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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1.09 19:53:40
  • 최종수정2023.11.09 19:53:40

정연임

청주시 오근장동 주민복지팀장

한 노숙인 A씨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2월 추운 겨울이었다. 오근장동 하천 변에 움막을 짓고 사는 노숙인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받은 대로 현장에 가보니 정말 아저씨 한 명이 하천 변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생활하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전기 하나 들어오지 않고 아궁이를 만들어 불을 피워 생활하고 있었다.

A씨는 세상과 단절한 채 지내고 있어서 처음에는 방문한 우리와 대화를 거부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다가가니 점점 마음을 열고 속 사정을 말하였다. 오래전에 가족들과 단절하고 떠돌다가 이곳에서 몇 년째 움막을 짓고 살아오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당장 A씨의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막상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답답했다. 복지 서비스 지원을 위하여도 조건들과 시간이 필요했기에 최대한 빨리 지원하려고 이곳저곳 문의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또한, 행정복지센터에서 행정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한계도 있어서, 민간의 협조도 필요로 했다. 다행히 오근장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긴급 지원도 받아 가며, 병원진료 동행, 반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리고 최대 고민이었던 A씨의 주거지 마련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어떻게든 겨울이 되기 전에 움막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서 시청, 주거복지센터 등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안타까운 일이 생겼었다. 갑자기 A씨가 사라진 것이다. 주변인과 경찰 수소문 결과, 교도소에 수감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 범죄사실이 있어 수감되게 되었다는 것을 면회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당시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그렇게 아쉬워하며 시간은 몇 달이 흘러갔다.

그러던 8월 어느 날, 우리 행정복지센터로 A씨가 찾아왔다. 교도소 수감생활을 예상보다 일찍 마치고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놀람과 반가움의 여러 가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A씨가 생활하던 움막은 지난 7월 폭우 때 다 무너져서 이제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어서 어떻게든 빨리 숙식을 해결해 줘야 했다. 그러나 모든 행정적인 일엔 절차가 있기에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우리는 임시로 여인숙을 구해주고 거기서 지내게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A씨가 살 만한 집을 알아보았고, 최종적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이번에 입주를 했다. A씨는 너무나 기뻐하였다. 그리고 정말 고맙다고 하였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 몇 달 동안 있었던 좋은 일, 어려운 일들이 모두 생각나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움막에서 세상과 소통도 없이 몸이 아파도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살아가던 한 노숙인을 세상 속으로 나오게 하면서 실제로 주위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요즘 현실이 각박하고 삶의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살펴본다면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보듬으며 우리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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