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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

오선초 교사·동요작곡가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참 다양하고 복잡하다. 특히 갈등이나 싸움은 대처하기가 결코 쉽지않다. 교사의 눈을 피해 일어나는 데다 하나같이 자신의 잘못은 감춘 채 상대의 잘못을 들추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이 벌어지기 일쑤이니 이쯤 되면 참 난감하다. 그럼에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대개는 서로 악수하고 사과와 화해하는 과정을 거쳐 다시 원만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최근 자녀가 어떤 아이에게 뺨을 맞았다며 어떻게 뺨을 때릴 수 있느냐고 격앙된 어조로 따지는 한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일단 상황을 잘 파악해 보겠노라고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은 무겁다. 다음 날 아이들과 차분하게 벌어진 상황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얼굴을 때렸다는 아이도 물론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얼굴이 아니라 어깨를 툭 친 것밖에 없단다. 사정이 이러하니 분명 둘 중 한 명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얼굴이 아닌 어깨를 툭 치는 그날의 상황을 보았다는 증언도 있다. 두 아이와 함께 당시의 상황을 다시 돌아보고 서로에게 가졌던 감정과 생각을 진지하게 나누었으며 서로의 입장에 대하여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존중하고 배려하자고 했다.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웃으며 화해하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칭찬해 주었음은 물론이다.

상황을 학부모에게 상세히 설명했으나 전혀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분명 뺨을 때렸는데 어떻게 어깨를 툭 쳤다고 하느냐?, 그렇게 서로 화해하고 넘어가면 그 아이는 어깨를 툭 친 것에 대한 사과뿐이니 우리 아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게 아니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라며 분노했다. 양쪽의 말을 모두 들어봐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자신의 아이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아이란다.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 외의 다른 아이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라는 말인가?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자신의 태도와 행동 따위가 서로 모순되어 나타날 때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자신이 처음 뱉은 말이나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상대의 말이 거짓이어야 하고, 잘못이 두드러져야 한다. 그래서 끝까지 억지 생떼로 일관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진실은 언제든 밝혀지는 법이다. 자신이 옳지 않았음을 인지할 때가 분명 올 테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틀렸음을 알았을 때 그때 즉각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일 터. 자신의 부지와 위선이 드러날까 두려워 끝까지 상대가 틀렸고 나쁘다며 몰아가는 것은 진정한 용기가 아니다.

언제부턴가 손해 보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사회가 되었다. 남이야 어찌 되건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삶의 방식으로 점철된 사회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공동체가 죽은 사회다. 세상 모든 사람이 이런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가을의 끝자락 부는 바람에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 하나하나에 마음의 글자를 새겨넣는다. '내·탓·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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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날 특집 인터뷰 - 윤희근 경찰청장

[충북일보] 충북 청주 출신 윤희근 23대 경찰청장은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만 해도 여러 간부 경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총경)실에서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이제는 내년 4월 총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취임 1년을 맞았다. 더욱이 21일이 경찰의 날이다. 소회는. "경찰청장으로서 두 번째 맞는 경찰의 날인데, 작년과 달리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그간 국민체감약속 1·2호로 '악성사기', '마약범죄' 척결을 천명하여 국민을 근심케 했던 범죄를 신속히 해결하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같은 관행적 불법행위에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으로 법질서를 확립하는 등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내부적으로는 △공안직 수준 기본급 △복수직급제 등 숙원과제를 해결하며 여느 선진국과 같이 경찰 업무의 특수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다만 이태원 참사, 흉기난동 등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게 된 일흔여덟 번째 경찰의 날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