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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07 14:32:25
  • 최종수정2023.12.07 14:32:25

정익현

건축사

며칠 전 외식을 했다. 고기를 먹은 후, 일행 중 한 사람이 저녁 식사로 라면을 시켰는데 뜨거운 라면 냄비에 손을 데는 사고가 났다. 그 사람은 즉시 찬물에 식혔으나 손가락이 아프다고 약국을 찾아 나갔다. 공교롭게도 일요일이라 20분이 넘어서야 약을 바르고 돌아왔다.

우리들은 이미 흥이 깨져있었다. 식당을 나오면서 계산대에서 식당의 책임자를 찾았다. 나는 상황 설명을 하고 주의하지 않은 우리 쪽의 실수를 먼저 말했다. 그다음 '라면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아 오던지, 뜨거운 냄비채로 나온다면 손님에게 특별히 주의를 부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추후 똑같은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직원에게 교육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책임자는 직원에게 교육을 시켰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서로 탓을 하지 않아 더 이상 언쟁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는 남 탓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이번에는 무슨 변명을 하며, 누구 탓을 할까 궁금해진다. 문제가 생겨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남 탓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정당화하며 남을 공격하고 비난하기 바쁘다.

《논어》 위령공 편에 '군자는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잘못을 찾는다.' 했다. 또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했다. 작년에 전국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도 여기에서 나왔다. 《장자》 지락(至樂) 편에는 '자기의 두레박줄이 짧은 건 모르고 오히려 우물이 깊다고 탓한다.'했으니 예나 지금이나 남 탓은 여전하다.

그러나 남 탓만 한 것은 아니다. 《맹자》 '공손추'에 우임금의 아들 백계의 고사가 나온다. "하 나라 우임금 때 제후 유호씨가 반란을 했다. 우임금은 아들 백계로 하여금 나아가 싸우게 했지만 참패했다. 백계의 부하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싸우자고 했으나 백계는 '나는 그들보다 많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하였다. 이는 내가 부덕한 탓이고 부하들을 통솔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잘못을 먼저 찾아 고쳐나가겠다.'하며 싸우지 않았다. 이후 백계는 자신을 단련하고 백성을 아껴 얼마 지나지 않아 유호씨도 스스로 투항하였다."

우리 《세종실록》에도 세종이 잘못을 후회한 기록이 10여 차례 나온다. 함경도 백성들이 역질로 많이 죽은 일에 대해서 미리 예방하지 않아 '깊이 뉘우친다.' 했다. 또한 군수품을 담당하는 '군자감'의 건물 수리 중 건물의 붕괴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모든 정치 일정을 멈추게 하고 공사 현장 감독관은 물론 공사 최고 책임자인 공조판서까지 구금하여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따져 죄를 물었다. 이후 큰 사고가 없었다 한다. 옛날의 제왕은 가뭄이 들고 홍수가 나는 자연재해까지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까지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한다.

1990년대 우리나라 천주교에서 천주교의 고백 기도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사회에 만연된 남 탓하는 분위기를 반성하자는 데 있었다. 자동차 뒤 창문에 붙인 '내 탓이오' 스티커가 신선하게 보였던 그 때였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남 탓 그만하고 당신 덕분에 좋은 한 해였다고 인사를 나누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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