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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동방은 요즘 무엇을 하는지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나는 그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다 가치 있게 쓰고 가려고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는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동방,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맡겨 주게. 자네 혼자 동분서주하는 것 같아 여간 미안하지 않구먼."

동방은 반가운 표정을 하고 내 말에 대꾸했다.

"정말요? 그럼 우리 오랜만에 그 여자가 얼마나 변했는지 보러 갈까요?"

"그 여자라면……."

"사자님이 인간이 아닌 것 같다는 그 여자요."

"아, 그 여자."

잊고 있었다. 맑고 아름다운 혼을 도둑맞고 반쪽짜리 혼으로 겨우 기본적인 신체활동으로만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를 보고 있자면 우리의 처지가 참으로 한심스러워 견디기 힘들었었다.

"그 여자의 혼은 지켜보고만 있기에도 아까운 맑은 혼이었는데."

"그랬었죠. 그런 차원 높은 혼을 가진 자가 인간 세상에 왜 내려왔을까요?" 동방은 어깨를 올리며 내게 물었다.

"그걸 어찌 알겠는가. 나 같은 미욱한 자가."

동방이 눈을 반짝이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사자님. 우리 그 여자한테 가 봐요.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잖아요."

나는 마지못해 끌려가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가봐야 마음만 무겁지. 별 거 있겠나. 지난번에 보니까 겨우 기본적인 신체활동 밖에 못하는 것 같더구먼."

"그래서 더 대왕님과 가까운 사이일지도 모르잖아요?"

"무슨 소리야 그건?"

"고뇌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미련두지 않으니 혼이 탁해질 염려가 없잖아요. 혼의 일부를 잃기는 했지만 대신 오염되지 않았다면 대왕님이 좋아하실만하잖아요."

나는 그런 말을 하는 동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 자네도 이제 늙은이가 다 된 것 같으이. 말하는 품새를 보니. 허허."

"선배님들하고만 어울리다보니 일찍 늙는 것 같아요. 에이, 이러면 나만 손해인데. 헤헤."

동방과 이런 저런 농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그 여자네 집에 도착했다.

그 여자의 집 마당은 잡풀이 터를 잡은 지 오래된 것 같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처럼 보였다.

"이사를 갔나?"

동방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사이에 노모가 있는 방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동방이 얼른 방문을 열었다.

그 여자가 눈곱이 잔뜩 낀 노모의 눈가에 눈물자국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응얼거리고 앉아 있었다.

"어마. 마마."

방안에서는 이미 송장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있었는지 노모의 등은 욕창이 나서 구더기가 득실거릴 만큼 상태가 나빴다.

"사자님. 우리가 제 때에 온 거 같은데요."

"아직은 아닐세."

"저 노인 상태로 봐서는……. 더구나 명부상에도 그렇고."

나는 고개를 끄떡거려주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네. 그렇지만 저승사자가 가지고 있는 명부도 이길 만큼 인간의 집념이 강한 경우도 있지."

동방은 노인과 나를 번갈아보며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냐고 눈빛으로 재촉했다.

"저 노인은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걸세. 몸은 거의 죽음에 임박했는데 그의 혼은 떠날 수가 없는 거야."

동방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는 알아듣지 못할 옹알이를 노모 옆에서 연신 해댔다.

"어마. 어마."

"이런 파렴치한 같은 놈. 이런 노모와 아내를 두고 집을 나가다니."

동방이 화를 내며 문을 박차고 나오다 문 밖에 서 있던 젊은 사자와 부딪혔다.

"뭐요? 왜 여기 있는 거요?"

문 밖에 서 있던 사자가 우물쭈물 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여긴 김 사자님 담당 구역인데 왜, 여기 온 거냐고요?"

"그게 그러니까……."

"그리고 저 노파는 아직 때가 안 됐다고요! 당신은 명부보다 무서운 게 인간의 집념이란 거 몰라요!"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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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