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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0.13 17:40:52
  • 최종수정2014.01.12 15:55:25
지난 밤, 편백나무 숲에서 피톤치드로 샤워하고 보성의 시골 풍경에 취해 침상에 누웠다. 창(窓)을 열자, 일제히 몰려든 별빛과 달빛이 쏟아져 불 꺼진 방안이 일순 환해졌다. 방안으로 들어온 별빛 달빛은 그대로 머리맡 공기에 배어들어 새벽까지 이어졌으리. 그리고 절로 깨어진 아침은 그지없이 상쾌했다. 도심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이다.

오늘은 여수로 향한다. 가을 단풍이 먼저 도착하기 전, 먼저 향일암으로 길을 떠나본다. 아침나절 보성에서 출발해 여수에 도착하니 점심나절이다. 배가 출출하다. 여수에서 '해물한정식'을 못 먹어 보면 평생 후회한다고 한다. 해물한정식은 여수시청 부근 한일관(061-654-0091)이 꽤 유명하다.

'여수 해물한정식은 처음 찬 음식으로 시작해서 더운 음식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래야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오른 상은 찬 음식이다. 싱싱한 제철 해산물 스물 몇 가지로 차려지는데, 맛에 앞서 눈이 호사를 누린다. 하나하나 제철의 농익은 맛이 달았다. 두 번째 상은 따뜻한 음식이 나온다. 홍어삼합을 비롯해 능성어 구이탕수, 해물완자, 소불고기, 키조개관자 볶음 등이다. 따뜻한 기운이 몸에 들어가니 나른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상은 해물된장과 윤기가 도는 쌀밥 그리고 남도반찬 10가지가 추가로 나온다. 묵은 갓김치도 좋고, 전어 밤젓도 깊고 개운하다. 3인 이상일 경우 1인분에 2만원. 정식(특)은 3만 5천원이다.

오동도 가는 길

넉넉히 배를 채우고, 돌산도 7번 군도의 끝자락 임포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이 향일암으로 향하는 입구다. 돌산 갓김치와 미역, 온갖 건어물이 수북이 쌓여 있는 상가 사이로 난 길을 거슬러 오르면 일주문이 보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과 거대한 바위틈을 헤집고 낸 좁은 석문들을 지나오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간간히 보이는 바다풍경은 가쁜 호흡도 고단함도 금방 잊게 만든다.

좁은 향일암 해탈문

오르다보면 허리를 구부려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은 바위 문들이 수두룩하다. 이른바 '해탈문'이라고 부른다. 극락세상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겸손의 의미를 일깨워주려는 자연의 가르침인가. 몸을 낮추고 마음을 한껏 가다듬고 나서 문을 통과하니 바다가 한꺼번에 쏟아지듯 열린다. 향일암이다.

향일암

향일암은 아득한 바위 절벽에 아찔하게 앉아 있다. 바닷가 벼랑에 올라서 보라. 만경창파 쪽빛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내린다. 그 비워진 가슴에 푸른 파도와 하늘이 시원하게 차오른다. 발아래 아득한 절벽 사이로 원효 스님이 득도했다는 바위가 아슬아슬하게 바다 중턱에 걸려 있다.

향일암(向日庵) 부처

매일 아침 햇살로 세수 하신다

향일암 보살

매일 저녁 파도소리로 멱 감는다.

향일암 불청객

오늘 밤 별과 같이 잠자리한다.

- 박준영 詩 '향일암 부처'

향일암 원효스님 좌선대

향일암(向日庵)은 화엄사의 말사로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이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창건 당시에는 원통암(圓通庵)으로, 고려 때는 영구암(靈龜庵)으로 불렸다. 영구암은 섬모양이 거북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숙종 때부터 향일암으로 불리게 됐다.

조계사, 수덕사, 마곡사, 송광사, 불국사, 통도사 등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절 서른 세 곳을 일컬어 '33 관음도량'이라 한다. 특히 이 '33 관음도량' 중에서 푸른 바다에 인접한 절로 동해의 낙산사, 서해의 보문사, 그리고 남해의 보리암과 함께 향일암을 4대 관음도량으로 일컫는다. 고요한 바다풍경,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 그리고 푸른 바다에 하얀 선으로 긋고 지나는 어선들이 연출하는 향일암은 4대가 아닌, '1대 관음도량'이라 해도 가히 손색이 없다.

'맨발의 공원'

향일암을 내려오면서 먹는 막걸리는 제법 운치가 있다. 누룩 향을 머금은 예사롭지 않은 맛이다. 취기도 날릴 겸 가볍게 방문한 여수 오동도 '맨발의 공원'은 뜻밖에 횡재한 느낌이다. 산책길로 이보다 더 아름답고 경이로운 곳이 있을까. 가는 곳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 아닌 곳이 없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대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풍광이 그만이다.

오동도 분수공원

오동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동백열차를 타고 가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요금은 편도 500원이다. 숲길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면 음악분수가 지친 여정을 또 한 번 달래준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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