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머니에 그 아들

2024.08.06 14:43:53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이번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김원호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의 아들이다. 길 감독은 1995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에 이어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거머쥔 배드민턴계의 슈퍼스타였다.

28년 전 올림픽 메달의 영광을 조국에 바쳤던 어머니에 이어 아들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길영아, 김원호' 모자는 '모자 올림픽 메달리스트 1호'라는 쾌거를 이뤘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한다(The apple doesn't fall far from the tree) 그래서 그 아버지에 그 아들(like father, like son)이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이들의 경우엔 그 어머니에 그 아들(like mother, like son)로 바꿔 써야 맞는 말이겠다.

부모의 재능이 자녀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히 스포츠계에서 재능의 대물림이 흔하게 목격된다. 타고난 신체적 조건이 우선 받쳐줘야 하는 스포츠의 특성상 부모로부터 운동능력과 함께 뛰어난 신체조건을 물려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대표적인 예로 '야구 천재, 종범신, 바람의 아들'로 활약하던 '이종범'의 우수한 유전자를 이어받은 야구신동으로 마이크 트라웃, 오타니 쇼헤이와 비교되는 최고의 야구선수 '이정후' 부자가 부러움을 사고 있다.

NBA에서 활약했던 '스티브 내시'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캐나다 국적의 농구선수다. NBA 역사상 180 클럽을 4차례나 달성했으며 이중 3번은 3시즌 연속 기록을 달성한 샤프슈터로 두 차례나 MVP로 선정됐다.

축구선수집안에서 자란 그는 열두 살이 되서야 농구를 시작했다. 스포츠계에 입문하는 대다수의 미국 소년들은 만4살인 유치원 때부터 체계적인 지도를 받거나 유소년 리그에 참가하는 등 조기교육에 공을 들인다고 한다.

또래들에 비해 스티브 내시는 한참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8년 정도 시작이 늦었던 스티브 내시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닌가하는 우려와는 달리 금방 또래 선수들과 섞일 수 있었고, 오래지않아 기량을 인정받고 최고 선수로 뽑히게 됐다.

축구선수집안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스티브는 농구선수로 성공한 후, 스포츠를 잘하는 특별한 능력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다면 어떤 종목에든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부모가 활동한 종목의 스포츠에 입문하여 성과를 거두는 것이 훨씬 수월하겠지만, 우수한 스포츠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어떤 종목을 선택하더라도 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스위스 출생의 테니스 선수로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과 함께 21세기 남자 테니스계의 황금기를 이끈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는 소년시절 배드민턴, 농구, 축구선수를 모두 거쳤고, 자메이카의 육상선수로 육상 100m와 200m 세계 신기록 보유자며 축구선수로도 유명한 우사인 볼트의 어릴 적 희망은 크리켓 선수였다고 한다.

스포츠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 재능을 연마하는 1만 시간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이론이 있다. 이름 하여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으로, 1993년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하면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매진할 경우 3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겨우 매일 3시간씩 10년이나 하루 10시간씩 3년 정도의 노력으로 전문가 소릴 들을 수 있다는 이론은 당치않은 주장으로 여겨진다.

스포츠의 수련과정을 단련(鍛鍊)이라고 한다.

"천일의 연습을 단(鍛), 만일의 연습을 련(鍊)이라 하는데, 이 단련이 있고서야 비로소 승리를 기대할 수가 있다. 승리에 우연은 없다." 극진공수도의 창시자 최배달 선생의 뼈 때리는 가르침이다.

천단만련(千鍛萬鍊)의 혹독한 수련을 재능에 갈아 넣어 '모자 올림픽 메달리스트 1호'의 영예를 안은 '길영아, 김원호' 모자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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