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대마왕 이명희의 황금빛 갑질 인생

2018.04.22 13:39:58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은 언니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갑질을 답습한 망동이다. 그래서 더 놀랍다. 오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안하무인격 행적 또한 여동생들에게 밀리지 않는 클래스였다.

지난 2000년 교통법규 위반 후 단속 경찰관을 치고 달아나 말썽이 됐던 그는 2005년엔 난폭운전을 항의하던 70대 할머니를 떠밀어 도로에 넘어뜨렸다. 190cm 거구의 조원태에게 사과대신 봉변을 당한 할머니는 아기까지 안고 있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거슬린다고 느끼면 바로 폭행과 쌍욕을 날리는 대단한 삼남매의 행동이 그들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판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조 갑질 대마왕 이명희씨의 아주 특별한 갑질 인생이 조명을 받고 있다.

이명희는 이재철 전 중앙대 총장의 장녀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그녀는 1973년 군을 막 제대한 조양호 현 회장과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당시 이명희의 부친 이재철씨는 교통부 차관이었다.

정경유착이란 눈총을 받으며 항공 정책을 총괄하는 교통부 차관과 사돈이 된 대한항공은 장남 혼사 이후 거칠 것 없이 성장했다. 그룹 내에서 공식 직함이 없는 이명희가 왕 회장으로 군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버지의 배경 때문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

아무튼 좋은 아버지를 만나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재벌가의 안주인으로 산 복 많은 여인이 이명희다. 어려운 것을 모르고 자란 사람들은 대체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여리고 순한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명희는 우리가 상상하는 마님의 이미지를 모두 깨버렸다. 작은 다툼에도 심장이 뛰고 어지러워 기운이 빠지는 평범한 사람은 감히 흉내도 못 낼 폭언과 욕설이 이명희에겐 에너지의 원천이었나 싶다.

한진그룹 임직원들은 회장 부인 이명희를 '미세스 와이'라는 '코드명'으로 칭한다고 한다. 조양호 회장 코드명인 'DDY'에서 Y를 따고 그 앞에 결혼한 여성을 뜻하는 '미세스(Mrs.)'를 붙여 만들었는데 임직원들은 '미세스 와이'의 도를 넘은 경영 간섭을 한진그룹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고 한다.

'미세스 와이'는 호텔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호텔 담당 임원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5, 60대 회사 임원들을 주말에 호출해 집안일을 시켰다.

최고로 어이없게 알려진 횡포는 직원의 외모에 대한 비하다. 조씨 일가는 직원이 못생겨서 자기들 눈에 거슬린다며 시말서를 쓰게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항간에선 '설마 그 직원이 자기들 보다 거슬리게 생기기야 했겠냐'라는 조소가 돌고 있다.

그런데 외모에 대한 시말서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궁금증이 솟는다. 잘못한 일에 대한 경위서가 시말서다. 고 이주일 코미디언의 유행어처럼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써야 했을까.

모멸감에 일을 그만 둔 직원들이 이명희를 가리켜 하루를 욕으로 여는 사람으로 증언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녀에게 XX놈 개XX는 욕이 아닌 아랫사람을 부르는 평범한 호칭이었나 보다.

퇴직한 대한항공의 한 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씨 일가의 만행을 증언하며 '물 뿌리기 갑질'로 공분을 사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쇳소리 패악질은 조 전무의 모친인 '미세스 와이'의 행실을 어렸을 때부터 학습한 결과라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 안하무인 회장과 딸이 나온다. 그 두 사람의 극중 이름이 노양호 회장과 노명희 대표였는데,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가 밝혀지며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름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에선 종처럼 설움 받던 여 집사가 일을 그만두며 안주인 명희의 머리채를 잡는 장면이 있었다. 핵 사이다라며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던 명장면은 오직 드라마 속에서만 가능한 상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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