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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장

 동방이 강림처사 패거리와 야합을 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조직의 분위기가 혼란과 충격에 휩싸였다.

 "세상에 그럴 수가!"

 "그런 사심이 있으면서 그동안 천진난만한 얼굴로 우리를 속였던 거야?"

 "그러게 말이야. 영악한 강림처사보다 더 한 놈이었어."

 "동방이라면 쌍심지를 켜고 감싸던 선배들은 어쩌고 있어?"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까 숨었겠지."

 여기저기서 동방을 힐난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윙윙거리며 돌아다녔다.

 더 이상 일이 커지기 전에 막아보려고 진 선배와 함께 염라대왕님을 만나러 갔다.

 그러나 대왕님은 자리에 없었다. 대왕님을 보필하던 사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진 선배님. 저들이 대왕님까지 해한 것 같습니다."

 "그러게. 죄 없는 인간들까지 해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데까지는 막아보자고."

 가쁜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급히 이승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서로의 불안한 마음을 껴안았다.

 "김 사자.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심상치 않으면 자진해서 퇴출자가 되자고. 살고 싶은 자는 더 살고 더 살고픈 미련이 없는 우리가 그들 대신 사라져주면 좋잖은가."

 "그러지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승에 발을 내려놓는 순간 뭔가 다른 기운이 감지됐다. 진 선배도 그걸 느꼈는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눈만 껌뻑였다.

 아수라장이 돼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긴장감과 고요함이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청사 현관 앞이 환해지는가 싶더니 염라대왕님이 나오고 있었다. 혹시,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손바닥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대왕님이 우리를 보고 손짓을 했다. 우리는 대왕님 앞으로 가서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했다.

 "어허,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자들이 어딜 쏘다니다 이제야 나타나느냐?"

 허리를 굽힌 채 이게 어찌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서로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왁자한 소리가 들려 허리를 펴고 앞을 보니 대왕님 뒤로 강림처사와 그의 일당들이 조기 꾸러미처럼 줄줄이 엮여서 끌려나오고 있었다.

 나는 동방을 찾아 눈알을 굴렸지만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마음이 놓여 그동안 참았던 숨을 길게 토해냈다.

 "한숨은 왜 쉬느냐?"

 "아, 아닙니다. 다만 그저……."

 "왜? 저 패거리 안에 너의 심복이라도 있는 게냐?"

 "아, 절대 아닙니다. 그런 게."

 나는 몸 둘 바를 몰라 고개를 더 깊숙이 숙였다.

 "허허. 내가 그리 두려우냐? 알고 보면 나도 부드러운 자니라. 이제 그만 고개를 들어라."

 진 선배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대왕님을 올려다봤다.

 우리 시야에 들어 온 분은 인간들과 사자들이 무서워서 벌벌 떠는 염라대왕님의 모습이 아니라 인자하고 풍채 좋은 노인 한 분이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만히 그 분을 바라보니 웃고 있는 눈이 딱, 동방의 눈이었다. 더구나 입을 귀 쪽으로 살짝 끌어올리며 웃는 입모양도 동방과 똑같았다.

 "동방!"

 나도 모르게 대왕님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옆에서 진 선배가 내 팔을 잡고 말렸다.

 "동방. 아니 대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요?"

 "얼마 전부터 장난질을 치는 놈들이 있다기에 그 현장을 잡으러 변장해서 왔다. 물증을 잡았으니 이제 나는 갈란다. 그동안 고마웠다. 너 때문에 대왕자리에서 내려와서 나도 사자나 했으면 좋겠다."

 염라대왕님은 우리를 보고 피식 웃더니 순식간에 빛이 돼 하늘로 사라졌다.

 "동방. 잘 가게나. 앞으로 자네가 그리울 걸세."

 빛이 사라진 자리에 하얀 뭉게구름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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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