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이승훈 전 시장 부인의 시장 도전

2017.12.17 14:22:29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이승훈 전 시장 부인 천혜숙씨가 내년 6월 치러지는 청주시장 선거에 출마를 결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중도 하차한 남편을 대신한 행보로 여겨진다.

그러나 천씨는 남편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제, 국제문제 전문가로서 시정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출마하겠다'는 것이 천씨의 변이다.

당사자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펄쩍 뛰지만 전 시장 부인의 출마가 형을 받고 물러난 남편에 대한 한풀이로 비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의 여론도 썩 고운 편이 아니다.

부인의 출마에 대한 이승훈 전 시장의 생각은 벌써부터 정리됐던 일 같다. 이 전 시장은 주변에서 부인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식의 우회적 발언을 내비쳐 왔다.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된 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선 '이승훈 부인으로 알려진 것이 부담이지만 능력이 탁월하며 충분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 자랑했다.

최근 천씨의 움직임은 어느 정치인보다도 재바르다. 남편의 대법원 확정 판결 다음날 그는 청주시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자신을 알렸다. 이틀 뒤엔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충북 보육인 대회'를 찾아 참석자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보통 부인이라면 낙심한 남편의 심기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을 상황인데 권력의지가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남편을 대신해 부인이 대리 출마한 정치인 아내는 선거 때마다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대구 수성 갑 박철언 전 의원의 부인 현경자 전 의원, 서울 도봉 갑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의원 그리고 경기 안성 고 심규섭 전 의원의 부인 김선미 전 의원 등이다. 인재근 의원과 김선미 전 의원은 남편이 타계한 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박철언씨의 부인 현경자 전 의원은 남편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투옥된 뒤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1994년 재보궐선거에 대리 출마했다. 경남 출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구 경북을 홀대했다'는 지역정서에 힘입어 당선된 현씨는 2년 뒤 치러진 15대 총선 때 남편에게 지역구를 반환한다. 절묘한 바통터치였다.

노희찬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도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대리 출마했던 부인들 중의 한사람이다. 노동운동가인 김지선씨는 2013년 노희찬 의원이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자 남편대신 노원 병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지역민들은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년 시장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이승훈 전 시장의 부인 천혜숙씨와 가장 비슷한 케이스가 노회찬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다.

두 사람 모두 남편 못지않게 자기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라는 점이 우선 닮았다. 천혜숙씨는 현재 대학의 석좌교수며 김지선씨는 알려진 노동운동가다. 남편의 대리인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점도 흡사하다.

노원 병의 주민들은 '사회적 약자가 존중받고 더 정의롭고 인간적인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신념과 이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따른 것'이라며 출마했던 김지선씨를 능력 있는 전문가로 봐주지 않았다.

김지선씨의 입장에선 답답했겠지만 그녀는 김지선이 아닌 노회찬 부인으로 불렸다. 주민들은 '왜 하필 부인이냐' '지역구를 세습하려는 거냐'라며 노골적으로 불쾌해 했다.

대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할지라도 부인을 당선시켜 잘못을 심판해 달라는 호소는 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노회찬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부인의 당선이 아니라 자신의 결석으로 인한 노원 병 주민들의 피해라는 질책이 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거판에 뛰어든 후보자는 누구나 자신이 꼭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에 차있다. 그래서 들리는 것이 아닌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이는 것이 아닌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우를 범한다.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눈엔 듣는 약이 없어 보이는 감투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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