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이놈의 보이스피싱 정치

2012.05.30 18:00:32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니 '보이스피싱'이란 제목의 글이 있어 이를 읽고 놀라 충북일보 독자권익위원으로 독자 분들에 대한 거룩한 충성심에 이런 사기를 당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토씨 하나 안 고치고 이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요즘 보이스피싱의 피해에 대해 적잖이 듣게 된다. 하지만 나는 보이스피싱의 피해가 정작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얼마나 얼쳤으면 사기를 당할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이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사기를 치는 사람들의 수법이 얼마나 지능적이고 치밀한지를 경험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 오후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월명산농원이죠?", '네,·그렇습니다', "사과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가능하십니까?", '네. 가능 합니다'. 이렇게 해서 4만원짜리 10박스를 주문했다.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꼼꼼히 알려준 것은 물론이며 직원들한테 선물로 줄 것이니 맛있는 사과로 잘 부탁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을 하고 어떻게 해서 월명산농원을 알았느냐고 물어 봤다. 그랬더니 홈페이지를 보고 전화를 하는 거라 했다. 그러면서 농협통장으로 보내면 되죠· 라고 했다. 이미 내 통장번호도 알고 있었다(그거야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알게 되는 일이지만). 그리고 잠시 후 내 스마트폰에 문자가 떴다. 농협 대표전화 15882100으로 주문자의 이름과 함께. 그런데 열 박스 값 40만원이 아닌 400만원이 입금 되었다(입출금 문자 서비스를 등록해 놓았기 때문에 통장 거래가 되면 곧바로 문자로 받아 본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웬 돈을 그리 많이 넣으셨어요? 사십만 원이 아닌 사백만원이 입금 되었네요?',"아. 그래요? 집사람 시켰더니 잘못 입금 했나 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360만원 바로 입금 할 테니 통장 번호 부르세요.', "고맙습니다. 우체국 XXX입니다." 알겠다고 했더니 "보내시고 전화주세요" 라고 했다. 여기까지 나는 100% 순수했다. 인터넷뱅킹을 하려고 즉시이체를 누르니 잔고 부족이 나왔다. 방금 사백만원이 입금 되었고 360만원을 이체 하려는데 잔고 부족이라니? 그래서 입금 조회를 해보니 통장에 입금 기록이 없었다. 분명 입금되었다고 문자 떴는데 이상 하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입금 기록이 없네요? 어떻게 된 거죠?',"네에~ 집사람이 수표로 입금했는데 잘못 보낸 거라고 은행 측에 얘기해서 바로 입금취소 시켰다고 합니다. 바로 넣어 드릴께요", '그래요? 알았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하니 그제사 사태파악이 된다. 내가 사기를 당할 뻔 했구나. 통장에 입금 확인도 안하고 덥석 즉시이체를 했으니…. 통장에 잔고가 있었다면 100% 360만원이 빠져 나갔을 상황이다. 이런….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다니. 나, 금융기관에서 일했던 사람 맞아? 이 글을 읽다보니 정말 나도 이 상황이었다면 그대로 사기를 당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사 이런 치밀하고 악랄한 보이스피싱이 어디 사기꾼들에게만 있을 까· 정치권도 똑같지 않을까? 민초들이 속아 넘어 가게끔 끊임없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방식으로 민초들 표를 사기 쳐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것이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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