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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매년 말 실시하는 학교 자체평가 항목 중에는 학교교육 만족도 조사를 위한 설문이 포함되어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설문조사 문항은 서로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고, 응답 결과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학교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그런데 그 중엔 두 그룹의 반응이 상반되는 부분이 있다. 학교에서의 휴대폰 사용과 관련된 문항이다. '등교 후 휴대폰을 수거하고 하교 시 돌려주는 방안'에 대하여 학생들의 찬성율은 6% 안쪽인 반면, 학부모들은 75%를 넘는다. 거꾸로 학생들 75%는 비동의 또는 전혀 비동의에 체크를 하였으나 학부모들은 13%만 그렇게 했다. 두 그룹의 입장이 정확히 반대가 되는 셈이다.

그 자료를 다시 살펴보면서, 새삼 양면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의 상반성뿐만 아니라, 떠들썩하게 열광을 받으며 활용되고 있는 여러 전자기기의 양면성도 지나치기 어렵다. 살펴보면 삶 주위의 많은 것들은 밝음과 더불어 어두운 그늘의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서로 상반된 그 속성들이 차지하는 범위는 유동적일지라도 다른 쪽이 무시되어도 좋을 만큼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지는 않다. 그렇듯 일상생활에 늘 동반시키는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 또한 다르지 않다. 그것들을 통해 편리함을 얻는 만큼 거의 그 분량에 해당하는 그늘 역시 드리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최근에 읽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이라는 책에서도 그러한 문제의식을 확인한다.

스마트폰의 경우 그것이 제공하는 온갖 편리성의 이면에는 정보습득에서의 집중력 분산, 인지능력과 학습 성과 저하, 이해력 약화라는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작은 액정 스크린을 통한 정보 수집이 일상화되면서 클릭한 블로그 글의 단락이 서너 개를 넘어가면 거기에조차 집중하지 못한 채 건성건성 쓱 훑어보고 마는 모습이 함께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화번호를 외우는 능력이 떨어졌다거나,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면서 머릿속으로 지도를 떠올리는 습관이 사라진 경험은 이제 흔하다. 위의 책에 언급된 '한때 나는 언어의 바다를 헤엄치는 스쿠버 다이버였지만, 지금은 제트스키를 탄 사내처럼 겉만 핥고 있다.'라는 탄식이 일부 소수의 사례로만 그치지는 않는다.

우리가 누리는 빠른 속도는 그것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재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댓가로 요구한다. 대부분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정성과 관계의 깊이, 사람들 및 존재들과의 연대와 같은 비물질적인 가치, 자연과 생태계와 같은 기본적으로 소중한 것들이 그것이다. 쉽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공기처럼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채로 지나가지만 삶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가치와 존재들이다. 그것들이 전자기기를 비롯하여 경쟁하듯 빠른 속도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온갖 밝음에 대한 그늘이다. 그나저나, 작은 액정으로 온라인에 접속하여 하이퍼텍스트로 정보를 수집하는 사이 학생들이 겉핥기식의 읽기와 산만하고 피상적인 학습을 습관화하지 않을까라는 염려와 함께 설문에 대한 학생들의 완강한 답변 사이의 격차는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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