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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한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동방과 내가 그녀의 집에 갔을 때 그녀는 담벼락에 앉아서 우리 쪽을 보고 있었다.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우리가 걸어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그걸 말해주었다.

그녀는 확실히 달라보였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의 맑고 청순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동안 변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녀의 변한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방! 이게 어찌된 게야·"

동방은 그걸 왜 자기에게 묻느냐는 눈빛을 보내왔다.

"자네는 이 집에 자주 왔으니 나보다 많은 걸 알고 있잖은가·"

동방은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고· 그럼 지난번에 다친 것 때문인 겐가·"

"처음에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알았는데·"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나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눈을 감고 그녀 안을 들여다봤다.

"이럴 수가!"

그녀가 지니고 있는 혼은 겨우 원초적인 욕구만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양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제기랄! 누가 이런 야비한 짓을 한 거야·"

그동안 인간의 혼을 조금씩 훔쳐가는 경우에는 나이 먹은 인간들 걸 주로 훔쳤다. 그것도 아주 조금씩. 가끔은 어린 청소년들 것을 훔치는 사자도 있었지만 들키는 경우 비열한 사자취급을 받기 때문에 아주 다급하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자기의 혼이 도둑맞는 줄도 모르고 나이 탓으로 돌렸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스템이 지금까지 돌아갈 수 있었던 것도 인간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아둔함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인간들이 자주하는 대화내용에 건망증 이야기가 많은 것을 봐도 알만하다.

"요즘 나이가 먹는지 자꾸 깜빡깜빡하네. 이러다 옆에 자고 있는 남편보고 왜 남의 집에서 자냐고 따지게 생겼어."

"그래도 자기는 양반이야. 나는 나갔다 들어오면서 신발을 벗어서 냉장고에 넣고는 외출할 때 신발 찾느라고 난리가 났다니까."

"하하. 뭐라고· 신발을 왜 냉장고에서 찾아·"

"신발장보다 냉장고 문을 더 자주 여닫잖아. 그러니까 몸이 더 많이 기억하고 손에 뭐만 들었다하면 냉장고 문을 열고 넣는다니까. 아이고, 창피해서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내가 진짜 미쳐. 내. 나이가 이제 오십 조금 넘었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하지. 걱정이야 정말."

"맞아. 나도 걱정이야.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뭐가·"

"우리 부모님 세대만해도 우리처럼 깜빡 증세가 이렇게 심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이게 무슨 징조래·"

드디어 눈치를 챈 인간이 나타나는가 싶어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그들의 뒷말에 맥이 풀렸다.

"아냐. 우리 부모나 그 윗대 때에도 그랬을 거야. 우리가 어려서 몰랐을 뿐이지."

"그래. 그랬겠지. 하하. 이 봐, 오늘은 냉장고에 신발 넣지 않게 정신 빠짝 차려."

"알았어. 나, 갈게. 내일 또 보자고."

나는 그때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그런데 어찌 그들 탓만을 할 수 있을까. 이게 다 사자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을.

"아둔한 인간들. 제 몸 하나 간수도 못하면서 평생 무엇을 쫓아서 저리 바쁘게 사는 건지 모르겠군."

그런데 그런 일이 나와 동방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인간에게 일어났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막지 못한 게 화가 났다.

동방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나에게 물었다.

"애초에 혼을 훔치는 걸 막았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죠· 왜,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래, 그랬겠지. 미안하이. 다 선배들이 무능해서 그런 것 같으이."

"아니에요. 이런 걸 다 알면서 방관하고 있는 그 분을 이해할 수 없어요. 전지전능한분이 왜 그랬을까요·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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