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기념 우표첩이 추가 발행된다. 역대 대통령 최초다. 이쯤 되면 대통령우표첩 사재기를 열풍 수준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우표첩과 함께 문대통령의 취임 기념우표 역시 이틀 만에 완판 됐다. 물론 역대 대통령의 취임기념우표 대부분이 완판 되기는 했지만 최단시간 완판기록이다.
모든 대통령이 취임기념우표를 발행했던 것은 아니다. 4·19혁명 후 취임한 제4대 윤보선 대통령은 취임기념우표대신 새싹과 혁명 학생들을 우표에 담은 새 정부수립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대통령 취임기념우표와 우표첩의 인기는 투자가치에 대한 기대가 한몫했다. 지지하는 대통령의 기념우표를 소장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단 소문이 돌며 인터넷 우체국의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일어나는 북새통을 치른 것이다.
대통령 우표의 가격은 희소가치와 발행연도, 대통령의 인기도 등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현재 가장 고가로 거래되는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는 1948년 8월, 5만매가 발행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취임기념 우표다.
액면가 5원인 이 우표는 사단법인 한국우표상협회가 산정한 평가액 기준 70만 원으로 우표수집 커뮤니티 등에서 장당 30만 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단다. 놀라운 가격상승이다.
취임우표의 거래가격으로 대통령의 인기도를 가늠하는 것도 재미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취임우표가 500원, 김대중 전 대통령은 400원, 이명박 전 대통령은 500원대로 거래되는데 비해 노태우 대통령의 우표는 2천 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우표는 1천 원대에 거래된다고 한다.
노태우 대통령의 취임 우표 가격이 높은 것은 발행 매수가 300만장으로 다른 대통령에 비해 적었기 때문이다. 노무현대통령의 발행매수는 700만 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기념우표도 2천 원 정도의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218만 장밖에 발행하지 않은 터라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대통령 우표를 취임 때 단 한 번만 발행한 대통령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예가 계승되어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한 후임 대통령들은 기념우표 발행을 취임 시 한 번으로 끝냈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기념우표 외에 노벨 평화상수상 기념우표를 더 발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 우표첩을 예약자 전원에게 돌아가도록 추가 발행하기로 결정하자 기념우표첩의 프리미엄이 수그러들고 있다고 한다. 수요가 폭발적이다 보니 기념우표를 발매했던 지난 17일엔 당장 몇 배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었다. 정식 판매가는 2만3천 원이었으나 20만 원 정도에도 쉽게 팔릴 만큼 사재기 열풍이 뜨거웠다.
취임우표 이외에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남발됐던 대통령 관련 각종 기념우표는 시간이 지나며 거래 자체가 정지된 상태다. 재임 기간 중에 47번이나 우표를 발행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우표들은 100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우표상에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는 말이 돌 정도로 천덕꾸러기가 됐다. 이러다간 대량구매했던 기념우표를 폐지로 파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
우표 수집을 취미의 왕이라고 한다. 적은 돈으로 어릴 때부터 시작이 가능한데다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자연, 역사 등 시대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서다.
사망한 후 모나코가 추모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던 미국의 대통령 루즈벨트는 이름난 우표 수집광이었다. 그는 "우표에서 배운 것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는 명언을 남겼다.
기념우표 안에서 하나같이 웃고 있는 역대 대통령의 얼굴을 보며 루즈벨트 대통령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본다. 대통령 취임기념우표가 발행될 시점에서 인기가 없던 대통령은 단 한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