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형님이 바람에서 돌아오신 후 하신 일

2014.10.22 16:55:12

조동욱

충북도립대학 교수

요즘 동창회 가끔 나간다. 이유 인 즉 나는 나이에 비해 10년은 젊어 보여 다 늙어빠진 친구들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껴보고 싶어 그렇다. 정말 많이 늙은 친구는 머리 까지고 70은 족히 넘어 보인다.

'아..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이런 친구들을 볼 때 마다 얼마나 기분이 째지는 지 주일에 감사헌금 듬뿍 내곤 한다. 그런데 외모를 제외하고 상당수 친구들의 공통점은 사실 이젠 연식이 60이 다 되어서 그런 지 깜빡 깜빡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친구 녀석이 다음과 같은 글을 메일로 보내왔다. 깜빡이의 종결편이다.

"어느새 ~~ 내가 요즘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어이없는 웃음을 얻는다. 회갑잔치가 기억이 안 나서 육순, 회갑이 겹쳐서 '육갑잔치 잘 치루셨어요·'라고 말하고, 아이스크림 사러가서는 '설레임'이 기억이 안 나서 '아줌마, 망설임 주세요' 한다. 그리고 은행에 통장 재발행 하러 가서 '이거 재개발 해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나. 더 나아가 '울 부모님은 한 살 차이신데요'라고 해야 하는걸 '울 부모님은 연년생이세요'라고 한다.

친구 집에 갔는데 그 부인이 '포크레인먹더라' 콘 프레이크였는데. 소보루빵 사러 빵집을 갔는데 주인아저씨 얼굴이 심한 곰보 인 것을 보고 갑자기 당황하여'소보루 아저씨, 곰보빵 주세요'. 식물 인간된 사람 병문안을 갔는데 식물인간이란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아드님이 야채인간이 되셨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커피 전문점 앞에서 한참 아프리카 얘기를 하다가 커피를 시키면서, '아프리카노 한 잔이요' 누구랑 전화통화 하다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이며.'나 핸드폰 없어졌다!! 좀 있다 통화하자'" 이 글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연식은 못 속인다고..그건 그렇고 생전 바람 한 번 안 피우다가 70 넘어 늦바람이 나서 온 집안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 놓았던 내 큰 형님이 형수님 품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늘그막에 큰 형수님 속을 그리도 썩이더니 이제라도 가정으로 돌아오셨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그 큰 형님이 나에게 카톡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오셨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웃으라고 하면서.. " 라면'과 '참기름'이 싸웠습니다.

얼마 후 라면과 참기름이 경찰서에 모두 함께 잡혀갔습니다. 왜 잡혔을까요· '참기름'이 '고소해서', 이윽고 참기름도 끌려갔습니다. 왜 끌려갔을까요? <라면>이 < 다 불어서>, 구경하던 '김밥'도 잡혀갔습니다. 왜? <말려서>, 소식을 들은 '아이스크림'이 경찰서로 면회를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왜? <차가와서>. 이 소식을 들은 '스프'가 졸도했습니다. 왜? 국물이 <쫄아서>, 덩달아 '달걀'도 잡혀갔습니다. 왜? <후라이 쳐서>, 재수 없게 '꽈배기'도 걸려들었습니다. 왜? 일이 <꼬여서>, 아무 상관도 없는 식초도 일을 다 망쳐버렸습니다. 왜? <초쳐서>,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소금' 때문이랍니다. 왜? (처음부터) 소금이 <다 짠 거>랍니다. 그리구나서 결국 '고구마'가 모두 다 해결했습니다. 어떻게? <구워삶아서> " 친절하게 이런 글을 보내 주는 것을 보니 바람이 끝나긴 끝 난 것 같다. 하기사 큰 형수님에게 요즘 '자기야'라고 부른단다..에고, 징그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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