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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비밀 조직을 구성하고 나름대로 맡은 역할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을 때 강림이 나를 부른다고 그의 졸개처럼 따라다니는 사자가 나에게 전달했다.

"김 사자님. 강림차사님께서 잠깐 뵙고 싶다고 오시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강림을 볼 일이 없는데. 나에게 볼 일이 있으면 볼 일 있는 자가 찾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하던 일을 하면서 그 자에게 쓸모없는 물건을 던지 듯 툭, 내뱉었다.

"저는 심부름만 하는 것뿐입니다. 일단 전달했으니 알아서 하십시오."

그 자는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돌아서 가면서 궁시랑 거렸다.

"뭘 믿고 저리 당당한 거야. 퇴출대상에서 간신히 면했다는 소문이 자자하구만.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저리 몰라서야 원."

그 자가 볼멘소리로 툴툴대느라 미처 앞에서 걸어오는 동방을 보지 못해 둘이 부딪치고 말았다. 그 자가 내게 받은 불쾌감을 어린 동방에게 쏟아 부었다.

"이 자식이. 눈은 어디다 두고 다녀? 에이, 재수 없어."

동방은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아, 요즘 꼴볼견들이 많아 눈을 내놓고 다닐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잠시 쉬라고 숙소에 두고 오는 바람에 그만. 그런데 사자님은 두 눈을 다 가지고 계시면서 저를 못 보셨군요."

그 자가 눈을 부릅뜨고 빈정대는 동방을 한 대 칠 기세로 노려보았다.

"어린놈이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사실이구만. 앞으로 조심해야 할 거야."

동방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또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 제가 그랬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저는 2차 퇴출자이니 앞으로 사자님을 뵐 날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 자가 눈을 부라리고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씩씩거렸다. 나는 더 이상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 동방을 나무랐다.

"동방. 자네, 선배한테 무뢰하게 굴지 말게."

동방은 눈을 껌벅이면서 나에게 반문했다.

"저는 선배님이라서 깍듯이 대해드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요."

그 자가 입술을 비죽이며 나와 동방을 번갈아보고는 내가 조금 전에 했듯이 한마디 툭, 내뱉고 돌아서 갔다.

"그 밥에 그 나물이군."

동방이 돌아서는 그 자의 어깨를 확 잡아당겼다. 그러는 바람에 그 자가 뒤뚱거리다 넘어지고 말았다.

"이 새끼가!"

그 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아, 죄송합니다. 눈을 두고 오는 바람에 그만……."

동방은 넘어진 그 자를 일으켜 세우며 사과를 하는척하면서 은근히 협박을 했다.

"눈은 두고 와서 잘 못 보지만 귀는 들고 다녀서 제대로 들립니다. 그러니 앞으로 말은 조심하십시오. 저를 함부로 대하는 건 괜찮지만 김 사자님을 폄하하는 말을 하시면 제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 자는 나와 동방을 노려보면서 콧바람을 내뿜었다.

"두고 봅시다. 당신네들.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할지."

이미 동방은 이번에 퇴출자로 확정된 거나 다름없고, 나 또한 다음 번 퇴출자가 될 확률이 높고, 진 선배님 또한 고령자로 언제 어떻게 될지 위태위태한 처지이고 보니 우리를 대놓고 홀대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처럼 이렇게 노골적으로 들어내놓고 무시당하는 일은 처음 겪는 일이어서 마음이 찹찹했다.

"사자님 언짢게 생각하시지 마세요. 뭐 상대할 대상이어야지요."

동방은 자신이 잘못이라도 한양 나를 위로하느라 애를 썼다.

"나는 괜찮네. 자네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제가 너무 나대다보니까 그 화살이 사자님께 날아가는 것 같아 속상해서 죽겠어요."

동방은 안쓰러운 눈빛을 나에게 두었다. 내가 동방을 그렇게 봐야하는데 새까만 어린 후배한테 그런 눈길을 받는 내가 부끄러워 차마 그 눈빛을 받을 수가 없어 일부러 동방의 눈을 피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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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