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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9.22 17:56:56
  • 최종수정2014.01.12 15:56:18

가을을 맞으러 떠나보자. 지금 가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아직 형형색색으로 물들지 않는 숲과 호수지만 막 가을 봉오리를 터트리기 직전의 풍경은 오롯이 대청호 숲에 펼쳐져 있다. 완연한 가을이 오기 전 대청호 숲은 깊고 그윽하다. 대청호에서 피어오른 물안개는 산책길에 쾌적한 서늘함을 제공해준다. 간간히 마주치는 연인(戀人)들의 어깨엔 벌써 가을이 묻어난다.


지친 몸과 마음이 무거울 때, 잠시 짬을 내서 대청호로 달려보시라. 영혼의 바람소리마저 자유로운 곳. 청주 지척의 거리에서 청정 숲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요즈음 숲의 가치는 오히려 설명이 구차할 지경이다. 나무가 뱉어낸 산소를 마시면 정신은 맑아진다. 또한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내뿜는 항균물질 피톤치드를 온 몸으로 쐬면 실제적 치유 효과가 탁월하다. 대청호 숲은 푸르고 고요하고 상쾌하다. 숲의 몸은 신선한 박하향이 나는 듯하다.

가을의 숲길은 명정하다. 잠시 헤엄쳐 보고 싶도록 맑게 갠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가을 옷을 입기 직전의 숲은 푸른 색 레이스 실에 은사를 섞어 촘촘히 짜서 만든 것처럼 눈부셨다. 도로의 바탕색은 더욱 선명하고, 풍경은 튀어 나올 듯 윤곽이 또렷해진다. 잠깐이지만, 가을 오후의 햇볕들이 기다렸다는 듯 반짝이며 여울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 대청호 숲은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곳곳에 포착된다. 숲길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푸른 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살(아, 햇살이 변해가고 있다)은 여름의 햇살과 확연히 다른 무엇이 있다. 가을의 햇살은 따가우면서도 그윽하다. 여름의 정염(情炎)이 가셔진 맑은 가을 햇살은 피부에 투명하게 부서진다. 조금의 눅눅함도 없는 햇살은 그대로 살갗을 타고 바닥에 떨어지면'타다닥'하고 소리가 날듯 투명하다.

댐 아래로 방류되는 하얀 물줄기 위로 백로들이 서로 부산하다. 물안개가 하늘로 치솟으면 아련한 그리움이 번져간다. 숲의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곧추 서 내 영혼의 귀를 가만히 열어준다. 그 귀로 들리는 정지용 시인의 시 한편 한편 읊조려 본다. 이런 풍광이라면 그 누가 시인이 되지 않겠는가.



산책로 곳곳에 자리 잡은 나무벤치는 고즈넉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근처에 새롭게 단장한 대청댐 휴게실에 원두커피점이 생겼다. 향이 깊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포장해 와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은 모두가 청청(靑靑)하지만, 풍광은 곧 가을의 알록달록한 문양으로 불쑥 얼굴을 내밀 것이다. 아무것도 담지 않고 무심히 흐르던 저 강물도 이제 곧 추색(秋色)이 깊어지면 노랗고 붉은 가을 단풍을 싣고 어디론가 먼 여행을 떠날 것이다. 대청호를 좀 더 곁에 두고 산책을 하고 싶다면 차를 문의 읍내 청남대 매표소에 주차하고 포장집 옆'낙엽거리'라고 쓴 팻말을 보고 걸어 들어가면 된다. 짤막한 호숫가 길이지만 대청호 물결을 손에 적실 듯 가까이 두고 오붓하게 걷는 맛은 색다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청남대(043-220-5683)를 들려보는 것도 좋다. 청남대는 남쪽에 있는'청와대'란 뜻이다. 1983년부터 20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휴양지로 이용했던 곳이다. 조경이 잘 돼 있어 널찍하고 깔끔한 공원을 떠올리게 한다. 청남대 입구부터 펼쳐지는 풍경은 대청호의 묘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요즈음은 사전에 예약하면 자가용으로 청남대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청남대로 들어가는 입구의 길로 드라이브하는 맛도 제법 좋다.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가 길을 열어주고 백합나무 사이로 보이는 대청호의 옥빛 물결은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쓰던 집기들과 초가정, 오각정 등 정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음악에 따라 춤을 추는 음악분수, 호수를 따라 걷는 산책로 또한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청남대 평일 관람시간은 9:00~18:00까지다. 휴관은 매주 월요일. 설날, 추석, 1월 1일은 쉰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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