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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수필 - 여름을 수놓다

요한 엠마누엘 요나손: 뻐꾹 왈츠

  • 웹출고시간2023.07.10 16:49:52
  • 최종수정2023.07.10 16:49:52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피아노 앞에 앉는다. 보관된 피아노 교본 중에 가볍게 칠 수 있는 '피아노 명곡집'을 꺼낸다. 대학 다니는 외손녀가 겉표지에 글씨를 배울 때, 본인 이름을 크게 써 놓은 흔적이 반갑게 보인다. 시나브로 고희를 넘어서니, 피아노를 치려면 악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옛 추억에 잠기며 명곡집을 펼친다. 바흐의 '두 개의 미뉴에트'에 이어, 두 번째 곡으로 '뻐꾹 왈츠(Cuckoo Waltz)'가 눈에 들어온다. 왈츠 속도에 맞추어 연주해 본다. 기분이 상쾌해지며, 병아리 교사 시절 합주로 지도하던 곡인 뻐꾹 왈츠에 꽂힌다.

학년 초에 합주반 어린이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작품으로 만든 곡이 '뻐꾹 왈츠'였다. 연습한 곡은 가정의 달 오월에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학예회를 달뜨게 하던 고운 곡이었으리라. 지휘를 하다 보면 뻐꾸기 소리가 숲속에서 메아리 되어 들리는 듯 감미로웠다. 초등 합주반이라 간단하게 멜로디언, 바이올린, 리코더와 타악기로 편성하였다. 특히 뻐꾸기 소리는 작은 관악기이지만 리코더의 음색이 어느 악기보다 어울림이 아름답게 다가왔던 추억으로 특별하다.

담임 반 학생들과 봄 소풍을 하러 갔을 때였다. 소풍지에 따라온 상인이 돗자리를 깔고 장난감과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살펴보니, 그는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흔들며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새소리 장난감을 흔들면, 마치 숲속의 새가 노래하는 것처럼 은은하게 들렸다. 학예회 준비로 바빴던 나에게, 새소리 장난감은 특별한 악기처럼 이채롭게 다가왔다. 아이들과 돗자리 위의 상품을 보다가 새소리 장난감 두 개를 샀다. 그 장난감은 학생들이 연주하는 중간에 부분적으로 흔들게 하였다. 뻐꾸기가 숲속 다른 새들과 어울려 메아리쳤다. 결국, 새소리 장난감은 나의 애장품이 되었던 일이 밝고 맑은 꽃으로 피어난다.
여름새 뻐꾸기의 일상과 특성을 펼쳐본다. 뻐꾸기는 얌체 같다 못해 악랄한 새끼 기르기 방식으로 무람없다. 이 새는 자기 둥지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둥지에 몰래 들어가 알을 낳는다. 그리고 어미 새가 와도 뻐꾸기 알인지 모르게 하려고 치밀한 행동을 한다. 알의 숫자를 맞추며 뻐꾸기 알이 아닌 둥지 속에 있던 알을 야멸차게 밖으로 밀어낸다. 이 또한 모성애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우리 인간의 삶과 비교해 본다.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 인간의 모성애도 새들과 다르지 않다고 할 터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뻐꾸기처럼 파렴치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처지에서 보면 뻐꾸기가 해충을 잡아 먹고 사니 이로운 새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삶의 방식으로 풀어 보련다.

요한 엠마누엘 요나손(Johan Emanuel Jonasson)은 스웨덴의 현대음악 작곡자로 군악대 트럼펫 주자였다. 여가에는 스톡홀름의 영화관에서 피아노 연주자로도 활동하였다. 그의 작품은 주로 행진곡, 왈츠 등 가벼운 곡이 많다. 작품 중에 '뻐꾹 왈츠'는 후세까지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다장조의 친숙한 선율이 음악으로 걸음마 하려는 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락이다. 또한 3박자의 경쾌한 왈츠 리듬은 다정한 느낌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품는다. 주법으로 트릴의 꾸밈이 많은 기교적인 곡으로, 자연의 소리와 함께 이 곡을 대하는 이들이 삶의 힘든 일을 치유한다고 하리라.
우리에게 친숙한 합창단 '빈 소년 소녀 합창단'이 부르는 '뻐꾹 왈츠'를 떠올려 본다. 그들의 청아한 목소리로 왈츠의 경쾌함과 어울려 뻐꾸기 소리로 자연을 노래한다. 청중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 곡은 그 합창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자연을 찬미한다.

"뻐꾹 뻐꾹 뻐꾸기의 노래가/ 뻐꾹 뻐꾹 은은하게 들리네/ 아 늦은 봄 하늘 저 멀리/ 들려오는 그 노래/ 그윽하다 너의 소리"

빈 소년 소녀 합창단의 노래가 여름을 수놓으며 복잡한 마음을 치유한다.

'뻐꾹 왈츠' 작품 중 곡을 시작하는 동기 4마디 '미-도'는 3도의 펼친 화음으로 새소리를 형상화하며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학원 수강생들이 체르니 40번 과정을 들어가며, 재미있게 연주하는 곡이다. 중간 부분은 부드럽고 은은하게 흐르는 멜로디를 바꾸어 가며 연주한다. 묘사 음악의 특징을 나타내며, 뻐꾸기 소리를 피콜로, 플루트로 같이 연주하면 더욱 효과가 있겠다고 추천해 본다. 아쉬운 대로 학원 특강으로 아프리카 악기인 칼림바를 지도하고 있다. 칼림바는 악기의 특성상 울림이 많은 맑은소리가 뻐꾸기 소리를 담아낸다.

'너의 귀는 모든 사람에게 주되, 목소리는 소수에게만 주어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떠 올려본다. 아침이 밝아오면, 새가 늦잠에 들은 모든 이들을 귀 나팔로 들려주고 있지 않은가. 그중에 뻐꾸기는 편안하고 운치 있는 메조소프라노로 노래하며 여름을 즐긴다. 이 또한 삶의 서정이며 리듬이리라. 이러한 깊은 감성을 안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요나손의 '뻐꾹 왈츠'를 다시 연주해 본다. 뻐꾹 소리와 트릴이 정겹게 울려 퍼진다. 아침마다 찾는 월명산 산책길 뻐꾸기 소리가 청량하게 그려진다. 여름을 풋풋하게 수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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