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여행은 타이밍이다. 계절이 바뀔 때면 더 그렇다. 2019년이 한 달 보름도 남지 않았다. 한 해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허전한 마음이 곰비임비 가슴 한편으로 넘나든다.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끼어든다. 지치고 지루한 일상 탈피를 꿈꾼다. 오래 숨고픈 욕망이 가슴 저 밑에서 밀려나온다. 만추(晩秋)의 서정이다. 2019년 11월16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전남 목포 고하도를 찾는다. 몇 해 전 만해도 페리를 타고 건너야 했던 섬이다. 목포대교가 남해바다 푸른 하늘을 하얀 선으로 가른다. 오전 10시 고하리 마을주차장에 내린다. 버스길이 끝나니 곧바로 걷는 길이다. 마을 복지회관 앞이 '용오름 둘레숲길'의 시작점이다. '용머리'까지 2.8km다, 왕복 5.6km, 2시간30분쯤 걸린다. 용꼬리에서 용머리를 향해 걷는 길이다. 당초 계획과 달리 주차장 오른 쪽으로 들머리를 정한다. 얼마 가지 않아 선착장이 보인다. 목포대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섬의 관문이었다. 사람을 실고 드나들던 선박이 하루 종일 분주했다. 지금은 낚시객들만 보일 뿐 한적하다. 이충무공 유적비 앞에 선다. 울창한 해송 숲이 놀랍다. 두 팔을 벌려도 안을 수 없을 만큼 소나무가 굵고 듬직하다. 홍살문을 지나 삼문으로 들어선다. 모충각이 보인다. 조선수군재건의 토대를 마련하는 장군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착장을 빠져 나온다. 아스팔트 도로 왼쪽으로 작은 길이 보인다. 둘레길을 알리는 표식기 몇 장이 바람에 날린다. 갈색으로 물든 숲길이 이어진다. 순한 길을 따라 한참을 간다. 큰골저수지와 말바위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클마 회원들이 말바위 쪽으로 길을 잡는다. 날개를 펴고 바다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등허리다. 이내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용 등허리를 만난다. 제법 암릉을 올라 걷는 맛이 낫다. 릿지는 아니지만 그나마 바위 맛을 본다. 아래는 바로 절벽이다. 오솔길은 단장되지 않은 흙길 그대로다. 수북이 떨어진 솔잎이 푹신푹신하다. 칼바위에서 말바위 가는 길에 선다.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던 성터 흔적이 보인다. 자연적인 바위를 이용해 쌓은 석성의 형태다. 장군의 진영이 있었던 곳은 불당골이 보인다. 용오름길의 큰 산 아래다. 400여 년 전의 시간을 상상해 본다. 용의 허리를 두 발로 밟고 간다. 능선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마치 용의 등허리를 타고 걷는 듯하다. 산의 모습이 솟거나 낮아지기를 반복한다. 다시 호젓한 나무 터널 속을 걷는다. 시야가 트이는 곳을 번갈아 만나게 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전망대에 도착한다.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황토빛 건물이다.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을 형상화 했다. 그런대로 미감을 갖춘 전망대다. 망설이지 않고 전망대에 오른다. 서북쪽 해안으로 해안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하도가 매력적이다. 용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승천한다. 용의 머리와 목포대교를 조망한다. 대교의 하얀 선이 하늘철도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해안선이 용의 옆구리를 호위한다. 파도가 만드는 포말이 접근금지를 표시한다. 전망대를 내려오는 내내 유달산과 목포대교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목포항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을 만든다. 전망대에서 얼마간 시간을 보내고 내려온다. 두어 차례 오름과 내림을 거듭한다. 용머리, 용오름 길의 끝에 선다. 용머리 바위에는 오래 머물 수 없다. 여러 명이 앉을 만큼 넓지도 않다. 용머리에 잠깐 앉아보았다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 해안 데크로 내려선다. 우뚝 선 목포대교의 하얀 주탑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해안선을 따라 데크가 예쁘다. 해안데크 중앙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인다. 사람들이 모인다. "행복하세요." 지나는 사람들의 덕담이 아름답다. 멀리 왼쪽에서 유달산이 따라온다. 숲길을 걷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다가온 해풍이 살짝 볼을 때리고 지나간다. 단풍이 병풍처럼 해안을 따라온다. 바닷물에 만추의 활엽수가 붉고 노랗다. 섬 특유의 색깔을 보여준다. 솔향기 가득한 바닷바람을 맞는다. 바다건너 유달산을 바라본다. 왕복 5.6km, 2시간 반 동안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한다. 살짝 부는 바람에 붉은 사랑이 전해진다. 클마 회원들의 마음이 알록달록 화려해진다. 노부부 얼굴에 미소가 돈다. 길이 끝나 곳에 다시 길이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겨울이 온다. 겨울 길은 봄 길로 이어진다. 고하도 자연의 순환이 아름답다. 섭리의 꾸준함에 감탄한다. 망개나무 열매가 고하도를 달군다. 숲 가운데로 늦가을이 물씬 흐른다.
[충북일보 함우석기자] 습자지에 먹물 스미듯 안개가 밀려온다. 물안개가 두 강에서 몸을 일으킨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좌우로 길을 낸다. 원근 화법으로 안개 자욱한 수묵화 한 장을 그려낸다. 이즈음 아침마다 두물머리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느림보 강물 둘이 하나로 흐른다. 낮게 더 낮게 유유히 흘러간다. 두 물이 함께 상선약수의 미덕을 실천하며 간다. 하늘의 구름을 비추고, 들과 산, 온갖 사물을 담아낸다. 두물머리가 선물하는 미덕이다. 2019년 10월19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를 찾는다. 고민 없이 물래길 1코스를 걷기로 한다. 물소리길로 불리는 길이다. 기존의 산책로를 연장해 만들었다. 클마 회원들이 양수역 주차장에서 내린다. 잠깐 준비운동을 마친 뒤 발걸음을 내딛는다. 주차장 오른쪽으로 데크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간다. 길 왼쪽으로 커다란 저수지 같은 게 있다. 용늪이다. 용이 살았다는 전설의 장소다. 용늪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한여름의 화려한 연꽃 군락은 보이지 않는다. 연꽃들은 지금 목을 부러트린 채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대신 갈대가 방문객을 반갑게 맞는다. 용늪을 나오면 6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세미원(洗美苑) 입구다. 물과 꽃의 정원이다.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이다. 하지만 입장료가 있으니 선택해야 한다. 클마 회원들은 세미원 관람을 포기하고 완주를 선택한다. 두물머리로 가는 길은 연인들의 길이다. 손잡고 걷는 모습들이 정말 보기 좋다. 강변 풍광과 어우러져 기분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얼마 가지 않아 두물머리 느티나무에 닿는다. 수령이 400년을 넘는다고 한다. 높이 30m, 둘레 8m로 우뚝하다. 도당 할아버지 나무다. 옆에 할머니 나무도 있었다고 한다. 강변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조금 더 가니 사각의 큰 액자 포토존이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차례가 되니 너나없이 그 속에 앉아 갖가지 포즈를 취한다. 추억으로 남길 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두물머리를 배경으로 추억 하나 만들기에 충분하다. 기꺼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하다. 몇 분 정도 기다림이 되레 즐거움이다. 조금 더 길을 이어 간다. 반짝이는 잔물결이 보석처럼 빛난다. 허우룩하고 텅 빈 고독이 낮게 깔린다. 큰 돌비석이 보인다. 잔잔한 길을 따르면 얼마 안 돼 두물경에 닿는다. 두물경에 가 봐야 진짜 두물머리를 알게 된다. 좌측은 남한강, 우측은 북한강이다. 말 그대로 두 물이 만나 하나의 커다란 거울이 된 곳이다. 두물경이 북한강과 남한강의 진짜 합수 장소다. 새벽이면 합류된 강물이 물안개를 만든다. 마치 커다란 거울처럼 보인다. 해가 뜨면 두 물이 윤슬로 반짝인다. 햇빛에 일렁이는 잔물결이 아름답다. 느린 걸음과 어울리는 풍경이다. 두물경 앞의 섬은 철새들의 서식지다. 클마 회원들의 방문을 반기듯 까막까치가 울어댄다. 걷고 보기만 해도 특별해 진다. 천천히 산책 하듯 걷는다. 물 위에 뜬 철새가 새로운 경치로 와 닿는다. 이국적인 그림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흙냄새 물 냄새로 가을이 되살아난다. 두 물이 마음을 다해 등을 토닥여준다. 강물의 숨소리와 새들의 울음소리가 위안이다. 적어도 오늘만은 삶의 카타르시스 공간이다. 두물머리가 시간을 멈추게 한다. 안개처럼 흐릿한 내면과 만남을 주선한다. 흐르는 강물이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든다. 크로노스의 통사적 시간 개념이 아니다. 강물의 속삭임이 마음속 혼란을 잠재운다. 추억을 만들어 기쁨을 선물한다. 흐르지 않고 멈춰 선 시간이다. 나만의 고유성을 갖게 한다. 치유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삼거리를 만난다. '←두물머리 물래길' 이정표를 따른다. 한강물환경연구소 간판이 보인다. 삼익아파트 담벼락을 지나 양수교 앞에 도착한다. 도로를 건넌다. 양서우체국 앞에서 다시 강변 쪽으로 간다. 갑자기 시야가 시원하게 열린다. 북한강 철교가 나타난다. 마침 중앙선전철이 지나며 운치를 더한다. 북한강 철교로 올라선다. 남한강 자전거길이 시원하다.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지난다. 걷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철교 아래 강물이 가을 햇살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가을날의 푸른 물빛은 충분히 감탄스럽다. 햇빛을 받아 풍경의 일부가 된다. 나른한 햇살이 철교에 내려앉아 핀다. 한 발 건너마다 숨겨둔 보물이 널린다. 대자연의 은혜가 끊이지 않고 내린다. 양수교에 닿으니 물새들의 수런거림에 생명을 느낀다. 마법 같은 놀랄 일이 무시로 일어난다. 물빛에 감탄하며 몽환의 세계로 간다. 강물이 은빛비늘로 반짝인다. 참 절묘하게 빛나는 윤슬이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있을까.
[충북일보] 무더위를 이겨낸 100년 소나무숲이 가을을 맞는다. 수려한 경관과 청정한 자연을 자랑한다. 가을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색의 계절과 잘 어울린다. 똑같은 길과 숲이라도 계절마다 다르다. 갈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대관령 소나무숲은 여전히 독야청청 초록이다. 형형색색 단풍과 하늘하늘 떨어지는 낙엽은 어디에도 없다. 북적이지 않고 고즈넉하다. 2019년 9월21일 토요일, 날씨가 흐리다.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소식이다. 오전 7시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청주를 출발한다. 비가 오락가락 한다. 오전 10시 강원도 대관령 소나무숲길 어흘리 주차장에 닿는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는다. 준비를 마친 클마 회원들이 어흘리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숲으로 걸어들어 간다. 이내 웅장한 폭포를 만난다. 삼포암 폭포다. 아래위로 3개의 폭포가 기막히다. 치마골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이곳에서 3번 떨어진다. 폭포 3개가 차례로 떨어진다. 폭포 옆으로 난 길로 클마 회원들이 걸어간다. 한참을 걸어 길 끝에 다다른다. 줄지은 나무들이 다시 길을 인도한다. 시간과 함께 깊어진 맛이 흐른다. 발 밑 촉감이 푹신하다. 때론 잘 만들어진 데크가 편안하다. 계곡물이 잔잔한 선율로 흐른다. 계곡물이 얼음처럼 차게 스친다. 차가움이 주는 청량감이 다르다. 가을의 녹색 강산에 어울리는 물빛이다. 한층 깊어진 고요가 숲에 깃든다. 따뜻한 숨결이 바람을 차고 간다. 솔향 가득한 바람이 분다. 푸른 물빛이 영롱하게 떨어진다. 작은 물방울이 새 풍경을 만든다. 물고랑 흐름이 어느새 느릿느릿하다. 움푹한 바위웅덩이에 물이 괸다. 구름 뒤로 숨은 햇살이 눈부시다. 산중 못에 비친 하늘 반영이 맑다. 이 폭포아래 가마소가 있다. 가마소 수심은 깊다. 그 옛날 사람들은 명주꾸리 하나를 다 풀어야 바닥에 닿았다고 했다. 삼포암 폭포에서 조금 더 가면 갈림길이다. 데크로 잘 만들어진 솔숲교를 지난다. 솔고개를 넘어 숯가마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클마 회원들이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숨을 몰아쉬며 솔향을 따라간다. 솔바람이 회원들을 마중한다. 가는 곳마다 울울창창한 금강소나무 숲이다. 걷기만 해도 저절로 삼림욕이다. 소나무숲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숯가마에 다다른다. 흘러내린 물이 골짜기마다 가득하다. 작은 폭포와 물웅덩이가 예쁜 풍경을 만든다. 물레방아도 돌아간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경쾌하다. 굽이마다 숲 사이로 열리는 하늘이 찬란하다. 마음이 탁 트인다. 다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울울창창하다. 쭉쭉 뻗은 황장목이 고결미를 드러낸다. 올곧은 선비의 기상도 보인다. 적당히 떨어져 서로 배려하며 경쟁한다. 유지된 질서가 아름답고 귀하다. 상생의 이치를 말없이 일깨운다. 순식간에 원시림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쭉쭉 뻗은 붉은 빛깔 금강송이 놀랍다. 신비로운 자태로 거대군락을 이룬다. 길 양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서 인사한다. 더 힘차게 하늘로 솟아올라 기운차다. 초입부터 왕을 영접 하듯이 도열한다. 금강송정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다. 간식도 맛있게 먹는다. 잠시 후 길을 잇는다. 대통령 쉼터, 전망대에 닿는다. 풍경이 아름답다. 한참동안 파란 소나무향에 취한다. 맛있는 점심시간이 이어진다. 솔향에 비벼 먹는 맛이 그만이다. 풍욕대를 거쳐 노루목이 쪽으로 날머리를 계산한다. 다소 오르내림이 있지만 천천히 걷기에 그만이다. 점심을 마치고 산을 내려간다. 숲속 소나무들이 대나무처럼 휘어짐 없이 곧게 뻗는다. 신비로운 자태로 거대한 군락을 이룬다. 한 아름 안아 보면서 천천히 음미한다. 눈으로 보는 것과 또 다르게 느껴진다. 곧게 뻗은 단단함에 놀라고 또 놀란다. 지그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크게 들이쉰다. 허파 깊숙이 시원한 들숨이 파고든다. 머릿속이 맑아온다. 바람결에 부대낀 나무가 고요를 깬다.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감동을 전한다. 쏟아지는 빛과 향을 온 몸으로 받아낸다. 따뜻한 날숨을 뱉는다. 솔향이 콧속으로 스민다. 기분 좋은 냄새다. 나무 하나하나에 눈길을 맞춘다.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림으로 순간이동을 한 듯한 느낌을 준다. 참 대단한 매력을 갖춘 나무다. 아름드리 노송을 두 팔로 다시 안아본다. 오히려 나무가 나를 껴안는다. 세월과의 포옹이다. 사랑의 손길로 가꾼 숲이라 더 소중하다. 숲과 새로운 교감을 한다. 이따금 생을 마감한 고사목들이 눈에 띈다. 삶의 순리를 배운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이마에 쏟아진 땀방울과 뒤섞인다. 원초적 행복에 젖는다.
[충북일보 함우석기자] 8월 하순 덕유산 무주구천동이 더 깊고 길다. 걷기에 딱 좋은 숲길을 선물한다. 짙푸른 숲 사이로 크고 작은 폭포수가 콰르르 쏟아진다. 초록의 그림자가 고요히 담긴 소(沼)와 담(潭)을 이룬다. 짙은 녹음과 청록 이끼가 가득하다. 안으로 들수록 평온해진다. 청아한 새소리가 숲을 깨운다. 맑은 물소리와 신비롭게 어울린다. 일상의 번잡함이 맑게 헹궈진다. 한 해 중 구천동 숲이 가장 아름다운 때다. 2019년 8월24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무주구천동을 찾는다. 회원들이 어사길 탐방에 나선다. 주차장을 들머리로 상가를 지나간다. 상가 앞으로 맑은 개울이 흐른다. 계곡을 따라 내달려온 물길이다. 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구천동 계곡 입구다. 여기서부터는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계곡의 환경 보전과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통제된다. 클마 회원들이 순한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간다. 계곡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숲길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오른쪽 옆으로 계곡이 흐른다. 운치 또한 말할 게 없다. 숲길로 발을 들이자 온통 풀빛 세상이다. 짙어진 녹음이 늦여름의 성수(盛需)를 알린다. 길 위에 쏟아지는 광선이 숲을 채색한다. 숲이 남김없이 풀빛으로 바뀐다. 나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파랗다. 물소리는 암반의 높낮이 따라 바뀐다. 부드럽게 커졌다가 사납게 작아진다. 길이 촉촉한 청록색 이끼로 가득 찬다. 초록 품에 안겨 온종일 푸른 숨을 쉰다. 들숨 날숨 따라 폐부 깊숙이 시원하다. 폐부로 들어온 들숨이 깊고 시원하다. 날숨에 뜨거움을 뱉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계곡 앞에 구천동 33경 안내 표지가 나온다. 처음으로 만나는 구천동 명소다. 제15경인 월하탄(月下灘)이다.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는 것 같다. 두 줄기 폭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진다. 달빛 아래로 떨어지는 계곡 물이다. 구천동은 달빛도 고왔던 모양이다. 푸른 담과 소가 햇빛에도 아름답다. 계곡에 놓인 다리를 건넌다. 구천동 계곡길과 어사길이 갈라진다. 우측으로 야영장 가는 길이 있다. 어사길을 걷기 위해서는 이 길을 지나야 한다. 어사길은 이곳에서 백련사까지 5km 구간을 말한다. 계곡 옆으로 난 숲길이다. 시원한 물과 푸른 숲이 제대로 어울려 논다. 길 주변에서 옛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곳곳에 데크도 만들어져 걷기 편하다. 키가 작은 조릿대가 많이 보인다. 오랫동안 잘 보전된 숲이라는 의미다. 숲속 중간 중간에 생태놀이터가 있다. 아름다운 숲과 시원한 계곡이 어우러져 생태놀이터로는 안성맞춤이다. 어사길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만들어졌다. 계곡에서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계곡 옆을 지나길 반복한다. 제16경인 '인월담(印月潭)' 폭포를 만난다. 너른 반석 사이로 폭포가 쏟아진다. 달을 새겨놓은 풍경이다. 계곡 반대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곳곳에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바위 사이로 난 돌문을 지난다. 돌탑도 스쳐간다. 소원 성취와 관련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비교적 탄탄하게 이야기를 꾸민다. 스토리텔링을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조금 더 가니 비파담(琵琶潭)이 나온다. 구천동 제19경이다. 커다란 암반 위로 흐르던 물줄기가 여러 개 폭포를 이루며 떨어진다. 그 아래 넓은 소(沼, 못)가 만들어진다. 그 모습이 마치 비파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치형 다리를 건너 계곡 반대편으로 간다.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안심대가 있다. 구천동 제25경이다.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다. 이곳부터는 다시 넓은 계곡길이다. 길은 백련사까지 이어진다. 어떤 상품이든 스토리가 입혀지면 가치가 높아진다. 때론 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무주구천동의 어사길도 다르지 않다. 그 옛날 어사 박문수 덕에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청렴하고 강직한 캐릭터가 여전히 귀감이 되고 있다. 자연이 빚고 사람이 그린다. 늦여름 상큼한 햇살이 숲으로 쏟아진다. 빛이 산란하며 열매가 익어간다. 나무가 풍성해 진다. 풀빛 우거진 숲 사이로 원시가 흐른다. 깊은 산이 품은 시원함이 소리를 낸다. 무한한 생명력으로 기쁨을 토해낸다. 선물 같은 오솔길이다. 맑은 물 푸른 숲의 긴 대화가 다시 이어진다.
[충북일보] 오어지 둘레길의 여름이 싱그럽다. 저수지를 거쳐 온 바람이 시원하다. 더위를 식히기에 그만이다. 복잡한 생각이 홀가분해진다. 풀빛 숲길이 사색의 길이다. 오어지 둘레길엔 푸른 마력이 있다. 사시사철 다르지만 이즈음 색감이 뛰어나다. 우선 풍광이 빼어나다. 원시림으로 덮여 햇볕이 잘 닿지 않는다. 각종 활엽·침엽수림이 우거진다. 뙤약볕이 이글거려도 딴 세상이다. 2019년 6월15일 오전 10시 날씨가 좀 흐리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오어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어지 둘레길 들머리가 몇 걸음 앞이다. 전체 길이 118.8m의 출렁다리가 보인다. 원효교다. 오어사를 뒤로 하고 다리를 건넌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수목이 우거진 평탄한 길이다. 오어지 물이 반쯤 빠져 있다. 저수지 사면에 흘러내린 흙 주름이 수려하다. 멍석길이 나온다. 폭신한 느낌을 준다. 무엇으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다. 파인애플이나 대마 껍질 같다. 빽빽이 들어찬 나뭇가지 사이로 저수지가 보인다. 저 아래 시퍼런 물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오어지가 물속에 길게 드러눕는다. 굴참나무가 짙은 풀빛을 한다. 소나무도 함께 어우러진다. 덕분에 상쾌한 그늘을 드리운다. 길바닥엔 여전히 멍석이 길게 깔려 있다. 걸을 때마다 폭신한 느낌이 좋다. 누군가 공력을 다해 뜨개질한 모양새다. 저수지를 끼고 한참을 돌아간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물빛이 산란한다. 햇볕 머금은 물방울에 생명이 깃든다. 주변 경치가 달라진다. 길도 데크길로 바뀐다. 절벽을 이용해 설치된 데크길이다. 높이만큼이나 오어지를 최상의 조건에서 조망할 수 있다. 조금 걷다 보면 저수지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나타난다. 전망대다. 전망대 조망은 훌륭하다. 방해하는 나무도 없다. 시원하게 확 트인 공간이다. 물을 곁에 두고 다시 걷는다. '남생이 바위'가 보인다. 바위 꼭대기에 한 그루 작은 소나무가 있다. 그 곁에 남생이 모양의 바위가 앉아 있다. 남생이 바위 너머로 오어지 둑이 보인다. 둑 다듬기 공사가 한창이다. 238m의 직선 아래 오어지 물빛이 짙다. 물 아래에는 마을과 밭들이 잠겨 있다. 항사리(恒沙里)다. 오어사의 창건 당시 이름이 '항사사(恒沙寺)'인 까닭을 알게 된다. 오른쪽으로 꺾여 돌아간다. 활엽수 중심의 주변 수목이 조금씩 소나무로 바뀐다. 몇 발짝 더 올라가니 다시 잡목이 우거진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어렵지 않게 걷는 그늘길이다. 사라졌던 저수지가 다시 나타난다. 얼마 가지 않아 사랑스러운 벤치가 유혹한다. 일부러 다리쉼을 하게 된다. 문명세계에서 실려 온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누군가 상처 받은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준다. 눈은 여전히 저수지로 향한다. 사람들의 소리가 차츰 멀어진다. 메타세쿼이아 숲이 보인다. 쭉쭉 뻗은 나무들이 신전의 기둥 같다. 시간이 멈춰버린 세계 같다. 몽환의 세계에 빠져 한참을 머문다. 가지사이로 한줄기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사이사이 피크닉 테이블과 사각 정자가 정겹다. 침·활엽수림이 우거져 공존한다. 숲 그늘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햇볕이 쉽게 닿지 않는 공간이다. 초여름 더위가 저만치 달아난다. 주변 풍경이 사색에 잠기게 한다. 오어지 둘레길 풍광이 빼어나다. 길의 중심에서 휴식을 한다. 그늘에 마련된 정자가 눈에 띈다. 담소를 나누며 경치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휴식을 취한다. 한 무리가 삼림욕을 즐긴다. 저수지 아래 버드나무 한 그루가 오아시스 풍경이다. 물이 빠져 드러난 백사장 때문이다. 길이 점점 깊어진다. 낮은 언덕을 넘어선다. 완만하게 경사진 길을 700m가량 오르내린다. 한적한 시골길처럼 평탄하다. 원터골이다. 대곡 또는 대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옛 사람들이 오고 가던 두멧길이다, 원터골은 오천에서 경주로 가는 큰 골짜기다. 사람이 살지 않는 심산유곡이다. 행인들이 묵어갈 수 있도록 고을 원님이 집을 지어줬다. 그 집이 원(院)이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안내판 뒤로 원터로 짐작되는 터가 있다. 클마 회원들은 여기서 멈춘다. 안항사 입구까지 가도 되지만 제방공사로 불편하다. 아쉽지만 파란 하늘에 감사하고 하루를 마친다. 골짜기를 거스르는 구름 광경이 신비롭다. 대자연의 생동이 느껴진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는 내버려뒀더니 보물이 됐다. 자연의 힘으로 되살아났다. 한빛원자력발전소가 1981년 전남 영광에 들어서게 됐다. 냉각수 공급을 위해 운곡저수지 건설도 함께 시작됐다. 그 바람에 운곡리와 용계리가 수몰 운명을 겪었다. 사람들이 떠나고 경작지는 버려졌다. 꽉 막힌 대지와 논밭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물이 들어오자 생태가 살아났다. 각종 생물들이 찾아들었다. 버려진 경작지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다. 지난 2011년 4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30년만이다. 운곡습지엔 860여 종의 생물이 산다.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과 삵이 갈대숲을 활보한다. 호젓한 숲길 곳곳엔 원시 비경이 숨어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자연 순환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5월, 여행하기 참 좋은 시간이다. 이즈음 풀빛생태관광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2019년 5월19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고창 운곡습지를 찾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 덕에 사위가 깨끗하고 맑다. 미세먼지가 없어지니 상쾌함이 살아난다. 오전 10시부터 타박타박 생태탐방로를 걷는다. 친환경주자창 탐방안내소에서 운곡습지를 거쳐 고인돌유적지로 내려간다. 풀빛정원의 운곡습지길 통과를 기본으로 통과한다. 답사 때 얻은 지혜로 탐방코스를 다시 만들어 걷는다. 몇 걸음 가지 않아 5월이 그린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기분 좋게 젖은 풀빛 길 안으로 빠져든다. 운곡저수지 주변이 파란 숲의 물결로 일렁인다. 풀빛의 푸른 풍광이 새롭게 다가온다. 내리던 비도 그쳐 풍경이 맑다. 황토로 만든 길이 정갈하다. 비에 젖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길옆 대숲에서 나는 소리가 클마 회원들의 발소리와 어울린다. 잘 가꿔진 정원 안을 홀로 걷는다. 모든 게 평화롭고 한적하다. 젖은 풀빛이 저수지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한다. 1시간 정도 지나니 운곡서원에 닿는다. 옛 모습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래도 그 옆에 선 느티나무 풍채는 여전히 예사롭지 않다. 넓은 품으로 유객들을 품어준다. 잠깐 다리쉼을 한 뒤 동양최대 고인돌을 보러 간다. 선사시대의 위대함을 발견한다. 되돌아 나와 공원 숲을 따라 더 간다. 벚나무 숲이 푸르고 푸르러 풀빛을 만든다. 잘 가꿔진 조류관찰대 앞에 선다. 유영하는 철새들이 하나 둘 보인다. 5월 봄날 저수지가 시원하고 싱그럽다. 물빛도 풀빛을 닮아 파랗게 물들어간다. 새순의 흔들림이 온통 꽃 같다. 숲과 저수지가 풀빛 하나로 오만가지 풍경을 그려낸다. 풀빛구름 사이로 숲길이 호젓이 난다. 숲이 산뜻하게 푸르러져 무르익어 간다. 다래가 꽃을 지우고 열매를 맺는다. 짙어지는 풀빛이 심신을 편하게 한다. 어느새 여름 꽃들이 찾아와 웃는다. 비에 젖은 길이 싱그러운 위로를 준다. 저수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단단한 황톳길이 사라지고 투박한 흙길이 이어진다. 생태둠벙 쪽으로 향한다. 습지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다리를 건너 좁은 데크를 따라 간다. 연못도 있고 수로도 잘 정비돼 있다. 생태탐방로가 이어진다. 한 사람이 지나가기 빠듯하다. 미로의 식물원을 방문한 듯하다. 생태연못에 도착한다. 물을 머금은 땅이 나타난다. 비로소 습지에 온 걸 실감한다. 개구리들이 화들짝 놀라 첨벙거린다. 어리연이 작고 노란 꽃망울을 수줍게 열기 시작한다. 청포 무리도 노란 꽃을 피우며 뽐낸다. 서식 동물종도 다양하다. 도마뱀 같은 파충류와 모래무지,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등의 물고기가 산다. 풀숲 사이로 옛 마을의 흔적이 보인다. 축사로 보이는 건물의 벽이 무너져 있다. 벽돌 위로 무성한 수풀이 세월을 말해준다. 지나간 시간을 증명한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안내 표지판이 재밌다. 서식동물의 모습을 나무 표지판에 새겼다. 그동안 보지 못한 꽃과 나무를 본다. 지저귀는 새소리가 싱그럽다. 데크길은 팔을 양쪽으로 조금만 뻗어도 난간이 잡힌다. 발판은 일정한 간격으로 벌어져 있다. 인간이 식물에게 한 배려다.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공간이 된다. 습지가 온통 고요하고 평온하다. 버드나무가 촘촘히 자리를 잡는다. 밀림처럼 울창하다. 풀빛이 빽빽해 습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실제로 들어가면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다. 바람이 물길을 따라 땅속으로도 다니는 듯하다. 자연의 생태복원력을 떠올린다.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 함우석 주필 103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사람의 발길 끊기자 자연습지 생겨나 무관심과 시간이 빚어낸 기적의 정원 숲에 머물며 나를 치료하는 생태 공간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는 내버려뒀더니 보물이 됐다. 자연의 힘으로 되살아났다. 한빛원자력발전소가 1981년 전남 영광에 들어서게 됐다. 냉각수 공급을 위해 운곡저수지 건설도 함께 시작됐다. 그 바람에 운곡리와 용계리가 수몰 운명을 겪었다. 사람들이 떠나고 경작지는 버려졌다. 꽉 막힌 대지와 논밭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물이 들어오자 생태가 살아났다. 각종 생물들이 찾아들었다. 버려진 경작지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다. 지난 2011년 4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30년만이다. 운곡습지엔 860여 종의 생물이 산다.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과 삵이 갈대숲을 활보한다. 호젓한 숲길 곳곳엔 원시 비경이 숨어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자연 순환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5월, 여행하기 참 좋은 시간이다. 이즈음 풀빛생태관광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2019년 5월19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고창 운곡습지를 찾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 덕에 사위가 깨끗하고 맑다. 미세먼지가 없어지니 상쾌함이 살아난다. 오전 10시부터 타박타박 생태탐방로를 걷는다. 친환경주자창 탐방안내소에서 운곡습지를 거쳐 고인돌유적지로 내려간다. 풀빛정원의 운곡습지길 통과를 기본으로 통과한다. 답사 때 얻은 지혜로 탐방코스를 다시 만들어 걷는다. 몇 걸음 가지 않아 5월이 그린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기분 좋게 젖은 풀빛 길 안으로 빠져든다. 운곡저수지 주변이 파란 숲의 물결로 일렁인다. 풀빛의 푸른 풍광이 새롭게 다가온다. 내리던 비도 그쳐 풍경이 맑다. 황토로 만든 길이 정갈하다. 비에 젖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길옆 대숲에서 나는 소리가 클마 회원들의 발소리와 어울린다. 잘 가꿔진 정원 안을 홀로 걷는다. 모든 게 평화롭고 한적하다. 젖은 풀빛이 저수지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한다. 1시간 정도 지나니 운곡서원에 닿는다. 옛 모습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래도 그 옆에 선 느티나무 풍채는 여전히 예사롭지 않다. 넓은 품으로 유객들을 품어준다. 잠깐 다리쉼을 한 뒤 동양최대 고인돌을 보러 간다. 선사시대의 위대함을 발견한다. 되돌아 나와 공원 숲을 따라 더 간다. 벚나무 숲이 푸르고 푸르러 풀빛을 만든다. 잘 가꿔진 조류관찰대 앞에 선다. 유영하는 철새들이 하나 둘 보인다. 5월 봄날 저수지가 시원하고 싱그럽다. 물빛도 풀빛을 닮아 파랗게 물들어간다. 새순의 흔들림이 온통 꽃 같다. 숲과 저수지가 풀빛 하나로 오만가지 풍경을 그려낸다. 풀빛구름 사이로 숲길이 호젓이 난다. 숲이 산뜻하게 푸르러져 무르익어 간다. 다래가 꽃을 지우고 열매를 맺는다. 짙어지는 풀빛이 심신을 편하게 한다. 어느새 여름 꽃들이 찾아와 웃는다. 비에 젖은 길이 싱그러운 위로를 준다. 저수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단단한 황톳길이 사라지고 투박한 흙길이 이어진다. 생태둠벙 쪽으로 향한다. 습지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다리를 건너 좁은 데크를 따라 간다. 연못도 있고 수로도 잘 정비돼 있다. 생태탐방로가 이어진다. 한 사람이 지나가기 빠듯하다. 미로의 식물원을 방문한 듯하다. 생태연못에 도착한다. 물을 머금은 땅이 나타난다. 비로소 습지에 온 걸 실감한다. 개구리들이 화들짝 놀라 첨벙거린다. 어리연이 작고 노란 꽃망울을 수줍게 열기 시작한다. 청포 무리도 노란 꽃을 피우며 뽐낸다. 서식 동물종도 다양하다. 도마뱀 같은 파충류와 모래무지,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등의 물고기가 산다. 풀숲 사이로 옛 마을의 흔적이 보인다. 축사로 보이는 건물의 벽이 무너져 있다. 벽돌 위로 무성한 수풀이 세월을 말해준다. 지나간 시간을 증명한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안내 표지판이 재밌다. 서식동물의 모습을 나무 표지판에 새겼다. 그동안 보지 못한 꽃과 나무를 본다. 지저귀는 새소리가 싱그럽다. 데크길은 팔을 양쪽으로 조금만 뻗어도 난간이 잡힌다. 발판은 일정한 간격으로 벌어져 있다. 인간이 식물에게 한 배려다.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공간이 된다. 습지가 온통 고요하고 평온하다. 버드나무가 촘촘히 자리를 잡는다. 밀림처럼 울창하다. 풀빛이 빽빽해 습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실제로 들어가면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다. 바람이 물길을 따라 땅속으로도 다니는 듯하다. 자연의 생태복원력을 떠올린다.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국내 최대 고인돌 유적지 여행의 시작은 다양하다. 이유도 각각이다. 상황에 따라 개인에 따라 다르다. 단 한 컷의 사진을 보고 구미가 당기는 일도 많다. 고창은 선사시대 한반도의 첫 수도다.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양식인 고인돌이 많은 지역이다. 전국 고인돌의 60% 이상이 밀집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고인돌 군집 지역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도 여기 있다. 고창 고인돌 유적지는 2000년 11월 강화·화순 고인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고인돌은 1코스에서 6코스까지 1.8km 구간에 열을 지어 분포한다. 다양한 고인돌이 3천 년 전 모습 그대로 있다. 447기의 고인돌이 3천 년의 세월을 품고 있다. 숫자의 방대함만이 아니다. 다양한 형식, 탁자식과 변형탁자식, 기반식(바둑판식), 개석식 등 각종 형식이 혼재돼 있다. 고인돌의 발생과 전개, 성격 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유적지 입구에는 박물관이 있다. 청동기시대 각종 유물과 생활상, 고인돌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선사시대 조상들의 삶과 고인돌을 이해하는 공간이다. 걷다 보면 눈길 주는 곳마다 고인돌 유적과 마주할 수 있다. 클마 회원들이 운곡습지 탐방을 마치고 고인돌유적지를 돌아본다. 걸어서 이동을 하며 선사마을과 고인돌 유적지를 둘러본다. 몇 몇은 감성벤치에 잠시 머물기도 한다. 청동기시대 의식주 문화를 모형으로 자세히 알려 준다. 외부 전시시설에는 죽림선사마을이 있다. 이곳에 가면 청동기 시대의 옷차림, 거주형태(집 모양 등), 식문화 등을 관람 할 수 있다. 2만8천㎡ 부지에 체험관, 체험동, 체험움집, 체험공간 등이 조성돼 있다. 움집체험 등을 무료로 할 수 있다. 고창 고인돌의 가치는 형식의 다양성에 있다. 물론 이게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계기가 됐다. 고인돌은 크게 북방식과 남방식으로 나뉜다. 북방식은 한강을 기점으로 이북에 많다. 남방식은 한강 이남에 많다. 이름도 그렇게 붙여졌다. 고창 고인돌은 대부분 남방식이다. 그런데 전형적인 북방식도 한 기 있다. 도산리 고인돌로 지석과 상석이 판석으로 돼 있다. 평양에서 나타나는 북방식과 아주 닮아 있다. 상석과 지석 사이에 쐐기돌도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남방식이 북방식을 만나 새로운 문화를 이룬 증거다. 죽림의 1코스와 2코스. 3코스 등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죽림의 1코스엔 5개의 굄돌을 가진 전형적인 남방식이 있다. 그 옆으로 두툼한 상석을 가진 북방식 고인돌이 있다. 2코스에는 고창에서만 볼 수 있는 고창식 고인돌을 볼 수 있다. 일종의 북방식 고인돌로 지상석곽식이다. 여러 장의 판석을 이용해 무덤을 만들었다. 3코스에서는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위석식이 나타난다. 봉분 주위로 돌담이 쳐 있다. 사실 고인돌은 선사시대 누군가의 묘지다. 죽음의 장소다. 탐방하고 산책하는 게 이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며 장구한 한반도의 역사가 됐다. 묘지가 아닌 원래부터 있던 자연처럼 돼 버렸다. 고인돌 공원에 5월이 무르익는다. 수천 년의 역사가 숨 쉬며 머문다. 선사시대의 숨결을 다시 한 번 더 느껴본다. 여행의 마법을 다시 확인한다. 5월 중순, 어느새 여름 꽃이 찾아와 웃는다. 비에 젖은 길이 싱그러운 위로를 준다. 생태둠벙 품은 습지공원이 온통 파랗다. 연못 위도, 수로 아래도, 데크 옆도 온통 풀빛이다. 화들짝 놀라 첨벙이는 개구리들도 풍경이다. 둠벙의 정화식물들이 수줍게 꽃문을 열기 시작한다. 청포 무리도 시샘하듯 꽃을 피운다. 물빛이 풀빛을 닮아 파랗게 물들어간다. 5월 운곡습지 한 가운데에 생명의 힘이 넘쳐난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1,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2,고인돌 유적지내 선사시대 움집 3,동양최대 고인돌 4,운곡습지 찔레꽃 5,운곡저수지 가는 길 6,운곡저수지 대나무숲길 7,제비붓꽃 군락지
[충북일보] 봄의 중심을 밟는다. 설레는 만남이다. 산과 들이 점점 더 진해진다. 연두에서 짙은 초록으로 변할 태세다. 그래도 아직은 꽃밭으로 화사하다. 꽃은 시시각각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새벽안개로 뿌옇게 수채화처럼 변한 세상은 감탄고도다. 환하게 핀 낮 세상은 또 다른 광명의 길이다. 흙길은 부드럽고 강길은 눈부시다. 그들과 오랜 벗처럼 함께 한다. 세상 작은 일에 눈길을 쏟아 본다. 삶이 저절로 여유로워진다. 자연의 눈짓과 몸짓을 살피게 된다.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풍요로워진다. 하늘 쳐다보는 일보다 땅 내려다보는 일이 더 즐겁다. 102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은 경남 창녕군 남지 낙동강 개비리길이다. 2019년 4월20일 오전 9시50분 창녕 낙동강 개비리길 입구에 도착한다. 더없이 평화롭다. 평화의 풍경 가운데로 난 길로 기꺼이 걸어 들어간다. 안내도를 읽어보니 길은 강가 벼랑을 따라 이어진다. 용산마을에서 영아지 마을까지 자연적으로 조성된 길이다. 도상거리는 6.4km다. 길 걷기를 마치려면 용산마을 입구에서 창나루 전망대 쪽으로 올라 영아지마을 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들머리는 계단을 따라 가면 좀 가파르다. 81개의 나무계단이 소나무 숲 사이에 놓여있다. 100여m를 오르면 마분산 창나리가 나온다. 창나루 전망대 부근에서 다리쉼을 한다. 6남매 나무와 삼형제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얼마 안 돼 마분산 정상 갈림길에 도착한다. 정상을 향해 오른다. 군데군데 소나무숲길에는 햇빛이 쏟아진다. 진달래꽃은 이미 져 연한 이파리가 얼굴을 내민다. 산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마분산 정상에서 15분쯤 더 가니 삼거리봉이다. 조선 의병의 전설을 지닌 마분송 군락을 지나 영아지 쉼터 쪽으로 간다. 이 길은 낙동강 자전거길과 연결된다. 조금 더 걸어 영아지 전망대에 다다른다.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물을 바라본다. 6·25전쟁 때 낙동강 전투 최후의 방어선을 생각한다. 강은 아픔을 잊고 평화롭게 흐른다. 마분산 정상에 선다.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되는 아우라지 지점이 한 폭의 그림으로 등장한다. 옛날 나루터가 있었던 장소라고 한다. 한참을 서 바라본다. 뜬금없이 점심 먹을 자리를 물색한다. 4월 봄날 전망대의 경치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어울린다. 낙동강이 선물하는 눈부신 강변 풍경을 가슴에 담는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다. 강 위로 수십 m 절벽 위를 아슬아슬 이어간다. 자연과 호흡하는 길이다. 전망대에서 개비리길 입구로 내려간다. 개비리길은 바위 절벽(벼랑)을 따라 자연적으로 조성된 길이다. 강 건너편의 오밀조밀한 산세와 평사리 모래사장 등 낙동강의 경치가 일품이다. 아슬아슬한 절벽을 따라 아슬아슬한 길을 이어간다. 짜릿한 느낌의 특별한 오솔길이다. 강변을 따라 형성된 낭떠러지 길이다. 시원한 강바람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마음에 평화를 준다. 한참을 걸으니 대나무숲에 도착한다. 드넓은 낙동강 변에 울창한 대나무가 어우러진 명소다. 초입에 들어서니 대나무 숲이 무성하고 시원하다. 그 사이로 걸으니 정갈한 대나무 바람소리의 청량감을 선물로 받는다. 숲으로 들수록 대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빼곡하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정돈돼 마치 딴 세상에 들어선 듯하다. 대나무가 햇살을 몰아내고 충충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창녕 개비리길은 철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죽림은 위로 쭉쭉 뻗은 대나무 숲이 명품이다. 맞은편에는 특이한 팽나무 연리목도 있다. '시집보내기' 의식을 치른 감나무도 보인다.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의 붉은 돌(石)신발을 지난다. 대나무 숲 군데군데에 평상 등이 설치돼 있다. 잠시 대나무 삼림욕을 하기에도 좋다. 길 중간 중간에는 낙동강 조망을 위한 정자가 설치돼 있다. 장미 넝쿨로 만든 하트 모양의 사진촬영 장소도 있다. 창녕군의 배려가 돋보인다. 이 길을 찾는 이들을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죽림쉼터를 지나면 걸음이 조금씩 느려진다. 깎아지른 절벽과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된 밧줄 난간 때문만은 아니다. 낙동강의 비경 때문이다. 사진 촬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느려진다. 그래도 어느새 남지수변억새전망대에 도착한다. 아쉬움과 여운이 남는 길이다. 남지개비리길 6.4km를 완주한다. 느릿한 하루 한 코스, 감성이 저절로 돋는 길이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101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은 충남 태안 해변길 6구간이다. '샛별길'로 더 잘 알려진 길이다. 태안 해변길 6코스는 꽃지해변에서 황포항까지다. 대부분 도보여행객들도 그렇게 걷고 있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은 거꾸로 걷는다. 계절은 이미 겨울을 버리고 봄을 맞는다. 어느새 경칩을 지나 춘분을 향해 달린다. 시시각각 봄 바다의 서정이 아련하다. 고요한 샛별해변에 상큼한 봄바람이 분다. 아름다운 해변이 봄 채비를 서두른다. 오전 10시 황포항을 떠난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미지의 길로 들어선다. 썰물 때라 포구가 바닥을 드러낸다. 고깃배의 들고남이 없어 한가하다. 뱃머리에 줄지어 앉은 새들의 인사가 계속된다. 방파제를 따라 조용하고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솔숲에 닿기 전 한참동안 비슷한 풍경이 계속된다. 시간을 정리하며 천천히 걷는다. 바람을 타고 온 솔 향이 싱그럽다. 마침내 솔숲을 따라 걷는다. 사거리를 만난다. 길옆 샛길로 들어선다. '쌀 썩은 여'란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띈다. 표지판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얼마가지 않아 데크로 잘 만들어진 전망대 위로 오른다.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 앞으로 망대섬이 아름답다. 멀리 밀려나간 바다가 서정을 자극한다. '쌀 썩은 여'란 이름은 조곡미를 싣고 가던 배들이 자주 좌초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물론 지금도 만조 때면 이곳 조류는 빠르고 거세다. 물론 배가 좌초한 건 바다가 거칠었기 때문은 아니란다. 나쁜 정치가 만든 슬픈 결과였다. 벼슬아치들은 세곡을 거두고 옮기는 과정에서 너나없이 조곡미를 빼돌렸다. 조곡선이 이곳에 이를 땐 이미 배 안이 텅 비기 일쑤였다. 결국 선주들은 일부러 배를 침몰시키곤 조정에 거짓 보고를 했다. 현실 정치가 오버랩 되며 가슴을 후벼 판다. 하지만 잠시 뿐이다. 전망대 앞으로 드러난 풍경이 아픔을 잊게 한다. 망재 등 주변 섬 풍경이 아늑하다. '쌀 썩은 여' 갯바위가 드러난다. 잘 발라놓은 생선뼈 같다. 그 옆으로 작은 섬 망재가 봉긋 솟아 있다. 썰물 때면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사거리로 다시 나와 길을 잇는다. 얼마 가지 않아 해변에 닿는다. 상큼하고 산뜻한 바닷바람이 회원들을 맞는다. '샛별해변'이다. 시름과 번민을 찬 바다에 내던진다. 하지만 이름에서 느낀 낭만적 감상은 금방 깨져버린다. 샛별은 해안 사이에 뻘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란다. '샛뻘'을 마을 주민들이 '샛별'이라 불렀을 뿐이다. 샛별은 자연방파제를 막아 만든 간척지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샛별이 아니다. 태안해변길 6코스의 이름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샛별은 새롭게 형성된 염전이다. 해변길 구간 중 찾는 이들이 가장 적다. 그래도 풍경만큼은 다른 구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고적한 평화가 아름답다. 함께 한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기에 적당하다. 마음이 아름다우니 풍경도 예뻐진다. 썰물로 물이 빠진 바닷가를 조곤조곤 걸어간다. 거의 일직선의 해안을 따라 광활한 백사장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측으로 구부러지는 길을 따른다. 일렬로 늘어선 해송 숲을 지난다. 길이 조개 모양으로 둥그런 원을 그린다. 하얀 자갈이 해변을 점령한다. 병술만이다.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한참을 따라 걷는다. 밀려온 굴 껍질들이 그림을 그린다. 화사한 빛에 작은 파도가 부서진다. 내륙 깊숙이 밀고 들어온 바다가 마치 호수처럼 펼쳐진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만들며 오간다. 바다와 하늘이 시리도록 푸른빛을 낸다. 한낮 해변엔 발자국 몇 개 없는 고요함이 흐른다. 여행객을 차분하게 만든다. 바람 속에 낡은 것을 비워버린다. 싱싱하고 맑은 새것으로 채워 넣는다. 병술만 해변 갯골에 평화가 흐른다. 봄을 준비하는 해당화 군락지가 보인다. 병술만 전망대가 우뚝하다. 캠핑장에서 점심을 한다. 편안함을 품고 있는 솔밭이다. 1시간여 지나 솔숲을 빠져 나간다. 도로 옆으로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을 뒤로 하고 언덕을 넘는다. 꽃지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는 길이 한가롭게 이어진다. 자잘한 모래 알갱이들이 사구를 만든다. 해변 위로 색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파도가 오가며 만든 예쁜 모레무늬가 줄지어 선다. 저 멀리 할미바위 할아비바위가 보인다. 백사장 너머로 할미바위와 할아비 바위가 우뚝 서 있다. 호젓한 해변을 따라 고적한 시간을 이어간다. 물도 맑고 모래도 맑은 샛별길이다. 이름만으로도 새로움이 밀려올 듯하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100회를 맞았다. 100이란 숫자가 주는 느낌이 다르다. 16일 오전 7시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버스가 청주를 떠난다.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에 들어선다. 새 희망을 싣고 계속 동진한다.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정동진 심곡항에 닿는다. 늦겨울 날씨가 선선하고 상쾌하다. 2019년 첫 걷기여행지는 강원도 강릉의 '정동심곡부채길'이다. 오전 10시40분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한다. 곧바로 심곡항을 떠난다. 정동진 선크루즈 리조트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가장 먼저 전망대를 만난다. 여기서부터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바다가 쪽빛으로 빛나 하늘과 구분이 어렵다. 수평선 위 구름이 하늘과 바다를 가를 뿐이다. 푸른 동해를 한참동안 조망한다. 잠시 후 정동진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바다절벽 옆으로 하얀 폭포가 떨어진다. 얼마 전 만들어진 인공폭포다. 그 아래로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바다를 만난다. 쪽빛의 바다 옆으로 햇살이 내려앉는다. 48년 동안 숨겨졌던 비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70만 년 전 바다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바위 하나가 자랑하듯 원시의 고고(高古)를 노래한다. 바닷물의 반짝거림에 마음까지 설렌다. 볕과 마주하던 바위가 바다를 따라간다. 절벽아래 해안길에 비경을 빚어놓는다. 세월을 견딘 그림 같은 기암괴석이 널린다. 동해를 향해 바위들이 몸을 펼친다. 푸른 바다가 가슴을 뚫고 들어온다. 출렁이는 파도에 눈부심이 가득하다. 해안 탐방로 사이사이로 절벽 비경이 이어진다. 새로 난 길에 대한 회원들의 감탄이 이어진다. 열뜨고 달떠 소리를 낸다. 신비한 생명의 숨결들이 용트림을 한다. 파도소리가 음악으로 흐른다. 그 공간이 그대로 작품이다. 바닷물은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크고 작은 바위들은 예술이다. 지구촌 어느 풍경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풍경이다. 파도소리 따라 눈으로 걷는 길이다. 독도를 향한 파도의 의기마저 예사롭지 않다. 결기 서린 풍경으로 안내한다. 해안 경계철조망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절벽 곳곳에는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한 시설 등이 아직 남아 있다. 분단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 냉전시대를 상징하는 철조망마저 풍경이 된다. 이곳을 지키던 초병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바닷바람이 뺨을 때린다. 걸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기암의 바위 절벽을 타고 길이 이어진다. 2천300만 년 전 지각변동 사실을 알게 된다. 천연기념물 437호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다. 향나무와 소나무도 바위틈에서 바다를 지킨다. 아름다운 풍경은 계속 된다. 거센 파도에도 묵묵한 주상절리는 장관이다. 오직 두발로 걸어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중간 중간 놓인 벤치에 앉아 주변 풍경을 즐긴다. 부쩍 다가온 봄기운에 더없이 좋다.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특별하다. 그 옛날 수로부인의 헌화가를 떠올린다. 한참 걷다 보니 큰 바위와 만난다. 부채바위다. 여러 가지 전설을 품고 있다. 걷는 내내 걸음을 더 풍요롭게 한다. 풍경에 상상이 더해지니 생명을 얻게 된다. 은빛 윤슬의 바다가 황홀하다. 바닷길은 한반도 형성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사람과 함께 한다. 어느 틈에 짙푸른 바다와 탁 하고 만난다. 낭떠러지 틈 헤집고 선 굳센 소나무의 기상도 보인다. 옛날을 노래하며 적국을 경계한다. 몇 걸음 더 가 또 하나의 전설을 만난다. 동해를 향해 부채를 펴듯 퍼진다. 거센 파도가 억겁의 세월을 지키는 듯하다. 지금도 지치지 않고 뒤척인다. 그런 뒤척임이 아름다운 해변 풍경을 만든다. 바위 하나가 용감한 장군처럼 드러난다. 물보라가 바위를 때리며 장관을 이룬다. 푸른 바다에 기암괴석들이 내려앉는다. 멀리서 투구바위와 육발호랑이 전설이 들려온다. 한쪽은 절벽이고 앞으론 온통 바다다. 어느새 절벽의 끄트머리다. 3㎞ 가까운 길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절경이 끝없이 펼쳐진 해안길이다. 바위에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다. 그 소리에 세상의 시름도 함께 날아간다. 하얀 파도가 웅장한 해안단구에 닿는다. 교훈이라도 주려는 듯 고된 계단길을 선물로 준다. 낮 12시를 조금 지나 선크루즈 리조트 주차장에 닿는다. 다시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까지 간다. 10여 분 지나 짙푸른 동해물과 금빛 모래를 만난다. 시간조차 잊고 걸었던 정동심곡부채길이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2018년 한 해가 가고 있다. 12월22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부산 동백섬과 해운대를 찾았다. 늘 친숙했던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아름다움을 잊고 지낸 국토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오전 10시40분 부산 동백섬에 내린다. 바다 기운이 온 몸에 전해진다. 초장부터 기분 좋은 순환이다. 순환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오른다. 누리마루APEC하우스로 향한다. 도로 양옆으로 애기동백이 벌써 지고 있는 모습이다. 엄동설한에 핀 애기동백이 그새 꽃망울을 지운다. 순환도로 양옆에서 풀 죽은 모습이다. 바람과 바닷물이 만난다. 그 힘으로 동백이 피고 진다. 동백섬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꽃 하나로 이름 값 제대로 하는 동백섬이다. 얼마 가지 않아 독특한 모양의 건물을 만난다. 지난 2005년 11월 APEC 정상회담 회의장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지금은 일반인에게 공개돼 관광명소로 변했다. 광안대교가 멀리 보인다. 바다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나간다. 그 뒤로 광안리해수욕장이 펼쳐진다. APEC하우스를 지나 동백섬등대 광장에 들어선다. 사진 촬영 포인트다. APEC하우스와 광안대교를 한 컷에 담는다. 등대광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 셔터 누르는 소리가 빨리 퍼져 나간다. 사진 한 장에 추억을 쓸어 담는 장소다. 등대 아래 석각에 새겨진 '海雲臺' 글자가 보인다. 최치원이 자신의 호를 따 새긴 것으로 전해진다. 동백섬은 신라 말 최치원과 관련이 깊다. 해운대란 명칭도 그렇게 추정된다. 등대광장 앞쪽으로 동백공원 올라가는 길이 있다. 여기로 올라가면 최치원 동상과 비문을 만나볼 수 있다. 동백공원 산책로는 순환도로와 이어진다. 물론 순환도로에서 바닷가로 내려갈 수도 있다. 회원들이 출렁다리 지나 섬 옆구리를 탐닉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동백섬 옆구리를 타고 걷는다. 바닷가 쪽으로 데크가 만들어져 해안까지 내려갈 수 있다. 어느새 섬을 버리고 바닷가로 향한다. 갯바위에 앉은 여인의 나신이 보인다. 슬픈 전설 품은 황옥공주 인어상이다. 고향을 바라보며 한없이 그리워한다. 인어상을 지나면 곧 해운대해수욕장에 다다른다. 조선비치호텔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왼쪽으론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그 뒤로 포장마차와 고층 건물들이 이어진다. 해변에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비둘기들이 부산갈매기들을 대신한다. 모래밭에서 종종걸음 치며 먹이를 찾거나 사람들에게 먹이를 구걸한다.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지도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비둘기를 피해간다. 가끔 우스꽝스러운 광경도 목격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웅성거림도 들린다. 추운 겨울에도 해운대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다. 해운대의 인기를 실감한다. 해변에 식당과 커피숍이 즐비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바닷가를 걷는다. 어느덧 해수욕장의 끄트머리 미포(尾浦)에 이른다. 미포는 달맞이언덕 아래에 있는 작은 포구다. 달맞이언덕은 소를 닮아서 와우산(臥牛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미포는 소의 맨 아랫부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꼬리 '미(尾)'를 써서 미포라 부른다. 예상했던 '미(美)'가 아니라 좀 실망스럽다. 미포는 번성한 해운대해수욕장과 좀 다르다. 소박한 느낌이 드는 포구다. 영화 '해운대'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유람선 선착장도 있다. 동백섬과 광안대교, 오륙도를 해상관광을 할 수 있다. 유람선이 한 시간 간격으로 오간다. 미포 사거리에서 바다를 등지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동해남부선 기찻길이 나온다. 달맞이재로 가는 미포철로 산책길이다.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길이다. 미포를 지나 철길을 걷다 보면 달맞이언덕에 이른다. 반달모양의 해운대 백사장과 동백섬, 광안대교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이 문텐로드의 출발점이다. 아쉽지만 클마 회원들은 여기서 발걸음을 멈춘다. 그래도 나름의 감동은 진하다. 명물 대구탕 맛집보다 진한 맛을 내준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늦가을이다. 억새와 갈대가 춤을 춘다. 수생식물들은 시들거나 저물었다. 초록을 거두고 갈색 빛을 띤다. 약동에서 침잠으로 몽환적이다. 곧 다가올 겨울 준비로 침착하다. 이채로운 풍경이다. 우포늪이 내향적 색깔로 채색한다. 자연의 색과 향기, 소리가 감미롭다. 물은 좀 탁하다. 갯벌 느낌이 난다. 가시연꽃과 마름 등의 수초지대가 신비롭다. 철새 무리의 소란스러움마저 정겹다.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원시림이 많다. 98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17일 경남 창녕 우포늪 둘레길에서 열렸다. 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오전 9시40분 우포늪생태관에 도착했다. 기념촬영을 간단히 마치고 생태탐사에 나섰다. 탐방로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진다. 물론 왼쪽이나 오른쪽 아무 방향이나 다 좋다. 생명길 구간은 오른쪽이다. 대대제방 쪽으로 가면 된다. 대대제방 길은 총 1.4㎞다. 제방 아래 우포(소벌)가 끝없이 펼쳐진다. 클마 회원들이 우포늪 생태관 건물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쭉 걸어가면 생명길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400m 지점에 첫 번째 이정표가 나온다. 비포장도로가 쭉 이어진다. 얼마 안 돼 우포늪 표지석과 마주한다. 대대제방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른쪽에 양파 밭이 넓게 펼쳐진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아직 남은 가을꽃들이 늦게까지 반겨준다. 억새와 갈대가 제빛을 내고 있다. 회원들에게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는 법을 알려준다. 단순한 지식 자랑에 회원들이 웃는다. 기분이 좋아진다. 대대제방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잠수교다. 창녕읍을 지나온 토평천이 우포늪으로 유입되는 장소다. 수생식물의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 잠수교 표지판이 보인다. 사지포제방 쪽으로 향한다. 우포늪과 사지포를 나누는 제방이다. 철새들을 한 참 동안 살펴본다. 소목제방 쪽으로 이어간다. 태고의 자연 늪이 온전히 보존돼 있다. 수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 본다. 우포늪 가까이 서니 습지 냄새가 확 풍긴다. 수문 오른쪽으로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물론 지금은 잘 이용하지 않는 길이다. 하지만 가을과 겨울 우포늪을 아주 가까이서 경험 할 수 있다. 신비로운 구간이다. 이 길로 들기 전엔 고민해야 한다. 길 끝에 숲탐방로로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걷는 재미 또한 크다. 클마 회원들은 숲길을 따르기로 한다. 약간의 경사를 따라 올라간다. 가풀막지지 않아 편안하다. 곳곳에 이정표가 친절하게 서 있다. 길 잃을 염려가 없다. 가다 보니 균형 잡힌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사랑나무다. 생김새가 예쁘고 우아하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회원들이 사진 찍기 경쟁을 벌인다. 사랑에 대한 갈망은 나이불문인가 보다.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걷는다. 소목나루터에 당도한다. 영화촬영장소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거룻배가 여러 척 있다. 우포늪에서 고기잡이를 하는데 사용하는 쪽배다. 긴 장대를 이용해 밀면서 가는 작은 배다. 하지만 배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길은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클마 회원들이 걷고 있는 생명길은 왼쪽이다. 숲탐방로 3길로 드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통해 크게 한 바퀴 돌아갈 수도 있다. 물론 약 2㎞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회원들 몇 명이 그렇게 걸었다. 여러 번의 쉼터를 거쳐 2전망대에 닿는다. 우포늪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우선 풍경이 압권이다. 우포늪의 조류와 수생식물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도 볼 수 있다. 주매제방 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부지런한 회원들의 점심 마련에 즐겁다. 생태관을 출발한 지 두 시간 반 만에 징검다리에 닿는다. 물이 불면 통제하는 곳이다. 고민 없이 징검다리를 건넌다. 징검다리 풍경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물가로 왕버드나무가 줄을 선다. 원시림 풍경이 신비롭다. 요정의 출연을 예고한다. 회원들의 사진 찍기가 다시 이어진다. 좀 더 가니 억새와 갈대가 숲을 이룬다. 저 멀리 연노란 왕버드나무에서 단풍이 곱게 물든다. 관찰대에 올라 우포늪을 다시 본다. 걸으며 본 느낌과 사뭇 다르다. 끝을 향에 간다. 아니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1전망대 계단을 오른다.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른다. 마침내 제대로 된 우포늪이 보인다. 오후 2시 우포늪 둘레길 걷기를 마친다. 우포늪이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인간의 욕망을 감당하고 있는 우포가 위대하다. "우포늪아 고맙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2018년 10월20일 오전 9시 10분.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군산저수지 입구에 선다. 호수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내 구슬뫼길(구불길 4구간)로 들어선다. 한 사람 한 사람 저수지 제방 아래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억새밭이 은물결로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바람개비 공원이 함께 한다. 왼쪽은 저수지 제방길이다. 일제 강점으로 잃어버렸던 수변의 옛길을 찾아 간다. 걷기 열풍으로 다시 태어난 치유의 길이다. 억새가 열어놓은 길로 들어선다. 억새의 하늘거림이 가을 느낌을 충만하게 한다. 억새 무리가 하얗게 줄을 선다. 억새꽃이 은빛으로 출렁인다. 아담한 저수지공원과 잘 어울린다. 금방 산책이 끝날 것 같다. 걷다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하늘거리는 은빛의 가을꽃을 만지며 걷는다. 바람이 만든 억새의 노래가 살갑다. 은빛 물결이 호숫가 풍경을 바꾼다. 대나무 군락이 한동안 이어진다. 왕버들 군락도 수변에 즐비하다. 저수지를 따라 나지막한 산을 넘는다. 구슬뫼길에서 억새소풍을 즐긴다. 길가에 핀 들꽃이 화창하게 웃는다. 가을날 맑은 볕에 발걸음이 가볍다. 억새풀이 하늘거리며 소리를 낸다. 소리를 따라 구불구불 아름다운 풍광이 만들어진다. 자연과 교감하며 대화한다. 시간이 벌써 오전 10시를 넘는다. 가을을 가득 안고 점점 더 길의 한 가운데로 든다. 가을날 저수지 풍경이 맑다. 청량함을 찬찬히 눈 속에 담는다. 회원들에게 자연에 동화를 주문한다. 회원들이 마침내 스스로 숲이 된다. 몇 마디의 말로 회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회원들이 터벅터벅 여유 있게 수변길을 걷는다. 길에서 여유와 자유를 점차 찾아 간다. 숲에서 만난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풍경이 된다. 자연과 생태, 역사를 아우른다. 수변산책로엔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걷다 보니 멋진 대나무 숲길과 마주한다. 왕버들 군락지도 다시 만난다. 각종 가을꽃들과 말을 나눈다. 저수지가 숲과 만나 맑은 길을 완성한다. 회원 한 사람이 대나무 숲을 보고 급히 뛰어간다. 오전 10시 10분.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죽림원에 닿는다. 대나무길이 둥글게 펼쳐진다. 고고한 숲을 따라가니 왕버들 군락이 경이롭다. 드넓은 연꽃정원은 평화롭다. 풍경 하나하나가 걷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군산저수지에 가을이 깊다. 물론 아직은 녹색풍경이 느림보처럼 흐른다. 가을날 산야에 핀 들꽃도 여전히 화창하다. 하늘의 구름, 들과 산, 온갖 사물이 넉넉하다. 저수지에 비친 데칼코마니 풍경은 행복을 두 배로 선물한다. 수변길이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나직하고 오붓하다. 수변을 따라 난 갈래 길이 소박하고 아름답다. 수변의 나뭇잎에 조금씩 노랗고 붉은 색이 묻어난다. 시간이 길로 흘러 숲에서 멈춘 듯하다. 색색의 이야기가 조각보가 된다. 상강(霜降)이 코앞이다. 상강 지나면 가을이 깊어진다. 가을 기러기 떼가 날아든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걷는 건 새로운 출구 찾기다. 갇혔던 곳에서 빠져나감이다. 걸으면 생각이 새로워진다. 만남이 새로워지고 느낌이 달라진다. 오전 11시 이른 점심을 한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 풍경을 즐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하다. 구슬뫼길이 저수지와 어우러져 굽이친다. 저수지에서 새들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청암산 기운 따라 가을 속으로 빠져든다. 낮 12시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걷는다. 분주했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회원들이 낙엽 쌓인 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담소가 끊이지 않는다. 서로가 품은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 줄로 걷는 회원들이 길 따라 구부러진다. 가을 색으로 바뀐 주변 수풀과 함께 일렁인다. 회원들의 걸음걸이에서 여유와 풍요, 자유가 느껴진다. 청량한 하늘이 환경을 더 쾌적하게 한다. 아름다운 저수지가 한눈에 보인다. 피톤치드가 쏟아진다.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흙냄새와 소나무 향이 그윽하게 진동한다. 30분 정도 지나니 하늘빛이 밝아진다. 높은 하늘과 맑은 날씨가 완연하다. 따갑게 내리쬐는 볕이 땅을 말린다. 들녘의 작물들이 함께 잘 익어간다. 한로 앞둔 하늘이 쪽빛으로 물든다. 기러기 몸짓에 가을이 더 깊어진다. 뽕나무터널에서 나는 향은 상큼한 치유제다. 대나무길을 다시 지난다. 구슬뫼길이 멈추는 법을 가르친다. 잠시 삼림욕을 즐긴다. 온전한 휴식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짧은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걷는다. 호수 위 오리떼 군무가 색다른 풍경이다. 오후 2시 구슬뫼길 군산저수지 수변길 걷기를 마친다. 가을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글·사진=함우석주필
[충북일보] 천지가 개벽했다. 지천에 널렸던 검은 탄가루가 없다. 언제까지나 검을 것 같던 곳이 녹색지대로 탈바꿈 했다. 정선의 산골짝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산자락을 따라 스키 슬로프와 대형 숙박시설, 카지노가 웅장하다. 처절했던 삶의 현장은 그저 옛 사람들의 기억일 뿐이다. 거친 삶을 살던 광부들은 추억 속의 인물들이 됐다. 아픈 상처도 그대로 그 공간에 남아 역사가 됐다. 2018년 9월15일 가을날이 흐리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정선 하이원 하늘길을 찾았다. 오전 9시40분 하이원 호텔을 등지고 주차장 뒤편으로 간다. 하늘길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조용한 길로 들어선다. 가을꽃들이 화려하게 인사한다. 좀 가파른 길을 이어간다. 계단을 지나 언덕길을 오른다. 새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백운산 등성이 너머의 화려한 조망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 내린 가을비 덕에 하늘빛이 흐리다. 그래도 바람이 더해지니 정취가 신선하다. 뙤약볕에 시들던 그날들은 벌써 옛일이다. 하이원호텔 입구에서부터 전망대까지는 처녀치마길로 불린다. 1.2km다. 이 길을 지나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시간의 흐름이 세월 속으로 지워져 간다. 가을 초입에 들어선 숲에 서늘한 눅눅함이 완연하다. 백운산 가는 길과 낙엽송길로 갈라진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은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버린다. 이어 낙엽송길로 들어선다. 운탄고도(運炭高道)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다. 중간 중간 석탄잿빛 길이 보인다. 옛 운탄고도임을 알린다. 60년대로 돌아가 여러 상념이 교차한다. 떠나버린 사람들과 시간 속에 남아있는 자연을 생각한다. 길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가을 정취를 담뿍 담고 있다. 이미 치유의 길이다. 양탄자처럼 평평하게 펼쳐져 편안하다. 폭신한 안정감을 준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안개가 더 짙어진다. 짙은 안개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얀 안개바다가 신비로운 신령의 세계를 만든다. 가을이 주는 계절적 분위기가 최고다. 차가운 공기에 밀려온 선선한 바람은 선물이다. 가을 오는 소리가 완연하게 들린다.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툭툭 이어진다. 가을이 안개를 뚫고 들어와 익는다. 나무와 어우러진 들꽃들의 향연은 안개 속에 더 화려하다. 쑥부쟁이와 이질풀꽃이 길가에 즐비하다. 작은개망초꽃들이 별처럼 핀다. 과남풀은 깊은 숲 속에서 가을을 알린다. 연보라색 꽃망울을 피운다. 하늘길에 가을 소식을 전하며 자태를 뽐낸다. 사진기를 들이댄다. '한 장의 사진은 역사적인 드라마와 동의어다'란 말을 떠올린다. 걷다 보니 숲길에 시원한 바람이 가득 찬다. 바람이 숲의 냄새를 전해준다. 솔솔 바람을 타고 가을꽃 냄새가 살랑거린다. 하얀 데이지 꽃들이 순결해 보인다. 청명한 하늘과 어울리는 풍경이다. 홍자색 참싸리는 서서히 꽃망울을 지우는 중이다. 낙엽송길 중간에 압도적인 테일러스 지형이 나타난다. 엄청난 크기와 규모에 놀란다. 일정 거리마다 쉴 수 있는 평상은 작은 감동을 준다. 연인과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낙엽송 길이 끝나는 지점에 마운틴 탑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오후 11시40분께 세 갈래 길에 선다. 마운틴 탑 전망대(1340m)와 도롱이연못으로 갈라지는 길이다. 회원들과 함께 30여분을 힘차게 오른다. 마침내 다다른 마운틴 탑에선 곤돌라 소리만 들린다. 짙은 안개가 사위를 가려 조망을 즐길 수가 없다. 점심 식사를 마운틴 탑에서 한다. 마치 하늘 정원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이다. 한참의 식사 수다를 마치고 일어선다. 신선한 공기를 한껏 가슴에 담는다. 다시 세 갈래 길로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산죽길이다. 오를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완만한 내리막의 우거진 나무 숲길 사이를 걷는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낙엽의 폭신함이 전해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이다. 마침내 다시 세 갈래 길에 선다. 도롱이연못 쪽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하늘길 마지막 구간인 하늘마중길이다. 3.8km의 내리막길이다. 걷기에 아주 좋다. 온전히 숲을 관통하는 구간이다. 온전한 흙길이 주는 느낌이 좋다. 바닥에 깔린 솔잎 덕에 폭신하다. 가끔씩 산 짐승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오후 3시30분 시야에 하늘길 산문이 보인다. 회색빛 아스팔트 주차장도 들어온다. 마침내 산길을 빠져나온다. 가까이로 마운틴 콘도가 보인다. 머리 위로 마운틴 탑으로 향하는 곤돌라가 보인다. 급하게 내려오는 모노레일이 인상적이다. 11.4km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클마 회원들의 얼굴빛이 밝아진다. 강물 같은 마음으로 낮게 걸어간 길이다. 서로 길동무임을 확인한 하루였다. 96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정선 하이원 하늘길 글·사진=함우석 주필 천지가 개벽했다. 지천에 널렸던 검은 탄가루가 없다. 언제까지나 검을 것 같던 곳이 녹색지대로 탈바꿈 했다. 정선의 산골짝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산자락을 따라 스키 슬로프와 대형 숙박시설, 카지노가 웅장하다. 처절했던 삶의 현장은 그저 옛 사람들의 기억일 뿐이다. 거친 삶을 살던 광부들은 추억 속의 인물들이 됐다. 아픈 상처도 그대로 그 공간에 남아 역사가 됐다. 2018년 9월15일 가을날이 흐리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정선 하이원 하늘길을 찾았다. 오전 9시40분 하이원 호텔을 등지고 주차장 뒤편으로 간다. 하늘길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조용한 길로 들어선다. 가을꽃들이 화려하게 인사한다. 좀 가파른 길을 이어간다. 계단을 지나 언덕길을 오른다. 새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백운산 등성이 너머의 화려한 조망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 내린 가을비 덕에 하늘빛이 흐리다. 그래도 바람이 더해지니 정취가 신선하다. 뙤약볕에 시들던 그날들은 벌써 옛일이다. 하이원호텔 입구에서부터 전망대까지는 처녀치마길로 불린다. 1.2km다. 이 길을 지나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시간의 흐름이 세월 속으로 지워져 간다. 가을 초입에 들어선 숲에 서늘한 눅눅함이 완연하다. 백운산 가는 길과 낙엽송길로 갈라진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은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버린다. 이어 낙엽송길로 들어선다. 운탄고도(運炭高道)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다. 중간 중간 석탄잿빛 길이 보인다. 옛 운탄고도임을 알린다. 60년대로 돌아가 여러 상념이 교차한다. 떠나버린 사람들과 시간 속에 남아있는 자연을 생각한다. 길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가을 정취를 담뿍 담고 있다. 이미 치유의 길이다. 양탄자처럼 평평하게 펼쳐져 편안하다. 폭신한 안정감을 준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안개가 더 짙어진다. 짙은 안개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얀 안개바다가 신비로운 신령의 세계를 만든다. 가을이 주는 계절적 분위기가 최고다. 차가운 공기에 밀려온 선선한 바람은 선물이다. 가을 오는 소리가 완연하게 들린다.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툭툭 이어진다. 가을이 안개를 뚫고 들어와 익는다. 나무와 어우러진 들꽃들의 향연은 안개 속에 더 화려하다. 쑥부쟁이와 이질풀꽃이 길가에 즐비하다. 작은개망초꽃들이 별처럼 핀다. 과남풀은 깊은 숲 속에서 가을을 알린다. 연보라색 꽃망울을 피운다. 하늘길에 가을 소식을 전하며 자태를 뽐낸다. 사진기를 들이댄다. '한 장의 사진은 역사적인 드라마와 동의어다'란 말을 떠올린다. 걷다 보니 숲길에 시원한 바람이 가득 찬다. 바람이 숲의 냄새를 전해준다. 솔솔 바람을 타고 가을꽃 냄새가 살랑거린다. 하얀 데이지 꽃들이 순결해 보인다. 청명한 하늘과 어울리는 풍경이다. 홍자색 참싸리는 서서히 꽃망울을 지우는 중이다. 낙엽송길 중간에 압도적인 테일러스 지형이 나타난다. 엄청난 크기와 규모에 놀란다. 일정 거리마다 쉴 수 있는 평상은 작은 감동을 준다. 연인과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낙엽송 길이 끝나는 지점에 마운틴 탑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오후 11시40분께 세 갈래 길에 선다. 마운틴 탑 전망대(1340m)와 도롱이연못으로 갈라지는 길이다. 회원들과 함께 30여분을 힘차게 오른다. 마침내 다다른 마운틴 탑에선 곤돌라 소리만 들린다. 짙은 안개가 사위를 가려 조망을 즐길 수가 없다. 점심 식사를 마운틴 탑에서 한다. 마치 하늘 정원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이다. 한참의 식사 수다를 마치고 일어선다. 신선한 공기를 한껏 가슴에 담는다. 다시 세 갈래 길로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산죽길이다. 오를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완만한 내리막의 우거진 나무 숲길 사이를 걷는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낙엽의 폭신함이 전해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이다. 마침내 다시 세 갈래 길에 선다. 도롱이연못 쪽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하늘길 마지막 구간인 하늘마중길이다. 3.8km의 내리막길이다. 걷기에 아주 좋다. 온전히 숲을 관통하는 구간이다. 온전한 흙길이 주는 느낌이 좋다. 바닥에 깔린 솔잎 덕에 폭신하다. 가끔씩 산 짐승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오후 3시30분 시야에 하늘길 산문이 보인다. 회색빛 아스팔트 주차장도 들어온다. 마침내 산길을 빠져나온다. 가까이로 마운틴 콘도가 보인다. 머리 위로 마운틴 탑으로 향하는 곤돌라가 보인다. 급하게 내려오는 모노레일이 인상적이다. 11.4km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클마 회원들의 얼굴빛이 밝아진다. 강물 같은 마음으로 낮게 걸어간 길이다. 서로 길동무임을 확인한 하루였다. 운탄고도(運炭高道)가 운탄고도(雲坦高道)로 정선 하이원 하늘길은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과거 석탄을 운반했던 백운산 능선의 운탄고도(運炭高道)가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정취로 다시 태어난 운탄고도(雲坦高道)다. 운탄고도는 1950년 후반부터 석탄을 나르던 높은 길이었다. 산업화의 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힐링의 길이 됐다. 해발 1000m 높이에 능선 따라 완만하게 만들어졌다. 하늘길은 탄광산업의 역사를 토대로 만든 호젓한 산길이다. 발아래 펼쳐진 운무를 양탄자 삼을 수 있다. 고산준령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 풍광이 빼어난 곳이 많다. 탄성을 자아낼 정도의 풍경이 곳곳에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그만큼 평탄하게 만들어졌다. 물론 3시간 이상 숲을 체험 할 수 있는 등산코스도 있다. 이 곳에선 수백 종 들꽃들과 희귀 고산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함께 호흡하며 걸을 수 있다. 걷는 게 좀 불편하다면 곤돌라를 타고 즐길 수 있다. 곤돌라는 하루 종일 1340m 고도의 마운틴 탑을 오르내린다. 거기서 바라보는 산 아래 풍경은 일품이다. 하이원 호텔과 마운틴 콘도, 백운산 풍경이 제대로 된 선물을 한다. 발 아래로 펼쳐진 초록 세상은 신비롭다. 이즈음 가을 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진초록은 경이롭다. 백두대간의 웅장함은 장엄하다. 한 폭의 수채화로 진경산수화다. 구름을 탄 신선의 경지 같다. 유럽의 한 알프스 마을을 연상시킨다. 하늘길은 새로운 빛깔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됐다. 그래서 두 발로 쭉 걸을 수 있으면 더 좋다. 길은 대부분 완만하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강한 생태계를 접하게 된다. 다양한 들꽃 감상은 되레 덤이다. 봄에는 얼레지와 오랑캐꽃, 둥근털제비꽃이 잔치를 벌인다. 여름엔 개쑥부쟁이, 노루오줌, 개망초가 이름을 알린다. 초가을엔 과남풀이 자태를 자랑한다. 용담은 가을 찬 서리를 맞아 더욱 선명해진단다. 겨울이면 순백의 설화가 대신한다. 하늘길의 색은 시시각각 변한다. 채광이 좋으니 색도 좋다. 사방에 절경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하늘길은 10여개 다양한 코스를 갖추고 있다. 그중 '하늘마중길'과 '낙엽송길'이 뛰어나다. 운탄고도의 빼어난 풍광과 각종 들꽃 감상을 할 수 있다. 하늘길엔 사시사철 신선한 공기가 가득 찬다. 숲 속을 가득 메운다. 지난여름 나무 사이로 불어온 청색바람은 청량제였다. 숲은 이제 본격적인 단풍 채색을 준비 중이다. 이 가을, 하늘길 걷기는 그대로 치유다. 하늘길에서 자연이 선사하는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빠져든다. 나무 사이로 스며든 아침안개가 신비의 숲을 만든다. 들꽃들이 숲길 양쪽에서 산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개가 촘촘히 이어져 동화 같은 숲 풍경을 펼쳐놓는다. 시선 하나를 고즈넉이 보태니 숲길이 천천히 열린다. 흐린 날마저 숲이 초록 절정으로 달려 새 풍경을 만든다. 길옆 들꽃들도 화려하게 응답하며 가을을 수놓는다. 1,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2,마운틴 탑을 오르내리는 곤돌라 3,마운틴 탑 전경 4,마운틴 탑 아래 양떼들 5,하늘길 표지판 6,하늘길 날머리(출구) 7,하늘길에 놓인 돌탑 8,가을 소식 전하는 과남풀꽃 9,안개 낀 낙엽송길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화천 산소길을 찾았다. 청주에서 화천까지는 대략 3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단지 마음의 거리가 멀었을 뿐이다. 오늘도 서둘러 배낭을 싼다. 열대야 물리친 길로 거침없이 나선다. 시간도 쉬었다 가는 곳을 찾아 간다. 강물이 빛나는 공간을 만난다. 한 걸음만 내디뎌도 낭만이 넘칠 것 같다. 자연에 시간을 버무리며 걸어간다. 2018년 8월18일 오전 화천(華川)이 맑다. 물빛과 하늘빛이 어우러진 풍경화다. 맑은 날 쪽빛 물과 하늘이 수채화를 만든다. 하늘이 밝아지니 물속 연꽃도 환해진다. 흐르는 강물의 노래가 길옆에서 이어진다. 물의 유혹이 깊어진다. 오전 10시20분 화천교 아래 폰툰교(부교)를 지난다. 산소길이 내는 소리가 처음부터 시원하다. 화천 도시가 수면에 비친다. 화천의 여름이 싱그러운 감성을 뿌린다. 잔잔한 수면에 바람이 찾아든다.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길을 이어간다. 호수와 주변 산자락이 맑은 공기를 뿜어낸다. 뜨거운 햇살에도 청량감이 퍼진다. 물 위에 뜬 다리가 이색적이다.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한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물이 만든 조화다. 호수에 잉크가 풀어진 듯 아름답다. 산소길을 걷는 내내 물과 함께 한다. 그 덕에 아름다운 풍경의 절반은 물의 몫이다. 화천이 '빛나는(華) 내(川)'인 까닭을 알려준다. '내륙의 바다'란 사실을 고한다. 물 위에 내려앉은 하늘의 잔영은 신비롭다. 데칼코마니의 산 그림자도 쪽빛 강물에 담긴다. 호수에 깃든 짙은 녹음의 산은 신선함 그 자체다. 산소길의 모습을 달리 보여준다. 세속의 욕망으로 흐려진 눈을 맑게 한다. 잠시 잊어버린 참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본래면목의 깨달음을 준다. 오전 11시를 지나 뙤약볕의 강둑길을 버린다. 마침내 녹음이 우거진 숲으로 든다. 원시림을 걷는 숲속 산소길(1.2㎞)이다. 여름 숲엔 온통 초록 냄새가 진동한다. 떼쓰듯 우는 매미의 외침이 초록의 강렬함을 더한다. 숲길이 소박한 비경을 자랑한다. 산소길의 진미를 보여준다. 숲 자체가 원시림의 진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신선한 미지의 시선을 느끼면서 걷는다. 파란 호수가 초록 숲을 얼싸안는다. 길 폭은 나란히 걷기가 힘들 만큼 좁다. 원시림을 통과하는 동굴과 같다. 두 발짝 멀리엔 머루와 두릅, 다래, 개암나무 등이 진을 친다. 자연의 냄새가 온몸에 밴다. 발아래서 찰랑찰랑 강물이 산 아래를 때린다. 부딪는 물소리가 정겹기 그지없다. 여름 숲은 울창하고 우거졌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다. 그저 발을 내딛기만 하면 앞으로 나간다. 어느덧 숲길이 끝나간다. 물위에 떠 있는 폰툰교가 보인다. 더 깊은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다. 신비의 세계로 이끄는 다리 같다. 오전 11시30분 호수에 뜬 다리에 닿는다. 드디어 산소길의 명물, '숲으로 다리'를 만난다. 유명 소설가 김훈 선생이 붙여준 이름이라고 한다. 원시림이 끝난 자리에서 미지의 세계를 잇는 멋진 다리다. 강물을 사뿐히 지르밟고 걸을 수 있다. 물 위의 다리를 걸어도 흔들림이 별로 없다. 보드랍고 촉촉한 강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강물의 푹신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신기하면서도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물 위로 만들어진 정갈한 데크길이 한참 이어진다. 너무 안전해서 좀 아쉽긴 하다. 그래도 숲길에서는 보고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산과 숲의 외경을 보는 재미는 특별하다. 산소길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호수에 부는 늦여름 바람이 싱그럽다. 물의 맑은 기운이 한 가득이다. 상쾌함에 번쩍 오감이 열린다. 최대한 자유를 만끽한다. 굴레에서 나와 자유인으로 돌아가 본다. 호수가 티끌 하나 없이 푸른 하늘을 담는다. 오후 1시 미륵바위 쪽 폰툰교를 다시 건넌다. 벌써 세 번째 물위로 길을 걷는다. 호수가 바람을 만나 일렁인다. 맑은 호수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춤춘다. 길 끝이 강둑에 닿아 자전거길이 된다. 숲과 물의 정령이 만나 웃는다. 산과 강의 아름다운 여유를 덧없이 즐긴 하루다. 산 빛은 여전히 녹음으로 짙은 초록이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간다. 호수엔 하늘이 낮게 가라앉는다. 숲길 따라 물길 따라 산소 같은 시간을 담은 하루다. 기쁨도, 행복도 두 배다. 클마 회원들의 만족감이 시원한 웃음소리로 퍼진다. 1,숲으로 다리를 알리는 표지판 2,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3,동구래마을 맷돌길 4,동구래마을 작은공원 여인상 5,동구래마을 표지석 6,화천교 아래 폰툰교 7,화천교 아래 호수 풍경 8,숲으로다리 중간의 목어수도
[충북일보] ◇지나온 길을 다시 살피다 인천공항에서 청두로 출발할 때가 엊그제 같다. 그런데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떠나기 전 영국작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에 매달렸다. 그가 1933년 발표한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을 골똘히 봤다. 태양은 아침에 뜨고, 저녁에 진다. 똑같은 일을 365일 변치 않고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지구 위 곳곳에 신비가 만들어진다. 이번 동티베트 여행은 태양이 만들어낸 신비의 변곡점 찾기였다. 산과 숲, 물과 바람 등 자연의 생몰을 찾아본 역정이었다. 중국 스촨의 서부지역은 장족자치구다. 동티베트 여행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외국인에게 여행이 허락된 시점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짧은 역사에도 이미 꿈의 여행지가 됐다. 신비감을 주는 야딩의 태고적 자연비경 때문이다. 꽃구름의 남쪽, 윈난은 더 신비롭다. 신들과 가까이 있는 곳이다. 식물의 왕국, 꽃의 왕국이다. 채운지남(彩雲之南)의 뜻을 알게 된다. 호도협 따라 걷는 차마고도(茶馬高道)는 압권이다. 위룽쉐산이 돌보는 리장고성은 보석이다. 열흘간의 낭만적인 여행지를 복기한다. 지나온 길을 다시 헤아려 본다. 산이 좋아 배낭을 쌌고, 꼬박 열흘을 걸었다. 하늘 아래 길에서 긴 시간 짧은 시간을 보냈다. 허리통증도 참을 수 있을 만큼 행복했다. 낙원이 준 선물이었다. 때론 햇살 내려앉은 푸른 숲길을 걸었다. 때론 맑은 영혼의 땅에 머물기도 했다. 고원 호수에선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웠다. 매혹적인 물빛에 반하고 설산에 경배하길 거듭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 장엄한 호수는 아름다웠다. 산을 내려온 지금도 몸과 마음은 파란 하늘 아래서 굽이굽이 흘러간다. 점차 하늘과 땅의 경계가 허물어진 길로 들어선다. 마침내 신들이 숨겨놓은 땅에 닿아 머리를 숙인다. 신이 깃들어 사는 영혼의 안식처에 감사한다. 오색의 룽다와 타르초가 흔들린다.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마음이 치유되는 곳이다. 기적 같은 선물이다. 험난한 여정이 주는 진한 행복이다. 묘한 떨림이 계속된다. 설국의 설산에 시선이 멈춘다. 숨이 막힐 듯 적막한 세계다. 푸른 빛 고원으로 초대에 기꺼이 응한다. 마침내 찾은 샹그릴라다. ◇사천항공 사태 마음에 새기다 6월30일 산을 내려간다. 비가 그친다. 오후 4시10분 리장공항으로 출발한다. 1시간 정도 지나 공항에 도착한다. 가이드의 두 눈이 두리번거린다. 불안한 모습이다.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불행의 예감은 언제나 정확하다. 청두 행 비행기 연착 소식이 들린다. 일행들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걱정은 점점 커져 불안으로 바뀐다. 밤 10시 불안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공항 분위기가 우울 모드로 급변한다. 오후 5시20분 비행기는 이미 물 건너갔다. 밤 10시가 넘도록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청두에서 인천으로 출발도 불안해진 상황이다. 비행기 연착이 무려 5시간을 넘고 있다. 태풍 탓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무덤덤하다. 중국인들은 대형TV서 중계되는 월드컵 골에 격하게 환호한다. 우리의 불안감은 중국인들의 월드컵 열기에 비례해 커져갔다. 결국 인천행 비행기마저 탈 수 없게 됐다. 다음 날 그 다음 날 티켓도 확보하지 못했다.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이미 전석 매진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 벌어진 끔찍한 상황이었다.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인천공항 입국 스케줄까지 무산이 됐다. 일행의 예정된 귀국은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됐다. 리장공항의 밤은 길기만 했다. 동지나에서 불어온 태풍 소식에 더 불안하기만 했다. 여전히 항공기 이륙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사천항공사 직원의 별다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과 청주에서 일도 점점 걱정됐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시계 바늘이 날짜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밤 12시가 다 됐다. 마침내 대체항공기 마련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밤 12시20분 아주 급하게 탑승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1시50분 청두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빠르게 내렸다. 우리 일행들은 비행기에서 내리기를 거부했다. 무책임한 사천항공에 대한 무언의 항의였다. 사천항공은 비행기 연착과 관련해 아무런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그저 기상 때문이란 말만 되풀이 했다. 무리한 운항으로 인한 기체결함 등에 대해선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과의 대화도 소득 없이 끝났다. 아쉽지만 사천항공이 제공하는 숙소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때가 새벽 2시50분이었다. 숙소 상황은 욕이 나올 정도였다. 7월1일 오전 8시10분 사천항공 숙소를 나왔다. 사천항공은 끝내 사과의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는 한식으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낮 12시10분 청두에서 북경으로 출발했다. 오후 3시 북경 수도공항에 도착했다. 현지가이드의 순발력과 친화력으로 기분은 좀 나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항공료 보전은커녕 되레 추가경비를 부담하게 됐다. 북경으로 이동해 귀국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경비가 늘어났다. 천신만고 끝에 북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오후 6시15분 마침내 김포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리장공항에서 벌어진 비행기 연착 사태를 떠올린다. 사천항공사의 태도도 다시 되짚어본다. 중국의 국격을 크게 떨어트린 일이었다. ◇다시 꿈을 꾸는 시간이다 7월 마지막 주말 어머니의 그리움 같은 피아골을 다녀왔다. 동티베트 여행을 함께했던 산우들과 다시 만났다. 시인 류시화의 '길 위에서의 생각'을 걷는 내내 떠올렸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내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른 새벽 호도협 중도객잔의 바람이 그리워진다. 시간이 절벽을 뚫고 다시 하늘로 향한다. 억매이지 않는 마법의 시간이었다. 크로노스가 만든 역사를 들여다본다.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 준 카이로스에 감사한다. 동티베트 여행에 값진 의미를 담는다.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한다. 일행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여 소화한다. 웃는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반짝반짝 윤이 나지 않더라도 꼭 간직해야 할 기억이다. 일행 모두의 인생에 소중한 기억이었으면 한다. 세상엔 수많은 갈래 길이 있다. 하지만 이정표가 없는 시대다. 하나의 문제를 놓고 몇 가지의 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이번 여행에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감동을 받거나 웃음을 되찾았다면 한다. 세상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너무 빨라 10년 후는커녕 1년 후를 대비하기도 어렵다. 당연히 기준이 있을 수 없다. 그저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욕망의 나침반을 따라 나아가면 된다. 세상은 결국 그렇게 바뀐다. 역사는 늘 그렇게 말한다. 관목들은 겹겹의 만년설에서도 산다. 죽는 법도 배운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즐겼다. 마음껏 느끼고 감동했다. 차마고도에 얽힌 수많은 스토리를 알게 됐다. 리장고성의 아픈 사연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자연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위대한 기억은 처음도 끝도 없다. 확신과 불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당당한 삶을 살면 된다. 마음이 가는 길로 가면 된다. 그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 사는 법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신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청춘 같은 삶의 태도다. 여행은 우연의 기회이다. 하지만 여행자는 그 기회를 다시 즐기고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배낭을 싸고 신발 끈을 조여 맬 줄 알아야 한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중도객잔의 밤하늘이 떠오른다. 하바쉐산에서 흘러내리는 관음폭포의 장관이 그려진다. 야딩의 진주해와 우유해, 그 무수한 별들까지도 잊을 수 없다.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순간들이 내 가슴에 남아 숨 쉰다. 더 벅차고 뚜렷한 감동을 위해 다시 꿈을 꾼다. 네버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을 계획한다. 쓸모없음의 쓸모를 찾아 나서려 한다. 더 뜨거운 네버엔딩 스토리를 꿈꾼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5, 에필로그 -지나온 길을 다시 살피다 인천공항에서 청두로 출발할 때가 엊그제 같다. 그런데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떠나기 전 영국작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에 매달렸다. 그가 1933년 발표한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을 골똘히 봤다. 태양은 아침에 뜨고, 저녁에 진다. 똑같은 일을 365일 변치 않고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지구 위 곳곳에 신비가 만들어진다. 이번 동티베트 여행은 태양이 만들어낸 신비의 변곡점 찾기였다. 산과 숲, 물과 바람 등 자연의 생몰을 찾아본 역정이었다. 동티베트는 티베트 고유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다. 장족문화가 천연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산과 협곡은 해발 3000~5000m를 넘나든다. 광활한 고원 위론 설산들이 줄지어 선다. 하늘엔 새하얀 구름이 손에 닿을 듯 떠간다. 티베트들은 자연을 벗하며 살아간다. 해맑은 미소를 간직한 채 행복하다. 유목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사람과 자연의 조화가 정말로 아름답다. 지구상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적어도 이방인의 눈엔 그렇다. 중국 스촨의 서부지역은 장족자치구다. 동티베트 여행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외국인에게 여행이 허락된 시점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짧은 역사에도 이미 꿈의 여행지가 됐다. 신비감을 주는 야딩의 태고적 자연비경 때문이다. 꽃구름의 남쪽, 윈난은 더 신비롭다. 신들과 가까이 있는 곳이다. 식물의 왕국, 꽃의 왕국이다. 채운지남(彩雲之南)의 뜻을 알게 된다. 호도협 따라 걷는 차마고도(茶馬高道)는 압권이다. 위룽쉐산이 돌보는 리장고성은 보석이다. 열흘간의 낭만적인 여행지를 복기한다. 지나온 길을 다시 헤아려 본다. 산이 좋아 배낭을 쌌고, 꼬박 열흘을 걸었다. 하늘 아래 길에서 긴 시간 짧은 시간을 보냈다. 허리통증도 참을 수 있을 만큼 행복했다. 낙원이 준 선물이었다. 때론 햇살 내려앉은 푸른 숲길을 걸었다. 때론 맑은 영혼의 땅에 머물기도 했다. 고원 호수에선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웠다. 매혹적인 물빛에 반하고 설산에 경배하길 거듭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 장엄한 호수는 아름다웠다. 산을 내려온 지금도 몸과 마음은 파란 하늘 아래서 굽이굽이 흘러간다. 점차 하늘과 땅의 경계가 허물어진 길로 들어선다. 마침내 신들이 숨겨놓은 땅에 닿아 머리를 숙인다. 신이 깃들어 사는 영혼의 안식처에 감사한다. 오색의 룽다와 타르초가 흔들린다.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마음이 치유되는 곳이다. 기적 같은 선물이다. 험난한 여정이 주는 진한 행복이다. 묘한 떨림이 계속된다. 설국의 설산에 시선이 멈춘다. 숨이 막힐 듯 적막한 세계다. 푸른 빛 고원으로 초대에 기꺼이 응한다. 마침내 찾은 샹그릴라다. -사천항공 사태 마음에 새기다 6월30일 산을 내려간다. 비가 그친다. 오후 4시10분 리장공항으로 출발한다. 1시간 정도 지나 공항에 도착한다. 가이드의 두 눈이 두리번거린다. 불안한 모습이다.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불행의 예감은 언제나 정확하다. 청두 행 비행기 연착 소식이 들린다. 일행들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걱정은 점점 커져 불안으로 바뀐다. 밤 10시 불안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공항 분위기가 우울 모드로 급변한다. 오후 5시20분 비행기는 이미 물 건너갔다. 밤 10시가 넘도록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청두에서 인천으로 출발도 불안해진 상황이다. 비행기 연착이 무려 5시간을 넘고 있다. 태풍 탓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무덤덤하다. 중국인들은 대형TV서 중계되는 월드컵 골에 격하게 환호한다. 우리의 불안감은 중국인들의 월드컵 열기에 비례해 커져갔다. 결국 인천행 비행기마저 탈 수 없게 됐다. 다음 날 그 다음 날 티켓도 확보하지 못했다.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이미 전석 매진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 벌어진 끔찍한 상황이었다.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인천공항 입국 스케줄까지 무산이 됐다. 일행의 예정된 귀국은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됐다. 리장공항의 밤은 길기만 했다. 동지나에서 불어온 태풍 소식에 더 불안하기만 했다. 여전히 항공기 이륙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사천항공사 직원의 별다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과 청주에서 일도 점점 걱정됐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시계 바늘이 날짜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밤 12시가 다 됐다. 마침내 대체항공기 마련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밤 12시20분 아주 급하게 탑승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1시50분 청두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빠르게 내렸다. 우리 일행들은 비행기에서 내리기를 거부했다. 무책임한 사천항공에 대한 무언의 항의였다. 사천항공은 비행기 연착과 관련해 아무런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그저 기상 때문이란 말만 되풀이 했다. 무리한 운항으로 인한 기체결함 등에 대해선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과의 대화도 소득 없이 끝났다. 아쉽지만 사천항공이 제공하는 숙소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때가 새벽 2시50분이었다. 숙소 상황은 욕이 나올 정도였다. 7월1일 오전 8시10분 사천항공 숙소를 나왔다. 사천항공은 끝내 사과의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는 한식으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낮 12시10분 청두에서 북경으로 출발했다. 오후 3시 북경 수도공항에 도착했다. 현지가이드의 순발력과 친화력으로 기분은 좀 나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항공료 보전은커녕 되레 추가경비를 부담하게 됐다. 북경으로 이동해 귀국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경비가 늘어났다. 천신만고 끝에 북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오후 6시15분 마침내 김포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리장공항에서 벌어진 비행기 연착 사태를 떠올린다. 사천항공사의 태도도 다시 되짚어본다. 중국의 국격을 크게 떨어트린 일이었다. -다시 꿈을 꾸는 시간이다 7월 마지막 주말 어머니의 그리움 같은 피아골을 다녀왔다. 동티베트 여행을 함께했던 산우들과 다시 만났다. 시인 류시화의 '길 위에서의 생각'을 걷는 내내 떠올렸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내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른 새벽 호도협 중도객잔의 바람이 그리워진다. 시간이 절벽을 뚫고 다시 하늘로 향한다. 억매이지 않는 마법의 시간이었다. 크로노스가 만든 역사를 들여다본다.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 준 카이로스에 감사한다. 동티베트 여행에 값진 의미를 담는다.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한다. 일행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여 소화한다. 웃는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반짝반짝 윤이 나지 않더라도 꼭 간직해야 할 기억이다. 일행 모두의 인생에 소중한 기억이었으면 한다. 세상엔 수많은 갈래 길이 있다. 하지만 이정표가 없는 시대다. 하나의 문제를 놓고 몇 가지의 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이번 여행에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감동을 받거나 웃음을 되찾았다면 한다. 세상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너무 빨라 10년 후는커녕 1년 후를 대비하기도 어렵다. 당연히 기준이 있을 수 없다. 그저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욕망의 나침반을 따라 나아가면 된다. 세상은 결국 그렇게 바뀐다. 역사는 늘 그렇게 말한다. 관목들은 겹겹의 만년설에서도 산다. 죽는 법도 배운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즐겼다. 마음껏 느끼고 감동했다. 차마고도에 얽힌 수많은 스토리를 알게 됐다. 리장고성의 아픈 사연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자연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위대한 기억은 처음도 끝도 없다. 확신과 불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당당한 삶을 살면 된다. 마음이 가는 길로 가면 된다. 그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 사는 법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신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청춘 같은 삶의 태도다. 여행은 우연의 기회이다. 하지만 여행자는 그 기회를 다시 즐기고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배낭을 싸고 신발 끈을 조여 맬 줄 알아야 한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중도객잔의 밤하늘이 떠오른다. 하바쉐산에서 흘러내리는 관음폭포의 장관이 그려진다. 야딩의 진주해와 우유해, 그 무수한 별들까지도 잊을 수 없다.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순간들이 내 가슴에 남아 숨 쉰다. 더 벅차고 뚜렷한 감동을 위해 다시 꿈을 꾼다. 네버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을 계획한다. 쓸모없음의 쓸모를 찾아 나서려 한다. 샹그릴라를 찾아서 꽃구름의 왼쪽 윈난성에 닿는다. 파란 하늘 하얀 설산이 웅장하다. 만년설이 푸르게 하얗게 빛난다. 곧바로 낭만적인 여행지를 본다. 매력적 광경은 쉽게 볼 수가 없다. 샹그릴라 언덕에 서야 가능하다. 오색 들꽃들이 장관을 선물한다. 티베트 초원 위를 한없이 덮는다. 노란 유채꽃이 환하게 웃는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1,나시객잔 알리는 표지석 2,장족들과 함께 춤을 3,초르텐 위에 날리는 타르초 4,옴마니반메훔이 새겨진 마니석 5,초원 위서 풀 뜯는 말들 5,함께 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