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과 많이 다른 정치인 식 애도

2025.02.11 13:54:39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국민 트로트 가수로 사랑받던 송대관이 별세했다. 1946년생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공연무대를 누볐던 가수 송대관은 늘 활기차 보였지만 고인은 평소 지병을 안고 있었다고 한다. 수술을 세 차례 받고 호전된 듯했으나,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져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던 중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고령인 그가 건강을 돌보지 않고 왜 그리 무리한 일정을 강행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진행된 영결식에서 평소 송대관의 흉내를 잘 내던 후배 김수찬은 선배들의 요청에 '해뜰날'을 울먹이며 모창한 후 고인의 성대모사로 고인을 추모했다. 마지막 이별을 고하며 동료 가수들도 고인의 대표곡 '해뜰날'을 조가로 합창했다. 어떤 애도보다 더 애틋한 애도다.

동료와 후배, 국민들의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화제로 떠오른 것이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 박지원의 애도문이다. 박지원은 송대관의 타계 직후 페이스북에 애도의 글을 올렸다.

언론사마다 "대관아! 용서를 빈다"로 잡은 애도문의 기사 제목이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눈길을 잡는다. 도대체 고인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고인보다 연배가 높은 80대의 노인이 용서를 빈다는 말을 꺼냈을까.

"대관아! 어떻게 이렇게 황망하게 가느냐. 쨍하고 해뜰 날이 너였건만 너도 기어이 가는 구나"란 첫 문장은 두 사람의 사이를 짐작케 한다.

팔순을 앞에 두었다면 친동생에게도 공개적으로 너라고 부르기 힘든 법인데, 아마도 두 사람은 친 혈육보다 더 막역한 사이였었나 보다.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를 굳이 강조했을까 싶은 문장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홀 어머님께 그렇게 효도하고 (내가) 문화부 장관 때 어머님이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하시니 내 손을 잡고 눈물 글썽이며 '형님 감사합니다' 하던 너"라는 부분에 대한 여론이 우선 곱지 않았다.

이 말을 그대로 패러디 해 "문화부 장관 때 어머님이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하시니 내 손을 잡고 눈물 글썽이며 '형님 감사합니다'하던 너, 이 와중에 본인 공적 홍보하던 너"라며 불쾌해 하는 의견들이 분분한 것이다.

가수 송대관의 죽음에 숟가락을 얻어 자기가 장관이었다는 위세를 떤다거나, 자기가 준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받게 된 어머니의 아들이 눈물 글썽이며 자기에게 감사인사를 올렸다는 자랑질을 왜 하느냐는 반응도 빗발친다. 망자에게 대단히 큰 은전을 베푼 것처럼 으스댄다, 자기 홍보에 죽은 사람까지 이용하느냐는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용서를 빈다"는 표현도 꼬투리를 잡혔다. "내가 네 처를 야단쳤을 때 '형님, 대학 무용과 출신의 부유한 집에서 하찮은 저하나 보고 결혼, 자식들 낳고 길렀습니다. 저는 제 처를 절대 원망하지 않습니다'고 감싸면서 사랑을 표하던 너. 해외동포와 금전거래 시비보도에 내가 갚겠다고 나서자 형님 하며 울던 너" 등의 구차한 일화들을 나열했기 때문이다. 친한 동생의 처라도 잘못된 부분은 대놓고 야단치는 대쪽 같은 정의와 지인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 한 의리를 갖춘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한 셈이 아닌가.

두 사람의 친분이 남달랐음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선거에 도움을 받았던 박지원은 송대관 부부가 지난 2013년 캐나다 교포에게 부동산 투자를 권하며 3억여 원을 받아 편취한 사기혐의로 수사를 받았을 때, 마침 민주당 당직자였던 피해자에게 "송대관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해외동포와 금전거래 시비보도에 내가 갚겠다고 나서자 형님하며 울던 너'는 그 당시의 일을 다시 상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애도의 표현방식이 어떻든 사랑하는 이를 보낸 남아있는 자의 슬픔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광고처럼 올린 정치인의 애도문보다 영전에 바친 보통사람들의 노래 한곡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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