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가 되었나 보다. 풀밭에 이슬이 잔뜩 맺힌 걸 보면. 어느 날은 바위틈 버섯이 까치발로 서 있다. 목백일홍에 올라앉은 이슬은 분홍여울로, 소나무에 맺힌 이슬은 초록비로 쏟아질 듯하다. 이슬떨이로 툭툭 칠 때마다 바짓단이 흠뻑 젖는다. 이슬이라고 부르면 입 속에 동그란 뭔가가 맺히는 것 같다. 날아가는 산새와 실바람소리도 묻어날 법하다. 진주이슬이라고 부르면 될 성 싶다. 누군가 밤새 둥글린 거라고 생각하면 참 예쁜 보석이다. 부끄러워서 몰래몰래 내려왔을 것이다. 누가 볼까 봐 가만가만 흩뿌렸을 텐데 뜰 가득 맺히면서 들통이 나 버렸던 것. 어떻게 그렇게 하얀 이슬인지 탐색해 본다. 우리 집 잔디밭만 봐도 온종일 파란 하늘을 이고 있었다. 어느 날은 징검다리처럼 떠가는 수제비 구름과 날아갈듯 새털이불에 초원의 양떼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 집은 또 언덕바지에 있으니 뾰족지붕에 걸쳐 있던 구름에서 왈칵 쏟아졌는지도 몰라. 고여 있는 물은 파랗지만 파도가 치면 하얗게 보이듯 파란 하늘도 낱낱 부서지면서 새하얀 이슬로 아롱졌다. 그 이슬 받아 하루하루 가을로 영근다. 가을도 물들이는 계절이었으니까. 풀밭에서 이슬내리기염으로 시작할 때는 모르겠더
2009년쯤으로 기억한다. 모 대학교에서 장애인복지학을 강의할 때 수어통역사의 지원을 받아 강의를 듣던 청각장애 여학생이 있었다. 학업에 대한 성취욕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역시나 졸업 후에 재활복지 특성화 대학교에 편입하여 장애인복지 관련학을 전공한 것을 SNS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그의 SNS을 보다가 그의 '청각장애인 보조견'이 차별을 받게 된 사연을 알게 되었다. 내용인즉 대형 항공사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탑승이 가능하지만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안된다며 탑승을 거부하는 불편한 현실에 대한 사연이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는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은 장애인 보조견 하면 '시각장애인 안내견'에만 익숙해져 있지 '청각장애인 보조견'과 같이 다른 장애인 보조견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지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장
가을비가 내린다. 너무 조용히 내려서 창문을 닫으면 비가 오는지 알 수 없다. 책장에서 뽑은 시집 속에도 비가 온다. 누군가의 기억은 다른 이의 기억과 겹치며 몽상을 향한다. 시를 읽으며 시인의 시간이 다른 시간을 낳는 걸 경험한다. 그건 꺼진 장작불 속에서 찾아낸 불티처럼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몽상이다. 저 난장이 병정들은 소리도 없이 보슬비를 타고 어디서 어디서 내려오는가 시방 곱게 잠이 든 내 누이 어릴 때 걸린 소아마비로 하반신을 못 쓰는 내 누이를 꿈결과 함께 들것에 실어 소리도 없이 아주 아늑하게 마법의 성으로 실어 가는가 ─ 김명수, 「세우 細雨」전문 (시집 월식 月蝕, 민음사 1980) 비교적 짧은 시이지만 시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용히 내리는 보슬비를 보며 화자는 비의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키 작은 병정들을 연상한다. 표면상 비가 병정들을 데리고 오지만 이미지상 '비와 난장이 병정'은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곱게 잠든 누이는' 소아마비로 '하반신을 못 쓰는' 환자다. 화자는 병정들이 걷지 못하는 누이를 '마법의 성'으로 데려가는 환상에 젖는다. 그 성에 가면 마법으로 치유한 누이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기어코 내치겠단다. 육군사관학교 교내의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 말이다. 국방부는 반대 여론에도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철거하고 김좌진 장군, 지청천 장군, 이범석 장군, 이회영 선생의 흉상은 육사 내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겠다고 한다. 국방부 청사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도 철거한단다. 총리는 한술 더 떠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명칭도 바꾸겠다고 한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국군의 뿌리는 항일의병과 신흥무관학교, 독립군, 광복군으로 우리 독립투쟁의 역사와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유로 공산주의 활동 경력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사실과 평가를 왜곡한 것에 불과하다.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공산당에 가입했으나 독립운동의 일환이고 자신과 함께 싸웠던 독립군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당시 소련은 미국과 함께 일본과 맞서 싸운 연합국의 일원이었다. 홍범도 장군은 해방 이전인 1943년에 순국했으며 김일성 정권 수립이나 한국전쟁과는 무관하다. 아내와 두 아들 모두 독립전쟁에서 희생됐고…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지나치는 곳, 사정리 저수지다. 대개는 수업이 있어 지나다니지만 어느 때는 머리를 식히거나 맛 집을 가는 길에 지나기도 한다. 삼형제 저수지인, 육령리, 백야리, 사정리 저수지는 모두 강태공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다. 하지만 약간씩 사랑 받는 이유가 다르다. 육령리는 대로변에서 벗어나 있어, 조용하게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하지만 백야 저수지와 사정 저수지는 대로변과 접해 있어 사람들의 접근성이 용이하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휴식보다는 드라이브나, 산책을 더 즐기는 듯하다. 그 중 사정 저수지는 사람들에게 제일 인기가 높은 곳이다. 지금이야 평택 제천 간 고속도로가 생겨 사정저수지를 지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그 전에는 서울을 가거나 대소에 있는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정저수지를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 그러니 사정저수지는 음성 근방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곳일 수밖에 없다. 사정저수지가 사랑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때문이다. 봄이면 저수지 가에 벚나무가 길게 서서 몽실몽실한 구름 같은 연분홍빛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이유가 없어도 나는 부러 찾
여름 늦더위가 9월에도 이어지는 가운데 제법 굵은 비가 내린다. 대학원 개강 후 두 번째 수업은 교수님과 저녁을 먹고 시작하기로 해서 평소보다 일찍 길을 나섰다. '논문연구'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교수님 수업은 빠짐없이 듣고 싶을 정도로 흥미롭다.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과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식사를 했다. 종갓집 종손이지만 관습에 얽매지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삶을 살아온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가 숙어졌다. 자신있고 당당하게 독립적으로 산 세월이 대단해보인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교수님은 '자신을 위해 살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아동심리를 전공하신 분답게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다.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던 장면이 떠오른다. 지난 토요일, 도착한 현장은 입구부터 요란했다. 아직 공연 시작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많은 이들이 색깔별로 부스를 만들어 홍보하느라 여념 없다. 머리띠부터 별 모양 봉까지 다른 색깔을 살펴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색깔로 구분하여 각인시키고 있다. 소위 말하는 팬덤이다. 굿즈 상품을 파는 노점상도 있다. 우리 일행 네 명을 본 팬들은 먹잇감을
고향사랑기부제는 수도권 집중으로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일본에서 처음 시도됐는데, 출향민들을 중심으로 도시민들이 지방정부에 기부금을 내면 답례품과 더불어 세액공제 혜택을 기부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십시일반으로 모인 기부금은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편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8년 도입 첫해 전체 기부금이 81억 엔이었는데 2021년 현재 8천302억엔(약 8조원)이다. 일본 기초 지자체가 총 1천724개이니 각 지역별로 평균 약 48억 엔(약 430억 원)의 추가 재원이 마련된 셈이다. 그중에는 참신한 기금사업과 답례품으로 기부금을 많이 유치한 지방정부의 경우, 고향사랑기부제로 아주 넉넉한 추가재원을 확보한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 2만 명의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 몬베츠 시는 기후위기로 사라져 가는 유빙(流氷, 바다 위를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 보호 캠페인을 기금 사업으로 제시해 2021년 시 전체 예산의 절반 수준인 약 1천690억 엔(약 1천530억 원)을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한 답례품으로 몬베쓰 시는 유빙이 떠다니는
환경부는 지난 6월 22일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020년에 수립해서 이행 중인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 대책(2021~2025)'으로는 심화되는 기후위기 피해 예방ㆍ저감에 한계가 있어 사회 전반의 적응 기반시설(인프라)을 강화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행계획으로 보강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대책의 제목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2020년의 대책 제목은 "기후변화 적응 대책"이었던 반면, 올해 6월에 발표된 대책의 제목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공식화되는 것을 보고 두가지가 떠올랐다. # 영화 '인터스텔라' 인류는 악화되는 기상환경과 병충해로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재배가 가능한 식물이 하루하루 줄어가고 있으며, 대형 황사 때문에 사방이 흙먼지 투성이다. 이러한 지구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체 지구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하지만 애써 찾은 행성은 중력이 엄청나게 강하거나, 춥고 암모니아가 많은 대기를 갖고 있는 등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합하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행성도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바위 투성이일 뿐이다. # 다행성 종족
충북도의 남부 지역인 보은군, 옥천군, 영동군을 남부 3군이라 부른다. 그런데 청주에서 옥천을 가려면 신탄진, 대전 IC 등 대전 지역을 지나 옥천에 이르게 되고 옥천에서 다시 영동을 가게 되므로 충북의 행정 중심지인 청주에서는 상당히 멀리 있는 지역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보은군은 청주시와 인접해 있고 옥천, 영동은 보은에 인접해 있는 이웃 마을인 것이다. 먼저 옥천(沃川)이라는 지명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어떤 의미를 지닌 말들로 이루어진 지명인지, 그리고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아보자. 옥천이 옛날 옛적에 불리던 이름은 '골뫼'였다고 한다. 역사 기록에 의하면 본래 신라 지역으로서 신라시대의 행정명으로 '고시산군(古尸山郡)'이라 표기되었다. 신라 35대 경덕왕때 이두식으로 표기된 지명을 한자 지명으로 바꾸면서 '관성(管城)'으로 표기하였다. 고려 8대 현종때 경산부(지금의 경상북도 성주)에 속하게 하였다가 18대 명종 13년(1183년)에 아전과 백성들이 현령인 홍언(洪彦)을 잡아 가두는 사건이 발생하여 관호를 폐지하였다가 25대 충선왕 5년(1313년)에 지옥주사(知沃州事)로 승격하여 경산부 소속의 이산(利山), 안읍(安邑),
바다를 찾아도 좀체 뱃고동 소리를 듣기 어렵다. 예전처럼 큰 소리로 들려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님 태운 배를 향해 손수건을 흔들던 순정도 빛이 바랬다. 요즘은 사랑 때문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순애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젊은 날엔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만으로도 눈가를 적셨으련만, 이런 감수성도 무뎌진지 오래다. 이는 어린 날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어려서 외가 뒷산에서 밤새도록 울어대던 소쩍새 소리는 왜 그리 구슬픈지…. 겨우 6살짜리 소녀가 소쩍새의 구성진 울음소리를 어찌 가슴으로 들을 수 있었으랴. 하지만 필자는 유달랐나보다. 어린 시절 찾았던 외가다. 이때 막내 이모가 없으면 소쩍새 울음소리마저 슬프게 다가왔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이모는 학교만 파하면 눈깔사탕, 꽃핀 등을 한아름씩 사갖고 오곤 했다. 그런 이모가 참으로 좋았다. 하지만 이모가 학교 졸업 후 도회지로 유학을 갔다. 이 때 이미 이모로 하여금 그리움과 기다림을 일찍 체득한 셈이다. 어찌 막내 이모뿐이랴. 큰 이모, 외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한껏 한 몸에 받고 지냈다. 그래서인지 잠시만 곁에 외가 식구가 없으면 보채고 까닭 없이 울기 예사였단다. 오죽하면 별명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빼앗겼던 청주읍성 탈환을 기념하는 청주읍성 큰잔치가 지난 2011년부터 해마다 열린다. 1592년 4월 13일(이하 음력) 부산포 앞바다에 나타난 왜군들이 파죽지세로 북상해 6월 23일 경 청주성도 왜적에게 짓밟혔다. 방어사 이옥이 지키던 청주성은 왜장 구로다 나가마사가 이끄는 제3군에게 점령당했고, 제5군 후쿠시마 마사노리에 이어 휘하 장수 하치스카 이에마사가 청주성을 장악했다. *** 의·승·관군 연합 최초 읍성탈환 청주성 탈환전은 옥천에서 의병을 일으킨 호서지방 최초의 의병장 중봉 조헌, 임진왜란 시기 최초로 승병을 조직한 의승장 기허당 영규대사, 청주 복대리(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서 의병 출정식을 가진 화천당 박춘무, 방어사 이옥의 관군 등이 연합하여 벌인 전투다. 조헌은 7월 4일 공주 곰나루에서 의병 1천600여 명과 함께 하늘에 빌고 깃발을 세워 분발한 후 8월 1일 청주성 전투에 나섰다. 기허당 영규대사는 충남 공주 출신으로 계룡산 갑사에서 출가했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승 수백병을 규합해 청주성 전투에 참전했다. 화천당 박춘무는 청주 출신으로 중봉 조헌 등과 함께 토정 이지함의 문인이었다. 박춘무는 청주에서 700여
이른 아침 간단하게 운동복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가경천 둘레길을 걷는다. 발에 닿는 촉감이 딱딱하다. 초록 숲이 우거진 가로수길에도 구간마다 주인이 있다. 처음 주인을 만나는 구간은 우리 집 앞에 있는 느티나무 위에서 공연하는 새들이다. 각양각색의 음색으로 노래를 하면 귀가 즐겁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머리를 까딱거리면서 종종걸음을 걷는 잿빛 비둘기를 만난다. 사람을 따르는 반려동물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비둘기를 보니 새 가슴에도 넉넉함과 편안함이 있는 것 같다. 100m쯤 걷다 보면 두 분 할머니가 며느리 흉보는 장소이다. 이곳을 지날 때면 늘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며느리가 늦잠을 잤다는 둥 게을러빠진 며느리 때문에 아들이 고생한다는 둥 아침부터 며느리 흉보느라 바쁘다. 이렇듯 천천히 걸어가도 편안한 구간이 있고 빨리 걸어도 불편한 길이 있다. 천변을 지나 경산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여러 명이 강강술래 하며 춤추는 듯 원을 그리며 걷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맨발이다. 나는 오늘이 처음이지만 용감하게 양말과 운동화를 벗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사람들처럼 맨발로 땅을 밟았다. 첫발을 떼는데 모래알들이 발바닥을 콕콕 찌른다. 어찌나 강렬
"우와~ 사과다."아이들은 사과 따기 체험으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주렁주렁 열린 사과를 따서 과즙 듬뿍 신선한 맛도 느껴본다. 학부모농원에서 꼬마 농부가 되어 땀도 흘려보고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이 작은 학교에는 해마다 아이들이 늘고 있다. 도시의 치열한 교육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며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을 통한, 경쟁보다 마을 공동체 안에서 높은 교육의 질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이곳으로 아이들은 보내고 있다. 이 학교는 충주에서 외진 곳으로 학생 수가 줄어 통합위기에 있었는데 특색있는 교육과정과 통학버스 지원으로 학생 수가 늘어 현재 27명 6학급으로 편성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사랑은 주어도 생각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몸으로 겪으며 말하고 생각하는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이다. 여기서는 모두가 가족이고 형제자매이다. 쉬는 시간이면 전교생이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 피구, 줄넘기를 함께하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자라난다. 학교 숲 교실에서 독서와 토론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수업을 한다. 무료로 운영되는 방과후 수업으로 1인 1악기 연주, 영어, 창의수학, 난타, 드론 등의 강좌로 공교육 안에서 수요자 중
# 커피로 세계사를 읽다 슬픔과 두려움을 잊게 해주는 묘약, 고대 그리스에서 커피를 부르던 이름이다. 5세기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는 예멘을 거쳐 이집트, 시리아, 이란 등 아랍국가로 퍼진다. 그리고 오스만제국 시절 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로, 이탈리아 상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된다. 커피의 확산 경로가 곧 인류 문명사이자 무역사다. 1475년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 '키바한'이 이스탄불에서 문을 열었다. 곧 메카, 카이로, 다마스쿠스로 퍼져갔다. 1686년에는 파리 세느강변에 '르 프로코프'가 문을 연다. 잘츠부르크에는 모차르트가 사랑한 '까페 토마셀리'가, 베네치아에는 카사노바의 단골집 '카페 플로리안'이 300년 역사를 자랑한다. 영국 과학자들의 모임인 '왕립학회'도, 대형 보험사 '로이드'도 커피하우스에서 출발했다. 카페는 우정과 토론과 영감의 장이었고, 문화 부흥과 혁명을 이끌었다. # 커피가 도시를 구성한다 얼마 전 방콕에 다녀왔다. 올드 타운인 딸랏노이에는 1700년대 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들이 빼곡해 그 자체로 건축 박람회장이었고, 열대과일과 위스키와 우유를 조합한 커피 별천지였다. 1일 3카페를 목표로 오래된 골목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까. 얼마 전 이 손에 들어왔다. 다문화 정책학교에 근무하게 된 나는 난생처음 러시아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러시아 시집이 내게 날아든 것이다. 우리 반에 러시아 아이들 비중은 20퍼센트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러시아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문화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되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내 삶 곳곳에 러시아 작품들이 있었음을 발견하고 놀란다. 고교 시절, 내 책상 위엔 푸쉬킨의 「삶」이라는 시가 넓적한 나무 판에 불로 새겨져 걸려있었다. 오빠가 수학여행을 다녀오며 사 온 것이었다. 푸쉬킨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외우고 또 외웠던 그 시는 아직도 내가 외는 몇 편 안 되는 시 중에 하나다. 어디 그뿐이랴. 그 시절 나는 오빠 방에 꽂혀 있던 『부활』, 『닥터 지바고』를 읽으며, 눈 덮인 러시아 자작나무 숲을 상상하곤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마당에 자작나무를 열 그루를 심었다. 기온이 안 맞아서인지 관리를 못 해서인지 비록 나무는 고사하고 말았지만 자작나무 하면 왠지 편안함이 밀려든다. 최근에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 을 보며 스크린 속의 새하얀 자작나무 숲을 다시 본다. 하얀 눈 위에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군들이
1776년 아담 스미스(A. Smith)는 경제의 목적이 국민들에게 편의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생산된 재화의 축적이 국부의 원천이라고 생각하여 생산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생산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생산에서의 애로는 대부분 해소되고 수요가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급기야 1930년대에 이르러 공급과잉으로 인한 세계 대공황이 발생하였고, 케인즈(J.M.Keynes)는 유효수요의 증대가 불황의 탈출구라고 주장하면서 수요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즉,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고, 소비가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에 들어선 것이다. 클라크(J.B. Clark)는 산업구조를 1차, 2차, 3차 산업으로 분류하고, 선진국에 진입할수록 산업구조는 3차산업으로 고도화된다고 설명하였다. 3차 산업은 주로 용역(service)을 거래하는 서비스산업이 주축을 이루며, 서비스산업은 무형의 용역을 생산하여 부가가치를 증진시키는 산업을 의미한다. 한편 충북의 산업구조는 2021년 중 GRDP 70.1조원 중 제조업 48.8%, 서비스업 41.1%로, 전국 평균 제조업 27.9%,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남도(南道)를 방문할 목적으로, 청주상주고속도로를 한 시간 정도 달린 뒤 낙동분기점에서 창원방향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꺾어들어 내처 두 시간 이상을 달리자, 엉덩이가 배기고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더군요. 다음 휴게소에 닿자면 한참을 더 달려야 했으므로 졸음과 지루함을 쫓으려 라디오를 틀었는데 그 시각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한 개그맨이 한창 넉살을 떨고 있었습니다. "때워요, 때워. 냄비, 숟가락 때웁니다. 밥솥, 때웁니다. 다 때워요. 양은 냄비, 때웁니다. 하지만 못 때우는 게 있어요. 술 먹고 늦게 들어와 마누라가 던진 주걱에 맞아 깨진 앞니는 못 때웁니다. 술 취해 전봇대를 들이박아 깨진 이마는 못 때웁니다. 그 외는 다 때웁니다. 때워요, 때워. 옆집 아줌마끼리 싸워 떨어진 정은 일 분 만에 때웁니다. 양은 냄비, 때웁니다. 칫솔 부러진 것도 때웁니다. 이것도 때우고, 저것도 때우고, 뭐든지 다 때웁니다." 앞부분을 듣지 않아 어떤 연유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이 나라의 방방곡곡에 가난이 깡통처럼 널렸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마을의 골목골목과 고샅고샅을 샅샅이 누비며 고장 난 생활필수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시트러스 향이 풍기는 한 젊은이가 목례를 했다. 아파트입주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서로가 잘 모르는 사이인데도 반듯하게 인사하는 그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가 짧은 시간에 보인 행동에 '예'란 상대방을 위함인 줄 알았는데 본인의 위상도 한결 돋보이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15년 전쯤 큰 시누이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미수가 얼마 남지 않았던 시누이는 D 여고 출신으로 신교육을 받은 여성이다. 아래 사람인 내게 말을 내려 하지 않았고 우리 가족에게도 시어른으로서 사랑을 주셨다. 큰아들은 외무고시에 합격했고, 고르고 고른 E대를 나온 며느리를 보았다. 그런데 '잘난 자식은 나라의 자식'이라고 외국을 드나드는 아들이, 가끔 세계여행을 시켜 드렸으나 형편이 여의치 못한 둘째 아들과 사는 시누이의 방에는 온기가 없었다. 그러다 임종을 맞으신 거다. 큰아들은 이탈리아에서 근무하고 있어 일정을 조정하고 비행시간을 맞추느라 장례는 5일 장으로 늦어졌고, 빈소는 넓고 최신식인 장례식장에 모셔졌다. 로비에는 외무부 장관의 근조화환이 앞줄을 장식하고 유명 인사들이 줄을 이어 조문을 왔다. 생전에 봉사 정신이 투철했던…
우리 정부가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에 3억 달러(약 4천억 원)를 공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커피애호가들을 자못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우리나라는 GCF에 이미 3억 달러를 출연한 바 있으므로 추가 공여가 된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세계 최대 기후기금인 GCF의 본부를 2013년 인천 송도에 유치한 국가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도 먹고 살기 빠듯한데 밖으로 돈을 퍼 주냐'라는 볼멘소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감수하고 지구촌의 환경문제에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자연에 빚지고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커피 한 잔'(120㎖)을 생산하기 위해 커피 생산과정에서 소모되는 물이 '10분간 샤워할 수 있는 양'인 140ℓ에 달한다. 커피 생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을 측정하여 물 고갈 문제와 생물다양성 감소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을 사용하고 있는데, 커피 한 잔의 평균 물발자국이 140ℓ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COVID-19 팬데믹,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분야의 의료공백 사태 등을 겪으면서 올해 초부터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대한의사협회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2025년부터 의대정원을 증원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16일에는 '보건의료기본법'상의 법정 심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열렸고, 이후 후속 조치로 의사인력 확충과 필수·지역의료를 강화하는 정책을 마련할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와 '필수의료 확충 전문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해 의대정원 증원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인력 수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공의대와 같이 새로 의대를 만들거나 기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필수의료 공백의 해결을 위해 공공의대를 신설하는 것은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은 의대를 설립하고도 필요한 의사 인력이 배출되기까지 최소 10년은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의대 설립에는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만 한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는 학년별 전용 강의실, 다양한 실습실과 학습실, 도서관, 학생복지시설 및 학생편의시설 등 기본 의학교육 시설뿐만 아니라 기초의학, 임상의학 교수
위험성평가는 누구나 일상에서 이미 하고 있지만 그걸 모르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위험성평가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운동기구를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데, 그 중 자전거 운동을 예를 들어 보자. 운동을 위한 자전거를 구매할 때 우선 가격을 고려할 것이고, 구매한 자전거를 얼마나 사용할 것을 고민하게 된다. 가격과 사용 횟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나에게 맞는 자전거를 구매하고자 결정하게 된다. 여기에서 사용빈도와 가격이 위험성평가의 주요 요소가 되는데 이 평가를 잘못해 고가의 자전거를 집 현관에 모셔두고 있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국제 규격에서 위험성(Risk)은 재해의 발생 가능성과 심각성의 조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처음 유럽에서 법제화된 위험성평가 제도는 과거에 이뤄지던 안전관리와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개념이나 접근방식은 아니었다. 유해위험요인을 찾고 관련 위험성을 없애거나 낮추기 위해 평가를 실시하고, 대책을 수립해 관리하는 등 문제해결에 요구되던 개별적 접근방식을 일반화시키고 종합해 기본적 개념을 재구성하고 절차를 정리한 것이었다. 유럽에서는 사업장 안전관리에 구체적으로
더 편리하고 빠른 교통수단을 선호하는 시민들의 인식에 맞추어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라 불리는 전동 킥보드가 시민들의 편리한 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2022냔 12월)는 '모빌리티 자동차국'을 신설하여 미래교통에 대비하고, 모빌리티 사업 활성화 및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2023년 4월)"을 제정한 바 있다. 지자체에서도 신 교통수단 도입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공모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동 킥보드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는지 짐작이 간다. 이러한 확산 속도에도 불구하고 교통수단으로써 갖추어야 할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보완엔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 4차산업혁명 기술의 확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긍정론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사고 저감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퇴출론이 더욱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최근 방송된 SBS(2023년 9월 3일) 뉴스의 "공유 전동 킥보드 '모두' 사라진 파리…왜?"라는 방송을 통해 우리가 걱정했던 상황이 전 세계적인 상황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시는 지난 4월 주민투표를 통
낯선 세계를 찾아 떠났다.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사막도로다. 이곳은 미국의 서부에 있는 모하비 사막으로 사막 중에서 가장 건조하다고 하는 곳이다. 모래벌판 사이로 난 도로 위를 가다 보니 어찌나 지루하고 삭막한지 심한 갈증을 느낄 정도다. 물병을 입에 대고 꿀꺽꿀꺽 마셔보았으나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끝 간 데 없이 드넓은 모래밭 위로 아지랑이 현상이 혼란스럽게 보인다. 눈을 닦고 보아도 여전히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심하다. 얼마쯤 가다 보니 도로 양편 모래벌판에는 사람 키만큼 자란 굵은 선인장에 붉게 핀 꽃이 참 화려하게 보인다. 사막에 핀 선인장 꽃을 처음 보는지라 더욱 아름다웠다. 물 한 방울 없는 모래 벌의 자연환경에서 적응하는 선인장의 끈질긴 생명력에 그저 놀랄 뿐이다. 가끔가다 보면 바위산이나 초원이 약간 있는 곳에는 인가가 드문드문 보인다. 이처럼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특히 물과 전기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 생각했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었다. 까마득히 보이는 높은 산 위에 쌓인 하얀 물체가 빙하란다. 그 빙하가 녹아내린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전기를 발전시키고, 부족한 것은 먼 거리에 있는 댐에서 수
무수히 오래전 초등학생 때였다. 해마다 그래왔듯 한 학년을 마무리하며 정든 친구들과 이별의 시간을 가진 적 있다. 선생님의 반주에 맞추어 이별의 노래를 부르며 한 학급 전체가 눈물바다가 된 적이 있다. 너무 어려서인지 감정이 메말라서인지 그렇게까지 슬프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가서 같은 반이 되지 않더라도 교내에서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이성적인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 전체 아이들이 울고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에 맞춰 덩달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오히려 슬프지 않았기 때문에 울면서도 어떻게 구슬피 울면 내 모습이 처절하고도 아름답게 보일지 생각하며 울 정도였다. 감정보다 보이는 모습에 한때 신경을 쓰던 때였다. 이 무렵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 우리는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 그 친구는 오래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고 양가에서 결혼 이야기도 오갔다. 그러나 결국 결혼에 이르지는 못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컸으나 결혼이란 둘만의 관계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가 집안의 의견도 맞아야 한다. 어른들의 의견이 맞지 않아 그렇게 둘의 관계가 끝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슬픔에 잠긴 그 친구를 만났다. 친구를 만나러 가며 어떤 위
한 권의 책이 우리에게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젊은 날 《삼국지》, 《어린 왕자》가 그랬고, 나이 들어서는 《논어》, 《코스모스》가 그랬다. 《코스모스》는 1980년 10월 출간되었다.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미국의 천체물리학자로 미 항공우주국(NASA) 자문 위원을 하며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다. 그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고 핵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한 생명의 기원에 흥미를 가졌으며 우주 다른 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다. 《코스모스》에는 우주와 지구의 탄생, 인류의 기원, 우주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가 13장에 걸쳐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다. 칼 세이건은 책에서 '인류라는 존재는 코스모스라는 찬란한 아침에 떠다니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코스모스는 대부분이 텅 빈 공간이고 그 공간은 참으로 괴이하고 어두운 공간이라서 그곳에 있는 행성과 별과 은하들이 가슴 시리도록 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고 했다. 《코스모스》의 마지막 13장에서 칼 세이건은 의미심장한 경고를 한다. '인간은 상호 불신이라는 최면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하나의 종(種)으로서의 인류에 대한 염려 같은 것은 아예 할 줄 모
[충북일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이 2일 참사 1년 6개월 만에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야권 단독 처리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256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재조사하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핵심 쟁점인 특조위의 구성과 조사 권한, 기간 등에 대해 합의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한 직권 조사 권한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을 삭제하는 데 동의했다. 국민의힘은 특조위원 구성을 11명에서 9명으로 바꾸고, 국회의장이 여야와 협의해 위원장 1명을, 여야가 각 4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앞서 야당이 지난 1월 단독으로 처리한 이태원특별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이날 야권 단독으로 표결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소부장 특화단지와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특구 유치에 성공한 충북도가 바이오 특화단지와 K-바이오 스퀘어 조성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은 오송을 바이오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특화단지는 올해 상반기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예타 면제는 이때까지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잡았다. 1일 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신규 산단 조성 시 국가산업단지로 신속 지정 검토, 생산시설 신·증설 때 산업단지의 용적률 최대 1.4배 상향 등을 지원 받는다. 정부 연구개발(R&D) 우선 반영, 입주 기관에 대한 국·공유 재산 사용료와 대부료 감면, 예타조사 특례 적용 등이 주어진다. 이 같은 다양한 혜택이 바이오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유치전은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충북을 비롯한 11개 지자체가 뛰어들었다. 인천과 강원, 대전, 경북, 전북, 전남이며 경기는 수원과 성남, 시흥, 고양 등 4곳이 신청했다. 도는 지난달 30일 서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