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11일 오전 청주의 하늘에 3개의 태양이 떴다. 비록 카메라 렌즈 '플레어 현상'이지만, 현재의 시국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소재로는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된 한 글이 화제다.
콜로라도 주의 산 한 봉우리에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었다.
그 나무는 400여 년간 열 네번이나 벼락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았으며, 수많은 눈사태와 폭풍우를 이겨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나무가 쓰러진 까닭은 바로 딱정벌레 떼가 나무속을 파먹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에도 시들지 않고 폭풍과 벼락을 견뎌온 그 거목이,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죽일 수 있는 작은 벌레들에게 쓰러지고 만 것이다.
우리도 이 거목처럼 인생의 폭풍우와 눈사태와 벼락은 이겨내면서도, '근심'이라는 벌레에게 우리의 심장을 갉아 먹히고 있지는 않는가. 그만큼 걱정과 근심은 우리를 파괴한다.
일본 왕실의 서자로 태어나 우리나라의 원효대사 만큼 유명한 스님이 된 이큐 스님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일을 불안해하는 제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이것을 열어봐라. 조금 어렵다고 열어봐서는 안 된다. 정말 힘들 때, 그때 열어봐라."
세월이 흐른 뒤 사찰에 큰 문제가 발생해 승려들은 마침내 이큐 스님의 편지를 열어볼 때가 왔다고 결정하고 편지를 열어보았더니, 거기엔 이렇게 단 한 마디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이큐스님은 평소 "근심하지 마라. 받아야 할 일은 받아야 하고, 치러야 할 일은 치러야 한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이렇게 한 마디로 집약해 놓은 것이다.
어쩌면 늘 걱정하는 일조차도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닐지 모른다.
/ 김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