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패션정치

2024.01.16 14:45:12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패셔니스타다. 법무부 장관 지명 당시부터 그는 돋보이는 패션감각으로 단숨에 국민관심의 중심에 섰다. 그가 걸친 옷과 넥타이, 안경과 서류가방 등에 대한 문의가 넘쳐나더니 접어 올린 바지 단이나 타이를 매는 스타일링까지 주목을 받는 재미진 현상이 벌어졌다.

최근엔 한 위원장의 티셔츠가 화제다. 부산을 방문한 한동훈 위원장은 자갈치 시장과 BIFF 광장에서 시민들과 만나며 정장 대신 '1992 LIKE MOST' 문구가 새겨진 맨투맨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한 위원장은 1992년 LIKE MOST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고졸신인으로 1992년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를 우승으로 이끈 레전드 투수 염종석을 언급했다고 한다. 정치 신인인 한동훈이 신인투수 염종석처럼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올만한 맞춤형 티셔츠 연출이다.

연 그레이 바탕에 푸른색 문구를 새긴 평범한 티셔츠는 한동훈이 입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몰이 중이다. 옷을 선보인 다음날부터 바로 국내 패션 플랫폼의 티셔츠 실시간 랭킹 1위에 올랐고 주문이 폭주했다. 한 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식지 않는 한동훈 티셔츠의 열기로 인해 미처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티셔츠 생산업체는 넘치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식지 않는 한동훈 티셔츠의 열기

주문하는 이들이 품절을 걱정하며 구매문의를 하고 있으니 1992 한동훈 티셔츠의 '밴드왜건효과(bandwagon effect)'다.

악대차(樂隊車) 현상이라고도 부르는 밴드왜건효과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대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일컫는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을 보면 그것을 발견한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생각 없이 무리를 따라 붙게 되는데 그래서 편승효과라고도 한다.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는 속담대로 사람은 자기 주관보다 분위기에 젖어 소비를 할 때가 많다. 이처럼 분위기에 휩쓸려 남들 따라 소비를 하게 되는 소비행태가 '밴드왜건효과'에 의한 소비인데, 새 상품을 출시할 때 홍보에 공을 들이는 것도 밴드왜건을 쫓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입은 옷을 따라서 구매하는 행동처럼 특정 상품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타인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충동구매 등에 밴드왜건효과를 적용하지만 정치계에서도 이 현상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흔하다.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나 정당이 절대적 인기몰이를 하면 그 후보나 정당이 당연히 우세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유권자들에 의해 지지율이 쏠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런 효과를 선거 전략으로 삼는 것이 그 예다. 어느 집단이든 열성팬이 응집된 밴드왜건현상은 그 집단의 가치를 올리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때로는 옷이 사람을 만들기도

'톰 소여의 모험'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옷차림새에 예민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관심은 여성의 속옷에까지 영역을 넓혀 여성 브래지어의 후크를 발명하여 특허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옷맵시에 관심이 많았던 마크 트웨인은 "옷이 사람을 만든다. 옷을 못 입는 남자는 사회에서 아주 적은 영향력밖에 끼치지 못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때와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입을 줄 아는 센스가 힘이 될 수 있다는 충고일 게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옷이 때로는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규정하고 지배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옷이 사람을 입는다'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때로는 옷이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한동훈 티셔츠의 밴드왜건효과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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