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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4.11 14:30:41
  • 최종수정2024.04.11 14:30:41

정익현

건축사

제주 여행길, 비는 멎었지만 바람은 여전했다. '가파도' 가는 배에 올라 자리에 앉으며 버릇처럼 의자 밑을 봤다. 구명조끼가 없다. 안내 방송에서 구명조끼는 의자 밑이나 배의 특정한 장소에 있다며 구명조끼 착용 법을 알려줬다. 이 배의 구명조끼는 객실 맨 앞에 좌·우로 80여 개씩 있었다. 승무원에게 이 배의 승선 정원을 물어보니 300명이라 한다. 사고가 났을 때 300명이 구명조끼를 제대로 입을 수 있을는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제주도청 해운항만과에 전화했다. 직원은 가파도를 운항하는 배 3척 중 한 척은 의자 밑에, 두 척은 선실 앞·뒤에 구명조끼가 있는데 '모두 제반 규정과 법에 맞는다'고 했다. 그러고는 사고에 대비해서 모의 훈련도 한다고 했다. 그 모의훈련이 승객을 300명 태우고 했느냐고 물으니 그렇게는 안 했다고 한다. '법이나 규정에 맞는다 하지 말고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300명이 질서 있게 구명조끼를 입고 아무런 사고 없이 구조될 수 있겠는지 생각해 보라'고 건의했지만 이 또한 공허한 말 같아서 씁쓸했다.

2년 전 충북대병원에 갔었다. 병원 앞 건축공사로 인해 1층 외래로 들어가는 주출입구가 막혀 있어 2층으로 들어가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주출입구가 막혀 있으면 화재 시에는 2층으로 올라가거나 1층의 다른 출입구를 통해 탈출해야 한다. 원무과에 가서 '비상시에는 막아놓은 1층 주출입구를 통해 탈출할 수 있도록 어떤 조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건의했다. 그러나 직원은 비상시에 사람들이 잘 대피하도록 직원의 훈련이 잘 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 후 서부 소방서에 전화하여 충북대병원의 이런 상황을 말하고 화재 시 어떨지 점검을 해 달라고 했다. 며칠 후 소방서로부터 전화가 왔다. 현장에 나가 점검해 보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영화관에 가면 탈출 경로와 비상계단이 어디에 있나, 혹 잠겨 있지는 않은가 확인한다. 또, 방화셔터 밑에 적치물積置物이 놓여 있으면 관계자에게 치우도록 말해주곤 한다. 휴대폰을 보며 걷는다거나 심지어 운전을 하며 휴대폰을 보는 사람도 있다. 그 외에도 각종 공사장에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얼마나 많은가!

며칠 후 4월 16일은 세월호 침몰 참사 10주기이다. 그때만 반짝,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을 뿐 사회 곳곳에 안전에 대한 불감증은 만연하여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사회가 되었다. 10년이 지났어도 이태원 참사나 오송 지하도 참사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망각과 안전 불감증에 경악할 뿐이다.

인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감소된다. 우리에게 '잊힐 권리'가 있듯이 망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망각이 없다면 새로운 기억은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러나 사람마다 좀 느리게 잊고, 더 오래 기억해야 할 소중하고도 중요한 것이 있다. 추모追慕가 혐오嫌惡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는 흔히 '안전 불감증'과 '안전 예민증銳敏症'을 말한다. 안전에 대해 무감각한 것도 위험하고, 지나치게 민감하여 공포를 느끼는 것도 좋지 않다. 분명한 것은 개개인은 스스로 안전의식을 갖고, 국가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상시 소화기 사용법, 완강기 사용법, 심폐소생술 등을 익히고 '예방'과 '대비'를 하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어쩌면 작은 일 같지만 집안에, 차안에 소화기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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