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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힐링여행 - 담양 죽녹원

바람의 거처, 대숲을 거닐다

  • 웹출고시간2013.07.21 17:41:01
  • 최종수정2014.01.12 15:58:48
대숲으로 간다

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자욱한 밤안개에 벌레소리 젖어 흐르고

벌레 소리에 푸른 달빛이 흐르고

신석정 / '대숲에 서서' 中

내 몸에 부딪히는 바람에서 그의 몸이 그대로 느껴진다. 눈을 감고 걸어도 좋겠다. 비 온 뒤, 눅눅한 기운을 담고 있는 바람이지만, 대숲은 몸과 마음을 한데 묶어 바람에 실려 보낸다. 잠시지만, 긴 대숲의 터널 붉은 황토 길이니 그대로 신발을 벗고 걸어도 좋겠다. 영화 '아바타'에서 숲의 정령을 만나려 머리카락을 숲의 뿌리에 연결하지 않았던가. 그러하듯이 대숲 정령의 감미로운 소리가 차가운 발바닥으로부터 청량한 물처럼 위로 솟구치는 느낌이다. 아, 이 청량감이란 무엇일까.

'솨~아'

대나무의 잎들이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도 있지만, 보드라운 땅의 살갗을 뚫고 나오는 어린 죽순이 커가는 소리도 들린다. 소리는 귀가 아닌 눈으로 듣는다. 죽순은 무려 하루에 30센티나 자란다니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실감난다.

죽림원의 절정은 비가 막 그친 뒤

망설였다. 출발하기 전, 간간히 내리는 여름비에 대숲 기행이라니,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죽녹원 대숲으로 들어가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맑고 뜨거운 여름에 오는 죽녹원도 좋겠지만, 비오는 날 촉촉하게 젖은 죽녹원은 색다른 맛을 일깨워준다. 젖은 바람은 마치 죽향(竹香)을 그릇에 담아 면전에 뿌린 듯 진하되 탁하지 않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완서 작가와 중국 여행길에서 담소를 나누던 중 작가가 "흐린 날, 죽녹원의 대나무 향기는 멀리 퍼지지 않고 낮게 깔려 맑은 날보다 더 강하다. 그래서 죽림원은 비온 뒤가 절정"이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제일 먼저 만나는 죽림원 테마 길은 '운수대통' 길이다. 그저 걷다보면 저절로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는 신비한 죽림(竹林)이다. 온통 총천연색의 홍수에 익숙하던 눈이 오직 푸른 대나무와 흙색의 길뿐이니, 눈도 절로 편안해진다. 댓잎에 맺힌 이슬에 투영된 동그란 빛들이 대숲을 뚫고 쏟아진다. 눈이 부셔도 좋은 순화된 빛살이었다.

뜻밖의 낯선 마을, 죽향체험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오면 모두 느긋해진다. 서둘러 걷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8가지 테마길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선비의 길, 추억의 샛길 등을 걷다 아이처럼 길을 잃었다. 길을 잃어도 좋은 곳이다 이곳은. 대나무 숲길을 천천히 걸으니 자연이 주는 풍광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서걱이는 대나무 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신묘한 음악처럼 들려온다. 이곳저곳 헤매다 뜻밖의 낯선 마을이 등장한다. 바로 죽향체험마을이다. 이 마을은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의 정자문화를 대표하는 면앙정과 송강정 등 정자와 판소리 체험이 가능한 우송당이 멋스럽다. 인기 TV 프로그램 1박2일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차안에도 내내 대나무 향이 가득했다. 대숲이 품은 결기와 푸름이 온 몸에 배어 오늘만큼은 그대로 지내고 싶었다. 비움으로써 단단해지는 무소유의 가치처럼, 때로는 곧은 성정 안에 거친 바람을 담아내는 그 넉넉함이 환청처럼 대숲의 소리로 다시 내 귀에 일렁이고 있다.

'솨~아'

쉼 없이 현실적 가치를 쫓는 우리의 삶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담양 죽녹원이 아닐까. 마디마디 비움으로 견고해지는 대나무의 올곧음과 언제나 바람길 서슴없이 내어주는 그 마음을 배우고 싶다.

주변 볼거리, 담양의 입맛 당기는 집


죽녹원에서 세속의 때를 깔끔하게 씻어내고 대숲의 향기로 가득 채웠다면, 강과 숲이 어우러진 관방제림(官防堤林)과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을 다녀오는 것이 금상첨화다. 담양 관방제(官防堤)는 담양시내를 흐르는 담양천의 저지대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선조 1648년 만들어진 제방이다. 관방제 주변에 나무를 심은 것은 철종 때인 1854년이다. 이곳 담양 사람들은 '관방제림을 거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듯 담양 5일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곳 담양에 오면 꼭 먹고 가는 음식이 있다. 바로 담양 떡갈비다.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대통 밥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담양 떡갈비는 갈비에 붙은 살을 다져 참숯에서 은근하게 구워낸 것이다. 한우에 적당히 야채를 섞어 넣으니 인공적인 단맛이 없고 감칠맛이 가득하다. 소갈비가 가진 고소함과 숯의 향이 빚어내는 맛의 조화는 먹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식사 후, 간식으로 내 온 국산 팥으로 만든 양갱도 별미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 죽녹원 가는 길 / 청원IC-호남고속도로-고창담양고속도로-담양IC(약 3시간 소요) / 주소 : '죽녹원(061-380-2680)' 전남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282
# 떡갈비 유명한 집 / 죽녹원 식당 (061-382-9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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