하지만 걷는 내내 햇살을 피하기 어렵다. 차른계곡은 약 200만 년 전에 형성됐다. 강의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졌다. 물기 전혀 없는 건천으로 변한지 오래다. 계곡이 깎아지른 듯 수려하게 도열한다. 자연 그대로 기둥과 바위가 인상적이다. 가파른 계곡과 메마른 평지가 반복된다. 중국과 접경에서 기묘한 절경을 뽐낸다.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린다. 사냥하는 독수리모양 바위가 눈에 띈다. 달 풍경, 철협곡, 아가미협곡이 갈라진다. 곳곳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을 선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풍경을 조각한다. 건드리면 곧장 떨어질 듯한 바위도 있다. 엎드려 있는 낙타 모양 바위가 특이하다. 여러 곳 둘러보다 보니 발길이 느려진다.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더 실감한다. 계곡 중간에 싹싸울 나무가 많이 보인다. 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무성히 자란다. 볼품없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소중하다. 뿌리가 굵고 단단해 화력이 아주 강하다. 뿌리가 수백 미터까지 내려가 야무지다. 샤슬릭 바베큐 구울 때 숯으로 사용된다. 고기 구워먹을 수 있는 공간은 아주 많다. 서부극 주인공이 머무는 듯한 풍경이다. 눈부신 햇살을 받은 계곡에서 빛이 난다. 언덕 오르면 계곡으로 길이 아스라하다. 암봉을 오르고 암봉 사이로 길도 걷는다. 주요 포인트마다 쉼터 모습도 풍경이다. 협곡 사이로 보이는 에스라인이 멋지다. 걷다보면 붉은 색이 검은 색으로 바뀐다. 여기저기 보다보니 차른 강에 도착한다. 차른 계곡의 끝에는 시원한 강이 흐른다. 방갈로와 유르트가 반갑게 손짓을 한다. 유목민 생활 체험 하는 게스트하우스다. 전통 유르트로 만들어진 차린 리조트다. 빠른 물살의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가 본다. 나갈 때는 에코 셔틀버스를 타고 나간다. 흙먼지 풀풀 날려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풍경도 좋다. 그야말로 에코 트레일의 대표적 장소다. 여행객들이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이른 오후에 계곡을 거슬러 돌아나간다. 무개차를 타고 입구까지 다시 돌아온다. 계곡이 또 다른 기묘한 풍광을 선사한다. 햇살 받은 절벽과 바위가 더욱 선명하다. 자꾸 시선을 빼앗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음에 걸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한다. 더 멀리까지 아쉬운 눈길을 내닿게 한다. 차른계곡서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간다. 한참 동안 달려 국경검문소에 도착한다. 모든 절차를 수작업으로 불편 없이 한다. 국경에 화장실도 없고 참으로 열악하다. 국경 검문소 군인들이 출입국을 돕는다. 현지인 2명의 탑승과 동행을 권유한다. 여인 중 한 명이 노래로 고마움을 전한다. 우리 일행도 힘찬 박수로 환영을 표한다. 국경을 살짝 넘으니 온통 초록세상이다. 끝없이 너른 초원에 야생화가 아름답다. 고산에선 키를 낮춘 여름 꽃들이 반긴다. 자연은 아름답고, 광활하고, 더 자유롭다. 광활한 대지와 맑은 하늘이 축복과 같다. 알프스형 산맥의 풍경처럼 이국적이다. 국경까지 멋진 초지서 소와 말이 뛰논다. 천산설산 파노라마가 장엄미를 더한다. 비포장 길마저 파란 하늘과 어울려 논다. 끝없이 너른 초원에 야생화가 아름답다. 고산에서 키를 낮춘 여름 꽃들이 반긴다. 녹색 초지에 하얀 설산이 풍경을 만든다. 하얀 설산과 파란 하늘의 도시에 닿는다. 산악휴양도시 카라콜서 긴 여장을 푼다. 고단했던 심신이 스스로 잠결에 녹아든다. 아침 커튼 여니 천산이 하얗게 다가온다. 아침 먹고 곧장 알틴아라샨으로 향한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등산 배낭을 꾸린다. 이틀 동안 입고 먹을거리를 정리해 싼다. 꿈에 그리던 알틴아라샨 아라쿨로 간다.
5월 승자는 여전히 싱그러운 녹색이다. 하얀 꽃잎들이 뿔뿔이 흩어진지 오래다. 대신 진초록 활엽수들이 어깨를 비벼댄다. 어떤 놈은 바람을 뒷배 삼아 거들먹인다. 길을 따라 갈수록 녹음 풍경이 짙어진다. 선운사 도솔천 옆 숲길이 찬란히 빛난다. 형형색색 꽃 연등이 바람 따라 흔들린다. 절집으로 향하는 길에 녹향이 가득하다. 한소끔 스친 바람에 진한 차향이 풍긴다. 차향 물결이 삶에 찌든 마음을 정화한다. 향긋한 초록의 내음이 코끝을 스쳐간다. 오늘도 쉴 새 없이 시간이 줄달음을 친다.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선운사를 찾는다. 산사의 시간이 속세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연분홍의 진달래 꽃잎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연둣빛 물감마저 어느새 초록으로 바뀐다. 아침이면 도솔천 안개가 차밭을 휘감는다. 찻잎 한 장이 스님 찻잔 속 향기로 우러난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산속은 정말 딴 세상이다. 선운사 동백꽃잎 터져 떨어진지 오래다. 꽃 소식이 지난해보다 열흘가량 빨랐다. 빨리 뛰는 날쌘 기운이나 기척에 가깝다. 문득 둘러보면 어느 샌가 곁에 다가온다. 강렬해진 햇볕에 푸른 생명이 맥동한다. 초겨울 파종한 보리가 어느새 짙푸르다. 5월 중반 꽃 장관 사라지고 녹색 천지다. 벌써 여름이 시나브로 저기서 다가온다. 질마재길 4구간 시작은 선운사 길이다. 선운사는 동백꽃으로 유명한 절집이다. 4월 말부터 꽃놀이 인파로 북적거린다. 물론 사계절 철마다 아름다워 소란하다. 도솔천 맑은 소리가 지루함을 달래준다.·조용하고 아늑한 절집정취를 전해준다. 주차장에서 선운사까지 제법 먼 거리다. 그 끝에서 조용하게 볕든 절집을 만난다. 일주문이 화려한 다포양식을 보여준다. 모양이 겹처마 맞배지붕으로 육중하다. 처마 아래 도솔산선운사현판이 걸린다. 봄의 신록이 유명한 선운사 첫 산문이다. 완연한 봄날 절정에 이른 초록이 빛난다. 늘 푸른 금강소나무는 언제나 찬란하다. 뒤바뀌는 색채에서 시간무상을 느낀다. 선운사에서 오솔길 따라 산으로 향한다. 빛바랜 천왕문과 만세루가 고풍스럽다. 두 문 사이로 깨달음 실은 불법이 흐른다. 돌 성벽처럼 견고하게 지켜주는 문이다. 가벼이 흔들리는 나무 바라보며 성찰한다. 완성의 과정이니 바람을 탓할 수야 없다. 눈을 드니 저만치 여름의 초록이 보인다. 천마봉 아래 도솔암이 저 멀리 아득하다. 아직 깊은 산속으로 들지 않아 친숙하다. 도솔천이 선운사를 옆에다 두고 흐른다. 옛날과 다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여름철 초록이 아름다운 선운사 길이다. 가을엔 단풍이 한몫하며 운치를 돋운다. 보드라운 바람을 타고 여유가 찾아든다. 무상하기에 더 아름다운 세상의 이치다. 새들이 시간을 다투지 않고 바람을 탄다. 선운사 숲에서 전원교향곡이 들려온다. 선운사와 도솔암을 잇는 길이 빼어나다. 푸르름이 가득 한 숲길을 따라 걸어간다. 맑은 도솔천 따라 녹음이 푸르게 비친다. 길을 걷는 내내 흙길이 많아 발이 편하다. 초록의 나무들이 산객들의 눈길을 끈다.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한다. 초록 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내리쬔다. 자연의 선물 숲이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선운사에서 더 깊은 공간으로 들어간다. 선운산의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만난다. 길게 펼쳐진 녹색의 숲 풍경이 아름답다. 사계절 다른 매력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꽃잎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뜬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은 화룡점정이다. 마음은 벌써 소리재 넘어 바다에 이른다. 산비탈 참나무 숲의 새소리가 아름답다. 참당암에서 소리재로 가는 길을 따른다. 볕뉘가 들어와 숲을 평화롭게 그려낸다. 코끝 찡한 솔바람이 그리움을 풀어낸다. 느티나무와 참나무가 어울려 쾌적하다. 굴참나무가 단정하게 정열하며 도열한다. 제법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문득 고개를 들면 짙은 녹음이 가득 찬다. 걷기에 심심하지 않은 시간이 이어진다. 자연이 보여주는 평화에 소란함이 없다. 나무 사이 여백이 평화로움을 선물한다. 고요하다고 하면 너무 평범해질 것 같다. 걸음마다 떨어지는 햇살에 만족스럽다. 성미 급한 철쭉 꽃잎이 바람에 흩날린다. 꼼지락거리던 연록이 어느새 진초록이다. 강직한 시골 선비처럼 푸른 얼굴을 한다. 5월 봄날 초록 발걸음이 너무나 빠르다. 능선에 가까워지자 바람이 좀 시원하다. 코끝으로 청량한 공기의 맛이 전해진다. 바람이 천오백년 보은의 역사를 알린다. 옛길 따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한다. 소리재 타고 넘어오는 바닷바람이 짜다. 미당을 키운 질마재의 바람도 느껴본다. 바람에 흩날리던 햇살이 나무를 비춘다. 짙은 녹음 고즈넉한 산길에서 휴식한다. 천상봉과 천마봉 사이로 바람이 지난다. 바람이 뱉어 놓고 간 강력한 향을 맡는다. 녹색의 숲에서 파란 풍경을 고이 즐긴다. 미세먼지 뚫고 선운산 주능선이 터진다. 여전히 고운 초록 잎이 바람에 흔들린다. 모난데 없는 선운이 마루금을 둘러싼다. 산이 탐나도록 아름답고 맑고 깨끗하다. 시원한 바람이 온종일 길옆으로 흐른다. 조망이 열리자 선운산군이 병풍을 친다. 천마봉에서 천상 낙조대까지 훤히 보인다. 반대 쪽개이빨산도 몸 뒤로 삐죽거린다. 기암괴석과 암릉과 소나무가 조화롭다. 녹색과 회색빛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초록이 어디까지 나갔는지 눈으로 본다. 낙조대 너머로 산그리메가 신비롭다. 천마봉 아래 도솔암서 염불 소리가 난다. 소리재 지나 20분 걸으면·도솔암이다. 산새소리와 바람소리가 겹쳐 들려온다. 널찍이 열린 산길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깎아지른 절벽 도솔암이 아슬아슬하다. 암자 떠받친 암벽선 마애불상이 웃는다. 선운산의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기암괴석과 암봉 능선이 어울려 멋지다. 잔솔가지에서 나는 향 내음이 진득하다. 용문굴 가는 산길이 고적하고 아름답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첩첩산중 느낌이다. 느티나무와 단풍나무 향이 길게 퍼진다. 화산암들이 거대한 수직 암벽을 이룬다. 실루엣으로만 보아도 바위가 남다르다. 먼발치에서 보는데도 장엄한 모습이다. 둥근 바위돔 형태의 굴이 제법 웅장하다. 야트막하지만 전혀 낮게 보이지 않는다. 깊어가는 5월의 초록향취에 빠져든다. 쉬엄쉬엄 걸으며 주변의 자연을 느낀다. 여유롭게 숲길에서 쉬는 시간을 갖는다. 간혹 나비의 춤사위에 시선을 빼앗긴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콧노래도 불러본다. 용문굴 지나 선운사까지 내쳐 내려간다. 보물을 마주하듯이 초록 풍경을 만난다. 키 작은 풀이 자기 존재를 기필코 알린다. 바람의 말이 금방 다가와 교훈을 전한다. 귀 기울이니 행복하고 의미로 다가온다. 솜털 같은 구름이 깔린 하늘색이 파랗다. 맑은 하늘이 덧없이 공활하니 자유롭다.
짙푸르러진 숲길에 고요만이 가득하다. 길게 이어진 오솔길이 여유를 선물한다. 산허리 타고 지나는 길 아래가 아득하다. 숲을 뚫고 들어온 볕뉘에 두 눈이 부시다. 가볍고 느린 걸음으로 가면서 사색한다. 무언가 생각이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편안함과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살짝 눈뜬 보상이다. 들꽃은 소리 없이 피었다 소리 없이 진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더라도 왔다가 간다. 한 뼘의 땅에서 미소 한 번 던지고 간다. 짧은 봄날에 흔적 없이 말없이 스러진다. 아쉬움 없이 그냥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아름답지만 슬픈 존재의 유한성을 본다. [충북일보] 지리산둘레길 3코스는 20.5km에 달한다. 산과 고개를 넘고 하천을 따라 흘러간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 월평마을에서 시작한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까지 간다. 걷는 내내 장엄한 지리산 주능선과 함께 한다. 때때로 하늘 마루금을 조망하기도 한다. 계곡을 따라 자리 잡은 다랑논도 볼 수 있다. 마을은 자연과 조화롭게 생태계를 꾸려간다. 4월 중순의 지리산 둘레길은 온통 봄빛이다. 산새들 지저귐이 둘레길에 활력을 보탠다. 곳곳이 봄의 범람으로 정말 아름답다. 민화풍의 벽화가 그려진 마을에 닿는다. 골목마다 벽화가 볼 만한 월평마을이다. 달이 뜨면 잘 보이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월평마을을 뒤로하고 한참을 더 걷는다. 달오름 다리 지나 람천의 둑길을 걷는다. 시냇물과 함께 하천 길을 한동안 걷는다. 인월을 떠난 길이 중군마을을 지나간다.·본격적인 산길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중군의 성루가 군진의 위용을 드러낸다. 소박한 사람들이 마을을 이뤄 살아간다. 지리산 둘레길 3코스라는 글귀가 정겹다. 마을 담벼락 글씨에서 삶을 엿보게 된다. 주민 삶 속에 녹아 있는 둘레길을 느낀다. 마을을 지난 길이 숲 저편으로 나아간다. 마침내 둘레길로써 면모를 갖춰나간다. 숲이 짙어질수록 계곡도 함께 깊어진다. 중군마을 지나 숲길이 제대로 시작된다. 갈림길에서 경사 가파른 언덕을 따른다. 좁고 고즈넉한 숲길이 그늘을 선물한다. 길은 선화사를 거쳐 수성대로 연결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보인다. 계곡 물소리가 제 철 만난 듯 소란스럽다. 바위를 덮은 이끼가 고색창연하게 빛난다. 숱한 방문에도 손 타지 않아 다행스럽다. 산을 에두르는 임도가 계곡을 벗 삼는다. 길은 산으로 향하고 숲은 더욱 깊어진다. 그냥 가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도 없다. 생각 없이 무작정 가는 게 오늘 할 일이다. 걷기에는 언제나 가슴 뛰는 설렘이 있다.·길을 밝히는 들꽃들의 화사함이 반갑다. 봄날 연한 색감의 파스텔 톤이 시원하다. 바람만큼 반가운 청량제 역할을 해낸다. 잠시 멈춰 서서 물끄러미 꽃을 바라본다. 꽃이 자신을 바라봐 주는 이에게 절한다. 누군가에게 받는 관심은 즐거운 일이다. 길 가장자리의 흰병꽃나무가 흔들린다. 햇살이 드러나자 더 살가워지는 듯하다. 산새들의 지저귐이 봄의 활력을 더한다. 만개한 꽃물결이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산중 숲에는 연한 유록빛 물결이 흐른다. 지리산의 길과 시간은 언제나 동행한다. 어느 땐 시간이 멈춰버린 듯 길도 멈춘다. 숲이 생명 활동을 멈춘 듯 그저 아득하다. 둘레꾼의 몸과 마음도 더불어 침잠한다. 좇기는 내가 아닌 여유의 나를 발견한다. 내면이 평화로운 머무르는 나를 만난다. 두 발이 묵묵히 감당한 만큼이 시간이다. 걷는 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수성대 초입의 물가에서 다리쉼을 한다. 다 쓰러진 간이 천막과 평상이 눈에 띈다. 무심코 바라본 기둥에 붙은 푯말을 본다. '식혜, 막걸리 한 잔, 2000원'을 알린다. 물소리의 반주에 실려 저절로 흘러간다. 길 위에 서보니 길과 시간이 정비례한다. 내가 들인 시간만큼만 앞으로 나아간다. 내 자신 지키는 수성대가 이름값을 한다. 자연과 나와 다정히 대화하는 시간이다. 푸른 봄이 머무는 지리산 수성계곡이다. 계절의 봄 마음의 봄이 온전히 자리한다. 멀고 힘든 길 끝에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푸른 잎이 폭죽처럼 터진 꽃을 대신한다. 산과 들에서, 그늘과 양지에서 뒤바뀐다. 남쪽 북쪽에서 위아래서 일제히 바뀐다. 느닷없는 봄의 훈기가 계절 색을 바꾼다. 참나무 서어나무가 봄볕에 환히 빛난다. 우듬지마다 새싹들이 벌써 청록색이다. 소나무가 섬세한 봄의 서정을 보여준다. 여린 봄 색이 수채화처럼 깨끗하고 밝다. 봄날 풍경의 투명함과 맑음을 선사한다. 봄 속 자연에 부활의 기적을 펼쳐 보인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연신 변신 중이다. 조용한 기쁨과 평안으로 위로를 받는다. 봄 길을 걸어가는 둘레꾼들이 눈에 띈다. 스스로 봄객이 되어 행복하게 걸어간다. 길을 걷다가 나무에 손을 대보기도 한다. 차가웠던 나무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시간이 길수록 봄은 화사하고 향기롭다. 맑은 하늘의 구름도 살이 붙어 통통하다. 화려한 꽃잎들이 흩어지고 새들이 난다. 길을 걷는 둘레꾼들이 눈부시게 빛난다. 4월 숲 색이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어느 참엔가 연두 빛이 녹색으로 바뀐다. 고요했던 숲이 산새 떼창으로 소란하다. 생명의 약동과 환희가 숲속에 범람한다. 가을까지 이어질 활기찬 환호가 기차다. 시간 따라 바뀌는 자연풍경이 경이롭다. 인간의 개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다. 둘레길의 어디든 푸른 빛깔이 넘쳐 난다.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은 부담 없는 길이다. 천천히 걸으며 물 한 병만 있어도 족하다. 4월의 봄이 빠르게 둘레길을 꽉 채운다. 봄기운이 세를 몰아 산정까지 치고 간다. 상큼한 녹색이 회갈색과 잘 어우러진다. 날씨는 따뜻하고 하늘이 맑아 걷기 좋다. 운무 흩어지니 시원한 바람이 따라온다. 바람처럼 바람 따라 길처럼 길 따라 간다. 지리산엔 지금 봄빛 아래 녹비가 내린다. 휘감아 도는 나뭇잎 물결이 인상적이다. 신성한 기운이 깃든 나뭇잎이 휘날린다. 파란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흘러간다. 상큼한 바람결에 보드라운 봄이 깃든다. 불어온 바람이 새파란 파도를 실어온다. 산 아래에선 다랑이 논이 계단을 쌓는다. 빼놓을 수 없는 따사로운 지리의 봄이다. 멀리 천왕봉이 웅장하게 기세를 올린다. 올록볼록한 봉우리가 주변을 에워싼다. 이제 핀 형형색색 꽃이 무리로 춤을 춘다. 걷는 시야를 가리지 않고 적당히 날린다. 때론 굴참나무가 줄지어 파랗게 흔든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깨끗해진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앞이 바로 천국이다. 이래저래 천상화원에 들어선 기분이다. 바래봉은 새하얀 구름 지나는 길목이다. 천왕봉 서쪽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곳이다. 팔랑치 너머로 긴 구름떼가 피어오른다. 푸른 하늘 위 구름이 반야봉으로 흐른다. 투명한 청록의 쪽빛 남해 바다 못지않다. 하얗게 벚꽃 피는 지리의 봄은 더 그렇다. 정말 큰 위안인지 모른다면 무경험자다. 둘레길 3구간의 깊은 숲길은 큰 위안이다. 배너미재를 넘으니 숨찬 숲길이 끝난다. 지리산 자락의 탁 트인 정경이 보인다. 힘들게 고개 두개 넘으니 장항마을이다. 길옆 낙락장송의 위세가 예사롭지 않다. 당산 소나무가 듬직하게 지키고 서 있다. 마을 지켜 주는 신령이 깃든 당산나무다. 400년 수령 소나무가 위용을 드러낸다. 모진 풍상을 견뎌낸 당당함이 엿보인다. 당산소나무를 지나 길은 마을로 향한다. 숲길 끝자락에 있는 장항마을이 정겹다. 장성 이씨의 집성촌 장항(獐項)마을이다. 매년 지리산 배경으로 당산제를 지낸다. 장항마을의 옛날 흙담 길이 고즈넉하다. 담장 너머로 주민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마을 너머로 바래봉 능선이 내려앉는다. 덕두산 산자락이 바래봉으로 이어진다. 지리산 주능선 하늘 마루금이 여유롭다. 천왕봉은 성찰의 구심점으로 의연하다. 물 찬 다랑이 논에 지리산군이 반사된다. 하늘 지리산과 땅위 지리산이 대칭된다. 마음을 비추는 여유로움까지 선물한다. 자연과 문화가 아주 아름답게 어울린다. 둘레길을 걸으며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숲 생태계의 조화로운 구성을 체험한다. 수분을 충분히 머금은 꽃잎이 촉촉하다. 꽃잎 떨군 조팝나무가 봄기운에 물든다. 들녘은 아직 채도를 끌어 올리지 못한다. 마을은 다랑 논밭에 둘러싸여 여유롭다. 논둑길이 숲과 하천의 수계를 연결한다. 천왕봉 위로 4월의 아침 태양이 비춘다. 하천을 따라가며 고개를 넘어서 걷는다.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보며 길을 잇는다. 봄 색의 변화를 맞는 감격이 새삼스럽다. 봄날 새소리는 푸른 숲에 운치를 더한다. 저 멀리 마을의 봄 풍경이 곱고 아름답다. 어떤 방해도 없이 따스한 햇살이 내린다. 어디를 가든 편안함이 덤으로 얹어진다. 마침내 수많은 걸음으로 길 끝에 이른다. 높은 하늘이 멀리 강물과 맞닿아 흐른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을 펼친다. 멀리 하늘 마루금이 장엄하게 이어진다. 구릉 따라 올라온 다랑이논이 아름답다. 산자락을 따라 좁고 길게 농토를 만든다. 구불구불 거스름 없이 아주 자연스럽다. 인공미가 자연스런 풍경으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다들 웃는 얼굴로 들떠 다닌다. 환상적인 분위기에 푹 빠져 힐링을 한다. 노 마스크로 흥겨운 봄날 난장을 즐긴다. 짧은 순간 숲길에서 얻은 깨달음이 크다. 소소한 작은 변화가 소중한 기회를 준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웃는다. 글·사진=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경기도 가평 자라섬을 찾았다. 봄이 발아래까지 차올라 부푼다. 그래도 따뜻한 봄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푸름도 일러 아직 주춤거린다. 하지만 흐르는 강물엔 봄빛이 완연하다. 겨우내 녹은 물이 푸르게 흘러간다. 버들강아지가 서둘러 꽃망울을 틔운다. 나뭇가지마다 봄물로 발그레하다. 자라섬에도 물이 차올라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사람들이 하나 둘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 분주하지는 않다.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나 자신을 마주하고 관조할 수 있다. 내 안의 봄기운을 만날 수 있다. 가평 올레 1코스는 자라섬 산책 코스다. 그대와 다정히 손 맞잡고 거니는 길이다. 몸과 마음 상쾌해지는 숲속 오솔길이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명품 길이다. 자라 등을 타고 북한강 걷는 올레길이다. 느림을 저어가듯 느리게 걷는 공간이다. 물로 그림 그리고 추억 만드는 장소이다. 생명력 넘치는 숲이 숨은 향기로 부른다. 살에 닿는 바람 느낌이 기분을 좋게 한다. 찰랑이는 물소리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확 퍼진다. 안개 빨아들인 숲이 몽환적으로 빛난다. 빛깔로 소리로 내 속의 느낌을 불러낸다. 나무마다 봄물이 올라 움이 터질듯하다. 버들강아지가 서둘러 꽃망울을 틔운다. 푸름은 일러 아직 당도하지 않아도 좋다. 주차장에서 자라섬 들머리로 들어선다. 이른바 가평 올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자라섬 주변을 에둘러 있는 길로 순하다. 1코스 방향을 잡아 자라섬으로 들어간다. 자라섬은 북한강 가평 초입에 자리한다. 줄달음치던 북한강의 춘천 끝자락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반달 같은 예쁜 섬이다. 자라목처럼 생긴 모양이 정말 특이하다. 요맘때 나무들은 물 흐르는 소리를 낸다. 나무마다 물이 올라 움이 터질듯 부푼다. 푸름의 스펙트럼을 만들 준비에 바쁘다. 생명력이 넘치는 준비로 삼월을 보낸다. 피톤치드를 잔뜩 머금을 봄을 준비한다. 조금씩 다양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엄혹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온다. 어느새 몸이 청량해지고 마음이 가볍다. 바람 끝에 머물던 겨울결기가 사라진다. 그 자리를 촉촉한 봄기운이 가득 채운다. 북한강물은 장판을 깐 듯 고요히 흐른다. 주변의 모든 풍경들이 물 위로 모아진다. 명경지수에 봄날의 수채화가 그려진다. 가을처럼 높다랗게 맑은 하늘이 보인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3월 바람을 맞는다. 짧지만 기다려지는 꽃 피기 전 이맘때다. 북한강변에 물안개가 길게 피어오른다. 아침을 맞은 오리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자라섬길 따라 먹이사냥 풍경이 정겹다. 고즈넉한 숲길이 한동안 길게 이어진다.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예쁜 공간이 나온다. 철새들이 노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눈도 마음도 일시에 정화되는 구간이다. 어느 누가 걸어도 편하고 좋은 길이다. 건너편 산들의 마루금이 아름답고 깊다. 강물 뒤로 첩첩의 산봉우리가 솟아난다. 햇살 받은 물그림자가 명품 중 명품이다. 물결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윤슬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수면 박찬 오리 떼가 거대물결을 만든다. 화들짝 놀란 한 무리 갈대가 아우성이다. 적막하던 강물이 수줍게 손님을 맞는다. 길은 자라섬을 따라 들쭉날쭉 이어진다. 서도와 동도 있는 U자형 길도 운치 있다. 아름다운 섬길 걷기의 제 맛을 북돋운다. 오른쪽으로 남도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슬며시 보기만 해도 그림 같은 풍경이다. 서도와 동도를 지나 중도를 돌아 나온다. 더 한적하고 고요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언덕을 넘어서면 남도 가는 길이 나온다. 봄바람이 시나브로 따뜻하게 불어온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 봄 오는 길목에서 여행의 묘미를 느낀다. 자라섬의 강한 매력은 바로 캠핑장이다. 저렴한 가격의 카라반이 인기 만점이다. 숙식이 가능한 이동식 트레일러가 뜬다. 인기 만점의 힐링 데이트 코스로 꼽힌다. 편의 시설이 모두 갖춰진 숙박 시설이다. 남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약 2km다. 소나무 숲과 강변 혹은 꽃 정원을 지난다. 남도 광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다. 남도 광장에선 남이섬 나루터가 보인다. 강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배를 볼 수 있다.·우뚝 솟은 기둥은 가평 짚와이어 타워다. 남이섬과 자라섬의 남도 두 곳을 오간다. 강을 가로질러 양 쪽을 다 오갈 수 있다. 길이 평탄하고 바닥이 잘 정돈돼 편하다. 걷다 보면 멋진 나무들이 양쪽으로 선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보는 즐거움도 크다. 수상 보트가 힘차게 강물을 가로지른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남도 광장 내 오두막 정자 벤치가 예쁘다. 쉼터, 포토존, 전망대 등이 아기자기하다. 하염없이 느린 걸음으로 걷게 유도한다. 남이섬이 보이고 선착장으로 이어진다. 느리게 자라섬 걷다보면 많은 게 보인다. 자연 그대로가 더욱 자연스러운 섬이다. 반듯하고 돌 하나 없는 다듬어진 길이다. 천천히 걸으며 한 바퀴 산책하기에 좋다.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걷기 좋은 길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더 큰 매력을 더 느낀다. 남도 야트막한 언덕 중앙 나무도 멋지다. 나른하고 춘곤증이 찾아오는 요즘이다. 쑥과 냉이의 향긋함이 입 안 가득 고인다. 다가온 봄 정취에 흠뻑 빠질만한 냄새다. 봄 향에 취해볼 수 있는 나들이 시간이다. 자라섬 당일치기 가족여행이 제격이다. 호젓하게 천천히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걷는 시간이 짧아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리움이 강물에 닿아 마음을 적셔준다.
동쪽 바다 습한 대기가 선자령에 머문다. 밤 동안 지쳐 잠깐 머무르며 눈을 만든다. 강원도의 넉넉한 인심으로 꽃을 피운다. 마침내 설화를 비집고 하늘이 드러난다. 시간이 갈수록 오묘한 담채화 풍경이다. 구름 아래 하얀 색이 황홀경을 연출한다. 범인의 붓끝으로 담기 어려운 절경이다. 수줍어 오므린 여인 속살처럼 신비롭다. 눈꽃 트레킹은 겨울에만 누리는 호사다. 겨울 상고대가 선자령의 꽃을 대표한다. 허나 겨울산객이 만든 사람 꽃이 최고다. 하얀 설경 속 사람은 그 자체로 꽃이다. 다양한 색들이 어우러지면 금상첨화다. [충북일보] 백두대간의 눈꽃 명소 선자령에 닿는다. 부드러운 봉우리의 능선 길들이 반긴다. 평평한 길이 선자령과 대관령을 잇는다. 가파른 비탈길이 거의 없어 걷기 편하다. 걷는 내내 눈 풍경이 상쾌하고 아늑하다. 파란 하늘 하얀 능선 길 조망이 탁월하다. 잣나무와 참나무 군락이 아기자기하다. 산책하듯 편안하게 느린 속도로 걷는다. 옛 대관령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걸어서 하얀 자연(自然)속으로 들어간다. 달아나는 겨울 잡으며 눈 산행 한을 푼다.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누구에게나 쉬운 능선이 느리게 흐른다. 눈과 바람, 조망이 최적인 공간에 닿는다. 겨울 끝의 눈꽃산행으로 눈이 호강한다. 자연의 화려한 몸치장을 보는 행복이다. 휴게소서 선자령 정상까지는 완만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킹 하기에 딱 좋다. 동화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낭만적이다. 동심과 노심을 함께 흔들기에 중분하다. 하지만 한겨울 낭만의 이면은 냉혹하다. 바람은 시베리아를 연상케 할 만큼 맵다. 심할 땐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다. 바람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송신소 철조망 옆을 따라 10여분을 간다. 눈길에 발을 푹푹 묻으며 임도를 따른다. 하얀 설도가 힘차게 위아래로 치달린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서 내 그림자를 본다. 걷는 내내 한 발 앞서 가며 길을 안내한다. 설원지대 아래 물푸레나무 숲을 지난다. 숨죽인 진달래나무가 드문드문 보인다. 봉긋봉긋한 구릉지가 여인의 가슴 같다. 선자령의 참나무 나목 숲이 온통 하얗다. 긴 겨울밤 세찬 바람이 상고대를 만든다. 급히 내려간 기온이 하얀 마술을 부린다. 서리꽃 풍경이 가슴을 흔들어놓고 간다. 하얀 나뭇가지가 능선 쪽으로 쓰러진다. 겨울에만 느끼는 매력이 흠뻑 드러난다. 순백의 수묵풍경이 아침 내내 이어진다.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능선 서리꽃이 바람을 타고 하늘거린다.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언 채로 매달린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얼음 입자를 만든다. 태양이 내려와 붉어지니 더욱 아름답다. 더워진 해가 비추니 색깔이 점점 더 곱다. 바람과 안개의 놀이터로 황홀한 선계다. 지금까지도 멋지게 내 가슴에서 머문다. 오늘도 신은 자연을 위대하게 창조한다. 오르막 끝나자 광활한 평원이 펼쳐진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부드럽게 잇는다. 백두대간 줄기가 시야에 환히 들어온다. 빈 가지 사이로 하늘이 뿌옇게 드러난다. 한 쪽에선 투명한 하늘이 곱게 나나난다. 이내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차가운 선자령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한다. 거대풍차가 거센 바람에 날개를 돌린다. 키 작은 나무가 바람 부는 쪽으로 눕는다. 비스듬히 누워 자라며 선자령을 지킨다. 잿빛 하늘 위에서 하얀 풍차가 빙빙 돈다.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사람이 들어간다. 그 뒤를 쫓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겨울 한복판을 걸어가는 트레킹 명소다. 눈꽃 트레킹의 문턱이 가장 낮은 코스다. 비탈길이 거의 없고 눈밭 길이 뚜렷하다. 아주 완만한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명품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뭇가지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자란다. 동해 찬바람과 골바람이 미친 영향이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관목들이 전부다. 마음껏 즐기는 사이 옛 추억이 스며든다.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 속이 후련해진다. 동해 바다 수평선이 저 멀리 아스라하다. 시선이 백두대간 겹겹능선을 따라간다. 눈길 탄력이 부드럽게 발끝에 전해진다. 얼굴에 닿는 찬바람의 감촉이 신선하다. 맑은 새소리 겹쳐지니 발걸음이 가볍다. 나뭇가지 사이로 어느새 하늘이 말갛다. 완만한 오르막길 끝에 설원이 시원하다. 거대한 흰색 풍차가 느릿느릿 돌아간다. 대관령 너머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마루금 너머로 풍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얀 문명이 서 있다. 꽃밭양지 위로 하얀 구조물이 줄을 선다. 거대한 시설 아래 눈밭이 넓게 펼쳐진다. 정상부에 가까워질수록 풍차가 커진다. 하얀 고원에서 하얀 풍차 풍경을 즐긴다. 세찬 겨울바람마저 치명적인 유혹이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깨알처럼 보인다. 겨울 산의 고요가 마음에 평화를 보낸다. 잎 떨군 나무 덕에 마음껏 햇살을 즐긴다. 선자령은 고개라기보다 뭉툭한 봉우리다. 능선 굴곡이 아름다워 언덕으로 불린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정상에 닿는다. 먼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동해바다가 아스라이 먼 바다로 흐른다.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행복함이 넘친다. 글·사진 = 함우석주필
[충북일보] 새해 첫날 속리산에 눈이 소복하다. 1월 1일 이른 아침 일출 산행에 나선다. 상고암에서 오전 6시 30분 출발한다. 목적지는 천왕봉이다. 오르는 길이 온통 하얀 눈 세상이다. 낮이면 펼쳐지는 겨울장관을 새벽어둠이 감춘다. 찬바람이 강하게 분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긴다. 하얀 눈 위를 내딛는 첫 걸음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 천왕봉이 아니라 비로봉 쪽으로 샜다. 눈길이 정말 험하다. 아니 길이 없다. 후회막급이다. 빽빽한 조릿대 위에서 러셀을 한다. 쌓인 눈을 밟으며 나간다. 능선에 닿기가 너무 힘들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결국 해맞이를 포기해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는 나중에 알았다. 새해 첫날 천왕봉 일출은 없었다. 새해 첫 산행은 속리에서 호되게 치렀다. 그래도 천왕봉 아래 준령들은 압권이다. 눈이 시릴 정도의 하얀 설경은 덤이다. 겨울 산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신선대 문수봉 경업대 청법대가 예쁘다. 비로봉 천왕봉 구간은 두말이 필요 없다. 헬기장 아래 하얀 산길은 정말 눈부시다. 천국길 오를 때의 숨 가쁨 같은 희열이다. 속리산에 내린 눈을 처음 밟고 지나간다. 푸른 소나무들이 차가운 눈을 이고 선다. 상고암의 하얀 겨울 풍경이 수묵화 같다. 먹의 농담만으로 그려낸 듯 채도가 낮다. 속리산 절집의 하얀 풍경이 고즈넉하다. 산새 소리가 아름다운 숲의 적막을 깬다. 꼿꼿하게 버티던 소나무가 바람에 운다. 많은 생명이 숨 쉬는 산속으로 안내한다. 길을 잘못 들어서 비탐방로로 올라간다. 한 시간 쯤 길게 오르니 눈이 깊어 힘겹다. 이마에 땀이 좀 나고 허벅지가 팽팽하다. 촘촘한 조릿대 위에 하얀 눈이 쌓인다. 느린 운행에 좀처럼 효과가 나지 않는다. 기진맥진한 끝에 하얀 능선에 다다른다. 바람이 지나면서 비로봉을 휙 비쳐준다. 멀리 백두대간 속리천왕봉이 희미하다. 겨울 속리산 위로 흰 눈이 소복이 쌓인다. 숨 가쁘게 걷다보니 암릉지대에 이른다. 산속 세상이 온통 짱짱하게 얼어붙는다. 풍부한 적설량이 빚은 설경이 아름답다. 소나무엔 초록의 기운이 남아 싱그럽다. 겨울 멋과 낭만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비로봉 아래 눈 덮인 상고암이 드러난다. 설산과 절집의 조화가 아름답게 빛난다. 발목까지 차오른 눈을 밟으며 올라간다. 추운 날씨에 내뿜는 하얀 입김이 뜨겁다. 설산은 늘 경이롭지만 위험이 도사린다. 아주 작아도 비밀스럽고 긴장감 넘친다. 찬 공기는 서스펜스 매력을 극대화한다. 눈 덮인 모습만으로도 해맑고 신성하다. 변화무쌍한 흰 구름의 조화가 오묘하다. 강추위가 푸른 아침과 붉은 놀을 만든다. 속리주능선까지 전투적인 오르막이다. 고되게 조릿대 숲 지나면 바로 신선계다. 세찬바람 가르며 능선 길에 하얗게 선다. 능선으로 들수록 풍경은 점점 고요하다. 인적 없는 아침 고요가 온몸을 휘감는다. 알려지지 않은 산길 적막함이 색다르다. 세찬 겨울바람이 가슴에 들어와 박힌다. 길을 잃은 산객 마음이 맑고 투명해 진다. 장중한 백두대간 능선이 길게 늘어선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남과 북을 잇는다. 속리산의 하얀 겨울 주능선이 장중하다. 능선의 오르내림에 조망도 밀당을 한다. 하얗게 얼어붙은 설산이 정말 눈부시다. 황홀하고 장엄하지만 때로는 처연하다. 모진 바람과 추위 앞에서 홀로 견뎌낸다. 운명을 감내하면서 절실하게 깨닫는다. 백색 속리산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 선다. 흰 눈 내린 오르막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능선에 올라서자 속리 진가가 드러난다. 시원한 풍경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흐릿한 아침 날씨에 오묘한 기운이 든다. 멀리서 달려온 찬바람이 벌떡 일어선다. 구름떼가 산 주인처럼 능선을 점령한다. 속리산군에 밀려든 겨울 기세가 드세다. 속리산이 한 폭의 수묵화로 되살아난다. 눈과 비가 상고대를 빚고 눈꽃을 피운다. 눈 내린 날 산길 걷기는 침묵의 횡단이다. 겨울 대자연과 마주한 감동은 찬란하다. 하얀 상고대와 눈꽃들이 반갑게 맞는다. 숲속에 작은 기쁨과 작은 기적이 흐른다. 천왕봉이 구름 속에 희미하게 드러난다. 날이 흐려 주위 풍경이 잘 보이질 않는다. 어렵게 올라온 능선에는 온통 눈밭이다. 축 늘어진 소나무 풍채도 예사롭지 않다. 주변엔 키 작은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선다. 맨 얼굴과 맨 손 강타하는 칼바람이 분다. 오로지 바람만이 눈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새해 일출 놓친 산객이 서둘러 내려간다. 잠시 칼바람 견디며 한 컷을 기다려본다. 기대했던 동쪽의 붉은 해가 뜨지 않는다. 구름떼가 잔뜩 인상을 쓰며 뭉쳐 다닌다. 위를 올려보니 모두 커다란 바위 더미다. 눈 맞은 소나무가 용의 몸통처럼 힘차다. 곳곳에서 한 폭의 겨울 산수화를 만든다. 궂은 날씨에도 멋들어진 조화를 보인다. 달콤한 겨울 맛을 맛보며 느리게 오른다. 능선 바위지대는 간간이 얼어 미끄럽다. 통과의례처럼 바위 구멍 밑으로 걷는다. 몇 개의 거대한 알 바위가 구멍을 만든다. 서로 기대어 사람 지나기 딱 좋은 크기다. 석문이나 통천문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속리산 백미는 문장대까지 뻗은 경치다. 능선이 공룡 등껍질처럼 울퉁불퉁하다. 산줄기에서 우락부락한 힘이 느껴진다. 묘봉으로 이어진 서북능선이 선명하다. 검은 선으로 다가오다 하얀 눈에 빛난다. 언제부턴가 사람 발길 멈춘 곳으로 든다. 숨은 산군의 거대한 츠렁바위에 오른다. 겹겹이 쌓인 큰 바위가 험한 모양을 한다. 군데군데 바위너설이 날카롭게 솟는다. 기암절벽과 바위에 노송이 뿌리 내린다. 고고함이 어우러져 산수화가 따로 없다. 움직이는 걸음걸이에 풍경이 들고 난다.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높이마다 다르다. 남북으로 지리산 소백산이 이어 달린다. 아직 어두운 사방이 광채 부르는 의식이다. 빛줄기 희미하게 뿌리며 다가온 진군이다. 숨죽여 바라본 하늘에 뜬 해가 흐리다. 바람을 탄 구름이 붉게 흩어지고 피어난다. 산 능선 따라 새파란 조릿대가 군무를 춘다. 하얀 눈 털어내며 존재를 알린다. 저 봉우리 저 나무엔 한겨울 빛이 한창이다. 겨울에 만난 속리산의 자연 색이 반갑다. 빙수 쏟아지듯 겨울눈이 하얗게 내린다. 내려앉은 모양이 아주 푸르고 투명하다. 하얀 눈 맞은 바위가 창끝처럼 치솟는다. 조망이 막혀도 바위 무리 우뚝하니 좋다. 능선 곳곳마다 멋진 골계미를 드러낸다. 산을 타고 내린 물이 달천강으로 흐른다. 가슴 따뜻한 어머니 마음을 전하며 간다. 계절마다 순환하는 자연처럼 사려한다. 스쳐가는 인연에 온 마음으로 배려한다. 숲에 들숨소리와 날숨소리가 가득하다. 숲의 호흡에 맞춰 느리게 걸으며 숨 쉰다. 그리움이 짙은 지나온 시간 속을 걷는다. 오롯이 자연 속에만 존재하는 풍경이다. 겨울 자연의 오묘한 힘에 경탄할 뿐이다. 세상과 등 돌려 사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얀 능선이 겨울의 바람을 한껏 품는다. 얼어붙은 나무가 태양의 기운을 전한다.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가 아주 달라진다. 빛과 어둠, 해와 달이 자리를 바꿔 앉는다. 새벽녘 고요가 풀잎마다 맺혀 침묵한다. 흐리고 바람 부는 날엔 사납고 음습하다. 어렴풋이 보이는 풍경조각에 끌려간다. 산 아래로 펼쳐지는 법주사가 부드럽다. 아침나절의 무량한 햇살이 자글거린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겨울왕국이 빛난다. 하얗게 눈 덮인 풍경이 이상향을 그린다. 시리게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펄럭인다. 한 겨울 그림 같은 풍경에 탄성이 터진다. 아름다운 향연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꽁꽁 얼어붙은 상고암이 눈 속에 묻힌다. 평생을 함께 벗하고픈 순수의 자연이다. 속리산 사계절은 나름대로 다 정취가 있다. 맛이 다른 분위기를 내는 곳이 너무 많다. 산쟁이들은 겨울을 으뜸으로 꼽기도 한다. 눈꽃 뒤덮인 설경 배경 삼아 산을 오른다. 잘 모르지만 인생의 쓴맛 같은 걸 느낀다. 추위와 맞서다 어느 덧 뜨거워지곤 한다. 뺨 위로 흐르는 땀방울이 너무 소중하다. 겨울산행을 즐기는 묘는 찬 뜨거움이다. 풍경보다 아름다운 건 김나는 사람이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시인이 된다. 겨울산행은 새하얀 신선함을 선물한다. 그러나 겨울산은 야누스의 두 얼굴이다. 강한 매력 뒤로 위험한 얼굴을 하고 있다. 자칫 방심하면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곳곳에서 적잖은 위험요인을 동반한다. 게다가 산중 겨울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눈 펄펄 날리면 히말라야 설산이 그립다. 자연은 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산은 계절과 빛에 따라 제 모습을 바꾼다. 눈앞에 펼쳐진 설경은 기막힌 장관이다. 붉게 물드는 일몰과 일출은 환상적이다. 맑은 날보다 구름 적당히 있는 날이 좋다. 구름이 높고 넓게 퍼진 날 가장 신비롭다. 직접 경험하고 상황에 대비하는 게 좋다. 거친 바람이 속리산을 하얗게 뒤덮는다. 하산 때까지 곳곳에 하얀 눈이 가득하다. 등산화 아래에서 뽀드득 소리가 들린다. 키 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떠든다. 눈옷으로 새하얀 소나무가 환히 웃는다. 이른 아침 산속에 빛 한 줄기가 쏟아진다. 길게 뻗은 산자락이 법주사로 내려간다. 고루 퍼진 햇살이 상고암을 얕게 비춘다. 겨울은 결코 하얀 죽음의 계절이 아니다.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성숙의 계절이다. 추운 날 코발트 빛 맑은 하늘은 완벽하다. 마냥 높은 가을 하늘보다 투명하게 깊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하얀 추억거리다. 때때론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리움이 짙지만 절제된 사랑의 이미지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소재가 된다. 도불원인인원도 산비이속속리산(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 도(道)와 사람(人), 산(山)과 속세(俗世)를 떠올린다. 2023년 1월 1일 속리산을 새롭게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