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책임이 더 크다

2024.04.16 14:09:15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김경율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이 총선 패배의 책임에 대해 '당 지도부보다 대통령실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총선 참패 이후 부쩍 참견이 심해진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통령 책임론에 펄쩍 뛰고 있다.

선거 참패를 당의 책임이 아닌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면 범여권 전체가 대혼란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우려가 대통령 책임론에 대한 홍시장의 입장이다. 대통령을 비호하는 그가 노골적으로 책임을 묻는 인물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자신을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선거를 말아 먹었다는 비아냥으로 포문을 열더니 '전략도 없고 메시지도 없는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 홀로 대권놀이를 한 것'이라며 연일 한동훈만 공격하는 홍준표의 의중이 의아하다.

***홍준표는 왜 한동훈만 공격할까

윤 대통령이야 우리 당에 들어와 정권교체도 해주고 지방선거도 대승하게 해주었지만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준 한동훈이 무슨 염치로 여당 비대위원장이 됐냐면서 '내가 당에 있는 한 그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외친 홍준표의 격앙된 목소리는 한동훈에 대한 강한 견제로 비쳐진다. '나 홀로 대권놀이'라는 표현에선 대권놀이에서 소외된 홍준표의 아쉬움이 읽혀져 짠한 마음도 든다.

한동훈에 대한 거친 비난이 차기 대권 경쟁자를 쳐 내려는 행동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생각 없고 어처구니없는 망발'이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으나 홍시장의 반박은 설득력이 없다. 지나친 대통령 감싸 안기도 석연치 않다.

바람난 남편에 대한 나라 별 부인의 대처법이 다르단다. 상대 여자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단순한 프랑스 부인은 남편의 정부를 죽인다. 옆 나라인 이탈리아 부인은 프랑스 부인보다 이성적인가 보다. 해서, 남편의 책임을 물어 남편을 죽인다.

다혈질인 스페인 부인은 불문곡직하고 둘 다 죽인다. 자책형인 독일 부인은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영국 부인은 모른 척한다. 타산적인 미국 부인은 일단 변호사를 물색한다.

다음은 아시아 부인편이다. 유순한 일본 부인은 남편의 정부를 만나 헤어져 달라고 사정한다. 대범한 중국 부인은 같이 바람을 피운다. 우리나라 부인이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대통령 책임이라며 시위한다'가 답이다. 웃자고 지어낸 이야기지만 각 나라의 국민성이 그럴듯하게 녹아있다.

***불통의 책임을 통감해야

날이 가물어도, 태풍이 불어도, 산불이 나도, 남의 나라 전쟁 때문에 유가가 올라도 모두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한국식 생떼 여론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선거 결과가 대통령 지지율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점도 대통령책임론에 힘을 싣게 만든다. 선거당시 36% 정도였던 대통령 지지율에 국회의원 의석수 300명을 곱하면 위성 정당인 국민의 미래 당선 의석수를 포함한 국민의 힘 의석수 108명과 오차 없이 일치한다. 소름 돋는 결과다.

총선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을 묻는 질문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그 책임이 온전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있지 않음을 대통령실은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중 실시된 이번 총선이 현 정권을 심판하는 의미가 있음을 알았을 텐데도 국민의 정서를 외면하고 소통하지 않은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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