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인기를 누린 대만 드라마 '판관 포청천'은 북송의 강직한 관리였던 '포증'의 이야기다. 청백리 포증은 많은 문학작품에 등장했는데, 장편소설 '칠협오의(七俠五義)'를 텔레비전 드라마로 재구성한 '판관 포청천'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포청천의 통쾌한 판결을 다룬 드라마의 구성은 비교적 단순하다.
북송의 천하 제1관청 개봉부에 억울한 사람이 찾아오면 판관 포증이 수사하여 진상을 밝힌다. 극악무도한 죄인을 처단할 때 포증은 거친 물건을 자르도록 만든 칼인 작두로 목을 베는 무시무시한 '작두형'을 내렸다.
작두형은 실제로 중국에서 행해졌던 사형방법이다. 포청천은 신분의 귀천이나 성별, 친분 등을 가리지 않고 죄에 따라 공정히 사형을 집행했다. 죄질이 나빠 도저히 용서 못할 중죄인은 가차 없이 작두형으로 다스렸다.
드라마 판관 포청전에서는 작두로 죄인의 목을 잘랐지만 당시 작두형을 받은 중죄인은 목이 아닌 허리를 자르는 요참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드라마가 아닌 실제 포증이 내린 작두형도 요참형이었을 것이다.
죄인의 신분에 따라서 작두의 형태가 달랐다. 평민이나 천민은 개(犬)작두, 일반 관리는 호(虎)작두, 황족과 귀족은 용(龍)작두로 처형했다. 개작두나 호작두에 비해 용작두는 모양과 문양이 화려했는데, 작두의 재료도 차별을 두어 용작두는 황금, 호작두는 은, 개작두는 흑단으로 만들었다. 처형된 죄인의 몸을 담는 그릇도 신분에 따라 달랐다. 용작두로 처형한 귀족의 몸은 황금 대야에 담았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개작두로 죽는 것은 엄청난 치욕이었나 보다. 개작두로 처형하라는 판결을 받은 대역 죄인이 제발 용작두로 죽여 달라 몸부림치는 희한한 장면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다.
죄가 밝혀지면 포청천은 "작두를 올리라" 호령했다. 드라마에 심취했던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개작두를 대령하라' 소리치며 뛰어다닐 만큼 열기가 대단했던 작두의 인기는 드라마 포청천 종영되면서 함께 기억 저편으로 밀려났다.
작두는 한약재나 짚단 등을 쉽게 자르기 위해 만든 도구다. 앙증맞은 사이즈로 사진관에서 사진을 자를 때 쓰는 작두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두는 날이 칼보다 길고 투박하다. 작두 틀에 고정된 작두날로 거친 물건을 힘들지 않게 자를 수 있지만 깊은 상처를 입기 쉬워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작두는 무속인을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날 선 작두위에 맨발로 서있어도 멀쩡한 무당을 보며 굿판에 모인 사람들은 신령함에 감탄한다. 그래서 앞일을 신통히 잘 맞추는 사람에게 '작두를 탄다'는 말로 놀라움을 표하게 됐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작두를 탄 것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거의 비슷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탄핵안이 부결될 것이라 발언했던 유시민은 2차 탄핵 표결 하루 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51대 49 가결'을 예측했다. 지난 6월 발간한 저서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통해서도 윤석열을 탄핵하려면 야당 국회의원 전원과 적지 않은 여당 국회의원이 가세해야 한다며 '열 명은 넘어야 한다'고 했다.
탄핵에 합류할 여당의원 일부에 대해 '인기 없는 대통령을 패대기쳐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차기 대선을 노리는 야심가들은 냉정하게 선을 그을 것'이라고 한 유시민의 생각은 딱 맞아 떨어졌다.
작두 위에서 발을 움직이지만 않으면 작두 타기는 누구나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작두날 위에서 움직이게 되면 짧은 접점에 압력이 집중되어 절삭 효과가 생기지만 날과 평행으로 발을 대고 있으면 압력이 분산되는 원리란다.
그러나 압력의 분산을 입증하려 작두날 위에 올라갈 용기는 쉽지 않다. 작두를 탔다 쳐도 무서운 작두날을 밟고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다치지 않는다. 여간 모질고 대찬 성정이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